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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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 왕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것을 조각으로 만들고 만들어진 조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조각과 사랑에 빠진 왕은 조각상을 사랑하는 여인처럼 대하고, 이를 지켜보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을 생명이 있는 여인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와 함께 '그리스 신화'를 읽을때는 별 생각없이 강한 바램이 기적을 만든다 쯤으로 생각하고 넘겼었던 것 같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라고 이야기 할수도 있겠지만, 이 신화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꿈꾸는 다락방'에 'R=VD'처럼 '생생하게 꿈꿔라. 그러면 이루워진다'와는 다른 측면으로 다가온다.  몇주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열 세번째 아이>를 읽었었다.  유전자를 준 사람에 바램되로 만들어져 나온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어쩌면 '피그말리온 신화'는 그리스판 '맞춤 로봇'이 아니었을까?

 

 

 그리스판 '맞춤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위저드 베이커리>에 구병모작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워낙에 일상적이지 않고, 독특하기 때문에 책을 읽기전부터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누구나 알고 있는 '피그말리온'신화를 제목으로 보여주고 있을까?  바램이 기적을 만드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렸던 신화가 '아이들'과 합쳐지는 순간 분명 또 다른 이야기를 양산해 내기 시작했고, 청소년 문학의 선두주자인 '창비'와 만났으니, 긴장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긴장의 끈을 놓칠수가 없다.  무슨일이 있었기에 한 남자가 사투를 벌이다 시피 산을 오르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에 앞에 은밀하게 나타난 아무렇지도 않은듯 도움을 주고 가는 소녀는 누구란 말인가?  프롤로그가 강하게 시작을 한다.  그렇게 놓치면 끊어질지도 모르는 긴장속에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피디인 ‘마’는 십여 년 전 설립된 이래 한 번도 언론에 노출된 적 없는 로젠탈 스쿨을 취재하기로 결심한다. 대학 동창인 기자 ‘박’의 도움을 받아 학교 이사장의 허락을 얻어낸 마는 촬영감독 ‘곽’과 함께 로젠탈 스쿨이 자리한 낙인도로 들어간다. 로젠탈 스쿨이 공개되는 것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교장은 촬영 기간 동안 휴대폰 사용을 금하고 촬영 장소나 인터뷰 대상도 제한하는 등 제동을 걸고, 비서 일을 보는 학생 은휘에게 이들을 감시하게끔 한다.  전혀 알수 없는 곳. 로젠탈 스쿨.  겉으로 보기엔 좋은 환경에 속에서 아이들이 있는것처럼 보였다.  범죄자를 부모로 두거나 고아인 아이들을 데려다 직업 훈련을 전문적으로 시키는 이 학교는 왜 한번도 언론에 노출된적이 없었을까? 게다가 시설 인가도 없이 어떻게 운영되어 지고 있는걸까?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학교와 교사들 덕에 자신이 사람이 됐다며 찬사를 쏟아내지만, '마'는 획일적이고 억눌린것 같은 학교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촬영감독의 카메라에 찍혔던 아이들이 먹는 알약과 '은휘'에 인터뷰에 담긴 메세지.  '마'에 착각일 뿐일까?  그러던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학생들 간의 폭력 장면을 몰래 촬영한 '곽'이 학교 지하실에 갇히고, '마'는 그간 취재한 내용을 모두 압수하려는 교장과 교사를 피해 산으로 달아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곳. 외딴 섬에 자리하고 있는 로젠탈 스쿨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비밀로 가득 찬 학교, 아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잔인한 진실. 완벽한 시설을 갖추었지만 외딴섬에 자리한 로젠탈 스쿨이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너희 부모처럼 쓰레기같이 살래? 아니면 정직하게 벌어먹는 일꾼이 될래?”  <시크릿>을 비롯해서 많은 책들에서 '긍정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로젠탈 스쿨은 겉으로 보기엔 '긍정의 힘'을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아이들에게 로젠탈 스쿨은 어른의 욕망을 투사하여 그대로 살기만을 강요하고 있다.  생각을 제한하기 위한 제한된 언론. 어디에 있는지 확인 가능한 위치 추적. 두명 이상은 사상을 논할 수 없는 곳.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될까?  로젠탈 스쿨 졸업후에 일들은 '박'을 통해서 보여지지만,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이들은 자란다.  그 아이의 과거환경이 어떠했던, 아이보다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이의 미래를 한정지어놓으면 안된다. 아이들에 무한한 가능성은 열어놓아야만 하고 지켜봐야한다.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나만을 위한 맞춤로봇을 아이들을 통해서 실혀하려 했던 로젠탈 스쿨.  작가의 말처럼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른의 욕망을 아이들에게 투사하는 로젠탈 스쿨의 모습은 우리 교육과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그럼에도 <피그말리온 아이들>에 가능성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끼리도 대화를 막는 곳에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이 아이들을 통해서 말이다.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 학교와 다른것이 있을까?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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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3 - 위기, 새로운 레거시의 발현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3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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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엠 넘버 포 1>을 읽고는 몇일을 가슴 앓이를 했었다.  어찌나 멋있던지,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고 더욱 기대감 상승이었다.  영상물은 그리 좋아하지 않은 네가, 넘버 포를 어떻게 그렸는지가 궁금해서 영화를 봤고, 기대감은 바닥을 쳐버렸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로 그런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도대체 감독은 책을 읽기는 한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아이 엠 넘버 포>는 실망스러웠고, 이 시리즈는 아직 영상으로 만들어지기엔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으로 돌아왔다.  지인의 선물로 거의 1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로리언의 친구들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읽기 전부터 가슴이 콩쾅거리기 시작했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내 주변에 모든것은 정지를 해버렸다.  책 속 로리언의 아이들이 펼쳐낸 레거시가 발휘된것 처럼 말이다.

