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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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더니, 표지가 없다. 책을 찾다가 표지를 보고 빵 터져서 대여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표지를 한걸까? 한 70년대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닌것 같다. 그렇다고 요즘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전작을 읽지 못해서 시노부 선생님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슬렁 슬렁 하면서도 새미 탐정처럼 뭔가를 해결을 하는 능력자다. 전작인『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주문해 뒀으니, 읽어보면 알겠지. 그렇다고 『시노부 선생님, 안녕!』이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전작을 주문한건 아니다. 그냥 워낙 전작이 인기가 좋아서, 이책이 나왔다고 하니 궁금한 정도다.

 

 

『시노부 선생님, 안녕!』은 전작에서 주인공 시노부 선생님이 파견 유학 형식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아쉽게 끝난 소설의 감동을 잊지 못한 독자들이 작가에게 후속편을 써 달라고 요청한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출판사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작품을 어마어마하게 만들어 내는 능력자, 히가시노 게이고이니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괜찮은 편이다. 다작을 하는 작가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이유는, 별의 별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시노부 선생님의 캐릭터는 『시노부 선생님, 안녕!』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약간 덜렁되면서도 사건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인물로 나오는데, 『오사카 소년 탐정단』에 등장하는 제자들이 초등학생이었나보다. 이번편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으로 나온다. 중2가 무서워 전쟁이 나지 않는다는 우스게 소리가 있을 정도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 아이들이 아닌,『시노부 선생님, 안녕!』속에서의 아이들은 과거 속 아이들처럼 너무나 순진하고 순박하게 나와서 조금 괴리감이 있지만, 그래서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이들 외에 시노부 선생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오사카 부경의 신도 형사와 꽃미남 엘리트 회사원 혼다씨 가 서브 남으로 나오는데, 시노부 선생님이 꽤나 매력적인 인물인지, 시노부 선생님 한명을 두고 난리가 아니다. 책 뒷 부분에서 어느쪽으로 기울어졌는지 조금은 힌트를 주고 있지만, 남녀 관계를 누가 알겠는가? 썸은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우니, 그저 선남 선녀의 사랑을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전편도 단편들을 엮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노부 선생님, 안녕!』은 6편의 단편들을 묶어서 보여주고 있다. 시노부 선생님은 공부 중 / 시노부 선생님은 폭주족 / 시노부 선생님의 상경 / 시노부 선생님은 입원 중 / 시노부 선생님의 이사 /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 요렇게 소제목을 써놓으니 이게 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은 이들이라면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는지 제목만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다가온다.

 

운동도 잘하는 시노부 선생님이 대학에 파견 유학을 나왔으니 공부중이다. 그 와중에도 사건은 일어난다. 왜 선생님 있는곳에서만 사건이 일어나냐고 한다면 뭐라 이야기 할 수 없지만, 히가시노가 애정하는 인물들 주변엔 언제나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그때문에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운전면허 준비를 하고 있는 시부노 선생님과 이쿠오의 엄마인 하라다 히데코가 자동차 교습소에서 만났다. 개똥과 하라다 씨의 관계는 읽어보시길. 이사를 간 유타와 친구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시노부 선생님과 뎃페이와 이쿠오가 도쿄로 상경했다. 이곳에서 벌어질 일은? 혹시 유괴?, 급성 충수염으로 입원을 한 곳에서도 사건은 일어난다. 병원이 아니면 어떤가. 그녀가 있는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 예수님도 아니고, 무슨 부활? 다시 학교로 돌아간 그녀. 또다시 그녀의 활약이 시작된다.

 

고전적이다. 권선징악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아이들도 중학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순수하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회장님이나 주운 돈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뭐 저런 사람이 있어 하다가, 웃음이 삐죽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이야기들은 순수하게 다가온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었고, 그 속에 순수함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노부 선생님, 안녕!』역시 순박하게 다가온다. 전작에서 활약을 했던 선생님이 파견 유학을 마치고 다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지만, 딱 여기까지라서 좋다. 순수함도 너무 오래 끌면 그 빛을 잃어 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냥 예전 히가시노 게이고의『비정근』과 『신참자』를 만났었던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은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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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6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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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검색하다보니, 이 책이 만화와 드라마로도 나왔나보다. 피큐어가 예쁘다고 하는거 보니, 다이스케의 눈에만 시오리코가 예쁘게 보이는건 아닌 것 같다. 시리즈물은 완변한 끊기 신공을 보여주는 작가로 인해 기다림에 지치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시리즈물은 가능하면 완결이 난 다음에야 읽으려고 하는데, 읽다보면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생긴다. 여전히 진행중인 『왕좌의 게임』이 그렇고, 『바람의 이름』은 내용도 잊었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책들이 한두권이겠냐마는 혹하는 마음에 읽고, 역시나 오지않는 애인 기다리듯 기다리고 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그나마 일년안에 나오니 감사하다고 해야할 정도다.

