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몇해 전 스티그 라르손을 만났을 떄 떨리는 심장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싶었다.  그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헤닝 만켈이 요 네스뵈와 안네 홀트가 카밀라 레크베리가 멈추는 심장의 박동수를 끝없이 치솟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뭘까?  이제 끝인가 싶었다.  이름도 낯설은 유시 아들레르 올센.  책 제목이『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다.  판타지 여전사의 모습을 하고는 선정적인것도 아니지만, 삽화가 그리 확 튀지도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내가 사랑해야 할 북유럽발 추리 소설 작가 명단속에 유시 아들레르 올센을 단박에 집어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가, 대단하다.  2010년 헤닝 만켈,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 등이 거쳐 간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글래스키 상 수상을 포함해 북유럽 범죄 소설가가 받을 수 있는 상은 모조리 휩쓸었고, 2012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인 배리 상 최우수 장편소설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진가를 확인시켰단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칼 뫼르크가 특별 수사반 Q의 반장이라!" (p.21)

 

 특별 수사반 Q의 반장인 칼 뫼르크는 누구와도 협조가 불가능한 인물이다.  직장 동료들은 그를 최악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밀어내고자 해서 만들어진 것이 미결 사건 담당인 특별 수사반이었다.  오직 한명, 칼 뫼르크가 반장이면서 수사원인 곳. 이 특별수사반의 첫번째 사건은 메레테 륑고르의 실종 사건이다.  2002년 3월 쌀쌀한 초봄의 어느 날, 젊고 진보적인 유력한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실종된다. 흥분한 미디어는 앞다퉈 가며 정치적 살인과 자살에 가능성을 두고 근거 없는 추측만 늘어놓는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특별 수사반 Q의 사건이 넘어오면서 칼의 눈에 이전 수사에 허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칼 뫼르크와 그의 조수인 묘한 인물, 아사드. 그들이 그녀의 삶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첫 장면은 이게 뭘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다. 낯설고 격리된 공간에 내팽개쳐진 여자는 손끝에 피가 맺힐 때까지 미끄러운 벽을 긁어 대지만, 두꺼운 유리창과 묵직한 철문만이 여자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인체 실험을 방불케 하는 범인들의 고문이다. 일 년 동안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두움과 다시 일 년 동안 계속되는 대낮 같은 밝음은 여자를 극한의 상태로 몰고 간다. 고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굳게 닫힌 공간을 육중하게 내리누르는 공기의 압력은 점점 위력을 더해 가며 여자의 폐와 신체 조직을 조금씩 조금씩 으스러뜨린다. 여자는 이곳에서 한없이 무력하지만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켜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여자는 끊임없이 유리창 넘어 있는 악들과 싸움을 한다.

 

난 너를 항상 머릿속에 떠올렸어, 메레테.  너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 너의 그 아름답고도 책임감 없는 눈을 말이야. (p.397)

 

 그녀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린시절 완벽한 그녀의 가족은 교통사고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오로지 동생, 우페 뿐이었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메레테는 온 정성을 다해 동생을 돌봤다.  우페외에는 어떤 것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매력적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도 그녀에겐 의미가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자신의 삶을 파괴해버렸다고 이야기를 한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악은 그녀를 파괴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어린아이의 지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우페때문에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죽을 수가 없다.  2002년 부터 그렇게 그녀는 밀폐된 공간속에 있어야만 했다.  씻을수도 이야기할 수도, 글을 남길 수도 없는 곳.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1~2 기압씩 올라가는 밀폐된 공간의 압력은 참을수가 있었다. 몇일만 고생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 고통이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이제 그녀가 유리창 넘어에 악을 물리치는 길은 그들이 그녀를 죽이기 전에 자살하는 길일 지도 모른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분명 숨겨져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는 일이 칼 뫼르크의 일이다.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의 죽음과 장애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칼 뫼르크는 유능한 인물이다.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알수 없는 이력의 소유자인 아사드가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들이 2002년 봄으로 옮겨가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퍼즐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메레테 륑고르라는 매력적인 정치인.  그녀가 만났던 인물들. 그녀에게 전해지던 쪽지들.  그녀 뒤에서 움직이던 사진 작가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녀에게서 사라진 가방의 유무 여부가 궁금해 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가 빠져있었을 남자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밝혀지기 시작하는 인물, 다니엘 할레.  이 남자가 정말 메레테가 빠져있던 남자일까?

 

 이야기는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와 현재로 오고 간다.  요즘 북유럽 경찰들은 나쁜 남자가 절정에 다다르는지 칼 뫼르크 역시,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못됐다.  물론, 자신이 모든 것을 맡길 만큼 믿는 사람는 제외되지만 말이다.  나쁜 남자의 전형같은 이 남자 역시 자신이 관련된 문제가 아닌것은 보지 않고도 풀어 낼 정도로 대단한 수사관이다.  <디파트먼트 Q>시리즈에서 그가 맡은 첫번째 사건,『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말 그대로,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메레테 륑고르의 이야기다.  그녀의 생사 여부조차 알수 없는 칼 뫼르크가 우페가 바라보던 '아토모스'를 찾아내는 과정은 이제 이야기가 풀려가는 구나 생각을 하게 하지만, 칼 뫼르크보다 당연 이책은 메레테 륑고르의 이야기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부모님은 정신과 의사였단다. 게다가 그가 전공한 분야는 사회학과 정치학이다.  이런 그의 이력은 인간의 심각한 광기와 정치적 음모를 적절하게 섞어놓을 수 있었고, 그러기에 이책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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