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3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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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리본체조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긴 옷고름을 팔랑거리면서 공중제비를 하며 굴러오는 사람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제 3권. <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데굴데굴 구르며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언뜻보면 선녀들의 하강처럼 보이는데, 대머리다.  불덩어리 종파 스님들이시란다.  붉은 기운이 도는 나무들과 이 스님들의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린다. 아니, 아름답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삽화를 작가 프랑수아 플라스가 그렸다니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림까지 소질이 있다.  그가 이번에 이야기하는 그의 머리속 신화들은 어떤 내용일까?

 

 

 해마다 비취 나라의 왕은 멋진 계절을 즐기고자 비취산으로 가는데, 왕이 머무는 동안 단 한 방울이라도 비가 내리면, 자신에 대한 엄청난 모독으로 여겨서 '태양을 살피는 자'들이라고 불리는 점술가들에 목에 나무 형틀을 씌우고 형벌을 내린단다.  이번에 벌을 받는 주 통과 뒤키안의 수제자인 한 타오가 일주일 안에 원인을 밝혀내지 않는다면 스승과 제자 모두 목을 베겠단다.  자신이 노는데 비가 왔다고 이 난리니, 분명 독재다.  어쨌든, 한 타오는 하인인 자오 팅과 함께 원인 조사를 떠난다.  불덩어리 종파 스님들의 암호를 해독하고 갈대숲에서 작은 배를 탄 아이들을 지나 다섯 개의 찌푸림 고개를 건너서  한 타오는 왕족 꿀벌 한마리를 잡는다.  한 타오가 해결을 했단다.  어떻게 해결을 했을까?  "벌떼들 때문에 궁궐의 점성가들이 곤란을 겪고 있어. 오염된 꿀이 태양새를 바보로 만들고 있어 꿀과자는 태양새의 식량이자, 수고에 대한 대가일세."(p.25) 꿀벌을 잘못 관리해서 맛없는 꿀이 만들어 지고, 그 꿀을 먹은 태양새가 잘못 날라갔단다.  태양새는 태양 빛이 가장 눈부신 장소를 향해 곧장 날아가는데, 잘못된 음식을 먹었으니 어떻겠는가?  탈이났지. 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비취나라이다.

 

 

 코라카르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이곳 사람들은 모두 용맹스런 기병들이다.  그들은 만 마리의 백마가 모이는 축제가 열리면 대규모 마상시합을 벌이는데, 이들 중 최후의 승리자는 푸른색으로 칠한 종마를 타고, 달의 산이라 불리는 방목지로 말들의 무리를 이끄는 영예를 얻게된다.  그리고 이곳, 쿠칼뤼아 마릉에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눈이 안보이는 소년 카들릭이 있다.  염소 가죽으로 만든 작은 북을 두드리며 연주를 하는 카들릭은 마상시합을 보고 싶었다.  허약한 할머니와 눈이 보이지 않는 카들릭.  흰 암말의 말총 타래를 가지고 있는 카들릭은 "나는 카들릭, 쿠칼뤼아의 장님 소년! 내 노래를 들어봐요! 내가 바로 북치는 소년! 암말들의 조련사! ~ 내 발은 땅을 구르는 발굽, 내 손은 가죽을 치는 발굽!~ 나는 카들릭, 말을 춤추게 하네! 나는 흰 암말의 말총, 말총을 잊고 또 잇네."(p.43)카들릭의 노래는 마법이 되고 카들릭은 종마들에 둘러쌓이면서 '말들을 춤추게 하는자'가 되어 달의 산으로 떠난다.

 

 

 연꽃 나라는 많은 연못과 강과 운하로 이루어진 나라란다.  드넓은 영토지만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있어, 세 가지 향수라 불리는 석호에 우연히 닳을 때에만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곳. 혈관을 따라 흐르는 피처럼 물밑으로 흐르는 절대 불변의 법륭에 따라, 물의 왕은 그 방대한 나라를 평화로이 지배하고 있는 그런 곳이다. 말로만 들어도 근사한 곳, 연꽃나라를 자모렝이 제논에게 이야기를 하고 제논은 연꽃나라를 찾아 떠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배를 여자 부선장, 지야라에게 맡기고는 1년뒤에 만나자면서 연꽃나라로 향하는 제논. 첫해에 지야라는 제논을 만나지만 다음해부터는 만나지 못한다.  제논 당브르 와지는 이제 연꽃 나라에 대사가 되어서 물의 왕이 보내온 편지를 수중 배달부에게서 받는다.

