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20 - CSI, 꿈을 향해 날다!, CSI 시즌 2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20
고희정 지음, 서용남 그림, 곽영직 감수 / 가나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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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I 시즌 2의 마지막 편을 드디어 만났다.  2008년에 출간된 책을 작년초에 만나고 푹 빠져서 시즌 1을 지나 시즌 2를 맞이했었는데, 이제 시즌 2에서 만난 아이들도 졸업을 하게 되었다.  지구과학형사인 강별과 송화산, 물리형사인 황수리와 최운동, 화학형사인 양철민과 장원소 그리고 생물형사인 신태양과 소남우. 이아이들 뿐이 아니다.  CSI 1기 형사들, 나혜성, 이요리, 반달곰, 한영재와 어린이 형사 학교의 영원한 쌤들, 박춘삼 교장선생님과 어수선, 정나미, 안미연 형사. 동화일 뿐인데도, 나는 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꽤나 정이 들었나 보다. 참, 잊을 뻔 한 등장인물이 또 있다.  어디서든 불쑥 불쑥 나오지만 왜 나오는지 알수없는 누렁이. 이름도 모르겠지만, 1권부터 20권까지 빠짐없이 나오고 있는 이 녀석도 그리울듯 하다.

 

 

 시즌 2가 시작되었을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혜성이가 너무 좋았던 별이, 고향인 해남에서는 천재소래를 들었지만, 서울에 올라와서도 잘해 나갈지 걱정이었던 수리, 새로운 친구에 형사라는 직업이 마냥 좋았던 철민이, 소심한 성격탓에 친구들과 어울릴것이 걱정되었던 남우, 남우가 떨어지고 CSI가 되어 부담감이 컸던 태양이, 고생하는 부모님을 돕고 싶은 맘 뿐인 운동이, 요리의 팬 카페 회원으로 요리를 보기 위해 입학한 원소와 형사는 되고 싶지만, 소극적이라 자신이 없었던 화산이까지. 하지만, 이 아이들은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영재학교로 진학해서 법학을 공부하려는 태양이, 일본의 경찰대학 부속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한 철민이, 과학추리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수리와 배우의 꿈을 키우는 별이, 법화학자가 되기위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한 원소, 국립형사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운동이와 화산이. 미국유학을 가서 사회복지하글 공부하기로 결정한 남우까지 아이들이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시즌 2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어린이 과학형사대 CSI 20』은 이 아이들의 마지막 사건을 들려준다.  아이들이 가는곳은 빠지지 않고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그게 CSI의 매력이지만 말이다. 이번에 어떤 사건들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까?  첫번째 사건은 <위조 지폐범을 잡아라!> 워낙에 칼라 복사기와 레이저 프린트가 잘 갖추어져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이런 유혹이 있을 법도 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정신이 없는 전자상가에 한장씩 나타난 위조 지폐.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듣도 보도 못했던 전기영동으로 DNA를 분석을 한단다.  물질 중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것도 있고 양 전기와 음 전기를 띠고 있는 것들도 있다. 다른 부호의 전기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전기영동이란다.  완충액 사이에 혼한물을 넣고 전기장을 걸어주면 성분 물질이 가지고 있는 전하와 이동도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과 속도로 이동하고 물질을 비교 분석해서 성분을 확인하는 것.  초등 과학이 이렇게 어렵구나를 세삼느끼게 만들어 버리는 CSI다.

 

 두번째 사건은 <뇌 지문을 읽어라!>. 뇌 지문이라... 이건 뭘까?  1기 아이들처럼 2기의 아이들도 졸업여행으로 땅끝마을까지 자전거 여행을 간단다. 그곳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딸이 사라졌다.  집에 남겨진 혈흔. 아이는 어디로 간것일까? 이웃들의 제보로 양현식이라는 인물이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본명 양현상. 나이 31세. 7년전 강도폭행 혐의로 5년 형을 받고 수감되었다가 출소한지 2년정도 된 이 사람이 왜 이마을에 나타난 걸까?  범행을 강하게 부인을 하면서 폭력성까지 나타내고 있는 그에게 사용한 방법은 뇌지문 검사. 집중력을 높이는 뇌파 학습기와 비슷한  것으로 최근엔 뇌 지문 분석 결과가 법원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되고 있단다.  거짓말 탐지기락 비슷하지만 뇌파 반응이나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해 내기 때문에 정확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니 점점 과학수사가 늘고 나고 있는 추세인 듯 하다.

