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6
브록 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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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길지 않은 책 한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처음에 책을 만났을 때는 몇해전에 읽었던 <사라지는 아이들>이라는 청소년 소설이 생각이 나서, 그런 내용이거니 하고 읽었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GOAT'. 염소라는 뜻속에 이렇게 무서운 뜻도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위, 넌 고트야. 알겠냐?"(p.8)라는 이야기와 함께 하위는 외딴 섬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버려진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섬엔 하위 말고 또 다른 고트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집단 괴롭힘의 희생자,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을 고트로 표시하고 있다. 옮긴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염소를 제물로 바치던 옛 관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가 방어능력이 조금은 떨어지는 처럼 보이는 하위와 로라가 다른 아이들에 의해서 외땀 섬에 갇혀버렸다. 

 

 

 부모의 바램은 아이들이 조금은 자유롭기를 조금은 더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보낸 캠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이들은 두려웠다.  자신들이 왜 그곳에 버려졌는지, 왜 고트가 되어야 했는지 두려웠다.  섬을 빠져나가서 다른 아이들에게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은데,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가운데 캠프장의 인솔교사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에 부모에게 빠른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힘겹게 수영을 해 섬에서 벗어나며, 고생 끝에 빈 별장에 들어가 하룻밤 신세를 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아이들의 옷을 훔친다. 속임수를 써 모텔에 숨어들어가기도 하며, 약간의 돈을 훔쳐 부모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기에 아이들은 끊임없이 또 다른 사건을 만나고, 아이들은 성장을 위해서 들어간 캠프가 아닌 현실속에서 성장을 하게 된다.

 

 캠프로 돌아가지 않고 로라의 엄마에게 연락을 하면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것 같았다.  하위와 로라의 처음 생각은 그랬지만, 모든것을 알지 못하는 엄마의 반응은 논리적이지 못한 로라의 이야기를 들어줄 가슴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야기는 처음에 책을 펼쳐서 읽었을 때 만큼 끔찍하지는 않게 끝이난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마주하게 되는 발가벗겨진 아이들의 모습은 왕따라는 사회현상과 함께 다수에 편에 서서 소소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생각하게 만든다.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 그 관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많은 아이들이 단순히 웃고 즐기기 위해서 몇몇의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캠프장의 교사중엔 사회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고트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회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수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용인되어진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 갈수 있단 말인가?

 

 하위와 로라는 분명 다수의 아이들과는 제대로 된 관계를 맺는 아이들은 아이었다.  하지만 캠프장을 나오면서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아이들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오답 또한 아니다. 그저 남들과 다른 과정을 선택했을 뿐이다(p.221).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움직였다.   서툴고 모자라 보이는 아이들이 선택한 길은 물론 어른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길만이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용감하게 자신들의 길을 걸어 나간다.  우리사회 역시 왕따나 학교 폭력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닌지 오래되었다.  매년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고, 가해자인 아이들 역시 또 다른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단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길위의 아이들>을 통해서 만나게 된 하위와 로라를 통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커가는 방법을, 용감한 소수가 되는 방법을 한번 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자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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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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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들어와! 들어와!" 그가 흐느겼다. "캐시, 들어오라니까. 아아. 제발 한 번만! 아아, 나는 너뿐인데!  이번에는 듣고 있니? 캐서린 , 지금은 들리니?" (p.48)

 