 

 

 3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는 망드라고르 산맥이다. 지도 제작을 위해 망드라고르 산맥으로 떤난 원정대. 언제나 실패로 돌아오는 그곳으로 니르당 파샤가 떠났다. 음산한 감시탑들이 내려다 보는 그곳으로. "스물여덟 개의 지방과 왕국, 백 서른네 개의 방언, 세 개의 공식 종교, 금지된 예식과 미신들..."(p.72) 이런것들이 특징을 이루고 있는 나라의 망드라고르를 지도로 그리기 위해서 조수 탈리즈와 함께 니르당 파샤는 산맥으로 들어가지만 길을 잃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인숙에서 만났던 사냥꾼 안내인을 만나게 된다. 그가 이야기하는 감시탑들의 이야기. 죽은 병사를 세운 채로 매장을 해서 발은 땅에 박히고 몸은 나무와 돌들로 뒤덮여 버린다는 감시탑.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망다르그의 진정한 마법사를 찾기 위한 산의 노력.

 

 네 가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이야기보다 황홀한 그림에 눈이 가는 <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중국을 배경으로 그린듯 한 <비취나라>는 '불덩어리 종파' 스님들과 '눈덩어리 종파'스님들과 함께 태양빛을 향해 날아가는 태양새를 나타내기 위해서 선명하고 따뜻한 색채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코라카르 나라>는 장님인 카들릭 때문인지, 처음은 회색톤으로 그려지다가, 음악을 통해서 환한 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연꽃 나라>는 그림들이 장엄하다.  거대 선박들이 폭풍과 싸우는 모습에서 항구에 정박되어있는 모습들에서 장엄함을 뽑낸다. 하지만, 연꽃나라의 세부모습들 속에서 보여지는 '망사 지방의 우아한 여인들'이나, '미친 풀의 서체, '이동 수초들'과 '꽃마을'은 감탄을 금하지 못할 정도로 세밀하다.  마지막 <망드라고르 산맥>은 이번 이야기중에서 가장 강력한 반전이었다. 그림만으로는 대 서사시 한편이 쓰여진 분위기다. 거기에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마법사까지.  이야기들은 전편에 나왔던 지명이나 사물들이 중간중간 숨은 그림 찾듯 숨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좋은것 동화 속 그림들의 아름다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를 어디서 또 만나겠는가?  작가의 상상속 사람들일지라도, 오르배 섬 사람들에겐 박수를 쳐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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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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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수사용 초상화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몽타주는 따로 또 같이 처럼 여러 부분을 모아놓은 거란다.  그뿐인가?  영화에서는 단편들을 조합해서 한편의 통일된 작품으로 엮어내는 편집작업의 총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내가 앍고 있는 지식은 참 단편적이다. 얼굴이라는 의미보다는 수배전단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몽타주'가 가장 강하게 다가왔었던 것은 몇해 전에 웹툰으로 단우작가가 <몽타주>라는 작품으로 '안면실인증'에 대해서 다룬 내용이었다.  그 작품은 으스스하게 소름이 쫘악 돌았었는데, 이번에 만난 <그 녀석의 몽타주>는 시종 웃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선한 눈을 가지고 있지만, 무지 큰 곰 머리를 쓰고있는 아이. 그리고 새초롬하고 검은 눈동자만 보이는 여자아이.  누구를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커다란 곰의 탈보다 민소매에 어린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소녀가 궁금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왔던 건, <새움 청소년 문학 1>.  이제 새움에서 청소년 문학도 다루는 구나. 청소년 문학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나에게 새움에서 나온 청소년 문학의 첫번째 이야기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집 큰아이의 키가 160이 넘어서고 있다. 요즘 여자 아이들이 거의 그렇지만, 외출이라도 하려면 꾸미기에 여념이 없고, 예쁘다 싶으면 내 신발도 신는다.  그러니, 초등학생 보다는 중.고생이나 대학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버스 기사님들이 버스카드를 찍을때마다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도 깔깔거리면서 웃곤 했는데, 이 정도를 넘어서 열입곱에 삼십대로 보이는 아이가 있단다.  보통의 기사님들은 학생이예요 하면 믿어 주시는데, 장난친다고 경찰서까지 데리고 가니, 이 녀석의 고민도 상당할 것 같다.  어디 그뿐이냐? 버스 기사님이 버스값 제대로 안낸다고 경찰서로 직행하는 것은 애교다. 술취한 누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다가 원조교제범으로 몰려서 경찰서로 향하고, 화투치는 엄마 모시러 갔다가 도박꾼으로 잡혀가기도 한다.  곁에 엄마가 계시는데도 도통 믿지를 않는다.  그것도 항상 동일한 경찰서에서 말이다.  이 녀석의 이름은 아이의 얼굴처럼 '안 동안'.  요즘하는 유행하는 게그의 한토막처럼 '동안이 아니무니다'를 외쳐야 할 듯 하다.  부모님도 삼촌도 다 잘나셨다는데, 뭘 잘못먹었는지 이 녀석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들어보인다.  가장 잘하는 것은 '빵 뚫기'.