 

 

5권과 6권을 같이 읽고 있으니, 기다림은 해갈되었지만, 아직 7권이 나올 기미가 안보인다. 6권이 나온지 일년이 되어가는데, 이제 나와야 하지 않을까? 6권은 다이스케의 병원생활로 문을 열고 있다. 처음 <비블리아 고서당>은 시오리코의 사고로 문을 열더니, 이젠 다이스케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무슨일이 일어난걸까하는 궁금증은 친절하신 작가님께서 하나씩 풀어주고 있다. 역시나, 고서당을 통한 사건들을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함께 풀어나가면서 말이다.

 

'네가 「만년」을 바꿔치기하기 위해 삼류 연극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연락해라...' (p.21)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독자라면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것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희귀 초판본을 둘러싼 다나카 도시오와 시오리코의 싸움. 시오리코의 병원행으로 감옥에 들어간 다나카 도시오가 아니면 이런 글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 교도소에 있는 다나카 도시오에게 알렸다. 완벽한 트릭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그런 일을 저지른 걸까? 책에 미쳐있는 사람들은 우리만 있는것은 아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려는 사람들이 비블리아 고서당 주변엔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른다. 고서당의 주인부터 그러니,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 역시 그렇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시리즈를 통해서 밝혀진 다이스케의 할머니에 관한 숨겨진 연애사를 통해 다나카 도시오와 다이스케가 혈연관계라는 것을 독자는 알고 있지만, 책 속 인물들은 쉬쉬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나오는 사진 한장. 어린 여학생과 아버지인듯한 초로의 남자. 환하게 웃고 있는 세명의 남자. 이들이 비블리아 고서당의 여섯번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이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제1장 달려라 메로스 / 제2장 직소 / 제3장 만년 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번권은 하나 하나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밑밥을 깔아 놓았던 것을 풀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유다의 고백이라는 『직소』와 시오리코가 가지고 있는 책이 아닌 또 다른 『만년』. 자신과 싸우던 다나카 도시오의 의뢰를 들어줄까 싶은데, 이 요상한 시오리코는 도시오의 의뢰를 받고 40년 전의 희귀본 도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40년 전의 사건을통해서 현재에 되살아나는 과거의 인연들. 그들이 만나게 되는 조부모들의 모습들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를 통해서 그려지기 시작한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시오리코는 사라졌다 되찾은 책을 이야기하는데,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이 요즘 유행하는 한편의 드라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해서 내용은 잠시 접어두련다. 어쩜 7권이 나오면 다시 나올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5권에서처럼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님에도 지에코는 6권 전편에 숨어져 있고, 시오리코를 따라다니다 보니 똑똑해졌는지, 다이스케가 밝혀내는 것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여전히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처음보다는 책도 읽는것 같고, 이건 다이스케의 성장소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정도다.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이야기는 7권을 통해서 확실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막장 오브 막장의 끝을 달리기 시작하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은 읽으면서 이제 끝내야 할때가 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끝내는 건 작가 마음이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가?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말이다. 그피가 그피라 그렇게 책에 목숨을 걸고 중상모략에 혈투를 하는걸까? 아무리 예쁘고 똑똑하다고 해도, 평범한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다. 막장은 드라마 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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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의 여왕 - 곰이의 이지쏘잉이 만드는 우리 가족 이지룩 30 바느질의 여왕
이인숙 글.사진 / 소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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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평생학습센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거의 십여년전에 이벤트 선물로 받은 미싱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해야할까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재봉을 한번 배워볼까하고 평생학습센터를 찾았다. 석달에 30,000원이라는 저렴한 수강료에 혹 하기도 했고, 왠지 센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에 빠져 버려서 그냥 신청을 한것이 벌써 세번째 신청을 하고 있으니 이번 수강기간이 끝나면 9개월을 다니게 된다. 수강료가 저렴하다고 재봉이 저렴한것은 아닌데, 멋모르는 초보가 그런걸 알리는 전무하고, 이때부터 재봉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시작하더니, 책으로 빽빽하게 쌓여있던 책장에서 책을 꺼내고, 어느새 원단이 쌓여가고 있으니 웃음만 나온다.

