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구판절판


상상의 나라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을 들고 두 번째 이야기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신비한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이야기. 이번엔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려고 하고 있을까? 달근하고 상큼한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무시무시한 마법사의 이야기라도 있을까? 1권에서 만난 이야기들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은 없었는데, 2권은 어떨까? 궁금하다면 펼쳐봐야 한다. 1권 보다 조금 더 두툼해진 책. 이번엔 다섯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제 이 신비한 동화책을 펼쳐보자.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말이다.



그림 동화는 아이에게 읽어 줄 때면 한번에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한권의 책을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주고, 싫증을 느낄 정도가 되었을 때는 책이 너덜너덜 해지기 일수였다. 똑같은 책을 왜 그렇게 많이 읽을까 싶은데, 이야기를 듣는 아이는 책을 읽는게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가 읽어줄 때 아이는 그림속으로 빠져든다. 그림속으로 빠져들어 엄마가 읽어 주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소리가 되어서 귓가를 멤돌기 시작하고,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곤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 줄때마다 아이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 어제 만난 세상과 오늘 만난 세상이 다른 이유는 매일 아이가 만나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마가 읽어주는 소리에 따라서 달라지고, 어떤 그림이 눈에 들어왔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지금 만난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이 그런 책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맛을 내는 책.



다섯도시 제국의 대장으로 마을을 침입하려하는 붉은 수염 오랑캐들을 찾아 나선 이틸랄마튈라크. 할머니의 숲, 아버지의 강을 거치고 에스메랄다 산으로 햐하는 이탈랄마튈라크. 무섭디 무서운 오랑캐와 만나 화친을 하고 꿈을 여는 풀을 태워 그들을 잠재운뒤 큰 소금 호수에 실어 띄어 보네는 '에스메랄다 산'이야기가 알파벳문자 E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평화로운 마을을 지키기 위해 꿈을 여는 풀을 태우는 이틸랄마튈라크. 에스메랄다 산을 나타내는 E구역을 지나 잠의 밤과 뒤섞인 꿈이야기를 풀어 낸 얼음나라 F를 거쳐서 존이 발견한 돌문은 거인들의 섬으로 이끌어 준다. 존 맥셀커크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막힌 반전이 숨어있는 것도 아닌데, 아슬아슬하니 가슴을 졸이게 만들고, 갸웃거리게 만드는 거인들의 섬이 G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영화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날 시간이다. 웅갈릴들의 나라. 신의라고 불릴만한 알비니우스가 울갈릴들족의 대장 소르도가이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소르도가이가 보통 남자가 아니다. 남자가 봐도 멋진 이 남자가 사랑에 빠졌단다. 동굴족의 공주 타위아나에게. 그녀를 얻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받으려고 알비니우스를 납치했다고 하니, 풋하고 웃고 말아야 하는데, 그럴수가 없다. 그의 사랑이 너무나 애잔하다. 게다가 말이 통하니 타위아나도 알비니우스에게 넋두리를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그에겐 소중한 사람이 되었는데, 누구의 말을 들어줘야 할까? 산적두목과 공주가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이들의 사랑이 아름답다. 알비니우스는 소르도가이와 타위아나에 사랑의 전달자가 될 수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거치고 나면 두번째 지도책의 마지막 관문 I에 해당되는 인디고 섬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구름천을 찾아 떠난 코르넬리우스가 만나게 된 여관 주인. 그의 말을 믿어야 할까? 믿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은 코르넬리우스에게도 오르배 섬 사람들을 믿고 싶은 맘이 있어서 였을 것이다.