 

 '빵 뚫기'가 뭐야?  청소년들이 담배를 사는 걸 표현하는 은어란다.  빵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동안에겐 잘생긴 친구, 성우도 있다. 아니, 동안이 보기엔 동안외엔 모두 다 잘생긴 것 같다.  친구도, 삼촌도, 심지어 주혜누나의 전 남친도 말이다.  외모지상주의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억울한 판에, 삼촌이란 사람은 똥색 깔깔이를 던지면서 담배랑 술사오라 시키고, 친구들도 빵을 외쳐된다.  심지어는 삼촌의 소개팅 자리까지 대신 나간다. 일년에도 몇번씩 바뀌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는 "시바, 앞으로 내가 여자를 만나면 인간이 아니다. 개자식이다.시바!"(p.55)를 외치더니만, 정말로 소개팅을 안나가는게 아닌가?  그곳에서 동안은 주혜누나를 만난다. 소주혜.  동안의 첫사람, '윽, 꺼져'의 중얼거림으로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던 빛나보다 훨씬 더 예쁜 주혜 누나.  동안의 인생은 이제 필까?  여섯살이 문제겠는가?  어차피 동안을 열일곱으로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재미있다.  읽는 내내 깔깔거리게 만든다. 수재소리 듣던 막냇삼촌이 일을 저지르면서 동안의 얼굴에 대한 불만은 불만거리도 되지 않는다.  막냇동생이라고 어지간이 부모님이 애를 쓰시는게 아니다.  그덕에 동안은 뒷전이다.  물론, 예술적인 감각은 뛰어나지만 음식맛이 형편없으신 부모님이 만두집을 하시는것 역시 이해불가이긴 마찬가지다.  일주일 용돈 만원.  그용돈 마저도 삥을 뜯는 삼촌.  어쨌든, 삼촌덕에 만난 주혜누나는 동안에게 행복을 경험하게 해준다. 노래방에도 가고 곱창집도 가고, 피부샵까지 가니 말이다.  진정한 동안이 되기위해 피부샵과 성형외과를 갔을때의 밀려들었었던 자괴감을 주혜누나는 사라지게 만들어 준다.  가끔 술을 마시면 돌변하지만 말이다.  그뿐이랴? 주혜의 전 남자친구와의 싸움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재밌다. 골드카드 앞에 교통카드를 고급자동차 키 앞엔 아빠의 자전거키로 싸우다가 더 이상 할것이 없으니 머리 큰거 가지고 싸움을 한다.  유치함을 찾는다면야 막냇 삼촌도 한몫한다.  서른이 넘은 어른들이 아이와 싸우는게 딱 아이 나이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  우리집 작은 녀석보다도 유치하다.  게다가 뻔뻔하기 까지 하다.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동안은 공부로 고민을 하기에는 고민할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시종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들어 준다.  생소한 청소년들의 언어로 깜짝깜짝 놀라지만, 요즘 아이들이니 당연하다.  출퇴근 시간의 버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대화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처음엔 싸움을 하는 줄 알았는데, 칭찬도 욕으로 하는 걸 듣고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데, 문학과 실생활은 다르다.  그런점에서 <그 녀석의 몽타주>는 딱 아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동안의 얼굴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혜 누나의 말이 정답이 아닐까? " 네 마음은 따뜻해. 넌 잘 모를 거야. 누군가를 대할 때마다 진심을 다하는 네 모습이 참 좋아. 세상이 정해준 잘생긴 기준은 필요 없어. 진짜 중요한 건 너야." (p.329)  정답을 알고 있지만, 남이 인정해주는 정답은 왜 이리도 달콤한지 모른다. 