 

 

 어린 아이였을때 자신의 세판들과 함께 지구로 날아온 아이들이 이제 10대가 되었다. 하나씩 레거시가 발휘되고 있기는 하지만, 로리언의 아이들 역시 10대의 아이들이다.  항상 거주지를 옮기는 세판에게 반항하기도 하고 여느 10대들처럼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지구아이들에 평범함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세판과 함께 했을때는 그저 어린아이일 것 같은 아이들은 세판에 죽음을 목격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상황을 인지해 나가기 시작한다.  1권에서 넘버 포의 세판 '핸리 스미스'가, 2권에서는 넘버 세븐의 세판 ' 아델리나'가 자신들의 가드를 위해 희생하고, 3권에 들어와서는 넘버 텐의 세판인 '크레이튼'이 아이들을 남겨두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제 아이들은 보호받아야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하는 존재들이 되어버렸다.

 

 손에서 빛이 나오는 레거시를 발휘하는 넘버 포, 투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넘버 식스, 생명을 주관하는 넘버 세븐, 투시가 가능한 넘버 나인과 로리언에서 날아온 넘버 텐과 함께 이제 새로운 아이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슈누에 모습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넘버 에잇.  3권은 넘버 포, 넘버 식스, 넘버 세븐의 시선으로 쓰여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경의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시리즈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로리언에서 온 아이들은 번호순으로만 죽는다는 데 있다. 번호순이 아니면 죽일 수 없다는 것이 적들로 하여금 아이들을 찾아내 제거하기 어렵게 하고, 남은 아이들을 더욱더 결속시켜주고 있다. 아이들은 고유의 레거시(능력)가 나타날 때까지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며 뿔뿔이 흩어져 숨어 살다가, 이제 아이들은 자석의 끌림처럼 모이기 시작한다.

 

