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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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호텔을 갔었던 것은 스물 세살 정도였던 것 같다.  외국계 회사에 다녔었을 때였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선호 했었던 조선호텔에서 만남이 많았었다.  거창하게 미팅이라고 하지만 그냥 만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일에 필요한 몇 가지들을 의논하는 거였는데, 왜 그리 떨렸었는지 모른다.  아니, 다른 사람이 되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야 호텔이라는 곳이 지금같이 사람 만나기 편한 장소라는 느낌보다는 아무나 드나들수 없는 곳으로 느껴졌었으니까 말이다.   별 것도 아니야 하면서도 옷을 신경쓰고, 허리도 꼿꼿하게 펴고 은은한 미소를 풍기면서 프런트에 들어가서 만나야 할 손님의 이름을 이야기 했었다.  외국손님과 이야기라도 나눌라치면 조금은 멋져보이지 않았을까 기대도 했었던 것 같다.  나를 감추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들어갔던 곳.  그곳이 호텔이었다.

 

 소설광들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에 열광하지 않은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물론, 가끔 허탈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없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읽고 싶어 몸살나네 만든다.  책을 좀 자제해야지 하면서 꾹 참다가 가가이야기의 처음을 알리는 <신참자>를 읽고는 그의 책이 또 언제 나오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간적인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이야기도 천재적인 유가와 마나부 교수도 아닌 새로운 인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새로움으로 무장한 새로운 인물을 만날 준비가 되었는가?  작가의 말에 의하면 상상력을 극한까지 쏟아 부었다는 닛타 고스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닛타, 당신은 누구지요?   “공로를 세우지 못하는 것보다 악한 자를 놓치는 게 더 싫다”고 이야기하는 삼십 대 중반의 엘리트 수사관이며 경시청 소속의 닛타 고스케 경위. 45.761871, 143.803944 / 45.648055, 149.850829 / 45.678738, 157.788585  도쿄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 30세 전후의 회사원, 43세의 주부, 53세의 고등 학교 교사가 죽었단다.  그리고 범행 현장에 남겨진 수수께끼의 숫자.  범인이 남긴 암호를 해결하라.  못 풀것 같은 암호를 풀어낸 닛타 코스케.  암호를 풀어내면서 네 범째 범행 장소가 밝혀진다.  도쿄 최고의 야경으로 유명한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  이제 형사들의 잠입이 시작된다.

 

 형사가 위장 잠입을 하는 경우는 영화속에서도 꽤 자주 만나게 되는 설정 중 하나다.  10 여년 전에 <미스 에이전트>의 산드라 블록이 잠입을 시작하더니 얼마전엔 <차형사>의 강지환이 완벽하게 잠입 성공을 했었다.  이제 닛타 코스케가 잠입을 시작한다.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에 호텔리어로 말이다. 호텔리어는 꽤나 근사한 직업으로 느껴지는데, TV드라마로 인기를 누렸던 작품도 있었지만, 그 속에 나오는 호텔리어들은 일 보다는 사랑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닛타 코스케도 혹시?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오로 위장한 형사들과 함께 닛타는 프론트 직원으로 잠입 수사를 시작한다.   잠입을 했으니 호텔리어처럼 보여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자세가 좋지 않아요. 우선 그것부터 고치세요. 그리고 걸음걸이도.”“아, 미안한데요, 나는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걸었어요. 오른쪽 다리, 왼쪽 다리, 번갈아 내미는 이 방식으로.” (p.25)라고 이야기하는 막무가네 형사를 호텔리어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저 손님에게는 뭔가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죠. 손에 흉터가 있다거나 멍 든 걸 가리기 위해서 라든가.”(p.106) 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호텔리어는 손님의 맨얼굴이 훤히 보여도 그 가면을 존중해드려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야마기시 나오미에게 닛타가 제대로 보일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투숙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주고 있는 그녀가 있는 호텔에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가 되어 버린다.  그런 그녀와 함께 하면서 닛타 역시 변화기 시작한다. 무례하고 오만한 형사가 호텔 이름에 흠집이라도 낼까봐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뿐인가?  그녀처럼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완벽한 반전 캐릭터인 노세를 바라보는 것 역시 바뀌고 있다.

 

 갈릴레이 시리즈와 가가 시리즈 속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다.  '척 보면 앱니다'라는 예전 유행어의 한 토막처럼 그들은 망설임 없이 사건을 해결을 한다.  그래서 닛타 고스케가 새롭게 다가온다.  전도유망한 엘리트 형사라고 하지만, 그는 배우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인물이다.  수사는 뜻대로 풀리지 않고 호텔을 찾아오는 다양한 인물에 진저리를 내는 인간적인 이 남자는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 순간 머리를 숙일 줄 알고, 인내와 끈기로 히가시노 게이코의 전혀 새롭고 흥미로운 인물로 떠올라 버렸다.  물론, 의뭉함을 폴폴 풍기는 구닥다리 형사, 노세와 함께 말이다.  ‘매스커레이드’는 ‘가면, 가면무도회’라는 뜻이란다.  양윤옥 선생은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찾아온다’는 야마기시 나오미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어쩌면 마지막까지 지녀야 할 본래의 얼굴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허상인지도 모른다'라고 옮긴이에 말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호텔속에서 닛타 형사가 만나는 여러 인물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가면을 쓴다.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닛타도 나오미도 나도 때 마다 가면을 바꾸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궁금하다.  가면무도회를 즐기듯이 가면을 쓰는 그들을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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