 

연애인이라고는 설운도만 아시는 할아버지가 연예인 닮았다고 했다는 가슴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동안을 품어낸 차영민 작가다.  열일곱살에 이십대 후반에서 오십인 아버지의 동생 소리까지 들었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재미나다.  그럼에도 아직은 '아저씨'보다는 '학생'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제주도 청년. 평일에는 아르바이트, 주말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이 청년은 언제 글을 쓸까?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기 힘들었을 듯 하다. 가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만나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를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청소년 문학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난 해피엔딩이 좋다.  아이들이 읽을 책인데, 행복해지는게 좋지 않은가?  책 좋아하는 딸 아이가 영어캠프를 가 버려서 아직 책을 읽지 못했다.  딸아이에겐 어떤 느낌으로 이 책이 다가갈지 궁금해 진다. 나처럼 이렇게 깔깔 웃을까? 아님, 고등학교 문화에 놀랄까?  설마?  동네 주변이 온통 중고등학교니 그럴일은 없을 듯 하다.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내고 있는 <그 녀석의 몽타주>.  그나 저나, 일러스트에 나온 검은 머리의 소녀는 누굴까?  딱 우리 딸 다섯살 무렵 모습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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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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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호텔을 갔었던 것은 스물 세살 정도였던 것 같다.  외국계 회사에 다녔었을 때였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선호 했었던 조선호텔에서 만남이 많았었다.  거창하게 미팅이라고 하지만 그냥 만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일에 필요한 몇 가지들을 의논하는 거였는데, 왜 그리 떨렸었는지 모른다.  아니, 다른 사람이 되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야 호텔이라는 곳이 지금같이 사람 만나기 편한 장소라는 느낌보다는 아무나 드나들수 없는 곳으로 느껴졌었으니까 말이다.   별 것도 아니야 하면서도 옷을 신경쓰고, 허리도 꼿꼿하게 펴고 은은한 미소를 풍기면서 프런트에 들어가서 만나야 할 손님의 이름을 이야기 했었다.  외국손님과 이야기라도 나눌라치면 조금은 멋져보이지 않았을까 기대도 했었던 것 같다.  나를 감추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들어갔던 곳.  그곳이 호텔이었다.

 

 소설광들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에 열광하지 않은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물론, 가끔 허탈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없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읽고 싶어 몸살나네 만든다.  책을 좀 자제해야지 하면서 꾹 참다가 가가이야기의 처음을 알리는 <신참자>를 읽고는 그의 책이 또 언제 나오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간적인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이야기도 천재적인 유가와 마나부 교수도 아닌 새로운 인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새로움으로 무장한 새로운 인물을 만날 준비가 되었는가?  작가의 말에 의하면 상상력을 극한까지 쏟아 부었다는 닛타 고스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닛타, 당신은 누구지요?   “공로를 세우지 못하는 것보다 악한 자를 놓치는 게 더 싫다”고 이야기하는 삼십 대 중반의 엘리트 수사관이며 경시청 소속의 닛타 고스케 경위. 45.761871, 143.803944 / 45.648055, 149.850829 / 45.678738, 157.788585  도쿄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 30세 전후의 회사원, 43세의 주부, 53세의 고등 학교 교사가 죽었단다.  그리고 범행 현장에 남겨진 수수께끼의 숫자.  범인이 남긴 암호를 해결하라.  못 풀것 같은 암호를 풀어낸 닛타 코스케.  암호를 풀어내면서 네 범째 범행 장소가 밝혀진다.  도쿄 최고의 야경으로 유명한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  이제 형사들의 잠입이 시작된다.