 책장은 넘길 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넘버 세븐이 머무는 한겨울의 스페인 산맥 속 수녀원의 황량함과 고립감을 시작으로 넘버 포 일행이 도망 다니는 미국 대륙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자연 경관이 맞물리며 가드들의 시선이 교차 서술되고 있어, 극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하나씩 발현되어지기 시작하는 레거시는 다른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주 오래전에 지구별에 온 로리언인들. 지구상에 있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든 것들이 로리언인의 작품이라는 설정은 흔하게 전해지는 우주인설을 차용하고 있지만, 재미를 위한 소설에서 가타부타를 찾는다면 어불성설일것이다. 여타 히어로들의 이야기들도 그렇지만, 지구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아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거대한 우주속에 누군가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로리언의 가드들을 따라가다보면 지구의 신비가 우리가 모르는 다른 별에서 부터 시작된것 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야기야 <슈퍼맨>때부터 차용되어오던 이야기이니 씩 웃어넘기면 된다.  물론, 지구에 불가사의중 대부분은 로리언들이 지구의 동력자들과 함께 했다고 이야기를 하고있다(피라미드를 건설하고, 그리스 신들이 실은 로리언인이었다는 설정).  그럼에도 세월은 흐르고 그런 생각들이 변색되어가면서 지구의 거주자들은 로리언들을 모가도어인에게 팔아 넘기려하고, 이제 로리언의 가드들에겐 모가도어인들 뿐 아니라 지구인들 역시 적이 되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모가도어인들의 신 무기에 혹한 미국 정부는 로리언의 가드와 세판을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너무나 빠른 전개로 읽다보면 2권에서 모가도어인들에게 사로잡힌 샘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초반에 넘버포의 모든 신경은 샘에게 닿아있고, 존에 꿈속에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설정은 다른 가드들에 싸움속에 덮혀버리기 일수다.  아직 모든 아이들은 모이지 않았다. 어째서, 넘버 파이브가 나오지 않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로리어 행성의 지도자로 피타커스 로어로 이름을 지은것처럼 작가는 센스가 넘친다.  분명 무언가가 있을것이다.  아이들 모두가 모여야 최대에 힘을 쓸수 있다고 말을 하면서도 넘버 파이브의 존재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을까?  알수가 없다. 3권에서는 모가도어의 절대 권력자인 세트라쿠스 라와의 만남과 그가 어떻게 가드들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무력하게 만드는지까지 알아 냈다.  전6권중 3권이 끝났다.  피타커스 로어가 이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넘버 파이브의 존재와 로리언의 수장인 피타카스를 대신할 가드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아홉 모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여섯이 살아남았고 넘버 텐이 합세해서 일곱이 된 가드들. 함께 모이며 모두 이겨내고,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평생 가드들이 함께 하는 순간을 기다린것 처럼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린다.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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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돼? -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한우리 필독서 선정 학교종이 땡땡땡 3
이소 미유키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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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있을까?  유아동책들은 곱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때 함께 읽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이제 태어나 갓 100일이 지난 조카에 모습도 떠올려지는게 유아책이다.  작은아이가 초등학생인데도 난 여전히 이런 책들이 참 좋다.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집 작은 녀석도 유아동책이 오면 나보다 먼저 반기면서 읽는다. 그리곤 살인미소를 씨익 날린다. 내눈에만 살인미소지만 말이다.  표지만 봐도 장난기 가득한 여우에 얼굴이 보인다.  가면처럼 만든 나뭇잎을 가지고 뛰고 있는 여우와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토끼. 뭘 '봐도 돼?'냐고 묻고 있는걸까? 아니, 누가 누구에게 묻고 있는 걸까?

 

 

 숲 속 친구들은 아침부터 내내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법, 예의 바르게 이야기하는 법, 예의 바르게 식사하는 법등을 배우고 있다. 헤엄을 칠 때도 물을 튀기면 안 되고, 뛰어들면 안 되고, 우아하게, 아름답게, 조용하게 헤엄쳐야 예의 바른 어린이가 될수 있다. 어른들은 토끼가 왜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지, 여우는 왜 물에 풍덩 뛰어드는지, 아이들의 속마음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오리의 가르침대로 동작 하나 틀리지 않고 헤엄을 치는 너구리는 좋은 아이이고, 소심한 토끼와 장난꾸러기 여우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말썽꾸러기로 치부되기 일수다. 
 

 수업도 자기 마음대로이고, 말도 거침없이 하고, 시시때때로  구들을 괴롭히는 여우는 숲 속 마을에서 가장 예의 없는 아이다. 여우의 또 다른 이름은 ‘장난꾸러기 여우 녀석’이다. 모두들 여우가 나타나면 으레 “또 네 녀석이구나.”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우가 왜 예의가 없고, 왜 자랑하고 뽐내는 아이들을 못 견뎌 하고, 왜 자존심을 건드리면 참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여우에게 자꾸만 졸졸 따라다니는 토끼가 나타났다. “뭘 봐! 왜 귀찮게 따라다녀!” 퉁명스레 쏘아붙이는 여우에게 토끼는 항상 “봐도 돼?”라고 물을 뿐이다. 토끼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이다.

 

 

 "너 왜 따라오는 거야?" " 으응. 그러니까. 여우 네가 멋있어서..." 소심한 토끼에 눈에 여우는 너무나 멋있는 아이다. 언제부턴가 공주 같은 맑은 눈으로 빙긋 웃는 토끼가 여우는 낯설지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따라오지 마. 귀찮아 죽겠어" 라고 말하지만 여우는 어느새 토끼를 기다리고 토끼가 없으면 외롭다.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아이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을 “보기” 시작하고, “보여 주기” 시작한다. 여우는 당당하고 솔직한 행동으로 토끼가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을 읽어 주고, 토끼는 맑고 큰 눈으로 여우의 다친 마음을 보듬으며, 친구가 되어 간다.  말썽쟁이 여우와 부끄럼쟁이 토끼가 서로에 마음을 두드리는 용기있는 질문, "네 마음을 봐도 돼?"

