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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몽타주 ㅣ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평점 :
범죄 수사용 초상화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몽타주는 따로 또 같이 처럼 여러 부분을 모아놓은 거란다. 그뿐인가? 영화에서는 단편들을 조합해서 한편의 통일된 작품으로 엮어내는 편집작업의 총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내가 앍고 있는 지식은 참 단편적이다. 얼굴이라는 의미보다는 수배전단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몽타주'가 가장 강하게 다가왔었던 것은 몇해 전에 웹툰으로 단우작가가 <몽타주>라는 작품으로 '안면실인증'에 대해서 다룬 내용이었다. 그 작품은 으스스하게 소름이 쫘악 돌았었는데, 이번에 만난 <그 녀석의 몽타주>는 시종 웃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선한 눈을 가지고 있지만, 무지 큰 곰 머리를 쓰고있는 아이. 그리고 새초롬하고 검은 눈동자만 보이는 여자아이. 누구를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커다란 곰의 탈보다 민소매에 어린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소녀가 궁금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왔던 건, <새움 청소년 문학 1>. 이제 새움에서 청소년 문학도 다루는 구나. 청소년 문학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나에게 새움에서 나온 청소년 문학의 첫번째 이야기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집 큰아이의 키가 160이 넘어서고 있다. 요즘 여자 아이들이 거의 그렇지만, 외출이라도 하려면 꾸미기에 여념이 없고, 예쁘다 싶으면 내 신발도 신는다. 그러니, 초등학생 보다는 중.고생이나 대학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버스 기사님들이 버스카드를 찍을때마다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도 깔깔거리면서 웃곤 했는데, 이 정도를 넘어서 열입곱에 삼십대로 보이는 아이가 있단다. 보통의 기사님들은 학생이예요 하면 믿어 주시는데, 장난친다고 경찰서까지 데리고 가니, 이 녀석의 고민도 상당할 것 같다. 어디 그뿐이냐? 버스 기사님이 버스값 제대로 안낸다고 경찰서로 직행하는 것은 애교다. 술취한 누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다가 원조교제범으로 몰려서 경찰서로 향하고, 화투치는 엄마 모시러 갔다가 도박꾼으로 잡혀가기도 한다. 곁에 엄마가 계시는데도 도통 믿지를 않는다. 그것도 항상 동일한 경찰서에서 말이다. 이 녀석의 이름은 아이의 얼굴처럼 '안 동안'. 요즘하는 유행하는 게그의 한토막처럼 '동안이 아니무니다'를 외쳐야 할 듯 하다. 부모님도 삼촌도 다 잘나셨다는데, 뭘 잘못먹었는지 이 녀석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들어보인다. 가장 잘하는 것은 '빵 뚫기'.
'빵 뚫기'가 뭐야? 청소년들이 담배를 사는 걸 표현하는 은어란다. 빵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동안에겐 잘생긴 친구, 성우도 있다. 아니, 동안이 보기엔 동안외엔 모두 다 잘생긴 것 같다. 친구도, 삼촌도, 심지어 주혜누나의 전 남친도 말이다. 외모지상주의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억울한 판에, 삼촌이란 사람은 똥색 깔깔이를 던지면서 담배랑 술사오라 시키고, 친구들도 빵을 외쳐된다. 심지어는 삼촌의 소개팅 자리까지 대신 나간다. 일년에도 몇번씩 바뀌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는 "시바, 앞으로 내가 여자를 만나면 인간이 아니다. 개자식이다.시바!"(p.55)를 외치더니만, 정말로 소개팅을 안나가는게 아닌가? 그곳에서 동안은 주혜누나를 만난다. 소주혜. 동안의 첫사람, '윽, 꺼져'의 중얼거림으로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던 빛나보다 훨씬 더 예쁜 주혜 누나. 동안의 인생은 이제 필까? 여섯살이 문제겠는가? 어차피 동안을 열일곱으로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재미있다. 읽는 내내 깔깔거리게 만든다. 수재소리 듣던 막냇삼촌이 일을 저지르면서 동안의 얼굴에 대한 불만은 불만거리도 되지 않는다. 막냇동생이라고 어지간이 부모님이 애를 쓰시는게 아니다. 그덕에 동안은 뒷전이다. 물론, 예술적인 감각은 뛰어나지만 음식맛이 형편없으신 부모님이 만두집을 하시는것 역시 이해불가이긴 마찬가지다. 일주일 용돈 만원. 그용돈 마저도 삥을 뜯는 삼촌. 어쨌든, 삼촌덕에 만난 주혜누나는 동안에게 행복을 경험하게 해준다. 노래방에도 가고 곱창집도 가고, 피부샵까지 가니 말이다. 진정한 동안이 되기위해 피부샵과 성형외과를 갔을때의 밀려들었었던 자괴감을 주혜누나는 사라지게 만들어 준다. 가끔 술을 마시면 돌변하지만 말이다. 그뿐이랴? 주혜의 전 남자친구와의 싸움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재밌다. 골드카드 앞에 교통카드를 고급자동차 키 앞엔 아빠의 자전거키로 싸우다가 더 이상 할것이 없으니 머리 큰거 가지고 싸움을 한다. 유치함을 찾는다면야 막냇 삼촌도 한몫한다. 서른이 넘은 어른들이 아이와 싸우는게 딱 아이 나이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 우리집 작은 녀석보다도 유치하다. 게다가 뻔뻔하기 까지 하다.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동안은 공부로 고민을 하기에는 고민할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시종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들어 준다. 생소한 청소년들의 언어로 깜짝깜짝 놀라지만, 요즘 아이들이니 당연하다. 출퇴근 시간의 버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대화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처음엔 싸움을 하는 줄 알았는데, 칭찬도 욕으로 하는 걸 듣고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데, 문학과 실생활은 다르다. 그런점에서 <그 녀석의 몽타주>는 딱 아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동안의 얼굴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혜 누나의 말이 정답이 아닐까? " 네 마음은 따뜻해. 넌 잘 모를 거야. 누군가를 대할 때마다 진심을 다하는 네 모습이 참 좋아. 세상이 정해준 잘생긴 기준은 필요 없어. 진짜 중요한 건 너야." (p.329) 정답을 알고 있지만, 남이 인정해주는 정답은 왜 이리도 달콤한지 모른다.
연애인이라고는 설운도만 아시는 할아버지가 연예인 닮았다고 했다는 가슴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동안을 품어낸 차영민 작가다. 열일곱살에 이십대 후반에서 오십인 아버지의 동생 소리까지 들었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재미나다. 그럼에도 아직은 '아저씨'보다는 '학생'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제주도 청년. 평일에는 아르바이트, 주말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이 청년은 언제 글을 쓸까?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기 힘들었을 듯 하다. 가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만나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를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청소년 문학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난 해피엔딩이 좋다. 아이들이 읽을 책인데, 행복해지는게 좋지 않은가? 책 좋아하는 딸 아이가 영어캠프를 가 버려서 아직 책을 읽지 못했다. 딸아이에겐 어떤 느낌으로 이 책이 다가갈지 궁금해 진다. 나처럼 이렇게 깔깔 웃을까? 아님, 고등학교 문화에 놀랄까? 설마? 동네 주변이 온통 중고등학교니 그럴일은 없을 듯 하다.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내고 있는 <그 녀석의 몽타주>. 그나 저나, 일러스트에 나온 검은 머리의 소녀는 누굴까? 딱 우리 딸 다섯살 무렵 모습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