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꼬마 디자이너 - 보고 이해하고 따라해 보는 어린이 디자인 학교 토토의 그림책
김지영 글, 최혜인 그림 / 토토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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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꿈은 참 다양하게도 변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딸아이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어디서 무엇을 보고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예쁜 옷을 만드는 사람쯤으로 생각을 하고는 그 옷을 만들면 본인이 다 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꿈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아이가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해서, 열심히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좋은 그림들을 보면 도움이 될까하는 치마바람 나부끼던 엄마였었던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열정이 사그라 들었다.  이번에 만난 책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는 아가들 책 전문, 토토북에서 나온 '보고 이해하고 따라해 보는 어린이 디자인 학교'라고 되어있는데, 작가의 말 중에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직면한 과제는 '같은 것을 보고도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입니다.>라는 표현으로 이 책을 만든 이유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남과 다른 생각. 흔한 말로 '창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아이. 이 사고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뭘까?  즐겨보는 TV프로그램중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가 있다. 7명에 멤버가 좌충우돌하면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데, 매년 디자인에 관한 프로젝트 미션이 나온다.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구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옷을 디자인해서 패션모델처럼 런웨이를 하기도 한다.  디지인에 'D'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결과물로 만들어 낸 것들은 대단한것들이 많았다.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 냈을까 놀랄 뿐이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 무도멤버들에게 한것 처럼 '턱'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라고 하기엔 힘들것이다. 작가는 이책을 통해서 아이들이 디자인이 무엇인지,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디자인, 세상을 새롭게 하는 디자인의 힘에 대해 깨닫고, 환경과 인간을 존중하는 착한 디자인의 의미를 알고 최고의 감각을 지닌 아이들로 커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디자인 여행을 떠나기 위한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의 길라잡이는 디자인에 대해 알려주는 '미스터 디자인'과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아름다운것을 좋아하는 귀염둥이 '뷰티', 그리고 아는 것이 많고 똑똑한 '스마티'다.  귀여운 이 케릭터들을 따라가다보면 '아하~'하고 무릎을 탁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그런걸 바라지는 않는다. 슬렁 슬렁 넘어가도 괜찮다.  이런게 있구나 하고 넘어가도 또 읽고 또 읽으면 나중에 '아~ 이런것도 있었지'하고 떠올리게 될테니까 말이다.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알아보자.  디자인은 나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에요.  디자인은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일이에요. 디자인은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에요.  디자인은 우리 주변을 가꾸는 일이에요.  디자인은 나를 표현하고 알리는 일이에요로 구분해서 여러가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 장점중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친구들의 디자인을 볼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발한 디자인들이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또래의 친구들에게서 만들어지는 디자인들은 '짝짝짝'박수를 쳐주고 싶게 만들어 준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친구들까지 이 친구들은 어쩜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해냈을까?  그렇다면 책을 함께 읽는 아이들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디자이너!>와 워크북이 함께 붙어 있다.  굉장하다.  그리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책을 읽으면서 엄마도 아이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 함께 디자이너가 되어 볼까?>로 되어있는 워크북은 별책부록이라고 하기엔 아이들에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릴수 있을 만큼 근사하다. 사실, 부모들이 이렇게 활동을 하기는 힘이드니까 말이다.  알아서 멍석을 깔아주니,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디자인 감각을 기르는 법.  아이에게만 필요한 일일까?  아이를 위한 방법이라고 되어있지만 그렇진 않을것이다.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함께 하는 부모도 보는 눈이 달라질테니 말이다.  1.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을 즐겨요.  2.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요.  3. 좋은 생각이 떠올를 때는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요.  4. 백화점, 꽃 시장, 모델 하우스 등을 구경하러 가요.  이제 보이기 시작하는 모든 꼬마 디자이너들과 부모들에게 꼭 한번 읽기를 권하는 책 <나는야, 꼬마 디자이너>는 정말 끝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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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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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게 된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곳이 있고, 전쟁이 끝난 후 아니, 그 와중에도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뉴스로 나오고 책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쟁에 내막을 알아가는 것이 일반인들이다.  어찌보면 미디어가 이야기 하는데로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일반인, 전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다른 세상을 알수 있는 길은 미디어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속에서 움직였던 사람들에 이야기가 실린 책이라던지.  처음엔 아프리카 바이러스라 불렸던 것이 있었다.  어느 순간 이 바이러스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더니 막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해야만 했단다.  누구와의 싸움이었을까?  단지 바이러스일 뿐이라면 말이다.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서 치러진 전쟁을 사람들은 '세계대전 Z'라고 불렀단다.  하지만, 그 전쟁은 그저 '좀비와의 전쟁'이었다.

