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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래, 번개 - 제1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6-2(나) 수록 ㅣ 샘터어린이문고 29
류은 지음, 박철민 그림 / 샘터사 / 2012년 9월
평점 :
<제 1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란다. 정채봉 선생이 누구신가? <오세암>으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나 놓았다 했던 분이다.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던 이야기가 수채화처럼 다가와 가슴에 물번짐을 일으키게 했던 분. 정채봉 선생이 2001년에 돌아가셨으니 타계하신지 12년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분이 계셨던 샘터에서 <정채봉 문학상>이 만들어 졌다. 고(故) 정채봉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대한민국 아동문학계를 이끌어 나갈 동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하여 제정되어진 <정채봉 문학상>은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정채봉 선생의 믿음을 이어 가려 하고 있다. 2010년 1월 1일부터 2011년 5월 31일까지 잡지에 발표된 단편 동화 가운데 예심과 1차 심사를 거쳐, 그중 여섯 작품을 최종 심사에 올려졌고, 최종 심사 위원들이신 동화 작가 김병규, 이상배, 소설자 정찬주 선생이 만장일치로 류은 작가의 <그 고래, 번개>를 대상 작으로 뽑았단다.

<그 고래, 번개>는 고래 '번개'와 섬 소년 '상택'이에 이야기다. 가장 친한 형철이가 뭍으로 떠나고 찾아온 친구, 번개. 왜 번개가 섬으로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택이는 번개와 친구가 되어버렸다. 번개와 함께 하는 시간, 번개와 수영을 하고 번개에게 물고기를 건네주면서 상택이는 행복하다. 마을에 웬 낯선 아저씨가 나타나면서 상택이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정 없는 서울 말씨에, 한눈에 번개의 종을 알아보는 날카로운 눈, 더구나 어민들의 양식장을 망쳐 놓은 수상쩍은 고래 한 마리를 찾고 있단다! 아무런 피해를 주지도 않는 번개가 양식장을 망쳐 놨다고? 말도 안돼는데, 고래가 바다로 돌아가지 않으면 박제를 할 수도 있단다. 이제 상택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번개를 바다로 돌려 보내는 길 밖에 없다.
류은 작가의 동화집으로 되어 있다. '번개'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재미있다. <베트남+한국>, <마귀할멈 이야기>, <꼬마산신령, 호랑이 눈썹, 달봉이>. 함께 실려 있는 세편의 단편 동화는 웃고 울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현실이지만, 여전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엄마가 베트남사람인 태봉이는 자신을 아프리카인이라고 놀리는 아이들이 못마땅하고, 조선족인 엄마를 두고도 생김새가 똑같다는 이유로 다문화가 아닌것처럼 행동을 하는 현기도 못마땅하다. 한눈에 외국인 처럼 보이는 자신과 달리 현기는 한국인과 별반 다른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현기의 엄마가 조선족임을 다른 친구들이 알수 있도록 만든 자리를 통해서 태봉이는 사람은 모두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사실은아무리 피한다고 대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일 뿐더라, 남과 다르다는 것은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으니 말이다.
동화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마귀할멈 이야기>였다.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가 싫은 다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마귀할멈 이야기. 엄마가 어릴때 살던 동네에 있던 마귀 할멈 집. 마귀할멈 집은 사계절이 다있고, 얼어있는 연못 속에는 잉어들이 있단다. 마귀할멈은 잉어를 잡아먹는데, 사실.... 이 잉어는 사람이 변한 거란다. 이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 속에 엄마 친구 향숙이 이모가 있었다. 사라져 버린 향숙이 이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이야기는 엄마의 돌아가신 엄마와 아빠 그리고 고모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웃음짓게 하다가 가슴이 아려오게 만든다. 다현이의 마지막 말 처럼 말이다. "할머니! 할머니가 진짜 마귀할멈 딸이라 해도 난 아무 상관없어. 할머니는 언제까지나 우리 할머니니까. 사랑해, 할머니!".(p.140)
마지막 이야기는 <꼬마 산신령, 호랑이 눈썹, 달봉이>다. 달랑 봉우리 하나만 지키는 산신령 달봉이. 달봉이는 여간 화가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처럼 능력있는 산신령에게 작은 산을 맡기는 것이 말이나 되나? 하루종일 놀다가 몇일에 한번씩만 돌봐도 되는 작은 산이었는데, 산불이 나 버렸다. 달봉이의 산이 없어졌다. 어린 산신령은 너무 무서워 도망을 치다가 어르신들에게 잡혀 부끄럽게도 '호랑이 눈썹'이 되어버린다. 호랑이 눈썹은 산신령이 벌을 받는 거란다. 그나마 산신령이 변한 호랑이 눈썹은 다른 이의 본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데, 달봉이는 도통 모르겠다. 달봉이는 자신이 벌을 받은 이유가 자신의 산이 불에 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우와 새색씨를 통해 달봉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간다. 달봉이의 잘못은 '자신의 산을, 달봉이의 자식과도 같은 동물과 풀, 나무를 내버려 둔채 야단맞을 게 두려워 도망쳤다는 것,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채 혼자만 살겠다는 도망친 것'이었고, 이제 달봉이는 어르신들이 달봉이에게 주신 벌을 최선을 다해 받으려고 한다.
작가의 소상 소감을 읽다보니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되기를, 누군가에게는 딛고 올라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약손이 되기를 ...' (p.194)이라며 작가의 꿈이 쓰여져 있다. 사랑스럽고 가슴 따뜻하다. 가슴속 물번짐이 잔잔하게 퍼졌다가 돌아 누우니 아련하게 번개가 떠오르고 마귀할멈이 떠오른다. 책을 읽고 큰 아이에게 <마귀 할멈 이야기>를 해주니, 아이가 눈을 반짝 거린다. 작은 아이는 <달봉이>이야기가 재미있단다. 동화는 아이들과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샘이다. 이야기 한편을 함께 일고 아이들과 누워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그 고래, 번개>는 끊임없이 아이들과의 대화속에 등장하게 될 것 같다. 번개를 읽으면서 정채봉 선생이야기를 했더니, 큰 아이가 모른다. 덕분에 <오세암>을 찾아서 함께 읽어 봐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