 

 형사가 위장 잠입을 하는 경우는 영화속에서도 꽤 자주 만나게 되는 설정 중 하나다.  10 여년 전에 <미스 에이전트>의 산드라 블록이 잠입을 시작하더니 얼마전엔 <차형사>의 강지환이 완벽하게 잠입 성공을 했었다.  이제 닛타 코스케가 잠입을 시작한다.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에 호텔리어로 말이다. 호텔리어는 꽤나 근사한 직업으로 느껴지는데, TV드라마로 인기를 누렸던 작품도 있었지만, 그 속에 나오는 호텔리어들은 일 보다는 사랑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닛타 코스케도 혹시?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오로 위장한 형사들과 함께 닛타는 프론트 직원으로 잠입 수사를 시작한다.   잠입을 했으니 호텔리어처럼 보여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자세가 좋지 않아요. 우선 그것부터 고치세요. 그리고 걸음걸이도.”“아, 미안한데요, 나는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걸었어요. 오른쪽 다리, 왼쪽 다리, 번갈아 내미는 이 방식으로.” (p.25)라고 이야기하는 막무가네 형사를 호텔리어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저 손님에게는 뭔가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죠. 손에 흉터가 있다거나 멍 든 걸 가리기 위해서 라든가.”(p.106) 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호텔리어는 손님의 맨얼굴이 훤히 보여도 그 가면을 존중해드려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야마기시 나오미에게 닛타가 제대로 보일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투숙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주고 있는 그녀가 있는 호텔에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가 되어 버린다.  그런 그녀와 함께 하면서 닛타 역시 변화기 시작한다. 무례하고 오만한 형사가 호텔 이름에 흠집이라도 낼까봐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뿐인가?  그녀처럼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완벽한 반전 캐릭터인 노세를 바라보는 것 역시 바뀌고 있다.

 

 갈릴레이 시리즈와 가가 시리즈 속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다.  '척 보면 앱니다'라는 예전 유행어의 한 토막처럼 그들은 망설임 없이 사건을 해결을 한다.  그래서 닛타 고스케가 새롭게 다가온다.  전도유망한 엘리트 형사라고 하지만, 그는 배우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인물이다.  수사는 뜻대로 풀리지 않고 호텔을 찾아오는 다양한 인물에 진저리를 내는 인간적인 이 남자는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 순간 머리를 숙일 줄 알고, 인내와 끈기로 히가시노 게이코의 전혀 새롭고 흥미로운 인물로 떠올라 버렸다.  물론, 의뭉함을 폴폴 풍기는 구닥다리 형사, 노세와 함께 말이다.  ‘매스커레이드’는 ‘가면, 가면무도회’라는 뜻이란다.  양윤옥 선생은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찾아온다’는 야마기시 나오미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어쩌면 마지막까지 지녀야 할 본래의 얼굴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허상인지도 모른다'라고 옮긴이에 말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호텔속에서 닛타 형사가 만나는 여러 인물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가면을 쓴다.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닛타도 나오미도 나도 때 마다 가면을 바꾸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궁금하다.  가면무도회를 즐기듯이 가면을 쓰는 그들을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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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품절




작년 한해는 이재익 작가의 작품을 꽤나 많이 읽었던 해였다. 책 한권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책이 나와있고, 또 읽고 나면 개정판이 나와있고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이 분은 어떻게 책을 쓰는 걸까 궁금할 정도였다. 책을 많이 낸다고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그의 책은 재미있다. 단편을 내는 것도 아니고 300페이지에 가까운 책들을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거리는 것처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 그의 책들은 구입할때마다 이재익 작가의 싸인이 들어있는 책들도 다수였다. 이 작가 나와 같은 24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이 맞을까? 사실, 이재익 작가를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작가가 <두시탈출 컬튜쇼>PD라고 하지 않는가? 라디오를 잘 듣지 않지만, 주변에 열광적인 반응으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몇 안되는 라디오 프로가 <두시탈출 컬투쇼>다. 이렇게 다재다능해도 되는걸까? 그뿐이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단다. 딸 아이와 재미있게 봤던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까지 썼다니 정말 이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이재익 작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나뿐이 아니었을테고, 이재익 작가 역시 얼마나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을 내놨다.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그의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을까? 아니 대체 그 많은 일을 언제 어떻게 다 할까? 그라면 무언가 다른, 이재익만의 비법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으로 시작된 책이다. 작년 초에 인터넷 책방 사이트에서 연재되었던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읽으면서 이 작가가 서울대 생이라는 것을 알았었다. 공부까지 잘했군. 얄미울 정도로 못하는 게 없는데 나도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이 말이다. 그럼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일까?