 

 

 세번째 사건은 <소설에서 답을 얻다>다.  우리나라 30대 기업안에 드는 건국기업의 회장이 죽었단다.  그리고 회장의 아들이 사장을 범인으로 고발을 했다.  정황상으로는 사장인 것 같은데, 아무런 증거가 없다. 주치의 한상민의 말로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회장의 아들이 사장을 범인으로 고발한 이유? 전 회장인 박회장이 박사장의 아버지였단다.  그역시 사망원인이 심금경색.  연달아 죽은 기업의 두 총수의 사망원인이 동일하다면 이상한것이 아닌가?  이제 사건의 배경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40년전에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건국의 초기 설립자는 한창훈 이었다.  그가 죽었다.  그리고 그를 죽인이들이 박만식과 강수산. 현 건국의 회장들이다.  한창훈의 사라진 아들. 당시 여섯살이던 한창훈의 아들.  이 책을 통해서 프로포폴을 알았다.  우유주사라는 프로포폴. 이게 쓰일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프로포폴은 중추신경을 빠르게 억제해서 통증을 없애 줄 뿐만 아니라 불면증과 피로감을 없애주는게 환각을 일으켜서 환각제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별걸 다 아이들 책에서 만난다.

 

 마지막 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답안지 도난 사건>. 하루에 8시간씩 4일 내내 보는 졸업시험. 졸업시험지가 사라졌단다.  졸업시험지가 없으면 재 시험을 4일동안 또 봐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시즌 1을 읽은 친구들이라면 이게 뭔지 알겠지만, 2기의 아이들은 처음이니 우왕좌왕 난리가 아니다. 시험지를 찾아야만한다. 그것도 네시간 안에.  정형사님이 이상한 사건을 맡기는데도 아이들은 시험지 찾을 생각에 정신이 없다.  사건 현장에 있는 철민이와 운동화 자국과 운동이의 빨간 스웨터 자락. 철민이와 운동이가 범인? 시험을 망쳐서? 설마...드디어 아이들이 눈치 채기 시작한다.  졸업 실기시험이라는 것을.  시즌 1에서는 납치된 교장선생님을 찾는 것이었는데, 시즌2의 졸업시험은 졸업시험지를 찾는 것이다.  얼마나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었던 아이들인데, 눈치까지 챘으니 못 풀리가 없다.  이렇게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해간다.  그리고 나는 CSI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시즌 3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CSI가 과학 만화로 나오고있고, 과학형사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은퇴를 하셨고, 정형사님은 경찰대학 교수로 옮겨가셨으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는 힘이들 것 같다.  물론 나는 다른 이야기를 원한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알수 없지만,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와 과학 상식을 배웠다.  처음 시즌 1이 만들어졌을때는 한권에 다섯편씩의 에피소드가 나와서 빽빽하게 읽을 맛을 만들어 주더니, 어느 순간 네편의 에피소드가 설렁설렁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건 또 그대로의 장점이 있었다.  동화속일지라도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집 아이들과 비슷한 성향의 아딜도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린이 과학 형사대는 분명 '추리로 배우는 교과서 과학'을 모토로 삼고 있지만, 그보다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아이들은 변화고 그 변화는 동화속 아이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 성장하고 있으니, 과학 형사대에서 다룬 과학상식은 머리뿐 아니라 가슴까지 성장시켜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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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팬 2014-04-2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맞아요 시즌 3도 나왔구요 벌써 시즌 3기로 구성된 책이 4권까지 나왔어요.
요즘에 새로울 신의 그 신에서 25권이 나왔어요~
서점 가면 세일 해서 팔 거에요 가보세요~
쨋든 잘 보고 갑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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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출판 시장의 판도를 바꾼 EL제임스의 데뷔작. 에로티시즘에 대해 공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든 문제작. 뉴욕 전철에서 거리낌 없이 꺼내어 읽는 에로 소설.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책. 플로리다의 도서관에서 퇴출 명령을 내렸다가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다시 들어온 책. 인터넷 소설로 시작되었다가 전세계를 강타한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앞에 붙어있는 수식어구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극단적인 성애의 세계를 탐험하는 'BDSM'이며, 전통적인 '바디스-리퍼'라고도 한다.  흔히 말하는 로맨스 소설처럼 남자를 모르는 아가씨가 재능있고 부유한 남자주인공이를 만나서 사랑을 깨달으면서 냉정한 남자 주인공은 여자 중인공으로 인해 인간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그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Mommy Porn, 엄포라는 한마디로 이 책은 모든것을 보여준다. 노골적으로 성적 묘사를 표현한다.  보통의 한국여성들이 만나지 못했었던 희안하고 요상한것은 다 나온다.  아니, 이런 이야기들은 미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는 다 만났던 이야기들이다. 결박, 훈육, 사도마조히즘같은 것들은 미드 CSI를 통해서 벌써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기에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책을 읽지 않는 이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얼마나 야한가 이다.  야하다는 것은 어디까지 일까?  관능적인것을 야하다고 표현을 할까? 이책을 야하다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만나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노골적으로 묘사를 하고 있어서 야함을 뛰어넘어 버렸다.  야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이건 뭐지?'라는 의문부터 들기 시작한다.  읽다보면 워낙에 그런 내용이 많이 나와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2권은 그레이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나는 50가지 다른 빛깔로 엉망진창 망가진 인간이까. 아나스타샤.

