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5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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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빠지면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미친듯이 책에 빠져서 하루에 책 한권씩을 거뜬하게 읽어 나갔는데, 다른곳에 눈을 돌리는 순간 책 읽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졌는지 모르겠다. 아니, 책을 읽는게 힘들어 진것이 아니라 리뷰를 쓰는것이 힘들어 졌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인듯 싶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밤마다 읽은건 매번 동일한데, 반납하고도 벌써 몇주가 지나서야 갈무리 한 것들을 모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 도통 정신이 없다. 한동안은 오카리나에 빠져 음악가인양 오만군데를 돌아다니다가, 미싱에 빠져서 온 집을 원단으로 먼지투성이로 만들고 있다. 그덕분에 요즘 읽는 책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서 실물패턴이 들어있는 재단책들로 바뀌고 있으니, 책을 읽고 이용하긴 했구나 하고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오리코씨와 다이스케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간만에 출간 되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잊었을까 걱정이 되는지 미카미 엔은 어김없이 낯가림이 심하지만 책에 관해서라면 척척박사가 되는 신비로운 미녀 '시오카와 시오리코'와 책을 읽고 싶어도 특이한 체질 때문에 읽을 수 없는 순정남 '고우라 다이스케'에 대한 이야기를 프롤로그에 끼워넣어주고 있다. 시리즈를 읽은 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 내용이 없으면 비블리아 고서당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가 없으니, 혹시나 시리즈 중간부터 읽는 이들을 위한 배려인 듯 싶다. 언제쯤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러브러브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었는데, 4권에서 작가의 완벽한 끊기 신공으로 '우리 사귈래요?'가 'To be continued'로 이어졌다.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뭐냐고...? 사귀냐고, 안사귀냐고.

 

시오리코에게 마음을 고백한 다이스케. 돌아온 대답은 "5월까지 기다려달라". 썸을 타기 시작한 남자에게 기다림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하얀 블라우스에 하나로 묶은 머리.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이 봉긋한 가슴까지 흘러내리고, 안경할 너머의 까만 눈종자가 빛나는 것 같은 그녀를 매일 보면서도 사귄다는 건지, 안 사귄다는 건지... 도통 기다려달라고만하고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 같은데, 시오리코를 보고 있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긴 하다. 어찌보면 다이스케가 대단하다고 해야만 할것 같다. 보통의 남자의 도는 넘은것 처럼 보이니 말이다. 어쩄든 약간 어색하지만 전보다는 친밀해진 두 사람에게 어김없이 비블리아 고서당에는 오래된 책과 관련한 수수께끼가 찾아오고, 존재만으로 시오리코를 흔들어 놓는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까지, 평범한 일상은 거부한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사랑의 행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처드 부라우티건이 누군지도 모르니 어떤 책이라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 참 곱다는 느낌이드는 『사랑의 행방』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넣은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알 수가 있다. 제1장 『월간 호쇼』(고류샤·호코샤) / 제2장 데즈카 오사무 『블랙잭』 (아키타쇼텐) / 제3장 데라야마 슈지 『나에게 5월을』 (사쿠힌샤) 까지 내가 읽어 본 책은 한권도 없다. 추리소설도 아니니, 이 많은 일본책들은 읽었을리 만무하지만, 읽지 않았어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저 이 책들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들려주는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를 따라만 가면 된다.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의 책을 고서당에 파는 아내와 숨어서 아내가 판 책을 읽는 남편. 책등빼기 시다씨의 이야기는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동일한 책을 몇권씩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책을 모으는 걸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책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밝혀내는 것은 어쩌면 대답을 하지 않는 이와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에 대변인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죽음앞에서 조차 책방을 찾은 남편.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 그깟 『블랙잭』이 뭐라고 엄마의 임종도 지킬 수 없었던 것일까?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 이해를 구하지 않은 아버지. 눈물나도록 귀하게 여겼던 책을 죽음 이후에 동생에게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혈육이니까. 그런데, 아무도 아우의 말을 믿지를 않는다. 워낙에 말썽을 피우는 동생이니 말이다. 정말 동생이 받아야 할 책이 맞을까? 벌써 책을 팔기로 했으니 형의 책을 내놓으라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가도노 스미오. 가도노 스미오라는 이름만으로도 학을 떼는 시오리코지만, 책앞에서는 얌전해지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도 시오리코다.

 

블랙잭의 비밀도 형이 남긴 책의 비밀도 당연하게 비블리아 고서당의 탐정 일당은 밝혀낸다. 아니, 시오리코씨가 밝혀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이스케 씨가 옆에 없었으면 이런 일은 안 했어요." (p.193) 라고 이야기하는 시오리코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당이 맞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반짝반짝 빛나기만 하는것은 아니다. 그래도 비블리아 고서당의 두사람의 관계가 잘되기를 원하는 것은 비블리아 고서당을 만난 모두의 바람일 것이고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는 그 바람은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허허허 웃으면서 '해피엔딩'을 외칠 수 없는 이유는 또 다시 고서다. 딸과도 책에서 만큼은 경쟁관계를 이루는것 같은 지에코. 어느새 시오리코만큼은 안되도 책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다이스케. 이들이 펼쳐낼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러기에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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