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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도서관에 갈때마다 보는 책인데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다나베 세이코'가 이렇게 유명한 작가인 줄 몰랐다.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일본 연애소설의 여왕'이란다. 5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편/단편소설, 고전문학 편역, 평전, 여행기, 경수필 등 6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썼는데, 여성의 삶, 여성의 일과 사랑,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즐거움과 고달픔을 경쾌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란다. TV드라마나 영화로 그녀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다반사였다고 하는데, 『침대의 목적』도 2012년 일본 KTV 12부작 드라마 [필로우 토크~침대를 향한 기대~]로 방영을 했다고 한다. 영상으로 나오는 문학들을 뚫어져라 보는 편도 아니고, 전국이 들썩거려도 볼까말까하는 하기도 하지만 일드를 찾아 볼리가 만무하니 나에겐 굉장히 낯설다. 그녀의 신작 장편소설이 『침대의 목적』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신작인 듯 하다. 일본 독자 서평중에 30년전에 쓴 소설이라는 글을 봤으니 말이다.

초판이 1985년에 나왔단다. 기본 지식 없이 읽고는 30년 전에 쓴 소설이라는 글에 멈짓했다. 전혀 그렇게 읽히지 않았는데, 30년전에 쓴 글이라니. 요즘 시대에 맞게 손을 본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은 우리와 사고 방식이 다르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거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준비로 꽤나 바빴을 시기였는데, 『침대의 목적』속 여성관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풀어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겠는가? 노처녀에 기준이 애매하게 나오긴 하지만 여자들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 이야기를 쓴 소설의 작가들이 남자인 경우가 많아서, '여자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의 글들을 읽으면서도 빠져들기는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 아카리와 그녀의 올드미스 친구들은 월급날이면 근사한 요릿집에 가서 일본주와 계절 요리를 먹고 평소에는 연기 자욱한 허름한 선술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남자에 대해 수다를 떤다. 서른한 살을 올드미스라고 하기엔 좀 그런면이 있지만, 30년 전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십여년전 첫 직장생활을 했을 때, 그곳은 스물다섯만 넘어도 올드미스라고 생각들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아직 미혼인 아카리는 여자의 심리 묘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뭐한 그런 감정을 말이다. 언젠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던 결혼은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면서 삼십대의 접어든아카리는 여성전용 아파트에서 원룸 맨션으로 이사를 하게된다. 남자가 드나들기 편한 집을 마련하고 남자를 찾을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원룸에 맞지않은 것처럼 보일정도로 다소 사치스러운 주문제작 침대를 구입한다.
하루종일 동동거리는 내겐 'HAVE A GOOD 잠'이 침대의 목적이지만, 아카리는 '정성 들인 침대에서는 정성 들인 정사를'(p.22)이라고 말하는 아가씨다. 신경 쓴 침대에 눕힐 남자가 너무 엉성하면 안 되겠지라고 생각할 정도이니, 이 침대의 목적은 확고부동하다. 그렇다고 이 아가씨가 연애한번 못해본 것도 아니다. 친구인 야마나 요시코는 서른이 넘은 나이까지 완고한 집안과 처녀를 이야기하지만, 아카리에겐 남자도 많았다. 이십대 시절 불장난의 대상이었던 연하남 ‘후미오’, 능력 있고 대화가 잘 통하고 심지어 잘생겼지만 어쩐지 성적 매력이 없어 계륵 같은 직장 동료 ‘우메모토’, 능수능란한 마흔아홉 살의 바람둥이 유부남 ‘스미타니’ 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혼의 상대, 그녀가 구입한 침대에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아카리의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만날때 마다 그녀와 침대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후미오가 남편감으로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요시코가 후미오에게 관심을 갖자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우메모토와 친구 와카하라 마사코, 우동 안친과 마도카가 잘 되는걸 보면서 '나는 어떡해'(p.316)하면서 고민을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아가씨가 아카리다. 그런 그녀에게 맨션 바로 옆 건물에서 수학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우락부락한 외모의 '규타'가 그녀의 생활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원치 않은 독신 생활에 질렸다고 아무하고 결혼을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당당한 싱글로 남자니 너무 외롭다. 남자한번 사귄적 없는 요시코마저 결혼을 할것 같으니 여자 마음이 묘해진다. 내가 갖긴 싫고 남주긴 아까운걸까? 그렇게 친한 친구였음에도 남은 남인가 보다. 아카리에게만 그런건지 일본여성들의 가치관이 그런지는 알수 없지만 너무나 자유분방하다. 요시코외에 아카리의 친구들이 거의 그렇다. 연인의 절에 놀러가서 연인관계가 자연스럽게 바뀔수 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30년전에 일본은 가능했나보다.
단 한 번의 인생, 여러 번의 연애를 이야기하고 있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직장인 와다 아카리. 멋진 침대에 같이 누울 수 있는 완벽한 남자는 만날 수 있을까? 이제 '갈까?'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남자 '규타'만 남은걸까? 사람을 아무나 만날 수는 없다. 일생이 서른이나 마흔으로 끝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함께 계절 요리를 먹는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잘난 척 하던 아카리만 남았다. 직접 고른 벽지와 커튼, 입욕제 같은 사소한 것보다 근사한, 그녀의 집에 있는 사치스러울 정도의 '주문 제작한 더블 침대'에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남자는 존재할까? 어디선가 이글이 일본판 『섹스 앤 더 시티』란다. 글쎄? 두 작품을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30년전 이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면 『섹스 앤 더 시티』보다 더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나베 세이코는 결말을 열어두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보다 작년에 반영했던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해보니 우리 드라마도 일본만큼 활짝 열린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