1847년에 발표 된 책을 2012년에 읽고 있다는 건, 이 책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뿐인가?  165년전에 발표된 책을 읽으면서 가슴 떨리고 가슴 에이고 분노까지 하고 있다.  분명 어렸을 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제대로 된 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얼마전에 작은 아이가 만화로 된 짧은 『폭풍의 언덕』을 읽는 걸 보고, 따라 읽어봤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내침김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 문학 전집속에 있는 『폭풍의 언덕』을 꺼내들었다.  아이들 책은 왜 이리 잘라 먹은 것이 많은지, 책을 읽고나서야 빠진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 높은 곳이 감당해야 하는 대기의 격동’을 가리키는 영국 북부의 방언 Wuthering이 이 책의 제목이다.  『폭풍의 언덕』.  영국 신사 록우드가 '티티새 지나는 농원'이라는 이름의 농장을 빌려 살기로 한 첫날, 록우드는 농장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폭풍의 언덕'이라는 농장을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보게된 기이한 사람들. 너무나 아름답지만 쌀쌀맞기 그지없는 히스클리프 부인, 일꾼인지 아닌지 분간 할수 없는 헤어턴 그리고 사납기가 그지없는 집시 신사, 히스클리프.  도통 관계를 알 수 없는 '폭풍의 언덕'의 사람들.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 밤, 록우드가 만난 어린 유령과 흐느껴 우는 히스클리프는 이 이상한 농장, '폭풍의 언덕'에 호기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하녀장인 넬리에게서 그들의 기막힌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오래전, '폭풍의 언덕'의 주인인 언쇼씨가 집시아이 하나를 주워온 순간부터 그들의 운명은 변했을 지도 모른다.  언쇼씨가 주워온 아이와 언쇼씨의 예쁜 딸, 캐서린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다.  언쇼씨가 죽은 후 언쇼씨의 아들, 힌들리가 '폭풍의 언덕'의 새로운 주인이 되자, 히스클리프는 그집에 일꾼이 되어야만 했다.  왜 언쇼씨가 히스클리프를 그렇게 사랑했는지 알수 없지만, 자신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힌들리에게 히스클리프는 눈에 가시엿을 것이다.  게다가 이 아이들의 성격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변덕스럽고 정신이 없다.  힌들리에 아내가 죽으면서 힌들리에 화는 극을 달하고 그 화는 히스클리프와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에게 집중되기 시작한다.  "힌들리에게 어떻게 복수해줄까 궁리하고 있어. 아무리 오래 걸린 다 해도, 반드시 복수해줄 거야.  설마 힌들리가 내가 복수하기 전에 죽어버리지는 않겠지!"(p.98) 이렇게 히스클리프는 힌들리에게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한다.

 

 "한 친구가 들어오고 한 친구가 나가는 그 순간, 캐서린은 두 친구의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험준한 탄광촌을 보다가 초목이 무성한 아름다운 골짜기를 보는 것과 비슷했겠지요." (p.112) 캐서린에게 새로운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에드거.  히스클리프와는 너무나 다른 인물.  변덕이 죽끓듯 변하는 캐서린은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이 뭘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어. ……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그 애만 있으면 나는 계속 존재하겠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라 해도 그 애가 죽는다면 온 세상이 완전히 낯선 곳이 되어버릴 거야.” (p.130).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서는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에드거와 결혼을 해버리면서 히스클리프가 떠나버린다.

 

 에드거와 행복한 것이 아니었던가?  몇해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모든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어 버린다.  케서린에겐 히스클리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돌아온것만으로 자신의 영혼이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를 에드거의 동생 이사벨라가 사랑한단다.  자신만의 연인을 사랑하겠다니..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에드거는 그의 사랑을 빼앗길 것만 걱정을 한단다.  한 남자의 아내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자신의 일부라 생각했기에 이기적인 케서린에겐 아무 문제가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케서린이 자신의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 순간, 히스클리프가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복수 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의 복수의 끝에 사랑에 빠진 이사벨라가 들어왔다.  결혼한지 하루만에 사태를 파악해 버린 이사벨라. 괴물같은 남자를 사랑해서는 안된 이사벨라에게 남겨진 것은 히스클리프의 아들, 린턴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이 다른 이의 사람이 된걸 보면서 케서린은 정신착란과 함께 여자아이를 낳고 죽는다.

 

 "그 애가 정말로 나를 잊는다면, 내 앞날은 죽음과 지옥이라는 두 마디로 끝나. 그 애없는 삶은 지옥이야." (p.235)라고 외쳤던 히스클리프에게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모든 사람들은 저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에드거와 그의 딸 캐서린도, 이사벨라의 아들 린턴도,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도 말이다.  그가 복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에드거의 모든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 자신의 아들 린턴과 에드거의 딸 캐서린을 결혼 시키면 가능할 텐데, 린턴은 너무 약하다.  사랑하는 캐서린만큼 지멋데로인 에드거의 딸 캐서린(캐시)을 어떻게 하면 린턴과 결혼시킬 수 있을까?  막으려는 자와 성사시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지만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속 상항들은 말이다.  그럼에도 납치와 강금으로 캐시는 린턴의 아내가 되고 심신이 허약해진 에드거는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는다. 