신화들은 닮아있다. 중국신화를 읽으면서 우리네 신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북유럽신화를 만나기도 한다. 프랑수아 플라스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책 또한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듯한 이야기들. 낯설지만 낯익은 이야기들. 읽을수록 다른 매력으로 놓쳐버렸던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휘리릭 책장을 펼치는 것만으로 기분 좋게 만들고, 하나씩 골라 읽으면서 콩닥거리게 만드는 마력을 펼치고 있는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어디선가 본 듯 할지라도 다재다능한 프랑수아 플라스가 만든 책이 아니라, 그냥 오르배 섬 사라들이 만들어 놓았다고 믿고 싶은 그런 예쁜 책.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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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응모가 되었나봅니다.
깜놀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운좋게도 이 리뷰를 12일에 올렸던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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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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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책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동화를 좋아했다.  그림동화는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했었다. 어린시절에 아버지는 책 좋아하는 딸을 위해서 국민학교를 다니는 아이에게 고등학생에게나 맞을 듯한 책을 전집으로 사주셨었다.  읽고 또 읽다보면 고등학생이 될꺼라고.  그래도 좋았다.  읽을 책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으니까.  그 어린 나이에 이해도 못하면서 좁은 문을, 노인과 바다를, 나탈리 부인을 읽었었다. 그걸 왜 읽었을까?  고등학생이 되었을때는 어찌나 많이 읽었던지 온전한 책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였을까?  임신을 했을 때 부터 도서관에서 그림동화를 읽어줬다. 내 아이들에게. 지금도 혼자서 충분히 글을 읽는 작은 아이를 옆에 끼고 앉아 책을 읽어 준다.  싫다고 해도 읽어준다.  내 어린시절을 보상 받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굉장히 근사한 동화책을 만났다.  '아~' 하고 첫 마디가 절로 나오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읽기엔 글밥이 꽤나 되기도 하고, 요즘 나오는 신화들처럼 아슬아슬하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신화임에도 말이다.  그런데 이 클래식한 그림동화가 너무 좋다.  코넬리아 푼케의 <잉크하트>속 인물, 모티모처럼 한단어 한단어 입으로 음미하면서 읽으면 그림 동화속 이야기들이 튀어 나올것 같이 글들이 클래식하다.  그 표현이 딱이다.  고전적이다가 아니라, 클래식하다가 어울린다.

 

오르베 섬의 지리학자들은 지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거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지도로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오늘날, 오르베 섬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곳 지리학자들이 시도한 이 몇 권의 지도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도책에 담긴 또 다른 세상'. 오르베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물론 오르베 섬 사람들은 상상속의 이야기다.  하지만 믿고 싶다.  이렇게 멋진 지도책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들이 만들어 낸 첫번째 지도책은 <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이다.  몇개의 지도책이 들어있나?  빙고~!  맞다.  A부터 시작해서 D까지 알파벳일때도 있고, 불어일때도 있지만 그렇게 늘어놓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아마조네스의 나라 / 쌍둥이 호수가 있는 바일라바이칼 / 바다의 진주 캉다아 만 /북소리 사막 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은 모두 스물여섯 나라의 지도가 실려있단다.  이들 나라의 바다, 산, 숲, 호수, 강, 식물, 동물 이야기 뿐 아니라 의복, 풍습, 관행, 신앙, 종교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지도속에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 근사하지 않은가?

 

 

 전설의 여전사 족이 산다는 지상낙원, 아마조네스. 격렬한 싸움 후에 핏빛숲으로 사라져 버린 전사들. 그녀들을 짝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녀들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 무엇을 이야기 하나 궁금했다.  음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음에도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 악사가 전설의 여전사드를 왜 기다리고 있는지. '먼지의 나라'에서 만나는 유포노스와 아마조네스 전사들의 이야기가 '아마조네스의 나라'속에 담겨져 있다.  쌍둥이 호숙 있는 바일라바이칼은 어떤가? 두개의 다른 눈처럼 색이 다른 쌍둥이 호수. 오드아이인 아이가 태어나면 바일리바이칼 호수로 데려가 세례를 주고 무당이 되는 곳. '지혜의 늑대'에 제자가 되어 무당의 자리에 앉은 '세-심장-돌'의 이야기. 그의 뒤를 잊는 사람은 선교사인 '흰 얼굴-검은 옷'일까?  세상 곳곳에 수많은 거래선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 캉다아 만.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산골 소녀 지야라가 어떻게 예언의 소녀가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선장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소리 사막'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영웅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북소리 사막의 톨칼크.  

 