내 인생 초반은 정말로 험난했어. 자세한 이야기로 네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지만.(p.6)

 

 약쟁이 매춘부의 아들. 네살의 엄마가 죽고, 양부모에게 입양된 그레이.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모든걸 배우고, 거부라 불리는 남자.  이남자의 첫 여인은 양모의 친구다.  별 가책없이 아나스타샤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이 이상한 관계에 있는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의 첫번째 여자를 인정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는 여인을 아동성범죄자라고 생각을 한다.  당연한일인데, 그레이는 그녀를 은인쯤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아직 그들의 관계가 확실하게 전개되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레이와 로빈스부인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희미하게 나타날 뿐이다.  어찌되었던 그레이는 아나에게 빠져들기 시작하고, 그의 재력을 맘껏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녀가 타는 비행기의 좌석을 승급시켜주고, 그녀에게 최신기족의 맥 노트북과 블랙베리를 선물하고, 보고싶다는 한마디에 자가용 비행기로 짠하고 나타난다.  딱 백마탄 왕자다.  그런데 이 왕자가 독특하다. 자신이 하는 스킵십은 즐기면서 자신하게 하는 터치는 거부를 한다. 그뿐인가?  서브미시브 계약을 하지도 않은 귀여운 여인께서 변하기 시작한다. '엉덩이는 쓰리다 못해 달아오른 것 같았다.  그런데도 놀랍게도 피곤한 것과 별개로 찬란한 기분이었다.  이 깨달음은 굴욕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p.17). 그녀만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읽는 독자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어찌나 조울증이 심하신지 계약도 하지 않은 도미넌트의 목소리 톤과 말 한마디에 왔다 갔다 한다.  그게 사랑일까? 그녀의 일념은 오로지 하나.  하지 말라는 것은 왜 그리도 하고 싶은지.  도미넌트를 만지고 싶다는 일념뿐이다.  오죽하면 많이 맞으면 만질수 있을까 하는 유치한 생각에 이른다.  그런데 아파도 너무 아팠나보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씽하고 가버리는게 아닌가.  왕자는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고, 귀여운 여인은 아파서 어쩔줄 모르고... 갑자기 코미디가 되어 버린다.  내 느낌으로는 말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6권으로 완결이 났다.  50가지나 되는 그림자를 시작으로 심연과 해방까지 그레이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직 1.2권만 읽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난리가 났다고 하지만, 딱히 나를 끌어당기지는 않는 책이었고, 휙휙 넘기면서도 읽는 시간이 오래걸렸다.  은근한 짜릿함이 아닌, 너무나 노골적인 짜릿함은 짜릿함이 아니다.  아마,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책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책의 내용보다는 역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박은서 씨가 들려주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훨씬 많았다. 역자의 말처럼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다들 다른 색깔을 지닌 사랑 이야기에서 약간 위험하고 도발적인 종류가 있다고 해도 당연하지 않은가'(p.363). 모든 이에게 같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동일한 것을 보더라도 밝은 빛으로 느낄수도 어둡고 위험한 빛으로 느낄수도 있으니까.  내가 어떻게 느꼈던 다른 이의 취향에 가타부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건 그냥 취향 문제이니까 말이다. 다만, 내겐 맞지 않을 뿐이다. 혼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좋아라하는 나를 남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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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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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부터 난리가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리고 일반적인 e-book의 판매량을 훨씬 웃돌았단다.  처음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말을 읽었던 것은 책이 아니라 인터넷 가십란이었다. 어디에서 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글을 읽고 별게 다 있네 했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책이 시공사에서 나왔단다.  '엄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어 다니는 책이 말이다.  얼마나 유명한지, 책 읽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이 책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요지는 내가 이책을 읽었냐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을 만났을때 나는 2권까지 읽을 상태였고, 십여명이 넘는 이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이야기 해달라고 귀를 쫑끗 세우는게 아닌가?  책이야기만 하면 사라져 버리는 이들의 반응이 아니다.  무엇이 그토록 엄마들을 들근하게 만드는 것일까?