 

 1818년 영국 요크셔 주 손턴에서 태어난 에밀리 브론테.  그녀의 가족력이 대단하다.  『제인 에어 』의 작가 살럿 블론테가 언니고, 『아그네스 그레이』를 쓴 앤 브론테가 동생이다. 1847년에 『폭풍의 언덕』을 발표하고 1847년 결핵으로 서른 해의 생을 마감했으니 『폭풍의 언덕』은 그녀의 유작인 셈이다.  단 한권의 책이 19세기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뽑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기도 한 요크셔 지방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가난한 교구목사의 딸인 그녀가 만날 수 있었던 책들의 대부분이 성경과 신화 였을 것이고, 그녀가 만들어 낸 세계는 신화와 성경으로 빗대어져 있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묻어나 있다. 철저하게 삐뚫어져 있는 사람들.  오로지 본인만 정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하녀장, 넬리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폭풍의 언덕』속 인물들은의 세상은 편협하고 관습을 경멸한다.  그럼에도 환상적인 분위기와 치밀하고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시적 감수성은 서머섯 몸의 말처럼 사랑의 고통과 황홀, 그리고 그 잔인함을 강렬하게 표출해 내고 있다.  165년 후에 독자가 분노하며 읽다가도 케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아닌 캐시와 헤어턴에 아기자기한 사랑에 웃음짓게 만들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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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3.1 운동이 일어났을까? - 강기덕 vs 손병희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4
이정범 지음, 고영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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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고 있는 한국사가 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마다 툭툭 튀어나곤 한다. 역사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역사 소설속에는 슬금슬금 픽션이 들어가 있고, 난 그 픽션 역시 좋아한다.  허구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많은 허구들이 내 역사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선택을 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알고 있던 한국사와 세계사가 진실이 아닌 듣기좋고 보기좋은 포장이 되어있는 것만 고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들이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역사 공화국>시리즈다.  분명 아이를 위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나를 더 많이 깨욷쳐 주는 책, 내가 알지 못했던, 아니 그냥 간과하고 넘어갔던 역사속 진실들이 <역사공화국> 시리즈를 통해서 하나씩 바로 잡혀 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화는 '강기덕 vs 손병희'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손병희 선생이 누구인가?  민족 대표 33인의 대표로서 천도교 3대 교주이고, 3.1 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신 분이다.  그를 민족대표 48인 중 학생대표인 강기덕 선생이 한국사법정에 고소를 했다. 만세 운동 당일, 탑골 공원에서 모이기로 했던 시간과 장소를 불시에 바꿔 군중들에게 배신감을 주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는 무엇인가?  손병희 선생이야 워낙에 유명한 분이기에 알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게다가 민족대표 48인과 학생대표라니?  학생대표라고 해서 십대의 어린 학생은 아니었다. 그당시 학교는 지금처럼 8살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을 뿐더라 강기덕 선생은 서른이 넘은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3.1 운동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무오년(1919년) 2월 초에 만주에서 발표된 '무오 독립 선언'과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이 낭독한 '2.8 독립 선언'부터 이야기 해야한다.  이 선언들은 당시 일제의 탄압을 피해 해외에서 항일 독립 투쟁을 펼치던 애국 지사들에게 큰 희망을 준 윌슨의 '민족 자결 주의'로 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윌슨의 '민족 자결 주의'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동맹국들의 지배를 받던 나라들에만 해당이 되는것이었기 때문에 협력국이었던 일본의 식민지인 우리 나라와는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굳이 만세 운동을 준비한 것은, 유럽 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에 있는 약소국가나 민족에게도 민족 자결주의 사상을 적용하도록 요구하려는 뜻이 강했다. 

 

