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형사 봉생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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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교생 김애격의 아내 봉생에게 정문을 내리도록 명한다. - 현종 10년 7월 27일

 

 조선왕조실록에 두 차례나 기록이 되어있는 봉생이라는 여인에 대한 단 한 줄의 기록이 이수광작가를 만나 살아 움직이는 『조선의 여형사 봉생』으로 태어났다.  남편을 살해한 범인을 14년 동안 추적한 봉생의 순애보.  이수광 작가가 만들어낸 조선왕조 실록 속 단 한줄의 기록으로 남아 있었던 그녀를 만나보자.

 

 

 우연히 발견된 한 구의 시체가 모든일의 발단이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죽은 여인에겐 무슨일이 있었기에 참옥한 고문을 당한것 같은 모습으로 좌포도청 포졸들이 천렵을 나와있던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곳에 다모 봉생과 그의 남편, 김애격이 있었다.  여인의 검안은 여인이 하기에 봉생이 그녀를 검안을 하면서 이상한 글이 적혀있는 종이 한장을 갈무리 하게 된다.  그 종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글이 짧은 봉생. 단지 여인의 죽음을 풀고 싶었을 뿐이었다.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났지만 유명한 문장가이자 천재라 불리던 인물이 봉생의 남편 애격이었다.  여덟살 어린 나이에 만났던 수려한 선비가 봉생의 연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포청의 포졸로 살아가는 애격은 봉생의 남편이 되고. 두 사람은 불우했지만 서로를 너무도 아꼈고, 사랑했기에 또한 행복했다.

 

 여인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거액의 돈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봉생의 아비는 딸아이가 있는 여인과 새장가를 간 사람이었다.  그 동생이 선합이었고, 선합의 남편 이지휼은 김애격과 짝지가 되어 사건을 맡고 있는 포졸이다.  현명한 김애격과 야비한 이지휼.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들, 동서지간이라는 명목과 애격의 성품으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파트너였다.  돈이 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며느리가 종놈과 바람이 났다는 죽은 여인의 모든 것에 대해서 입을 다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양반의 제안을 이지휼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애격이었다.  애격만 없다면 돈 천냥을 가질수가 있는데, 이 고지식한 애격이 이지휼에게 오는 돈까지 막는 것이 아닌가?  사건의 내막을 어린 백성들은 몰랐다.  봉생이 도와주었던 어린 소년이 세자라는 것도, 그 세자의 밀명을 받아 먼 길을 떠났을때도 봉생과 애격은 그저 행복한 일만 남으리라 생각했다.  오로지 봉생이 세자의 명을 받들 었던 이유는 혹여 애격이 다시 역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으니까.

 

 봉생이 돌아와서 본것은 난장과 박살을 당해 어떻게 손을 쓸수 조차 없는 애격이었다.  효종의 칙령도 애격을 살릴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를 죽였단 말인가?  애격이 이지휼을 죽였단다. 단지 이지휼의 아비 이승립이 애격과 이승립이 싸운것을 봤다는 이유로, 애격은 살인자가 되어 옥에 갇히고, 닥치는 대로 떄리는 난장을 당했단다.  그 고운 선비가. 천재가 불리던 선비가 그렇게 죽었다. 조선의 뛰어난 문장가이자 천재라 불리던 이가, 그 많은 재주 한번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죽었다.  봉생에게 애격은 세상의 전부였다.  그녀의 전부를 죽게 만든 사람들을 찾아야 했고, 애격이 죽고 사라져 버린 선압과 이지휼. 그들을 찾아야 한다. 사랑했던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것만이 봉생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이제 이야기는 봉생이 애격의 누명을 벗기고, 복수를 위해 선합과 이지휼을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사건의 발달이었던 그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소자는 반드시 삼전도의 치욕을 씻겠습니다' (p.110) 라는 봉림대군시절 효종이 인조에게 맹세를 한 서약서. 그 서약서가 사라져 대궐이 발칵 뒤집혀졌다.  그리고 효종은 세자 이연에게 서약서를 찾으라 특명을 내린다.  그리고 액정별감 이철기는 효종의 밀명을 받고 유광표가 가지고 있던 옥갑을 훔쳐서 달아났다.  하지만 유광표가 이철기의 부모를 인질로 잡고 있어 옥갑은 효종에게 바치지 않았고, 옥갑을 찾기위해 궁녀 귀덕을 파견하게 된다.  그 귀덕이 좌포도청 포졸들이 천렵을 나와 있던 그 곳에서 죽음을 당했다.  텅빈 옥갑과 함께 말이다.  

 

 이수광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강한 작가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지는 알수 없지만, 끝이 약하다.  굉장히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끝을 맺어 버린다.  물론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록에 나와있는 것처럼 봉생은 14년만에 원수를 잡는다. 그런데 이 부분이 너무 미미하다.  책의 중반 이상을 봉생과 애격의 사랑과 포졸과 다모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가 14년의 추적은 너무나 미비하게 그려져서 바람에 꺼져버리는 촛불처럼 느껴져 버린다.  세자 이현이 봉생에게 마음을 준것처럼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오로지 이현의 생각일 뿐이고, 봉생은 별 감정이 없다.  그녀의 눈에는 김애격만이 세상 최고였으니 말이다.  인조시대부터 가장 큰 화두는 '북벌'이었다.  북벌을 지지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싸움.  소현세자의 죽음의 미스터리가 여전히 화제가 되는 것 역시 북벌 때문이었고, 북벌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 놓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수광작가는 현종실록에 나와있는 단 한줄의 문장을 그 당시 최고의 화두인 '북벌'과 맞물려서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권력의 세력에 맞서 남편의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을 찾아내는 봉생.  굉장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왕의 연모까지 뿌리친 여인아닌가?  하지만, 이 미미한 끝은 봉생이라는 여인을 그냥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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