 

 

  전쟁의 끝에는 우리 조상들에 실록처럼 기록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젠 그런 기록보다는 인터뷰형식으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편한 시대에 놓여져 있다. '세계대전 Z'라고 불리던 세계대전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묻혀버릴수도 있었던 이야기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하기에 공식기록으로 남기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들. 필터링된 이야기가 아닌 사장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지금 현실에 이야기처럼 다큐멘터리와 스릴러를 교묘하게 결합해서 <세계대전 Z>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현실인것 처럼 말이다.  꼭 몇해전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지금 펼쳐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서부터 바이러스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가 않지만 어느 정도 좀비의 위협으로부터 전 세계의 안전이 확보된 근미래, UN의 '전후 보고서'를 위해 세계 각국의 정·재계 인사와 군사 전문가, 과학자, 일반 생존자 등 다양한 인종과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기록하기 시작했단다.

 

  분명 다큐멘터리고 인터뷰였음에도 좀비 전염병의 발달에서부터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까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서 일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좀비와의 전쟁'속으로 들어갈수 있다. 처음은 좀비의 발생지면서도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걸 비밀에 부쳤다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중국 지도부에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내 이해력으로는 애매모호하게 보인다.  좀비들이 만연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것이 북한이 좀비세력을 완벽하게 막아낸 것인지, 지하로 숨어들면서 전 국민이 좀비가 된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 좀비 세력을 이겨낸 이야기들도 나오고는 있는데, 확실히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분명하게 나와있질 않고 있다. 두리뭉실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데, 내 눈에는 왜 이게 분명하게 보여지질 않는 것일까?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을 구한 영웅이 되기도 하고, 그의 사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일본에서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한것인지는 개연성이 없다.

 

  영웅은 날때부터 영웅은 아니었겠지만 인터넷이 끊기면서 전세계가 좀비들에 의해 사라져갈 즈음에 세상으로 나온 오타쿠라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역시나 전쟁중에는 자신에 이익만을 위해 교묘하게 머리를 쓰는 사람들은 나타나기 마련인지, 좀비 바이러스를 막는 '아프리카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이 나타나고, 안보를 핑계로 쉬쉬하며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다 결국 국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불러온 미국 정부는 막상 위기에 닥치자 멸시하던 남미의 여러 국가를 UN으로 불러내 좀비 전쟁의 합류를 선동하는 미국의 대통령에 모습도 보여지고, '스톡홀롬 증후군'처럼 좀비화 되기를 원하는 '퀴즐링'이라는 인류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말 벌어졌던 일들을 인터뷰한것처럼 실감나기는 한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미국 인터넷 서점 Amazon.com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 1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란다. 이책 덕분에 미국 서점에서 하나의 독립 장르로 구분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좀비 장르가 되어버렸단다.  게다가 책의 원제목 그대로 영화화 되었고, 배우 브래드 피티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하겠다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고 영화사나 출판사에서는 광고를 하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영화 리뷰어들의 글을 읽으니, 책에 내용과는 다른면이 많은 듯 하다.  영화는 '나는 아빠다'에 충실한 헐리우드식 영웅을 준수하는것 처럼 보이니 말이다.  책은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생존 보고서다.  두리뭉실이든 어떻든간에 결국 인류는 살아남았고, 그러기에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까지 아마존 서평 독자 400명 중 약 70%가 만점을 주는 등 독자 평가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내겐 맞지 않는 내용이다.  어쩜 내겐 이런 좀비물이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개운치가 않고 이 찝찝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내겐 이렇게 재미없는 책으로 남게되는지 모르겠지만, 한줄의 글귀는 마음에 와닿는다.  이 글 하나 건진걸로 만족하련다.

 

홀로코스트에는 생존자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조차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과 영혼이 망가져서, 예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겁니다.  그게 만약 진실이라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지구 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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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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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읽었던 책 중 단연 최고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였다.  숨막히는 긴장감과 어디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펼쳐내는 딱딱 맞아 떨어지는 퍼즐 조각들은 작년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이름만 듣고도 <K.N의 비극>이 미치게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미스터리 서스펜스 걸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K.N의 비극>은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빠른 소설이다.  책장을 펼치고 몇 시간 만에 읽어 버릴 정도로 재밌고 빨리 넘어간다.  그런데 그게 한달 전 일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겠고, <제노사이드>가 떠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읽어서 였는지 재미는 있는데, 최고라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는, '다카노 가즈아키?'라고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물론 재미있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외친다면 이 소설은 단연 재미있다.  게다가 출판사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문제의식까지 건드리고 있기때문에 잘 쓰여진 책임에 틀림이 없다.