 


 

"난 외로워서 친구들을 괴롭힌 거야." " 난 부끄러워서 친구들을 보기만 했어."  아이들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들에 마음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참 고운 책, <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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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1
최종훈 지음 / 발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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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작가를 2008년에 웹툰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항해>와 <향연상자>를 시작으로 작가의 이름은 알지도 못하면서 HUN이라는 필명에 끌리듯 끊임없이 그에 작품을 탐독했었다.  물론, 웹툰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은 공상과학이나 극사실주의 작품들로 좁혀져가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고양이와의 일상을 다루는 <그루밍 선데이>나 <해치치 않아>처럼 다정한 이야기를 그려주고 있는 HUN작가의 열혈 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10년 7월에 은밀하게 침투해오는 한 남자, 동구를 만났다.  

 

두려웠다...
생존하지 못 할까 두려웠고, 그래서 배식이 끊겨 굶어 죽을까 두려웠고,
당에서 버려질까 두려웠다.
지금은...
내가 변할까 두렵다.  - 연어 중

 

 

 남들 다 보는 동네 어귀에서 똥을 싸고, 여자 팬태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놀이터에서 소리를 지르는 한 남자가 있다.  어린 치웅이와 성민이게게 매일 놀림을 받고 동네 슈퍼에서 쌀을 배달해주는 이 남자는 오마니를 만날 수 있다는 단 하나에 소망으로 살아온 공화국 혁명전사이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이 남자의 남파임무는 어이없지만 동네 바보이다.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 부대. 20000: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이 왜 바보로 살아야 하는지는 알수가 없다.  이렇게 가난한 달동네에서 어떤 임무를 펼치게 될지도 알수가 없지만 당에 명령이기에 따라야만 한다.  그리고 그에 곁으로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류환 못지 않은 실력자 리해랑과 공화국 사상 최연소 남파간첩 리해진이 들어온다.  5446부대의 전설 같은 존재인 이들이 만났다.  

조국통일이라는 원대한 사명을 안고 남파된 그들이 맡은 임무는 어처구니 없게도 달동네 바보, 가수지망생, 고등학생이다. 전달되는 명령도 없이 시간은 흘러만 가고 남한 최하층 달동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에게 전혀 뜻밖의 은밀하고 위대한 임무가 내려진다. 동네 바보이기에 아무것도 알수 없었던 원류환, 동구에게 리해진이 전하는 말. '위대한 인민 공화국을 위해 5446부대 혁명전자 전원 자결 하라. 명령 불복시 해당구역 감시자는 책임지고... 전원사살, 보고 후 자결하라.' 도대체 당에선 왜 이들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린것인가?  당에 명령이니 따라야 하는데, 오마니의 생사가 궁금하다.  자신이 죽는건 상관이 없지만 오마니는 살아계신걸까?


'명령하달 24시간. 고정간첩 21명 사망. 4명의 중, 하급 간첩 명령 불이행 생존. 백두조 1명, 흑룡조 1명,오성조 2명'  5446 남좌부대 총교관 대좌인 김태원과 백두조 제4대 조장 황재오, 흑룡조 5대 조장 최완우가 생존해 있는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조용히 남파를 시도한다.  거지도 밥을 먹고 사는 이곳에서, 멸치 몇마리 더 먹고, 닭알 몇알 먹어도 문제가 없는 이 곳에서 살고 싶지만, 가족에 안위가 걱정되는 이들.  '멸치... 수 백마리 중... 몇 마리 쯤 없어진다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들은 알고 있었다. '3군.. 쌀이 두되, 2군이 되면 네되, 1군이 되면 네되에 고기 반근. 다섯조원 안에 들면 그때서야 겨우 아우들 굶어 죽을 걱정은 않겠구만.'  이 때문에 끝까지 살아서 조장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된다. 자신들 주위에 평범하게 있었던 인물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있던 남파 간첩임이 드러나고, 백두조 3대 조장이었던 서수혁은 이중간첩에 모습으로 그려진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원류환을 따라 오성조 조장이 되고 남파간첩이 된 리해진.  이들에 숨겨진 이야기는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 슬럼버>를 통하면 알수가 있다.  웹툰이 연재되었을때는 너무나 잘생긴 세 남자 때문에 간첩은 다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북한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럴 수도 있다.  바보로 분했음에도 이 꽃미남들에 영향력은 대단했으니 말이다. 