 '늑대와 춤을'이라는 케빈코스트너의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책속에 나온 주인공들의 이름과 곳곳에 보여지는 다양한 명칭들 때문이었다.  분명 생소하지만, 고개가 끄덕여 지는 이름들. '주술'과 '마법'이 한데 엮여져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들.  굉장히 다양한 책들의 홍수속에 빠져 있음에도 이 책이 귀한 이유는 이 따뜻함이 가슴까지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전적이라는 말보다는 클랙식함이 어울리는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시리즈.  스물여섯 나라를 지도로 돌고 나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것 같은 희망을 가지고 책을 읽어 보련다.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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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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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한번 쯤 들어보았을 듯 한 이야기다.  어째서 괴담속에 나오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꼭 한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밤에 끝까지 남아서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하나씩 사라지곤 하는 이야기들은 입시라는 틀속에서 한줄기 빛이 었을지도 모른다.  무서우니 얼릉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정류장에서부터 십 분 정도 거리의 오르막인 '언덕', 길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팔라 가장 힘든 '절벽' 이라고 표현이 되어지는 학교가 나온다.  내가 다니던 학교를 모델로 따왔나 싶을 정도로 고등학교의 모습이 닮아 있다.  인왕산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산등성에 있던 학교는 꽃다운 여고생들에게 튼실한 무다리를 선사해 줬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니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올 초에 강풀 만화 중 <조명가게>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다.  에피소드 중 하나가 사라지는 아이들 이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사라지는데, 사라진 아이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고, 처음부터 그 아이는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가끔 욱신거리게 아플때가 있긴 하지만 왜 인지는 모른다.  그런 이야기..  어디에선가 한 번쯤 들었던 그런 이야기.  오늘 같이 있었는데 또 다른 오늘이 되면 낯선 듯 낯익은 물건들을 보면서 누군지 모를 사람을 그리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는 은연중에 만나고 있다.

 

 인주가 죽었다.  학교 뒤 연못에서.  새벽을 가르며 학교에 올라가던 인주가 죽었다.  그리고 괴담이 돌기 시작 한다. '너 그거 알아?'라는 은밀한 속삭임과 함께. 어느 학교에나 하나 둘씩 있는 괴담이 끊이지 않고 아이들 주변에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 지연과 연두가,  엽기 트리플이라는 미래, 치한과 보영이 있었다.  아이들은 성악을 하는 연두와 지연이 은근히 인주를 따돌렸다고 이야기 한다.  연두와 지연은 같은 반이었으니 둘이 더 친하게 당연한테, 예고가 아닌 학교에서 은근히 퍼지는 소문은 단짝 처럼 보이던 연두와 지연마저도 떨어뜨려 놓는다.  그러면서도 괴담은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변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연못 위에서 일 등과 이 등이 사진을 찍으면 이 등이 사라진대.

연못 위에서 형제가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대.

연못 위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가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대.

연못 위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가 사진이 찍히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대.

텅 빈 교실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가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대.

셋이 찍으면....?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은 아이 지연.  부모의 재력이 있고, 절대음감까지 가진 이아이가 음악교사, 경민에겐 눈엣가시처럼 보였다.  경민은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라 확신을 하지만, 지연에게 책임에 있기를. 지연이 죄책감에 떨기를, 그러다 망가져 버리기를 원하다.  자신이 못 가진 것을 가진 학생에 대한 부러움 이었는지도 모른다.  경민의 친구인 PD가 만들고 있는 다큐에 여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한 아이들.  지연과 연두 그리고 인주의 이야기 였을까?  .  여주인공이 되는 순간 앞날이 열릴 것 같았으니까.  PD가 원했던 건 무너져 내린 경민을 찍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누가 여주인공으로 뽑히던 그 학생은 경민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이상한 관계에 아이들.  더 이상한 아이들.  엽기 트리플이라 불리는 치한을 두고 함께 사귀는 미래와 보영. 

 

 보영의 머리를 묶어 주고 있는 보라색 머리끈, 연두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반지, 주은 디지털 카메라 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여학생.  주인없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괴담은 현실이 되지만,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  인주는 괴담의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어째서 인주는 잊혀지지 않고 있을까?  지연을 누르고 있는 이야기들.  아무도 모르는 지연과 또 한 사람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은 외로움인지도 모른다.   첫 번째가 되고 싶은, 무대 위의 주인공을 꿈꾸는 아이들. '너만 없으면 돼?' 정말? 그런데 왜 두 번째 아이일까?  보통의 괴담 속 이야기는 첫 번째 아이의 사라짐이다.  너만 없으면 일등이 되니까.  늘 사라지는 건 두 번째 아이였다.  남는 건 첫 번째 아이. 첫 번째 아이는 언제나 남지만, 한 번도 첫 번째 아이가 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아이가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그 순간조차도 첫 번째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짐에도 언제나 남는건 두 번째 아이였다.

