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 - 군의문사 유족들은 말한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엮음 / 삼인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군대는 이 땅의 많은 남자들이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곳이다.

나는 군에 관한 이야기를 귀 따갑게 들었다.

내무반 이야기, 훈련과 구타 이야기, 성추행 이야기, 전우들과 고참들 이야기 등등.

그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군대는 두렵고 무섭고 가혹한 곳, 안 가는 게 좋고, 피하는 게 좋은 곳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얼마전 읽은[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라는 책을 통해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고 안도했다.

부대에서 강연하고 상담을 하는 저자의 눈을 통해 군대가 그간 많이 바뀌고 변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벌써부터 군에 안 갔으면 좋겠다는 심사를 내비치는 두 아들에게 개선되고 달라진 군 생활을 설명하고

안심하고 다녀오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유가족의 아픔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여러번 쉬었다 읽어야 했다.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착찹한 마음을 가누기 어려웠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두려웠다.

의심스러웠다.

과연 개선되고 달라졌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었다.

몇 년 뒤 내게 닥칠 현실이라서 가슴이 조여오는 답답함을 느꼈다.

이런 곳으로 아이들을 밀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은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들과 유가족의 한맺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그들의 죽음이 뭔가 미심쩍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죽은 자들은 우리의 아들이고 남편이며, 아버지이다.

군에서는 집안문제, 여자문제, 부적응 등의 이유로 자살했다고 종결했던 사건들이나

군의문사위원회에서는 이들의 죽음을 구타와 가혹 행위, 성추행, 과중한 업무 등으로 밝혔다.

가슴 아픈 건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다는 것이다.

남은 가족들은 절규한다.

아들의 자살 이유를 밝혀달라고, 국가는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을 외면하지 말라고,

10년 넘게 영안실 냉동고에 있는 아들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이들의 절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러나 2006년

군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가 한시적이나마 설립되어 이들의 편이 되고 힘이 되어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신원했다.

군의문사란 군인(전환복무자 포함)으로서 복무하는 중 사망한 사람의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사고 또는 사건을 말한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가족의 의문사를 밝히고 군당국의 사과,

국립묘지에 안치 되는 것과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담하고 정부는 싸늘했다.

유가족들에겐 가족을 잃은 슬픔 하나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다.

그런데 세상은 군에서 자살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얹어주어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자살할 이유가 없는 내자식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를 생각하면,

그들이 야위어가고 병들어가며 허망한 세월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힘 없고 뒷 배경 없는 서민들이 나약한 외침이 그저 가엾고 안쓰럽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군대에서 일어난 군인들의 억울한 죽음을 더이상 쉬쉬하며 숨기는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 

젊은이들의 죽음에 정부와 군은 더이상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간 젊은 주검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한 짓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차단된 군대라는 특수공간에서 일어난 의문사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며,
앞으로 자식, 배우자, 형제, 친구를 군대에 보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을 계기로, 책에 소개된 사건의 진상규명을 계기로 군이 투명해지기를 바라고,

우리 모두와 관련 있는 이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