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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첫째,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힘만 원할 수 있다.
둘째, 스스로가 확실히 깨닫고 아는 힘만 원할 수 있다.
셋째,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다.
이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을 때, 고타마는 힘을 빌려 주지 못하며, 상상의 힘은 구현되지 못하다.
하이텔에 『퇴마록』이 연재되었을 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글을 읽기 위해서 동동거렸었고, 그의 글이 책으로 나왔을때는 환호를 했었다. 1990년대의 일이다. 그래도 여전히 『퇴마록』은 나를 사로잡는다. 내 책장에는 개정판으로 나온 『퇴마록 세계편』이 화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색이 아닌 파스텔로 책장을 장식하고 있으니 이우혁 작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퇴마록』이후에도 그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나왔다. 한동안 뜸한가 하면 작가는 다른 이야기로 곁에 있곤 했다. 조선시대 쾌자를 입은 지종희로 더운 여름을 시원케 하더니, 이젠 청소년 판타지를 던져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 이우혁이다. 이우혁 작가가 던져 놓은 책, 그것도 이우혁이 쓴 최초의 청소년 판타지란다.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지, 어떻게 사람을 꾀고 있는지 궁금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스트랜드의 왕자, 듀란. 허약하고 마음은 약해서 작은 곤충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마리 한마리 이름도 지어준다. 그런 듀란을 남들은 겁쟁이라 부른다. 물론, 듀란도 자신을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심각한 말더듬이다. 그럼에도 듀란은 부모님과 형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이스트랜드의 백성들도 듀란은 귀엽고 사랑스런 왕자로 좋아한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용감한 형처럼 될 수 없기에 스스로 겁쟁이가 되어가는 듀란에게 청청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콜드스틸 코롬웰의 침략을 받은 나이엔을 구하러 출정한 부모님과 형.올란. 그들이 사로 잡혔단다. 얼마나 강한 분들인데 이들을 사로 잡았다니 적에 존재에 듀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쟁통에 살아서 돌아온 쿠르베 장군과 함께 온 엘란의 막내 공주, 앤도 신의 사자이며 천사인 아모르의 성녀인 자끌린도 두렵고 무서울 뿐이었다. 게다가 왕실 어릿광대가 들려주는 부왕의 친서.
'내 아들 듀란아, 비록 지금의 너는 약하고, 용기가 부족하지만 나는 너를 믿는다.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너도 울프블러드의 핏줄, 언젠가는 훌륭한 용사이자 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너는 스스로가 약하다 여기겠지만, 울프블러드 대제의 시험장에서 훈련한다면 최강의 용사가 될..." (p.99) (너는-> 나는 오타)이렇게 까지 이야기를 하니, 겁쟁이 듀란의 정신이 제자리에 있을 수가 없을것 같았다. 이스트랜드까지 진격한 적에게서 도망쳐 왕궁 내 깊숙한 비밀 장소로 숨어들게 되면서, 듀란은 위대한 힘을 얻고 싶은 자만이 열어보라고 쓰여져 있는 상자를 발견한다. 그 상자 속에서 나온 아주 작은 존재, 고타마. 반짝이는 작은 빛의 고타마가 입을 여는 순간, 장엄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신기한 힘을 가졌다고 하지만 듀란은 알수가 없다. 듀란은 이 작은 빛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만 들고, 빛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고타마. 네가 원하는 것을 상상해봐. "그 골렘들을 물리칠 수 있는 강한 마법검이 있으면 좋겠어. 아, 골렘들은 보통 검으로는 안 되니까,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아주아주 강력한 마법의 힘이 있어야 해. 그리고... 나는 검을 잘 쓰지 못하니 검이 혼자 싸워 줘야 하고." (p.123). 듀란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골렘을 물리칠 수 있는 마법검이, 수많은 마법검이 골렘을 물리쳐준다.
1권 이스트랜드의 위기편은 겁쟁이 왕자 듀란이 이스트랜드의 제2 왕위 계승자가 되는 위기상황에서 고타마를 만나 신비한 힘을 갖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힘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힘을 발휘할수 있는 애매모호한 3가지 제약에 대해서 듀란은 고타마와 플로베르와의 대화를 통해서 하나씩 알아간다. 처음엔 이우혁 작가의 작품인데 이거 너무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바보스럽고 겁이 많은 듀란. 대인공포증에 말더듬이. 도망가다 여기사에게 들려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열살도 되지 않은 어린 왕자쯤으로 생각을 했었다. 일곱살난 공주님에게도 맞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열네살이란다. 이우혁 작가 스스로 <청소년 판타지>라 이름 하였으니, 주인공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던 듀란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재미있는 철학서를 읽는 것 같았다. 고타마에게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고타마의 대답 "굳이 말하자면... 스스로 이겨 내려는 자..."(p.144). 존재의 의미를 고타마부터 알려 주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을 아동용으로 구분을 해두고 있는데, 아동용으로는 수준이 높다. 시작하는 부분은 웃음이 날 장도로 유치하지만 말이다. 더 큰힘... 그건 무엇일까? 마법사 플로베르의 말처럼 언어로 제약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어떤 마법보다 강한 것은 실행에 옮기는 의지일 것이다. 고타마가 듀란에게 이야기 했듯이 말이다. "옳은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해 실천하는 것은 변화의 기본이야. 자신이 아무리 옳은 말을 들었고, 그걸 머릿속으로 외우고 있다 해도 스스로가 그렇게 되거나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너는 옳은 출발을 한 거다, 듀란."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