 

 

 

암홀자, 곡자, 1m자, 방안자, 직각자를 시작으로 미싱을 제외한 바느질 도구중 가장 비싼 날아다니는 곤충표 가위를 구입하고 한번 본적도 없던 쪽가위와 실뜯개, 송곳, 겸자를 구입하더니 초크펜슬, 수성펜, 초자고까지 하나씩 구입하는 것들의 양이 상당하다. 처음 홈패션을 시작할때는 기본적인 재봉사 한두개와 북알과 북집 몇개로 끝났던 것이, 아이들 옷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재봉사, 코아사, 날라리사, 스판사와 청지사까지 눈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티셔츠의 목이나 손목등의 신축성을 위해 달아주는 시보리 원단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몇마의 시보리로 끝날것 같던 원단 산은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밀라노 시보리로 눈이 돌아가고 직기(늘어나지 않는) 원단들은 다이마루와 미쭈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어떤 재봉관련 책에도 지금까지 언급했던 것들은 기본이기에 다 들어가 있다. 『바느질의 여왕』역시 그렇다. 재단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본 패턴책들에는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책들은 고수들을 위한 책이니 나와는 맞지가 않다. 어떤 책에서든 들어있는 내용들이 실려있는 이유는 당연히 있다. 책을 통해 만나지 않고 이것저것 몸으로 부딪혀서 배우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6개월 동안 평생학습센터에서 배운것보다 몇시간 책을 통해서 배운게 더 많으니 말이다. 기본적인 미싱의 바늘 바꾸기, 직선받기만을 원한다면 책을 만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원단을 박으면서 왜 밑실과 윗실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고, 어떤 원단을 사용할때는 실이 자꾸 끊어지는지 궁금하고 해결하고 싶어진다. 물론,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경우가 많지만, 센터의 선생님들은 바빠도 너무 바쁘다.

 

『바느질의 여왕』을 구입한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책에 들어있는 패턴때문이다. 처음엔 집에 있는 옷을 본떠서 만들어 보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패턴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으니 좀더 좋은 걸 원하게 되는건 어쩔 수가 없는것 같다. 후드티를 만드는데 제대로 된 것이 나오지 않으니 패턴책들에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결정한 책이 『바느질의 여왕』이다. 출간된지 좀 되긴 했지만, 기본적인 패턴들이 들어있고, 응용을 할 수 있어서 요긴하게 다가온다. 사실, 아이들 패턴은 내게 필요하지 않지만, 조금 더 응용을 할 수 있게되면 아이들 패턴으로도 어른옷들이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간만에 좋은 고모 노릇도 될듯하니 나쁘진 않다.

 

 