 

 

 고교시절 교과서 뒤에 숨겨서 읽던 하이틴 로맨스는 어찌나 달달했는지 모른다.  하이틴 로맨스보다 무엽지를 더 좋아했었지만, 그래도 가끔 읽는 하이틴 로맨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만화책으로 바로 만나는 길쭉 길쭉한 남녀 주인공보다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머릿속을 휘젓고 나오는 주인공들의 사랑은 어찌나 모든 신경계를 건드리고 사라져 버리는지, 하이틴 로맨스에서 무협지로 갈아타길 잘했다는 생각을 그 어린나이에도 했었었다.  그럼 이책은 뭘까?  하이틴 로맨스는 아니다.  요지만 말한다면야 고교시절 읽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예쁘고 귀여운 아가씨가 잘생기고 매력적인데다 부자이기까지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약간의 오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외치는 것이 어린 시절 읽었던 이야기들의 기본 줄거리였다.  그 기본적인 줄거리에 '엄포'라는 말이 버젓이 들어가는 것처럼 적나라한 표현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게다가 50가지 이상한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그레이의 취향이 매우 도특하다. 물론 그레이를 만나기전까지는 평범했을지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아나 역시 보통의 평범한 아가씨는 아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학 졸업반인 아나스타샤 스틸이 아픈 친구, 캐서린을 대신하여  크리스천 그레이를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부자라고 하니 나이좀 지긋한 아저씨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젊고 잘생긴 사내가 있는게 아닌가?  거기에 자주 넘어지는 아나에게 묘한 관심을 보이는 그레이. 관심을 가져봤자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이 남자가 자꾸 아나 앞에서 얼쩡거린다. 우연히 그와 만나게 되면서 아나는 그레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리고 그레이가 아나에게 원하는 것. 이걸 연인관계라고 해야하나?  요상한걸 원한다. 어디선가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완벽한 스토커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매력적이다.  돈때문인지?  외모때문인지?  아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가용헬기를 타고, 오리지널 <테스>를 선물하는 이 남자.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가 내린 지시에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즉시 신속하게 복종한다.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가 적합하고 만족스럽다고 여긴 성적 행위에 따른다.  다만 고정 한계에 기술되어 있는 항목은 예외로 한다.  서브미시브는 열의 있고 망설임 없는 태도로 행위를 수행한다. p.166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계약서에 싸인을 이라고 하겠지만, 이 요상한 두 사람은 킥킥 거리면서 심각하게 문장 하나 하나를 따져본다.  물론, 아직 싸인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남자의 요상한 오락실.  이걸 오락실이라고 표현하기도 뭐한 그런 오락실에서, 아니 다른 곳에서도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의 관계가 시작되기 시작한다.  워싱턴 주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사람을 피하며 가장 수수께끼 같은 독신 남성은 이유가 있다.  왜 이렇게 매력적인 남자가 꽁꽁 숨겨져 있는걸까?  굉장히 매력적이게 그려진다.  일반적인 모습이야 겉모습만 보이니, 못하는것 없고 재력까지 갖추고 있는 이 남자에게 빠져들수도 있겠지만, 아나는 뭘까?  어쨌든 멀쩡해 보이는 아나는 조울증걸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기분의 변화를 맞는다.  계약서의 싸인은 하지 않은상태에서도 '네, 주인님'을 하고, 그가 원하는 데로 하는 요상한 스물두살의 아가씨.