 

 우정이 지독한 질투로 변하고, 열정이 비틀린 집착으로 물들고, 간절히 사라지길 바라는 존재가 생겼을 때, 간절히 원할 때 찾아와 현실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  작가의 말처럼 괴담의 의미를 도저히 읽어 낼 수가 없을 지도 모른다.  배 속에 든 창자처럼 단순한 형태의 미로지만, 출구를 찾는 사이 흡수돼 버리고 마니까. 목적도 의미도 없는 커다란 함정이니까.  혹시, 이 함정에 빠져서 내가 기억못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두 번째 아이로 인해서 어느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는 건 아닐까?  여름밤을 잠 못 이루게 만들면서 <괴담>은 이렇게 프리마돈나와 세콘다돈나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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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조커 2 한네 빌헬름센 형사 시리즈
안네 홀트 지음, 배인섭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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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에 만들어 졌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은 B급 영화의 고전이다.  20세기 초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싸구겨 장르 소설을 펄프 픽션이라고 칭했었다.  지금 내가 있는 책은 민음사에서 장르 불명, 규정 불가, 순수 100%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을 내새우면서 B급 소설의 부활을 외치면서 만든어낸 <펄드>에서 7월에 야심차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요즘 흔하게 접하게 되는 책들과는 다르다.  책 날개가 없는 표지, 양장본을 과감하게 엎어버리고 중저가 본문용지를 사용해서 7800~8800원대의 가벼운 책을 보여주고 있다.  책 값만 가벼운 것이 아니라 책도 가볍다.  아이들 책보다도 아담한 사이즈의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읽어봐~ 후회하지 않을꺼야. 재밌거든.'을 외치는 것 같은 그런 책이다.  

 

 

 노르웨이 전 법무부 장관 안네 홀트가 쓴 <데드 조커>.  검사 부인의 참혹한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제 브로모라는 소아성애자의 이야기를 슬쩍 슬쩍 꽤나 비중있게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 그에 목을 조이고 있고 카이에 도움이 필요하다.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둘이 아니다.  시한을 두고 그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물론,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꺼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는 않고 있다. 처음엔.  숨겨둔 카드처럼 살짝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시선으로 다른 곳을 비추고 있다.  <데드 조커>는 비쳐야 할 곳이 꽤나 많은 이야기다.  세실리와 함께 한 한네가 어째서 천사같은 이라는 말을 항상 달고 다니는 에이빈을 만났는지는 모른다. 우연? 아니면 필연?  그녀의 오토바이가 달린 끝에 에이빈이 있었다.  그가 이야기 한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여전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네는 그를 믿지만 내 머릿속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걸까?  또 다른 조커가 있는걸까?   알 수 없다.

 

"소소한 증거들이 너무 많지. 아주 이상하고 너무 눈에 띄어서 절대 우연이라고 말할 수 는 없는 증거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할보르스루드를 부인의 살해범으로 잡아넣기에도 모자라고, 브로모의 살해범으로 잡아넣기에도 너무 약한, 순전히 정황증거들뿐이야.  할보르스루드가 진술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아무 지금 가둬 놓지도 못했을것." (p.179)

 

 한네의 말처럼 모든 것은 할보르스루드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너무 약하다.  갑자기 죽어버린 소아성애자인 브로모의 죽음에 할보르스루드의 지문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급전개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그를 잡아두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그리고 그속엔 '나머지 하는 우리 조커, 스톨레 살베센이야. 우리가 이 게임 전체에서 그의 역할을 찾아낸다면 문제의 해답도 찾을 거야.  분명히 그럴 거라고.'(p.181)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것 처럼 할보르스루드 뒤에 살베센의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몰락한 CEO 살베센과 고등검사, 할보르스루드. 그리고 그들의 사건을 기사로 썼던 신문기자, 브로모.  이들에게 있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어째써, 할보르스루드는 벌써 죽은 살베센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이 이렇게 한네의 촉을 거드리는 것일까?  

 

 B급 소설의 귀환이란다.  분명 내 책장을 채우고 있던 예전 책들은 이런 책이었다. 가볍고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이 소설들 뒤에 인터넷 소설이 자리를 차지하더니, 책장만 바라 봐도 기분좋은 하지만 손에는 잘 잡히지 않는 두꺼운 양장의 책들이 한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다시 그 옛날 얇고 가벼운 책을 잡아 들었다.  커피 한잔에 5,000원이 넘는 지금, 커피 두잔값보다 저렴한 책.  내겐 흐믓하다.  B급 소설을 킬링타임용 소설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킬링타임이라? 책으로 킬링타임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책에서든 무엇인가를 얻어낸다.  쌓여있는 책들중에서 이 책을 고른것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족한다.  재밌다.  슬쩍 슬쩍 끼어 놓은 상황들이 조각보를 맞추어 가듯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되는 순간, 통속적인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어서 더 좋다.  이제 나는 안네 홀트가 만들어 낸 한네 반장에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린다.  <펄프>에서 밀고 있는 안네 홀트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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