 

  고등학교 때였는지, 사회생활을 했던 때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드라마 중에 <M>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원혼에 쓰인 주인공의 눈이 괴기한 음악과 함께 푸르게 변하면서 괴력을 뿜어내는 이야기 였는데, 그 이야기의 배경이 산부인과 였었다.  주인공에게 쓰인 원혼은 낙태한 아이들의 원혼이었었는데, 어린 시절 본 드라마가 어찌나 무섭던지 한여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드라마가 꽤나 흥행을 했던 기억도 나는데, 뜬금없이 <M>을 이야기 하는 것은, <K.N의 비극>이 <M>을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구미의 표정을 살피자 눈동자에 예의 굳센 빛이 돌아와 있었다.  가나미는 안도했다.  구미와 함께 있는 한 자신은 보호받고 있다고 되뇌었다. (p.15 프롤로그 중에서)  고양이 새끼를 보러가는 구미와 가나미에 이야기로 프롤로그를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1장으로 넘어가자 마자 프롤로그를 싹 잊고 있었다. 언제나 튀어나오는 망각의 힘이라니...

 

 

 

  글발과 운발이 맞았는지 책 한권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슈헤이는 새로운 맨션을 구입하고 아내 가나미와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끊없이 펼쳐질것 같은 행복은 피임을 잊게 만들고, 가나미는 임신을 기뻐하지만, 전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된 베스트셀러가 아님을 아는 슈헤이는 불확실한 미래와 맨션 구입으로 써버린 돈을 생각하면서 아이를 미루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가나미 역시 괴롭지만 남편의 상황을 알기에 수긍을 하게 되고, 중절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데, 가나미에게 다른 여성의 의식이 나타나면서 수술을 미루게 된다.  자신의 눈앞에서 자살 시도를 한 도다 마이코에 일로 휴직을 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가 슈헤이 부부의 삶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가나미를 지배하고 있는 미지의 여성의 의식은 겉잡을 수 없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가나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여성은 다른 인격인지 유령의 빙의인지 의사인 이소가이 조차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신병이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소가이와 유령일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품기 시작하는 슈헤이. 묵직한 소재이지만 너무나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임신과 중절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소가이와 슈헤이는 빙의와 정신병에 초첨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중간에 낀 가나미만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가 가끔씩 본래에 의식을 찾을때면 소스라치게 놀랄뿐이다.  악귀의 모습처럼 무섭게 가나미의 아이를 지키는 미지의 여성.  처음부터 그 미지의 여성이 누군인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가나미와 함께 프롤로그를 장식하고 있던 구미.  하지만, 왜 그녀가 가나미에 몸에 빙의가 되어 가나미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는지는 명쾌하게 들려주고 있지 않다.  'K.N의 비극' 이라고 실린 2000년 11월 9일자의 지방 신문 속 내용으로 모든것을 해결해 버리기에는 모호하지 않을까?  스산한 공포를 느끼게 하며, 가나미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구미의 의식은 분명 긴장감 넘치고 스릴을 안겨주고 있지만 '미스터리 서스펜스 걸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가나미가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기본 뼈대겠지만, 분명 작가는 이소가이가 느끼는 고뇌를 통해서 생명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물질과 아이 어느것이 더 중요할까?  누구나 아이라고 쉽게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라면 이라는 전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소가이 만큼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이 찜찜함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이기에 무한한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수작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에 글이 아니었다면 '대단한데'라고 외쳤을 작품이 <K.N의 비극>이고, 이 작품을 통해서 남는 글은 구미가 슈헤이와 오카베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일 것이다.

 

"'나는 엄마야.'라고 구미가 말했어요. 굉장히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엄마야.'라고요."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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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시토 1~7 세트 - 전7권 명탐정 시토 시리즈
안토니오 G. 이투르베 지음, 알렉스 오미스트 그림, 김미화 옮김 / 풀빛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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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선물로 작은 아이에게 <명탐정 시토>시리즈를 선물했다.  7권이 퍼즐과 함께 들어 있는데, 아이가 포장을 뜯자마다 일곱권을 다 읽어 버렸다.  그러더니 또 뭔가를 한다.  다시 책을 읽더니 종이를 가지고 와서 뭔가를 그리는 게 아닌가?  집중해서 책을 읽기는 하지만, 집중도가 너무 뛰어나서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책 한권을 손에 들으니 비밀을 들려주고 싶은지 아이가 입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책마다 비밀이 숨어있다느니, 시토 형사가 들고다니는 무기들이 대단하다느니 말이다.  '추리 동화'라고 되어 있는데, 추리를 해나가는 것보다 숨은 그림을 찾고 시토형사의 무기를 찾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알쏭달쏭 이상한 사건'을 도맡아 해결하고 감자 오물렛을 너무나 좋아하는 작고 귀여운 형사 시토. 그리고 꺽다리 조수칭칭.