 

 왜 이책이 이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사실, 읽다가 책장을 꽤나 많이 건너 뛰었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겐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인지, 이 얇은 책을 이렇게 건너 뛰면서 읽으면서도 너무 오래 읽었다.  로맨스 소설에 흔히 나올 법한 아나와 못하는 것 하나 없는 이 남자, 제 3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박애주의자에 요트와 헬리콥터를 조종할 줄 알고 피아노는 수준급으로 연주하는데다 킥복싱까지 할줄 하는 관능적인 이 남자.  도미넌트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을 대단한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남자가 조금씩 흐트러지기는 하지만,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여러 리뷰어들의 글들을 읽었었기에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내가 읽은 1권. 2권을 읽기 전에 1권을 읽으면서는 혹시 그레이가 뱀파이어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읽는 내내 그레이에게서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를 떠올리게 된다. 모든걸 다하면서 자신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요상한 취향을 가진 뱀파이어로 말이다.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2권이후에도 진행중이지만, 지금은 여기까지 하려한다.  2권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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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한테 잘해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3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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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보낸 마지막 문자는 '영우한테 잘해줘'였다. '영우'가 누굴까?  녀석이 자살하기 직전에 그런 문자를 보냈으니, '영우'는 녀석도 알고 나도 아는 누구일 것이다. 학원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어버린 그 사건. 하지만 영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p.7)

 

 

 시작부터 강하다.  녀석이 자살하기 직전에 보낸 문자 '영우한테 잘해줘'.  녀석이 누군인지, 내가 누군인지조차 나타나 있지 않다.  이름을 이야기한것을 보면 문명 둘다 아는 아이일텐데, 영우라는 아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단다.  떠오르는 건 녀석과 관련이 있었던 사건. 학원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버린 그 사건과 관련이 된 인물일까?  학원가를 들썩이게 했던 사건에서 생각나는 이름은 '다솜'이가 전부인것 같은데 녀석이 이야기하는 '영우'는 누구일까?

 

 딸 아이가 6학년이다.  이제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한다. 중학생 학부모들이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말들이 있다.  '교복을 입는 순간, 아.이.들.이.미.쳤.다'. 미친 중학생이 되기전에 아이와 더 살갑게 부디낄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난 아이들은 분명 미친 중학생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공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그런 아이들이다.  과고를 목표로 달리는 아이들 속에 그.녀.석.들 이 있었다. 자이언트라 불리는 녀석.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이라는 엄마가 인공수정으로 낳은 키메라라고 생각하는 녀석. 죽은 쌍둥이 형만큼 자신을 괴상한 생물체, 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학원가의 '신'이 되어버린 아이.  매번 같은 것을 보면 '신'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이.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무기력 상태에 빠져버리는 아이.  떠올리기도 전에 좌절시키는 한때 불법 체류자였던 남자.  그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엄마와 결혼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 남자가 아버지인 아이는 할 줄 아는게 공부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모를것 같았다.   자이언트에게서 꼬마라 불리는 그 아이는 말이다.

 