『바느질의 여왕』의 가장 좋은 점은 실물 패턴북이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나온 패턴북들을 몇권 선물 받았는데, 한장의 패턴지에 어마어마한 양의 패턴들이 들어있어서 눈돌아가기 일보직전까지 이르게 만든다. 물론, 집중해서 따라가다보면 어렵지 않게 패턴을 뜰 수 있지만, 초보에겐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30가지 패턴을 세장에 그려주고 있어서, 초보들에겐 편하게 다가오고, 패턴을 뜨고 옷을 만드는 방법이야 모든 패턴북처럼 당연히 알려준다. 심지를 붙이고, 시접을 주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그런 건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오만가지의 취미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지금까지 쌓아둔 원단과 패턴북들을 이용해서 원단산을 깎아볼련다. 흔히 쓰는 말로, 뽕 뽑은 다음에 다른일들을 저질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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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5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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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빠지면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미친듯이 책에 빠져서 하루에 책 한권씩을 거뜬하게 읽어 나갔는데, 다른곳에 눈을 돌리는 순간 책 읽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졌는지 모르겠다. 아니, 책을 읽는게 힘들어 진것이 아니라 리뷰를 쓰는것이 힘들어 졌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인듯 싶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밤마다 읽은건 매번 동일한데, 반납하고도 벌써 몇주가 지나서야 갈무리 한 것들을 모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 도통 정신이 없다. 한동안은 오카리나에 빠져 음악가인양 오만군데를 돌아다니다가, 미싱에 빠져서 온 집을 원단으로 먼지투성이로 만들고 있다. 그덕분에 요즘 읽는 책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서 실물패턴이 들어있는 재단책들로 바뀌고 있으니, 책을 읽고 이용하긴 했구나 하고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오리코씨와 다이스케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간만에 출간 되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잊었을까 걱정이 되는지 미카미 엔은 어김없이 낯가림이 심하지만 책에 관해서라면 척척박사가 되는 신비로운 미녀 '시오카와 시오리코'와 책을 읽고 싶어도 특이한 체질 때문에 읽을 수 없는 순정남 '고우라 다이스케'에 대한 이야기를 프롤로그에 끼워넣어주고 있다. 시리즈를 읽은 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 내용이 없으면 비블리아 고서당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가 없으니, 혹시나 시리즈 중간부터 읽는 이들을 위한 배려인 듯 싶다. 언제쯤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러브러브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었는데, 4권에서 작가의 완벽한 끊기 신공으로 '우리 사귈래요?'가 'To be continued'로 이어졌다.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뭐냐고...? 사귀냐고, 안사귀냐고.

 

시오리코에게 마음을 고백한 다이스케. 돌아온 대답은 "5월까지 기다려달라". 썸을 타기 시작한 남자에게 기다림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하얀 블라우스에 하나로 묶은 머리.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이 봉긋한 가슴까지 흘러내리고, 안경할 너머의 까만 눈종자가 빛나는 것 같은 그녀를 매일 보면서도 사귄다는 건지, 안 사귄다는 건지... 도통 기다려달라고만하고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 같은데, 시오리코를 보고 있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긴 하다. 어찌보면 다이스케가 대단하다고 해야만 할것 같다. 보통의 남자의 도는 넘은것 처럼 보이니 말이다. 어쩄든 약간 어색하지만 전보다는 친밀해진 두 사람에게 어김없이 비블리아 고서당에는 오래된 책과 관련한 수수께끼가 찾아오고, 존재만으로 시오리코를 흔들어 놓는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까지, 평범한 일상은 거부한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사랑의 행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처드 부라우티건이 누군지도 모르니 어떤 책이라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 참 곱다는 느낌이드는 『사랑의 행방』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넣은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알 수가 있다. 제1장 『월간 호쇼』(고류샤·호코샤) / 제2장 데즈카 오사무 『블랙잭』 (아키타쇼텐) / 제3장 데라야마 슈지 『나에게 5월을』 (사쿠힌샤) 까지 내가 읽어 본 책은 한권도 없다. 추리소설도 아니니, 이 많은 일본책들은 읽었을리 만무하지만, 읽지 않았어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저 이 책들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들려주는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를 따라만 가면 된다.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의 책을 고서당에 파는 아내와 숨어서 아내가 판 책을 읽는 남편. 책등빼기 시다씨의 이야기는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동일한 책을 몇권씩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책을 모으는 걸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책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밝혀내는 것은 어쩌면 대답을 하지 않는 이와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에 대변인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죽음앞에서 조차 책방을 찾은 남편.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 그깟 『블랙잭』이 뭐라고 엄마의 임종도 지킬 수 없었던 것일까?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 이해를 구하지 않은 아버지. 눈물나도록 귀하게 여겼던 책을 죽음 이후에 동생에게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혈육이니까. 그런데, 아무도 아우의 말을 믿지를 않는다. 워낙에 말썽을 피우는 동생이니 말이다. 정말 동생이 받아야 할 책이 맞을까? 벌써 책을 팔기로 했으니 형의 책을 내놓으라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가도노 스미오. 가도노 스미오라는 이름만으로도 학을 떼는 시오리코지만, 책앞에서는 얌전해지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도 시오리코다.