 

 

 

 

 

  명탐정 시토 시리즈는 모두 읽곱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명탐정 시토, 꺽다리 조수 칭칭을 만나다  2. 명탐정 시토, 사라진 미라를 찾아라  3. 명탐정 시토와 한밤의 수상한 방문객  4. 명탐정 시토와 흰 페인트 자국의 비밀  5. 명탐정 시토와 가발 도난의 수수께끼  6. 명탐정 시토, 도둑맞은 월드컵은 어디에?  7. 명탐정 시토와 칭칭의 놀라운 정체로 되어 있는데, 시토형사와 칭칭은 엉뚱한 말과 행동을 보여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지만, 사건을 해결할 때는 아주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1권에서는 백만장자의 도둑맞은 고급 식기 세트를 찾고, 2권에서는 사라진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미라를 찾으러 이집트로 떠난다. 3권에서는 한밤중에 나타나서 눈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수상한 방문객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4권에서는 영국 여왕의 총애를 받는 유명한 말을 찾으러 영국에서 수사를 펼친다. 5권에서는 대머리 남자가 너무도 소중히 여기는 가발을 찾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6권에서는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사라진 금으로 된 우승컵을 찾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7권에서는 시토의 조수로만 알았던 칭칭의 놀라운 정체가 밝혀지고, 칭칭의 고향인 중국에서 유명한 오페라가수의 납치 사건을 해결합니다.

 

 

 

 

 

 

  1권을 읽을때는 시토보다 칭칭의 활약이 눈에 띄게 보여지는데, 시토와 칭칭 두사람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조합은 누구도 따라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시토형사의 비밀 무기인 돋보기는 기능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각 권마다 필살의 무기가 나오는데, 어떤 돋보기가 나올지는 주의깊게 들여다 보지 않으면 놓쳐버린다.  1번-슈퍼확대 돋보기, 크게 보인다.  2번-프라이펜 돋보기, 먹는걸 좋아하는 시토형사에게 딱이다.  3번- 손전등 돋보기, 어두울땐 딱, 4번- 볼 펜 돋보기, 5번- 삽 돋보기, 6번- 시계 돋보기, 7번- 전화 돋보기, 8번- 막대 사탕 돋보기,  9번- 진공 청소기 돋보기 와 10번 돋보기인 선풍기 돋보기까지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막대 사탕 돋보기를 빨아 먹으면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오른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혼자서 돋보기를 찾아 그림을 그리고 보여주는데, 꽤 잘 따라 그렸다.  돋보기 뿐 아니라 미래의 탐정들을 위한 숨은 그림 찾기는 아이를 열광케 만든다.  1권은 쉽게 시작하다가 갈수록 찾아야하는 게 많아지니까 말이다.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뭔가를 찾기위해 아이가 책장을 다시 앞으로 돌리는 것도 재밌고, 그린 그림들도 재미있다.  읽는 내내 궁금하다가 씨익 웃게 만드는 웃음 포인트도 좋다. 게다가 함께 온 직소퍼즐은 책을 읽은 후 또 한번을 외치게 만든다.  초등 저학년용이라 내용면에선 굉장히 쉽지만, 일본 만화영화 <코난>보다 아이들이 시토 탐정과 칭칭을 먼저 만났으면 좋겠다.  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엔 피가 낭자하거나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없으니 말이다.  레스토랑 들어갈려고 가발 가져가는 이야기나, 월드컵 우승컵으로 반죽을 하는 탐정 이야기에선 그런 일은 없을것이다.  그래서 이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안톤오 G. 이투르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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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보랏빛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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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은 지옥이다> 제목 한번 기차게 뽑아냈다.  책장을 덮고 나자마자 든 생각이 책 제목을 뽑은 카피라이터였다.  원제가 <모든 걸 감춰야 해>라고 하는데, 이 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제목이 확연하게 와 닿는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이야기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표지는 어쩜 이렇게도 섬뜩한지 붉은 머리에 육감적인 여인이 죽은 듯 누워있고 머리맡에는 칼이 꽂혀 있지 않는가?  스치듯 보면 이 붉은 머리칼이 핏물처럼 오싹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뿐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건 그녀가 누워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공간은 시멘트로 꽁꽁 쌓아놓은 감옥이나 병동으로 다가왔는데, 그런 의도였는지, 주인공의 내면의 공간을 그린건지 잘 모르겠다.