 이 두아이가 서로 죽이 맞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친 듯이 아니라, 진짜 미쳐! 숨이 꼴딱 넘어가기 직전까지 책을 들이파라고.  거기 뭐가 있나 보라고!  그렇게 해보지 못한 놈의 인생과, 거기 뭐가 있는지 목격한 놈의 인생이 같을 것 같냐? 한 번 해봐.!  그 경험, 어떤 건지 궁금하지도 않냐?'(p.139) 라고 외치는 강과의 외침을 아이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과학올림피아드와 과고 만을 목표로 아이들은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만 한다고 해도 역시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세계에. 그것도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왕성한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주체못하는 아이들에게 학원의 강의실은 너무나 좁은 공간이였을 것이다. 몇 년째 학원가의 터줏대감으로 막강한 수상 실적과 집안 배경 덕에 ‘신족’으로 분류되며 다니고 있는 자이언트 코끼리와 혼혈아로 태어난 자신에 대해서도 부정하고픈 아픔을 감추고 있는 꼬마.  자이언트 코끼리에게서 보여지는 절대 고독도 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매냥 똑같은 날인 것 같던 어느날, 저녁시간이 유일한 낙이었고 자유시간이었던 올림피아반 아이들 열 명은 서점에서 지구과학 교재를 슬쩍해오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짜릿함을 느낀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다시 학원가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류 강사 강과를 보며 결국 자신이 힘들여 하는 공부의 종착지가 학원 강사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에 빠진 아이들에게 도둑질은 짜릿한 일탈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저녁식사 후 문구점을 편의점을 돌기 시작한다.  일탈은 작은 일탈로 끝나야만 했었다.  일탈이 너무 오래가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도둑질을 그만두겠다는 아이들과 짜릿함을 포기할 수 없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어버린다.  좁은 강의실에 흐르는 냉냉함. 누군가 툭하고 건드리면 터져버릴것 같은 침묵.  그리고 그일이 터져버렸다.  어느 사건에서나 자이언트가 지목되어지는 건, 그 녀석의 이력때문이었다.  학원가의 신족. 그녀석의 일탈은 처음이 아니었었단다.  그래도 이젠 아닌데, 자인언트의 덩치는 한번 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는지 모두 녀석을 지목하고, 하지도 않은 녀석을 위해 녀석에 아버지가 나선다.  그게 다였다면 그냥 지나갔을까?  U학원 옥상에서 여학생이 떨어지던 날 왜 사람들은 녀석을 지목했을까?  단지 녀석이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야기가 그것 뿐이었나?  열 넷, 열 다섯, 참 어린 나이인데, 이 아이들의 삶의 무게가 가볍지가 않다.  학원을 보내기 위해 늦은 밤까지 일을 하는 엄마가 있는 아이도 있고, 아이만 두고 몇달씩 해외 여행을 떠나는 엄마도 있다.  올림피아드를 거쳐 과고를 가고 카이스트를 갔다 학원가로 돌아온 강과도 있다.  강과의 꿈인 '여행자를 위한 여관'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잠시 푸른 바다를 꿈꾸고 여유를 부려보기도 하지만,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묶여있었던 이야기들을 작가는 슬쩍 슬쩍 풀어주면서 다시 또 묶어버린다.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려던 아이는 '엄마는 아버지가 남자로 보이더라고 했다. 까무잡잡하고, 왜소하고, 눈만 커다란 필리핀 남자가 어느 날 사람으로 보여서 결혼했다고 했다'(p.244) 라는 엄마의 말에서 이제사 아버지를 엄마가 사랑한 남자로 인식을 하면서 아버지를 창피해하지 않는다.  그저 친구와 나누었던 말일뿐이지만, 아이들은 잊지않고 그 답을 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스치듯 하는 이야기. "영우한테 잘해줘".  누구의 인생이든 그 시기만큼 힘든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고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한다.  중3. 아이들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 꿈이 막혀 버릴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자란다. 그렇게 자라고 성장한다.  중3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인생’, ‘꿈’ 이런 단어들은 너무 적나라하게 쓰면 뭔가 분위기가 없지 않냐? 은유가 있어야지. 감추는 듯, 속사정이나 숨겨진 의미가 있는 듯, 그런 이름으로.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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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형사 봉생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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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교생 김애격의 아내 봉생에게 정문을 내리도록 명한다. - 현종 10년 7월 27일

 

 조선왕조실록에 두 차례나 기록이 되어있는 봉생이라는 여인에 대한 단 한 줄의 기록이 이수광작가를 만나 살아 움직이는 『조선의 여형사 봉생』으로 태어났다.  남편을 살해한 범인을 14년 동안 추적한 봉생의 순애보.  이수광 작가가 만들어낸 조선왕조 실록 속 단 한줄의 기록으로 남아 있었던 그녀를 만나보자.

 

 

 우연히 발견된 한 구의 시체가 모든일의 발단이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죽은 여인에겐 무슨일이 있었기에 참옥한 고문을 당한것 같은 모습으로 좌포도청 포졸들이 천렵을 나와있던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곳에 다모 봉생과 그의 남편, 김애격이 있었다.  여인의 검안은 여인이 하기에 봉생이 그녀를 검안을 하면서 이상한 글이 적혀있는 종이 한장을 갈무리 하게 된다.  그 종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글이 짧은 봉생. 단지 여인의 죽음을 풀고 싶었을 뿐이었다.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났지만 유명한 문장가이자 천재라 불리던 인물이 봉생의 남편 애격이었다.  여덟살 어린 나이에 만났던 수려한 선비가 봉생의 연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포청의 포졸로 살아가는 애격은 봉생의 남편이 되고. 두 사람은 불우했지만 서로를 너무도 아꼈고, 사랑했기에 또한 행복했다.