크리에이티브 - 광고활동 중에서 창조적인 부분, 즉 광고의 제작 표현행위를 말한다. CR로 부르기도 한다. 시장조사와 미디어믹스의 과학적 활동에 상대되는 것으로, 상품 서비스에 있어서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여 아이디어를 일으켜 소비자에게 어떻게 소구할 것인가의 콘셉트를 만들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문장화·시청각화·영상화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말한다. 이러한 광고제작자를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크리에이티브는 '창조적'이라는 뜻이다.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모든 과정이 크리에이티브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어쨌든 분명 그의 시간만은 24시간일 것 같지 않은 이남자는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고, 또 펑펑 터뜨리고 있는 걸까? 내 눈에는 결과물만 보이니, 그의 작품들이 모두 대단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 작품은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기위해서 그녀만을 위해서 글을 쓰고 제본을 한 책이었단다. 여자친구의 칭찬에 빨간 우체통으로 들어갔던 책이 <문학사상>에서 대상을 받고 <질주 질주 질주>라는 책으로 출간이 되었단다. '이게 가능해?' ' 이 남자 천잰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었다. 대학시절에 그냥 썼다는 글이 잭팟을 터트린것처럼 보였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자신과 맞지않다는 이유로 그만 두기도 여러 번. 청춘이니까 가능했겠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다가 시나리오까지 썼다고 하니 이 남자의 능력의 한계를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젊음만으로 모든것을 덮어 버릴 수만은 없는 것이 또 인생이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 하지 않는가? '나도 몰랐어!'(p.37)라고 말이다. 그것조차도 치기도 보이는 이유는 부러워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분명 이재익 작가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너무 똑똑하다. 크리에이티브 중심적 습관이라는 항목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것에 안테나를 세우라는 것이다. 책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PD도 하는 사람이니, 하나만 롱런 해도 될텐데, 이쪽에서 저쪽을 만들어 내고, 서로 섞어서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의 시간관리는 어떨까? 해야 할일의 리스트보다 안 해도 될 일의 리스트를 만들라고 그는 이야기를 한다. 안 나가도 될 만남의 리스트, 굳이 안해도 될 일, 굳이 안 만나도 될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TV, 게임은 며칠 하지 않아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이다. 걱정할 시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코너 아이디어 하나라도 더내라는 것이다. 일년에 장편을 3-4권을 쓰고 출판하면서도 그저 하루에 A4용지로 한장씩만 쓰면 된다는 사람. 리뷰 한편 쓰는데도 정신이 없는데, 이 사람 자괴감까지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이재익 작가가 궁금하고 부럽다. 사람 사귀는 친화력도 대단한 것 같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작곡가 신사동 호랑이를, 컬투쇼의 정찬우, 김태균씨를, 배우 김하늘씨를 이야기하는 그의 글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하나의 삶을 살기도 어려운데, 15년을 소설가로, 13년을 시나리오 작가로, 11년을 라디오 PD로 살아 왔을 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인맥을 쌓고 있는 이재익 작가. '크리에이터 되기'로 물꼬를 트더니, '나는 크리에이터다'로 자신을 정리하는 이 남자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집, 방송국, 영화판으로 쳇바퀴 돌 듯 살았을 것만 같은 이 남자의 삶은 유쾌하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 보인다. 자신이 마주치는 이야기들로 소재를 발굴하고 '이재익과 이재익의 대화록'으로 구성을 한다는 남자. 뉴스 한 토막으로 '싱크홀'이 '41'이 시작되었고 영화판의 인연이 '원더풀 라디오'를 만들어 내고, 군대시절 경험으로 '아이린'을 만들어 낸 사람. 이재익이 말하는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를 읽어보시길. 삶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충분한 채찍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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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절판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아이들 잡지가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일년에 한번씩 도서전에만 가면 기한을 연장하곤 했었다. 도서전에선 추가로 주는 상품이 정말 빵빵했으니까. 그렇게 5년을 만났었다. 과학잡지도 독서논술이나 공부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는, 그냥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잡지가 <개똥이네 놀이터>다. 그리고 그 속엔 우리 아이들이 열광하는 만화들도 수두룩 하게 많았다. 잡지를 만났던 초기에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연재가 진행되고 있어서 가닥을 잡기도 어려웠고, 그냥 넘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연재 끝과 함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것도 가까이 있지 않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그렇게 아파했던 적이 있었던가? 선생님의 소천으로 몇일을 가슴앓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 『랑랑별 때때롱』은 그래서 구입을 했었던 작품인데, 근 5년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책장을 펼치지가 두려워서 였을까?