 

 

 

  친정에 가면 현관문에 '홍여사님! 가스불은 잠그셨나요?'라는 문구가 큼직막하게 적혀있다.  친정엄마는 외출을 하실때마다 가스불을 잠갔는지 아닌지 신경을 쓰셔서 아버지가 써서 붙여주신 문구다.  엄마는 밖에 나가실때마다 그 문구를 보신곤 가스불을 다시 확인하신다고 하신다.  어째서 가스에 대한 집착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가정주부라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친구중에는 횡단보도를 건널때마다 하얀선을 밟아야만 마음이 편하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런경험이 없긴 하지만 이런 증상을 강박증이라고 한단다.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안 내용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강박증이 약하긴 하지만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단다.  <타인은 지옥이다>속 마리는 우리가 흔하게 겪고 있는 강박증 보다 훨씬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다.  38살의 그냥 평범한 유치원 교사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교통사고로 딸을 잃고, 남편과 이혼을 한후 보통의 강박증보다 강도가 강한 강박증이 생겼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너무나 구체적으로 살인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것이다.

 

  살인 충동을 느낀다고 살인을 저지를까?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해야하는데, 그녀에게 그런일이 생겼다. 잠에서 깨어난 마리는 자신의 손에 피 묻은 칼과 손톱에 낀 검붉은 핏자국을 보게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피투성이 시체로 누워 있는 모습, 오랫동안 머리속으로 저지른 살인 장면 그대로 그녀가 사랑하는 파트릭이 그녀옆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분명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장면인데, 그를 죽인 기억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범인이 맞을까?  정말 그녀의 머릿속 살인마가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 친구를 죽인것일까?  그녀조차 모르니 아무도 알수가 없다.  다만 그녀의 강박증은 '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 국제 통계분류'인 ICD-10에 의하여 F42.0으로 분류된 '강박사고 또는 되새김'으로 분류되어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하나씩 과거를 긁어모아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  현실에서 팔켄하겐 박사가 하는 일은 마리의 사라져 버린 기억속의 퍼즐을 맞추는 일이다.  이곳에서 가능하긴 한걸까?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몇개의 인격을 몸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 끊임없이 누군가를 죽이는 상상을 하고 있는 사람.  이들 속에 마리가 있다.  팔켄하겐 박사를 만나고 마리의 전남편인 크리스토퍼가 그녀를 만나러 오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오래전 기억들이 하나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강박증으로 유치원에 병가를 낸 이야기.  강박증 커뮤니티에서 만난 엘리와 엘리를 통해 얻게 된 안식들.  파트릭과 그의 동생들, 베라와 펠릭스.  잊고 살았지만 파트릭과 함께 라면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사랑했다.  그의 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보통의 사람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베라가 마리의 핸드폰에 저장된 머릿속 살인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정말 마리가 파트릭을 죽였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내 머릿속에 살인자가 살고 있다.  분노 게이지 100%일 때, 이소설을 펼쳐라!'라고 책 표지에 실려있는 길이다. 왜 분노 게이지 100%일 때, 이 소설을 펼치라고 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끔찍하도록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 끔찍함이 강하게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파문처럼 몸을 감싸고 조여오기 시작한다.  서서리 조여오는 공포는 내 분노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리 같은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니 그녀보다 더 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잠재되어 있던, 묻어 버렸던 것이 표면으로 드러났을때의 공포는 상상을 넘어선다.  마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타인은 지옥이다>는 마리보다 더한 이에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마리를 통해서라도 자신이 느꼈던 공포의 원인을 사라지게 만들려고 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말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머릿속으로 죽이고 있는 여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괴로움으로 다가오는 그녀에게 '타인'은 끔찍한 '지옥'이었을 것이다.   사르트르는 그걸 알고 있었을까?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그녀가 알기도 전에 <닫힌 방>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마리의 세상이 지옥이 아닌 세상이 되길 바라지만, 마리에게만 지옥은 아닐 것이다.  삶이란 원래 힘들지 않는가?  지옥까지는 안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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