 

 올 6월에 영화화가 된단다.  분단조국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것이 가능한일인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근래에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모른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살아가고 싶지만, 그냥 사라져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멸치처럼 소멸되어 버리는 이들에 모습은 어떤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 휴전에 시간이 60년이 넘어서면서 전쟁에 기억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 나는 그 기억조차 없기 때문에 전쟁을 모른다.  어린시절엔 북한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뿔이 달리고 못된 모습이라고 배웠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북정상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남북단일팀이 만들어 졌지만, 여전히 북과의 괴리는 무시하지 못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어떤모습으로 영화화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것이고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것 같다.  이 이야긴 남과 북에 문제이기전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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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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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한 이유로 책을 골랐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였고, 그 뒷이야기 쯤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별 고민없이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부터 숱하게 들어왔던 말이 '배달의 민족'이다.  이 배달의 민족에게 일어난 '특별한 배달'은 어떤 이야기일까?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가 운영을 하던 상점 속 주인, '온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우리가 알고 느끼고 진리라고 믿고 있던 시간은 진짜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특별한 배달'속에 들어있다.

 

 

 역시나 김선영 작가는 아이들에 이야기를 내면까지 파헤치면서 들여다 보고 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딸아이가 있음에도 나는 알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김선영 작가의 글을 통해서 만나고 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잉여인간을 꿈꾸는 태봉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아이다. 엄마는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갔고, 아버지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 두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렇게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며 체념적인 나날을 보낸다.  또 다른 아이 슬아는 지나치게 의욕이 많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에 예쁜 아이다. 하지만 슬아는 입양된 동생 상하가 어느 날 파양된걸 알게 되면서 우등생인 자신도 엄마의 기대에 어긋날 경우 파양될 것이라고 믿고는 그 불안감에 기면증까지 걸리고 긴장이 풀리면 잠에 빠져든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이 아이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갖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태봉에 눈에 기면증으로 쓰러져 있는 슬아가 들어오고, 슬아가 태봉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다. 잉여인간이 되겠다는 태봉과 파양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슬아는 태봉의 아르바이트용 오토바이를 타고 웜홀을 통과하게 된다. 이것이 진짜 웜홀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분명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며 돌아보게 해주고는 있다. 슬아는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하게 자신의 모습을 알 필요가 있었고, 결국 두 사람은 현재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적인 순간을 보게 된다.

 

 사라져 버린 중국집 배달원, 사라져 버린 상하. 그리고 삼일의 시간이 사라져 버린 태봉과 슬아. 아이들은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진실에 다가선다. 문학평론가 정진희님은 '작가는 아무리 척박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인간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 방영찬 ebs PD는 '소년과 어른의 차이란 바로 중요한 삶의 결정을 스스로 내리느냐 아니면 남이 내려주느냐의 차이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별한 배달>은 태봉과 슬아에 이야기지만, 그들만에 이야기는 아니다.  손을 내밀었던 태봉의 엄마와 폐휴대폰에서 금을 찾으며 살아나가는 태봉의 아빠 이야기이고, 작은 아이의 손을 잡았던 슬아의 엄마에 이야기이다.  그리고 꿈을 향해 나가는 근수의 이야기이고, 다리를 다쳐 오토바이를 타지 못함에도 할리 데이비슨을 가지고 있는 퀵서비스의 고래삼촌에 이야기다.

 

'웜홀'을 통과하면서 아이들은 잊고 있었던 과거와 조우하게 된다. 왜 잊고 살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잊으려 했던 과거들이 아이들 앞에 나오면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른들은 이야기를 한다.  열다섯에 스물을 꿈꾼다 해도 내일 바로 스물이 될 수는 없다고 말이다.  지금의 삶이 힘들어 내일 눈을 떴을 때 어른이 되길 바랬던 적이 분명 나에게도 있었다.  마흔이 넘고 이제 내 아이가 그때에 내 나이가 되고 나서야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되돌아보는 것이, 후회나 미련이라기보다는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는'과정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받아들임은 나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말과 통한다고 말이다.

 

 '특별한 배달'을 하게 된 태봉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것은 태봉의 주변인물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결국은 책을 읽는 독자까지 그 안에 함께 하면서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정진희 님의 말처럼 꿈과 희망, 열정이 사라진 의미 없는 시간으로 채우져 있는것 처럼 보이던 태봉과 슬아의 카이로스적 시간은 '멈춤'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닫아 버린것 같은 주변의 문을 통해서 비틀렸다고 믿었던 운명을 직시하기 시작하고,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기 시작한다.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김선영 작가의 글에 열광을 하는 것일것이다.  분명 '청소년 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나의 삶과 되돌아보는 '받아들임'을 경험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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