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 검은 관능의 시선 마로니에북스 Art Book 9
파올라 라펠리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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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비롭고 혁식적인 화가로 불리는 고야(1746~1823)는 스페인 북부의 작은 시골에서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야의 가정은 생계를 꾸리기에도 벅차 생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야의 미천한 태생은 예술과 예술가들의 화려한 세계로 가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굽힐 줄 모르는 기질과 굳은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고야의 작품은 후기 로코코 시대에는 왕조풍의 화려함과 환락의 허망함을 다룬 작품이 많고

그 후에는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의 영향으로 독자적인 양식을 형성했다.

<성 요셉의 꿈>과 <빨래하는 여인들>은 내 시선을 한동안 잡아둔 작품이다.

일곱 개의 연작 중 하나인 <성 요셉의 꿈>은 가브리엘 천사의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얼굴과

명암 연출을 통해 요셉의 표정을 확연하게 드러내며 인물을 능숙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빨래하는 여인들>은 로코코 미술의 특징인 행복과 평온함의 그림이며 빨래 후에 쉬고 있는 여인들 또한

평온하고 부드러운 얼굴이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평온함이 전달되는 이작품은

당시의 여성들의 헤어스타일과 숄, 조끼, 블라우스 등 여인들의 의상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고야는 수석 궁정화가 멩스의 부름을 받고 마드리드로 떠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로 인해 마드리드 최고의 예술의 정당인 왕립 아카데미에 당당하게 입성하고,

30대 초반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고야는 수많은 기법에 정통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것은 회화의 공식적인 양식과 개인적인 양식을 번갈아가며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재능으로 왕립 아카데미의 회화부 부감독에 선출된다.

 

고야의 뛰어난 사실성은 특히 아이들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모방작들도 많이 생겨났다는 <아이들의 놀이, 등 짚고 넘기>와

결혼식에는 관심 없는 개구장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짐수레를 타며 놀고 있는<결혼식>,

애완동물에 둘러싸여 있는 어린아이를 섬세하게 그림 <돈 마누엘 오소리오 만리케 데 추니카>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엄격하고 형식적인 자세든, 놀이를 하든, 장난기 어린 모습이든, 그는 아이들을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했다.

어린이 주제가 늘 고야의 마음 깊이 있었던 것은 아마 그가 초기에 네 명의 자식들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책은 추측한다.

 

고야는 초상화를 그리다가 인물화로 전환해 평생 그림을 그렸다.

나는 고야의 작품 한 점 한 점을 만나면서 그가 인간의 감정 표현에 있어서 능숙함을 과시하는 작가라는 것에 주목했다.

그의 그림은 어떤 몸짓도 너무 작아서 알아채지 못하는 법이 없다.

어떤 인물의 미묘한 차이나 인상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여인들 옷의 세세한 부분과 다양한 표정에서 나타나는 온갖 미묘한 차이를 잘 포착한다.

 

그는 격동기의 한 복판을 살다간 화가이다.

정치 체제는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이행하고, 미술은 세련된 궁정 양식에서 신고전주의에서 다시 낭만주의로 이동했다.

나폴레옹군의 스페인 침략과 과학과 건축 분야의 혁명, 생활방식의 혁신 등 유럽 전역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한 시기다.

당시 와토와 비발디, 모차르트 같은 예술가들은 작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후원자를 만족시키는 일에 두었다.

반면 고야, 레오파르디, 베토벤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작업했던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당시 유행하던 양식을 각색하기도 하며, 개성적인 표현 양식을 찾았다.

그 결과 그 시대의 문화나 사조에 동화되지 않은 자신만의 세계가 탄생되었다.

 

고야는 유명한 작품 <카롤로스 4세의 가족>에서 왕궁의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있는 그룹 뒤에 자신을 그려 넣고

왕위 계승자인 젊은 페르난도를 자신의 앞에 세웠다.

그는 이 풍자적인 작품에 만족하지 않고 초상화에서 왕족을 비평해나갔다.

풍자적이고 때로는 잔혹하기도 하고, 관습에 도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기질을 지녔던 고야는 건강이 점차 악화되어 간다.

귀가 멀고, 중병을 앓고, 다시 재발하고, 일련의 과정은 그를 염세주의와 대인기피증으로 내몰았다.

<검은 그림>은 당시 고야의 정신 상태를 반영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고야는 마지막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 천재 화가이다.

나는 고야를,

인물 감정 묘사에 뛰어난 화가로, 혁명적인 예술가로, 운동감을 완벽하게 창조하는 작가로 기억할 것이며,

날카로운 풍자가 가득한 리얼리즘 작품으로, 밝은 색채의 초상화와 종교화로 그의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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