 

블랙잭의 비밀도 형이 남긴 책의 비밀도 당연하게 비블리아 고서당의 탐정 일당은 밝혀낸다. 아니, 시오리코씨가 밝혀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이스케 씨가 옆에 없었으면 이런 일은 안 했어요." (p.193) 라고 이야기하는 시오리코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당이 맞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반짝반짝 빛나기만 하는것은 아니다. 그래도 비블리아 고서당의 두사람의 관계가 잘되기를 원하는 것은 비블리아 고서당을 만난 모두의 바람일 것이고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는 그 바람은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허허허 웃으면서 '해피엔딩'을 외칠 수 없는 이유는 또 다시 고서다. 딸과도 책에서 만큼은 경쟁관계를 이루는것 같은 지에코. 어느새 시오리코만큼은 안되도 책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다이스케. 이들이 펼쳐낼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러기에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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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쳐 주세요! - 성이 궁금한 사춘기 아이들이 던진 진짜 질문 99개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2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 전은경 옮김, 앙케 쿨 그림, 윤가현 감수 / 비룡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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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녀석이 중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에 비해서 아들녀석은 참 단순하고 편한 사고를 가지고 살고 있구나 싶은데, 이 녀석이 아직 참 어리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 속도가 늦은 감이 있어서 여전히 초등학생으로 보이고, 하는 행동들도 영락없이 초등학생이다. 그럼에도 중학생의 능글거림은 가지고 있어서 웃기면서도 신기한 존재처럼 다가온다. 작은 아이의 요즘 관심사는 중학교 다니는 남자 아이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야기하는 게임과 성이다. 담임 선생님이 기술.가정을 담당하시는데, 가정책에 생식기가 나왔다고 선생님이 야하다고 난리가 났다니, 초등학교 때 성교육을 배웠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 웃기다. 그런데, 이게 참... 부모인 나는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얼마나 제대로 알려줬을까 생각해 보면 딱 말 문이 막힌다.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으니 말이다.

 

 

초등학교때 분명 아이와 함께 성문화 센터도 갔었고, 구성애 아줌마의 아우성도 함께 들었는데, 나도 그렇고 아이도 생각이 안난다. 너무 어린시절에 성교육은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던가? 유치원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내게 묻지는 못해도 성에 관해 궁금한게 많은 나이임에는 틀림이 없는 우리집 중딩 아들에게 딱인 책이 비룡소에서 나왔다. 책이 오자 마자 몇가지의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앞에서 읽었었다. 99가지 질문 중에서 두번째 질문. <음경은 모양이 여러 가지 인가요?> 아무렇지 않게 이 질문을 읽고 그림과 함께 아이들과 깔깔 웃었더니, 엄마보고 야하다고 난리가 났다. 그러더니 왠걸, 슬쩍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더니 다 읽었단다. 책 읽으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안 읽던 녀석이 99가지나 되는 질문이 들어있는 이 책을 다 읽었다. 야호~하면서 소리라도 질러야하지 않을까?

 

어린시절 내가 받았었던 성교육은 참 고리타분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섹스의 의미가 다르구나 하는걸 알았으니, 성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부모는 결코 아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조금 더 아는것이 많다고 자부했음에도 내 입을 통해서 전달해 줄 수가 없다면 제대로 된 지식이 아닐것이다. 정말 딱 아이들이 궁금한 질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어린 아이의 질문은 아니다. '고추 뒤에 왜 주머니들이 달려 있어요?', '질을 왜 조개라고 불러요?' 같은 질문부터,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왜 음경이 딱딱해져요?', '여자들은 질에서 왜 피가 나요?'처럼 신체에 변화에 관한 질문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들만 있는건 아니다. '남자이이들은 왜 멍청하고 심술궂어요?', '여자 아이들은 왜 모두 쌀쌀맞아요.?' 처럼 아이들 심리에 대한 질문들도 나와 있다.

 

99가지나 성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무궁무진한 질문들을 아이들은 하고 있다. 몸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얼마나 궁금한 것이 많을까? 『가르쳐 주세요!』는 부모가 알려주기에는 조금 쑥쓰럽지만,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있고, 어려운 질문 일수도 있음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이 묻는 그대로에 질문에 대한 답이고 앙케 쿨 작가의 그림도 한몫하고 있다. 만화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넘어가 버린다. 분명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도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될테니 말이다. 음지의 문화가 아닌, 양지의 문화로 제대로 된 성문화를 아이들이 배워나갈 수 있는 그런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호기심 왕성한 우리 중딩 아들놈 스스로 가져가서 읽게 만드는 책이니 잘 만들어진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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