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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Z ㅣ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전쟁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게 된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곳이 있고, 전쟁이 끝난 후 아니, 그 와중에도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뉴스로 나오고 책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쟁에 내막을 알아가는 것이 일반인들이다. 어찌보면 미디어가 이야기 하는데로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일반인, 전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다른 세상을 알수 있는 길은 미디어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속에서 움직였던 사람들에 이야기가 실린 책이라던지. 처음엔 아프리카 바이러스라 불렸던 것이 있었다. 어느 순간 이 바이러스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더니 막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해야만 했단다. 누구와의 싸움이었을까? 단지 바이러스일 뿐이라면 말이다.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서 치러진 전쟁을 사람들은 '세계대전 Z'라고 불렀단다. 하지만, 그 전쟁은 그저 '좀비와의 전쟁'이었다.

전쟁의 끝에는 우리 조상들에 실록처럼 기록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젠 그런 기록보다는 인터뷰형식으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편한 시대에 놓여져 있다. '세계대전 Z'라고 불리던 세계대전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묻혀버릴수도 있었던 이야기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하기에 공식기록으로 남기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들. 필터링된 이야기가 아닌 사장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지금 현실에 이야기처럼 다큐멘터리와 스릴러를 교묘하게 결합해서 <세계대전 Z>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현실인것 처럼 말이다. 꼭 몇해전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지금 펼쳐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서부터 바이러스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가 않지만 어느 정도 좀비의 위협으로부터 전 세계의 안전이 확보된 근미래, UN의 '전후 보고서'를 위해 세계 각국의 정·재계 인사와 군사 전문가, 과학자, 일반 생존자 등 다양한 인종과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기록하기 시작했단다.
분명 다큐멘터리고 인터뷰였음에도 좀비 전염병의 발달에서부터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까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서 일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좀비와의 전쟁'속으로 들어갈수 있다. 처음은 좀비의 발생지면서도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걸 비밀에 부쳤다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중국 지도부에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내 이해력으로는 애매모호하게 보인다. 좀비들이 만연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것이 북한이 좀비세력을 완벽하게 막아낸 것인지, 지하로 숨어들면서 전 국민이 좀비가 된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 좀비 세력을 이겨낸 이야기들도 나오고는 있는데, 확실히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분명하게 나와있질 않고 있다. 두리뭉실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데, 내 눈에는 왜 이게 분명하게 보여지질 않는 것일까?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을 구한 영웅이 되기도 하고, 그의 사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일본에서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한것인지는 개연성이 없다.
영웅은 날때부터 영웅은 아니었겠지만 인터넷이 끊기면서 전세계가 좀비들에 의해 사라져갈 즈음에 세상으로 나온 오타쿠라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역시나 전쟁중에는 자신에 이익만을 위해 교묘하게 머리를 쓰는 사람들은 나타나기 마련인지, 좀비 바이러스를 막는 '아프리카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이 나타나고, 안보를 핑계로 쉬쉬하며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다 결국 국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불러온 미국 정부는 막상 위기에 닥치자 멸시하던 남미의 여러 국가를 UN으로 불러내 좀비 전쟁의 합류를 선동하는 미국의 대통령에 모습도 보여지고, '스톡홀롬 증후군'처럼 좀비화 되기를 원하는 '퀴즐링'이라는 인류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말 벌어졌던 일들을 인터뷰한것처럼 실감나기는 한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미국 인터넷 서점 Amazon.com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 1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란다. 이책 덕분에 미국 서점에서 하나의 독립 장르로 구분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좀비 장르가 되어버렸단다. 게다가 책의 원제목 그대로 영화화 되었고, 배우 브래드 피티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하겠다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고 영화사나 출판사에서는 광고를 하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영화 리뷰어들의 글을 읽으니, 책에 내용과는 다른면이 많은 듯 하다. 영화는 '나는 아빠다'에 충실한 헐리우드식 영웅을 준수하는것 처럼 보이니 말이다. 책은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생존 보고서다. 두리뭉실이든 어떻든간에 결국 인류는 살아남았고, 그러기에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까지 아마존 서평 독자 400명 중 약 70%가 만점을 주는 등 독자 평가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내겐 맞지 않는 내용이다. 어쩜 내겐 이런 좀비물이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개운치가 않고 이 찝찝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내겐 이렇게 재미없는 책으로 남게되는지 모르겠지만, 한줄의 글귀는 마음에 와닿는다. 이 글 하나 건진걸로 만족하련다.
홀로코스트에는 생존자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조차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과 영혼이 망가져서, 예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겁니다. 그게 만약 진실이라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지구 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p.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