 '무오 독립 선언'이 자주 독립을 위해서는 무력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점은 기미년의 <독립선언서>와는 차이가 있지만 3.1 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민족 대표 33인은 천도교 15명, 기독교 16명, 불교에서 2명이 이름을 올리면서 종교지도자들로만 이루어졌는데, 이는 정치인이나 언론인보다 종교지도자들이 상대적으로 활동하기에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좀더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 독립 선언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대표 15명을 포함해서 48명 모두를 민족 대표로 부르기도 한다.  3.1운동은 종교지도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때문에 평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처음엔 고종 황제가 죽고, 황제의 장례식이 예정된 3월 3일에 만세 운동을 하기로 결정되었지만, 황제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어지럽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하루 앞당겨 일요일인 3월 2일에 시위를 하기로 했었다.  그러다 16인의 기독교 대표들이 예배 때문에 일요일 집회는 곤란하다고 반대를 하게되면서 결국 토요일인 3월 1일로 날짜가 앞당겨 졌다.  문제는 3월 1일 정오를 기점으로 5,000여명의 민중이 모여들었음에도 민족대표들은 폭력사태를 미리 막는다는 이유로 태화관에서 모임을 갖았다는 것이다.  당초 오후 2시에 낭독하려고 했던 <독립 선언서>는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있어서 오후 3시가 다 되어 한용운 스님이 낭독후 "대한 독립 만세!"라고 만세 삼창을 한후 스스로 체포되었다. 처음 정한 방향대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떳떳하게 체포되어 시민과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 주었다는 것이 태화관에 모인 대표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탑골 공원에 모여있던 민중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흥분해서 폭군으로 변했을까?  지도자들이 태화관에서 탑골공원으로 오는것을 거절하자 학생 대표들의 주도로 역사적인 3.1운동이 시작된다.  정재용 선생이 <독립 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 삼창을 외친 후 만세 행렬은 눈동이 처럼 불어서 서울 시내 전 지역에서 만세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평양, 의주, 함흥, 원산등 북녁 지방에서도 거의 동시에 만세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는 그 지역의 교회를 중심으로 기독교 교세가 강했기 때문이다.  민족 대표 33인 중 기독교 지도자들 대부분이 북녘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영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3.1 만세 운동이 시작된 후 3개월간 전국에서 1500회 이상의 시위에 약 20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중 일제에 살해당한 사람이 7,500여 명, 부상자가 약 1만 6000명, 잡혀간 사람이 약 4만 7000명이나 되었고, 교회 47개소, 학교 2개교, 민가 715채가 불에 탔다고 한다. 

 

 민족 대표 33인이든 48인이든 모두가 독립을 위해 애쓰던 분들이다.  물론 스스로 체포되었던 33인 중 옥중에서 뿐 아니라 석방된 후에도 친일 파로 변절된 사람도 있었다.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천도교의 최린이 친일파의 앞잡이로 변절하기도 했지만, 한용운 선생처럼 독립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셨던 분들도 많다.  기미년 만세 운동은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3.1 운동에 참여한 군중이 종교지도자라는 구심점을 잃어 독립운동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점도 있지만, 3.1운동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 종교 단체의 조직을 활용해 전국적인 만세 운동이 되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는 점에서 민족 대표의 역할은 중요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민족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들을 통해서 3.1 운동이 일어난 원인과 전개 과정, 운동의 의의와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과 함께 민족 대표들의 행동를 한번 쯤은 제대로 보고 과거의 역사로 밀어넣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끔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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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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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p.592)

 

 다시 더글라스 케네디로 돌아왔다.  『파리 5구의 여인』을 읽으면서 더글라스 케네디가 새로운 시도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내가 원하던 그의 작품이 아니여서 였는지, 찜찜함이 계속 되었었는데, 그 전작, 『모멘트』를 읽으니 더글라스 케네디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글을 원했다.  읽으면서 중간 중간 분명 반전이 있을꺼야를 되네이지만, 그 반전 뒤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  그런 이야기가 케네디의 매력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모멘트』를 통해 다시 만났다.

 

 

 분단의 현실은 많은 것을 만들어 낸다.  어린시절 TV를 통해 보여진 '이산가족 찾기'라는 프로는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전히 이산가족 상봉은 드문드문 행사처럼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세대들에 기억의 소멸과 함께 분단의 현실 또한 담배 연기처럼 잊혀져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분단이나 냉전이라는 말은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독일의 '통곡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제 우리만 남았나를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베를린 장벽이라는 긴 벽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남녀의 이야기도 우리네 이야기만큼 많은 것을 담고 있을 것이다.  마주하지 못하는 연인들.  한권의 노트를 가지고 앉아있는 남자와 고개숙여 체념하 듯 있는 여자의 이야기, 그들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소설이 소설이 아닐 때는? 작가의 체험담일 때이다. 작가 토마스.  그는 지금 심각한 인생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아내, 잔은 이혼을 요구하고, 자신의 모든것인 딸, 캔디스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면서 아빠를 조여온다.  그리고 다락방에 처박아 놓았던 원고가 그에 앞에 놓여있다.  제목이 적혀 있어야 할 첫장이 공란으로 남겨져 있는 토마스의 이야기. 그의 시각으로 그려진 지금의 토마스가 있게 된 이야기.  그렇게 토마스는 20여년 전에 토마스가 되어버린다. 1984년 사랑을 회피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온 스물여섯 살의 청년, 토마스. 그는 카페 이스탄블에서 본 전단지를 통해서 알스테어 피치몬스로스의 집에 기거하게 되고, 미국정부가 운영하는 국영방송국인 <라디오리버티>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번역가, 페트라 두스만.  그렇게 그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 

