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 - 약속의 땅을 향한 삶의 로드맵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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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집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내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천연덕스럽게 "여기가 어때서요?" 라고 반문한다.

사람들에게 이곳이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환경, 불편하기 짝이없는 환경으로 보였을 것이다.

맞다. 정확히 맞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내가 살고 있다.

여기가 어때서요, 라고 되물었지만 나도 속으로 여기는 야생짐승이 사는 곳이지 사람이 살만한 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겨우내 눈속에 파묻혀 있는 곳에서, 겨울만 되면 물이 끊기는 곳에서,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여름이면 온갖 벌레와 까치독사와 살모사가 우글거리는 속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위험한 곳에서

내가 산다.

이유는 단 하나.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인도하셨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애굽에서 광야로 인도되었다.

애굽에서 호위호식하던 백성들은 아니었지만 그들 눈에는 적어도 광야보다는 애굽이 살만한 곳이다.

광야는 사람이 살만한 땅이 아니라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툭하면 모세를 원망하고 하나님을 원망했다.

홍해를 가르신 하나님을 잊고,

마라에서 기적을 보여주신 하나님을 잊고,

르비딤에서 함께하신 하나님을 잊고,

시내산에서 함께하신 하나님을 잊고 불평하고 원망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원망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들의 믿음 없음을 비난했다.

바다를 가르는 것을 목격하고도 저렇게 불평할 수 있을까,

쓴물이 단물된 것을 보고도 어쩜 저리 원망이 많을까 하면서.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이스라엘 백성들 보다 내 믿음이 훨씬 좋다고 자만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을 만날 때마다, 최소한  나는 저들보다는 믿음이 견고하다고 우쭐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광야에 놓이게 되고 보니, 광야생활을 실제로 겪고 보니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음을,

아니 저들과 똑같은 나를 발견했다.

이곳으로 몰고온 남편을 원망하고,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고, 불평하고 화를 내는 모습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면서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게 아니고 남편을 원망한다고 어줍잖은 변명으로 나를 보호했다.

하나님께 불평하는 게 아니라 남편을 향한 불평이라고 하나님을 속이려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비난하고 믿음 없음을 한탄하던 내가 저들과 똑같이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믿음없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엎드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날 시작된 기도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겐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최종 목적지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인데 과연 나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하는.

목적지를 알게 되면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해질 것이다.

나는 여기에 왜 있어야 하는지,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는다.

궁금하다고 조르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빨리 옮겨달라고 채근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도하며 기다릴뿐이다.

이 훈련을 잘 통과하길 바라면서.

이동원 목사님은 훈련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며 두려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훈련을 받는 동안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가 함께 하시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는 지금 하나님이 세우신 최고의 학교인 광야학교의 재학생이다.

이 최고의 학교에서 훈련을 잘 마치고 모범생으로, 장학생으로 졸업한 뒤 하나님이 이끄시는 데로 살기를 원한다.

그 일이 언제인지, 그것이 무슨 일인지, 그곳이 어디인지 아직 모르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사는 것이 내가 이 땅에 온 목적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사는 것으로 인생의 후반전을 장식하고 싶다.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 [인생 여행], 지금 이 자리를 견고하게 다져준 [인생 여행], 후반부 인생을 그리게 해준 [인생 여행]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하시고 책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께도 경외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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