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 현대 미술의 혁명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3
마틸데 바티스티니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 미술시간은 거의 공포의 시간이었다.

정물화나 데생, 가끔 야외에 나가서 그리는 풍경화나 스케치, 포스터 등 미술 실기 전체가 공포의 대상이었다.

친구들은 척 보고 쓱쓱 잘도 그리는데 나는 그렸다 지우고, 다시 그렸다 또 지우고,

결국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거나 남 앞에 내밀기 부끄러운, 차마 그림이라고 말하기 낯 뜨거운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이런 나를 위해 친한 친구는 재빨리 그림을 그려 건네주고 자기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림을 잘 그리던 친구는 당시 나의 우상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이런 공포를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일찌감치 시켰다.

그 때문인지 작은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중3인 지금까지 미술상을 거르지 않고 해마다 타와 나를 흐믓하게 해준다.

 

그림엔 영 소질이 없지만 화가에겐 관심이 많아 마로니에북스의 아트북 시리즈를 다섯 권째 읽고 있다.

아트북 시리즈는 여러 화가들의 다양하고 자유분방한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예술사조를 엿볼 수 있어 흠미롭다.

이번에 만난 화가는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로 빈센트 반 고흐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화가다.

 

피카소는 미술사상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화가다.

"나는 찾지 않는다. 발견할 뿐이다."라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전통적인 기법과 혁신적인 새로운 기법을 동시에 사용하여 형태를 단순화 함으로 비범한 진화능력을 보여준다.

형태의 단순화는 입체주의를 창시하도록 이끌어 브라크와 공동작업으로 입체주의 미술 양식을 창안하게 한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입체주의의 대표적 실험작으로 혁식적인 외형 묘사의 대담함과 차별화된 기법으로

20세기 초반의 장엄한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피카소는 회화적 전통을 깊이 분석, 대조하여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혁신적인 예술가다.

현대 미술에서의 혁신, 입체주의에서 초현실주의 등 현대 추상미술 분야에서 피카소가 미친 영향은 크다.

 


피카소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나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화가이자 미술학교의 소묘 교사였다.

비둘기를 즐겨 그렸던 피카소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비둘기 그림을 보고 더 이상 붓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피카소는 젊었을 때부터 숙련된 회화의 거장들보다도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자각과 독립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모사가'가 아닌, 과거의 다양한 기법과 그것에 스며 있는 정신을 대변하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이런 자신감은,

아버지가 교사로 재직한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1학년 때에는 마치 다른 학생을 지도하는 소묘 교사 같았고,

2학년 때에는 불손하지만 천부적인 비범함을 지닌 학생이었고,

12살에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고,

14살에는 한 달 걸리는 그림을 단 하루만에 그렸고,

16살에는 모든 미술 콩쿠르를 석권할 정도의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피카소도 초급학교에서는 읽기와 쓰기를 어려워해 졸업이 어려울 정도로 학습능력이 저조했고,

학교 생활과 규칙에 적응을 못해 바르셀로나의 미술학교와 마드리드의 왕립미술학교를 중도에 그만둔다.

피카소가 학업까지 우수했더라면 덜 인간적이었을텐데 그의 부진한 학습이 그림을 못그리는 내게 위안을 준다.

몇 번의 결혼과 거듭되는 동거 등 여성 편력이 심했던 것은

단체 생활의 엄격한 규칙을 못견뎌했던 자유로운 성격에서 기인한 것 같다.

천재와 예술가적 기질이 농후했던 피카소의 괴팍하고 거침없는 화가였으며,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언제나 대중과 비평가의 예상을 깨뜨린 인물이다.

피카소의 용기와 실험정신,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과감함과 혁명적인 시도가 피카소를 피카소로 만든 것이고 거장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파리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빈곤과 비참함,

절친한 친구 카사헤마스의 비극적인 자살에서 영향을 받아 ' 청색 시기'가 시작된다.

"청색은 애수와 비탄에 대한 표현을 넘어서서 에로틱하고 신성한 영역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후 몽마르트르에서 연애를 하면서 그림의 색조가 청색에서 장밋빛 시기로 바뀌면서 미학적인 방향으로 향한다.

장밋빛 시기의 그림은 밝은 색채와 서커스 주제, 다채로우면서도 애수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피카소 말년의 창작 시기 특징은 마지막을 불태우고자하는 맹렬한 창조력이다.

이 시기에 정치적인 열의가 증대되어 한국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호소하기도 했던 피카소는 1973년 91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기형적 인물들을 묘사해 독특함과 유쾌함을 주는 파블로 피카소는

현대 미술의 혁신을 창조한 천재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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