 

'내가 알던 삶이 방금 전에 완전히 바뀌었다.' (p.118)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모든 일에서 숨은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가,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안 순간 부터 멈추질 못한다.  내 사랑만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의 모든것, 그녀의 모든것을 알고 싶어 한다. 동거인 알스테어가 흉기에 찔려 생사를 오고가는 와중에도 그들의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이성간의 사랑만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알스테어와 메메트의 사랑 역시 조마조마하게 보여지고, 페트라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토마스에게 페트라는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제 페트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랑없는 결혼, 사랑없이 태어났어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이, 요한.  그녀의 남편이었던 유르겐의 자살과 그녀가 비밀경찰에 끌려가면서 요한이 비밀경찰에 입양되어진 사실.  그녀를 고발한 친구, 주디트.  그녀를 사랑하기에 요한의 사진을 찾기위해 토마스는 베를린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  오직 사랑하나만으로.

 

 이제 두 사람 사이는 거리낌이 없을 것 같았다. 그저 사랑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프랑스로 가서 그들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지 알았다.  그래야만 하는데, 절절한 사랑은 왜 이리도 아프게 다가오는 것일까?  믿었던 그녀가 그녀의 모습이 아니란다. 그녀가 그를 속였단다.  왜 첩보원인 부블리스크의 말만을 들었을까?  "토마스, 내 사랑은 당신이야. 내가 다 설명할 테니....", "제발, 제발, 나에게 말할 기회를..."(p.413)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이 모든 생각을 막아버렸다.  그녀를 위해 죽을 각오로 베를린 장벽을 넘었는데, 그것 조차도 거짓이었단다.  그녀의 모든것이 거짓이었단다. 분단된 베를린처럼 죽어도 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갈라져 버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의 앞에 요한으로 부터 소포가 전혀져 온다.  그녀가 가슴아프게 사랑했던 그녀의 아들로 부터.

 

 사랑에 빠진 청춘은 너무나 뜨거워서 앞뒤 분간을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조금만 뒤에서 바라보면 보여지는데,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그저 사랑이라는 감성에 휩쓸려 쓸려나가는 것처럼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그 순간 그 행복을 스스로 망쳐버린다. 토 마스와 페트라의 사랑이야기와 분단과 냉전으로 상징되는 비극의 역사가 동일한 분량으로 『모멘트』는 그려지고 있다.  통일이 된 독일처럼 토마스와 페트라 역시 그러길 읽는 독자는 바라지만, 시간의 장벽은 물리적인 장벽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한에게서 온 소포 속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때 페트라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의 생에 단 한번뿐이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것 자존심 때문이었지만, 그러기에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완성.  인생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아니면 그저 잃어버린 것과 우연히 마주치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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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몇해 전 스티그 라르손을 만났을 떄 떨리는 심장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싶었다.  그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헤닝 만켈이 요 네스뵈와 안네 홀트가 카밀라 레크베리가 멈추는 심장의 박동수를 끝없이 치솟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뭘까?  이제 끝인가 싶었다.  이름도 낯설은 유시 아들레르 올센.  책 제목이『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다.  판타지 여전사의 모습을 하고는 선정적인것도 아니지만, 삽화가 그리 확 튀지도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내가 사랑해야 할 북유럽발 추리 소설 작가 명단속에 유시 아들레르 올센을 단박에 집어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가, 대단하다.  2010년 헤닝 만켈,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 등이 거쳐 간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글래스키 상 수상을 포함해 북유럽 범죄 소설가가 받을 수 있는 상은 모조리 휩쓸었고, 2012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인 배리 상 최우수 장편소설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진가를 확인시켰단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칼 뫼르크가 특별 수사반 Q의 반장이라!" (p.21)

 