 

 여인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거액의 돈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봉생의 아비는 딸아이가 있는 여인과 새장가를 간 사람이었다.  그 동생이 선합이었고, 선합의 남편 이지휼은 김애격과 짝지가 되어 사건을 맡고 있는 포졸이다.  현명한 김애격과 야비한 이지휼.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들, 동서지간이라는 명목과 애격의 성품으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파트너였다.  돈이 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며느리가 종놈과 바람이 났다는 죽은 여인의 모든 것에 대해서 입을 다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양반의 제안을 이지휼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애격이었다.  애격만 없다면 돈 천냥을 가질수가 있는데, 이 고지식한 애격이 이지휼에게 오는 돈까지 막는 것이 아닌가?  사건의 내막을 어린 백성들은 몰랐다.  봉생이 도와주었던 어린 소년이 세자라는 것도, 그 세자의 밀명을 받아 먼 길을 떠났을때도 봉생과 애격은 그저 행복한 일만 남으리라 생각했다.  오로지 봉생이 세자의 명을 받들 었던 이유는 혹여 애격이 다시 역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으니까.

 

 봉생이 돌아와서 본것은 난장과 박살을 당해 어떻게 손을 쓸수 조차 없는 애격이었다.  효종의 칙령도 애격을 살릴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를 죽였단 말인가?  애격이 이지휼을 죽였단다. 단지 이지휼의 아비 이승립이 애격과 이승립이 싸운것을 봤다는 이유로, 애격은 살인자가 되어 옥에 갇히고, 닥치는 대로 떄리는 난장을 당했단다.  그 고운 선비가. 천재가 불리던 선비가 그렇게 죽었다. 조선의 뛰어난 문장가이자 천재라 불리던 이가, 그 많은 재주 한번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죽었다.  봉생에게 애격은 세상의 전부였다.  그녀의 전부를 죽게 만든 사람들을 찾아야 했고, 애격이 죽고 사라져 버린 선압과 이지휼. 그들을 찾아야 한다. 사랑했던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것만이 봉생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이제 이야기는 봉생이 애격의 누명을 벗기고, 복수를 위해 선합과 이지휼을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사건의 발달이었던 그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소자는 반드시 삼전도의 치욕을 씻겠습니다' (p.110) 라는 봉림대군시절 효종이 인조에게 맹세를 한 서약서. 그 서약서가 사라져 대궐이 발칵 뒤집혀졌다.  그리고 효종은 세자 이연에게 서약서를 찾으라 특명을 내린다.  그리고 액정별감 이철기는 효종의 밀명을 받고 유광표가 가지고 있던 옥갑을 훔쳐서 달아났다.  하지만 유광표가 이철기의 부모를 인질로 잡고 있어 옥갑은 효종에게 바치지 않았고, 옥갑을 찾기위해 궁녀 귀덕을 파견하게 된다.  그 귀덕이 좌포도청 포졸들이 천렵을 나와 있던 그 곳에서 죽음을 당했다.  텅빈 옥갑과 함께 말이다.  

 

 이수광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강한 작가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지는 알수 없지만, 끝이 약하다.  굉장히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끝을 맺어 버린다.  물론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록에 나와있는 것처럼 봉생은 14년만에 원수를 잡는다. 그런데 이 부분이 너무 미미하다.  책의 중반 이상을 봉생과 애격의 사랑과 포졸과 다모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가 14년의 추적은 너무나 미비하게 그려져서 바람에 꺼져버리는 촛불처럼 느껴져 버린다.  세자 이현이 봉생에게 마음을 준것처럼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오로지 이현의 생각일 뿐이고, 봉생은 별 감정이 없다.  그녀의 눈에는 김애격만이 세상 최고였으니 말이다.  인조시대부터 가장 큰 화두는 '북벌'이었다.  북벌을 지지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싸움.  소현세자의 죽음의 미스터리가 여전히 화제가 되는 것 역시 북벌 때문이었고, 북벌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 놓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수광작가는 현종실록에 나와있는 단 한줄의 문장을 그 당시 최고의 화두인 '북벌'과 맞물려서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권력의 세력에 맞서 남편의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을 찾아내는 봉생.  굉장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왕의 연모까지 뿌리친 여인아닌가?  하지만, 이 미미한 끝은 봉생이라는 여인을 그냥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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