몇 일 전 책장을 정리하다 선생님의 책들을 모아놓았던 열을 보니 <랑랑별 때때롱>이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왜 아직도 읽지 않았을까? 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아니 좋아하고 있는 동화작가인데. 그밤에 책장을 펼쳤다. 그리곤 올 스톱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이게 선생님의 글이지... 선생님만이 가능하신 글이지. 랑랑별에 살고 있는 때때롱의 이야기, 지구별에 살고 있는 새달이와 마달이의 이야기.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선생님의 이야기가, 외딴 산골에서 아픔과 동거하며 아이들만 바라보고 사셨던 그 분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날개 달린 개의 꼬리를 누렁이가 물고 있고, 누렁이의 꼬리를 속옷 차림에 새달이가, 팬티차림에 마달이가 꼭 잡고 있다. 날아다니는 녀석, 기어다니는 녀석, 물속을 헤험쳐 다니는 녀석들은 누렁이와 흰둥이의 터럭들을 잡고 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저 작은 개 한마리가 이들을 다 끌고 있다.




새달이와 마달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랑랑별의 때때롱과 매매롱. 까마득한 하늘에 있는 랑랑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셨단다. '지구별에 사는 동무들 가운데 부모님 말씀 안 듣는 아이, 학교 숙제 안 해 가서 벌 받는 아이, 아침에 세수 안하는 아이, 이런 말썽꾸러기를 찾아오너라'(p.50) 라고 말이다. 랑랑별의 햇빛이 푸른색이었던 날 선생님이 주신 숙제로 때때롱은 새달이를 찾아냈단다. 별이 반짝이던 밤에 때때롱이 새달이에게 말을 걸면서 아이들은 친구가 된다. 하늘 만큼 먼곳에서 길다란 막대기로 호박을 따가기도 하고 종이 비행기에 글을 적어서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기도 한다. 지구별에 사는 새달이와 마달이, 랑랑별의 사는 때때롱과 매매롱. 어찌나 귀여운지 노는 것도 귀엽다. 방귀를 몇 번 뀌었는지 내기를 하기도 하고, 속이기 위해서 가짜로 방귀를 뀌기도 한다. '이제는 너희들한테 편지도 받기 싫고 아무 소리도 듣기 싫으니 뻥 꺼져라! 소똥 밟고 뒤로 꽈당 넘어지기나 해라! 이 똥강아지 같은 것들아!'(p.36)같은 편지로 토닥거리기도 한다. '때때롱은 바보 멍텅구리다', '때때롱은 바보 멍텅구리가 아니다.'(p.54)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가 입을 떠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랑랑별에서 선녀님들이 날개옷을 입고 내려와 몰래 미역을 감았단다. 지구별에서는 하얀 말을 타고 올라가서 천도복숭아를 따기도 했단다. 하얀말을 찾아야 랑랑별에 갈 수 있는데, 어디서 찾을까? 그게 문제가 아니다. 흰둥이가 새달이가 때려서 슬프단다. 랑랑별에 가고 싶다는 흰둥이에게 날개 나오는 법을 가르쳐 주는 때때롱.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면서 '날개야 나온나, 날개야 나온나!' 그렇게 하루 다섯 번씩 열흘만 해 뵈." (p.89) 매일 깡충깡충 뛰는 흰둥이. 왕잠자리가, 참개구리가, 나비가, 매미가 온갖 벌레들과 물고기들이 함께 흰둥이를 응원한다. 날개가 나온 흰둥이를 따라 누렁이와 새달이와 마달이 그리고 응원을 하던 벌레들과 물고기, 개구리가 함께 랑랑별로 떠나게 된다.