 특별 수사반 Q의 반장인 칼 뫼르크는 누구와도 협조가 불가능한 인물이다.  직장 동료들은 그를 최악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밀어내고자 해서 만들어진 것이 미결 사건 담당인 특별 수사반이었다.  오직 한명, 칼 뫼르크가 반장이면서 수사원인 곳. 이 특별수사반의 첫번째 사건은 메레테 륑고르의 실종 사건이다.  2002년 3월 쌀쌀한 초봄의 어느 날, 젊고 진보적인 유력한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실종된다. 흥분한 미디어는 앞다퉈 가며 정치적 살인과 자살에 가능성을 두고 근거 없는 추측만 늘어놓는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특별 수사반 Q의 사건이 넘어오면서 칼의 눈에 이전 수사에 허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칼 뫼르크와 그의 조수인 묘한 인물, 아사드. 그들이 그녀의 삶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첫 장면은 이게 뭘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다. 낯설고 격리된 공간에 내팽개쳐진 여자는 손끝에 피가 맺힐 때까지 미끄러운 벽을 긁어 대지만, 두꺼운 유리창과 묵직한 철문만이 여자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인체 실험을 방불케 하는 범인들의 고문이다. 일 년 동안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두움과 다시 일 년 동안 계속되는 대낮 같은 밝음은 여자를 극한의 상태로 몰고 간다. 고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굳게 닫힌 공간을 육중하게 내리누르는 공기의 압력은 점점 위력을 더해 가며 여자의 폐와 신체 조직을 조금씩 조금씩 으스러뜨린다. 여자는 이곳에서 한없이 무력하지만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켜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여자는 끊임없이 유리창 넘어 있는 악들과 싸움을 한다.

 

난 너를 항상 머릿속에 떠올렸어, 메레테.  너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 너의 그 아름답고도 책임감 없는 눈을 말이야. (p.397)

 

 그녀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린시절 완벽한 그녀의 가족은 교통사고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오로지 동생, 우페 뿐이었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메레테는 온 정성을 다해 동생을 돌봤다.  우페외에는 어떤 것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매력적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도 그녀에겐 의미가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자신의 삶을 파괴해버렸다고 이야기를 한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악은 그녀를 파괴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어린아이의 지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우페때문에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죽을 수가 없다.  2002년 부터 그렇게 그녀는 밀폐된 공간속에 있어야만 했다.  씻을수도 이야기할 수도, 글을 남길 수도 없는 곳.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1~2 기압씩 올라가는 밀폐된 공간의 압력은 참을수가 있었다. 몇일만 고생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 고통이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이제 그녀가 유리창 넘어에 악을 물리치는 길은 그들이 그녀를 죽이기 전에 자살하는 길일 지도 모른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분명 숨겨져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는 일이 칼 뫼르크의 일이다.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의 죽음과 장애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칼 뫼르크는 유능한 인물이다.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알수 없는 이력의 소유자인 아사드가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들이 2002년 봄으로 옮겨가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퍼즐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메레테 륑고르라는 매력적인 정치인.  그녀가 만났던 인물들. 그녀에게 전해지던 쪽지들.  그녀 뒤에서 움직이던 사진 작가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녀에게서 사라진 가방의 유무 여부가 궁금해 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가 빠져있었을 남자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밝혀지기 시작하는 인물, 다니엘 할레.  이 남자가 정말 메레테가 빠져있던 남자일까?

 

 이야기는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와 현재로 오고 간다.  요즘 북유럽 경찰들은 나쁜 남자가 절정에 다다르는지 칼 뫼르크 역시,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못됐다.  물론, 자신이 모든 것을 맡길 만큼 믿는 사람는 제외되지만 말이다.  나쁜 남자의 전형같은 이 남자 역시 자신이 관련된 문제가 아닌것은 보지 않고도 풀어 낼 정도로 대단한 수사관이다.  <디파트먼트 Q>시리즈에서 그가 맡은 첫번째 사건,『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말 그대로,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메레테 륑고르의 이야기다.  그녀의 생사 여부조차 알수 없는 칼 뫼르크가 우페가 바라보던 '아토모스'를 찾아내는 과정은 이제 이야기가 풀려가는 구나 생각을 하게 하지만, 칼 뫼르크보다 당연 이책은 메레테 륑고르의 이야기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부모님은 정신과 의사였단다. 게다가 그가 전공한 분야는 사회학과 정치학이다.  이런 그의 이력은 인간의 심각한 광기와 정치적 음모를 적절하게 섞어놓을 수 있었고, 그러기에 이책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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