호퍼 :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6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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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미국 허드슨 강변에 있는 소도시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호퍼는 스케치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내성적인 아이였다. 호퍼의 부모는 아들의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문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며 여러 문학 작품을 접하도록 도와주었으며  어머니는 삽화가 많이 그려진 책을 선물하며 호퍼를 격려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일러스트레이션 통신학교의 스케치 수업을 듣기 위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호퍼의 부모는 삶을 예술에 바치겠다는 아들의 결정을 지지하며 고정적인 수입을 얻도록 미술 시장에 스케치를 팔아버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호퍼는 유럽 예술가에 관심이 많은 스승 헨리의 영향으로 유럽의 여러 거장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그는 인상주의 회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호퍼도 파리의 도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지나가는 여인의 캐리커쳐를 그릴 수 있게 되었는데, 그에게 파리의 생활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되어주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호퍼는 자유로이 작업하기 위해서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고, 그는 삽화를 그리는 일을 택한다. "난 삽화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돈을 벌어서 먹고살기 위해서 그 일을 해야 했다. 그게 다였다."고 회고한 호퍼는 이 시기에 에칭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에칭과 삽화로 기차 내부의 풍경, 입항하는 배, 내부의 전경, 길거리 풍경과 같은 소재를 반복해서 다루었다.

 

삶에 스며든 바람으로 나부끼는 커튼과 바람이 여인의 관심을 끄는 <저녁 바람>과 철로의 선이 시적이고 우울한 느낌을 주는 <미국 풍경>은 이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고독한 화가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미국 풍경>은 쓸쓸하고 황량한 시골의 모습을 담고 있어 오래도록 내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그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뭔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호퍼의 작품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는 관찰하는 사람이 관찰 당하는 대상과 소통한다고 느끼게 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내부의 소통, 즉 대화가 완결되는 느낌을 얻을 때까지 작품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다시 그렸다고 한다. <미국 풍경>을 보며 향수 어린 고향 들녁이 떠올랐던 것도 그의 그림이 가지는 특징 때문인 것 같다.

 

호퍼, 내겐 분명 낯선 화가이다. 마로니에북스의 아트북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호퍼라는 화가를 모를뻔 했다. 마로니에북스의 아트북 시리즈는 화가의 대략적인 일생과 작품을 당시의 사회, 정치, 문화적 배경과 함께 소개한다. 호퍼는 고야, 고갱, 카라바조, 피카소, 루벤스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만나는 예술가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연대기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 보면 한 사람의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무르익고 발전하는지 알게된다. 호퍼는 일상적인 풍경에서 소재를 얻어 사실적이고 독특한 감각의 화풍을 수립한 화가이다. 카페, 기차역, 주유소, 길거리, 해변 위의 집, 3번가와 만나는 6번 대로, 뉴욕의 길모퉁이, 바느질하는 소녀,  등 일상적인 풍경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호텔 로비, 기차안, 뉴욕의 방, 서부 모텔, 이발소 등 미국의 내부와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낸 작가다. 그의 작품은 단조로운 듯하지만 계속 감상하면 진한 고독이 배어나온다. 그래서 단번에 그가 좋아졌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쓸쓸한 풍경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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