500년을 애써 우리네 옛 모습으로 살고 있는 랑랑별. 밤에는 호롱불을 켜고 세가지 반찬만 먹는 곳. 소는 소끼리 개는 개끼는 아이들은 이이들끼는 노는 곳. 무슨 일이 있었기에 500년이나 걸려서 이렇게 불편하게 살고 있는 걸까? 할머니가 500년전에 랑랑별로 여행을 가자고 하시니, 타임슬립도 가능한가 보다. 아이들과 때때롱가족들은 도깨비옷을 입고 5백 년 전으로 돌아간다. 500년 전으로 간곳에서 만난 친구, 보탈. 어른들처럼 점찮게 걷는 아이들. 가족의 정도 없이 사는 아이들. 인공수정으로 둥근 알 속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로봇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자동차가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곳. 참 잘생긴 보탈이 행복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보탈이는 왜 나가 놀지 않고 혼자서 그러니 있니?" "늘 그래요. 놀 줄을 몰라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놀 줄 몰라요.""왜 그러니? 이상하구나?""그렇게 만들었대요. 키 크고 잘생기고 머리 좋고 얌전하고 그 런 사람만 만들었대요."(p.167)



이상한 나라다. 노는것도 모르고 웃을 줄도 울 줄도 화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 로봇이 주는 밥을 함께 모여서 먹는 사람들. 엄마 뱃속하고 똑같이 만든 아기집에서 나오는 맞춤 아기들. 이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랑랑별이 지금처럼 되기 위해서 500년이 걸렸단다. 지구별에서는 지금에 랑랑별이 과거같고 500년전에 랑랑별이 미래같은데, 아니었나 보다. 지구별에서 생각하는 미래가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나 보다. 쓰레기가 쌓여가고, 농약이 넘쳐나는 곳. '새달이와 마달이는 목숨이 위태로우니 조심하여라. 때때롱 보냄."(p.78) 이 무시무시한 때때롱의 편지가 어쩌면 500년도 전에 랑랑별에게 보내는 편지였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지구별로 흰둥이와 누렁이와 함께 간 친구들과 함께 돌아오는 아이들. 어느곳이 좋은 곳일까?


로봇이 일을 하고 사람은 놀기만 하는 것이 좋을까? 힘들이지 않고 아기를 만들어 내서 그냥 내 아이라고 한다면 행복한 일일까? 좋은 유전자만을 가져다가 참 잘생기고 머리좋고 얌전하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위에는 토마토가 열리가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기도 하고, 서로 다른 종이 합쳐지기도 한다.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분명 생활은 편해져가는 것 같은데,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는 세상이 옳은 것일까? 지구별은 500년전에 랑랑별을 따라 가는 것 처럼 보이는데, 어떤 것이 옳은것일까?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미래는 분명 우리의 손끝에서 만들어 질 것이다. 지금의 어른들에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따라 할 것이고, 그 모든 것이 모여서 미래가 될 것이다. 어쩜 선생님은 그 사실이 무서우셨을지도 모르겠다. 홀로 외딴산간에서 사셨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멀리 떨어져있는 랑랑별의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가 가야하는 길을 알려 주고 계신다.


나는 생활 동화나 판타지 동화나 서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현실과 꿈(판타지)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현실을 살면서 판타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함께 꿈을 먹고 사는 거지요. 나는 여름이면 밤 하늘의 별을 오래오래 쳐다봅니다. 그래서 <랑랑별 때때롱>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 권정생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를 시작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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