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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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사가 참 묘하다.  매일 만나는 사람, 매일 만나는 글임에도 어떤날은 글 한줄에, 말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갈 지침이 세워지기도 하니 말이다.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라고 되어있는데, 난 이 분을 모른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도 소통용이 아니라 그냥 올리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글을 본적이 별로 없다.  핸드폰이 똑똑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컴으로도 잘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런 내게 페이스북의 '420자 칼럼' 논객이라는 말도 낯선판에 전국 초청 1순위 대중 강연가라는 분의 글을 읽어보란다.  '에세이니 편하게 읽자'하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갔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에 편하게 다가온다. 정말 앉아서 1-2시간이면 뚝딱하고 읽을수 있을 정도로 머리 아프거나 갑갑함 없이 읽혀내려간다.  분명 그런 책인데, 망치로 때린것 처럼 내겐 '팅~'하는 울림을 주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박사 학위는 커녕 이렇다 할 전공 분야도 없고 그다지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라는 저자는 여기저기 매체에 굉장히 많은 원고를 쓰고 있고, 이름 대신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교수'로 불리우고 있는 인문학자란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인문학자.  왜 인문학인가의 대한 답은 얼 쇼리스가 해주고 있다.  '교도소를 방문한 얼 쇼리스가 흑인 여죄수에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때, 여죄수는 "우리에겐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부자들처럼 박물관, 음악회, 미술관 등을 다니며 정신적 삶을 살았더라면 범죄자가 되지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하지요.'(p.44)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인 '클레멘트 코스'를 설립한 얼 쇼리스가 한 말이다. 


  지난 1년간 페이스북에 매일 쓴 저자의 글이 묶여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단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로 독자들이 글을 쓰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통하여 자신의 일상과 삶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단다.  책속 에피소드들은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늘상 흔들리고 부유하는 삶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 그런 아들을 무던히도 참고 기다렸던 어머니가 이제는 치매에 걸리셔서 아들이 바라보는 어머니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페이스북의 담벼락이라는 글쓰기 기능이 있는데, 그곳에 쓸 수 있는 글수가 420자 까지라는 것을 저자의 글을 통해 알았다.  평탄하지 않은 시간과 행로를 걸었음에도 최준영 교수는 보통사람들이라면 불가능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진심어린 글 한줄이 울림이 된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세상이 반응하게 만들고 있다.   

 

책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책을 읽어왔고 읽고 있기에 유지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늘 지적 허기에 시달리지만 그리 걱정하진 않습니다. 어제도 읽었고, 오늘도 읽었으며, 내일도 읽을 것이니까요. '나는 읽는다, 고로 산다.!' (p.227)

 

  노숙인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음에도 내눈엔 보고싶은 것만 보여진다.  아.. 지금 나 역시 읽기때문에 살고 있구나하고 무릎을 탁칠 수 있는 이 문장 하나에, 여기저기 매체에 원고를 쓰고 있는 저자의 사연을 읽으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읽을때,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다.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하루에도 몇 권씩 가능하지만, 책을 읽고 리뷰를 쓰거나 다른 종류의 글을 쓸때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는 더 많이 시간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책상에는 읽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들이 쌓여간다.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데, 그 책을 쓰지 못하니, 이 또한 악순한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다.  이렇게 나를 깨우쳐주는 책을 읽고 또 맘을 다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제목한번 기차게 뽑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책 제목에 대한 부연 설명도 되어 있다.  그래서 써본다.  대학교수가 아님에도 교수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분에 멋진 이야기를 말이다.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서 오늘도 쓴다.  올릴 때 매양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다음 날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거다. 삭제해버릴 수도 없는게, 이미 '좋아요'를 누른 분들이나 댓글을 달아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그 부끄러운 글을 뒤로 혹은 밑으로 내리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새로운 글을 올리는 거다.  그래서 매일같이 쓰는 거다. 어제 쓴 부끄러운 글을 밑으로 내리기 위해서.."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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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영웅전 1 - 사라진 영웅 ㅣ 올림포스 영웅전 1
릭 라이어던 지음, 김난령 옮김 / 서울문화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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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꽤나 좋아한다.  아이가 읽은 책은 만화책이라 읽기가 편한점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매년 몇 번씩 읽다보니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는 엄마를 능가하고 있다.  신화 속 이야기의 특성답게 은유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고, 아이가 이해하기는 힘든 부분이 많았을 텐데, 만화로 받아들여서 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는 것을 보면 스무권으로 이루어진《그리스.로마 신화》를 필독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도 일리가 있는것 같긴 하다.  아이 덕분에 만화를 통해서 만난 신들은 학부시절에 만난 신들에 이야기보다는 확실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신들은 로마보다는 그리스 신들이었다.  쥬피터나 주노보다는 제우스와 헤라가 친숙하니 말이다.

 

  

  기억을 빼앗긴 채 낯선 삶의 한가운데 떨어진 금발 소년 제이슨,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위해 BMW를 훔친 매혹적인 소녀 파이퍼, 입양된 집에서 계속 도망치는 유쾌한 주의력 결핍 장애 소년 레오.  《올림포스 영웅전》이라고 책 제목을 읽었는데, 얼토당토않게 기억을 읽은 아이와 캠프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게 뭐야 하는 순간 이야기는 롤러코스터의 브래이크가 고장난것 처럼 급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4일 안에 감옥에 갇힌 헤라 여신을 구하지 못하면 신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절대 악이 깨어날 것이다!' 도대체 이 아이들보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캠프의 코치라고만 생각했던 헤지 코치가 슈퍼 염소로 변하고 폭풍 정령이 나타나고 난리가 아니다. 이제야 기억을 잃은 아이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속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의 이아손이 로마식으로 표현을 하면 제이슨이니 말이다.

  현실에선 문제아라고 낙인찍혔던 아이들이 사실은 데미갓이라면 수긍 할 수 있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들을 닮아 정신없고 한곳에 있을 수 없던 아이들.  한쪽 부모가 신이었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외부모 가정의 아이로 자라야만 했고, 숨겨야만 하는 능력으로 인해 부모의 죽음을 마주 대했던 아이가 신의 아이란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불렀단다.  폭풍 정령과의 싸움터에 나타난 아나베스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퍼시 잭슨을 찾기위해 아이들 앞에 나타났다.  데미갓, 반신반인이라고 하니 자신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페가수스들이 날아다니고 신들의 아이들이 모여사는 '데미갓 캠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선 아이들앞에 꽁꽁 숨겨진 은유적인 시들이 풀어져 나온다. '일곱 명의 데미갓이 부름에 답할지니, 폭풍과 불을 위해 세상은 반드시 무너지고... 마지막 숨을 다해 서약을 지키고... 적들은 죽음의 문까지 무기를 지닐지라..'(p.177), '번개의 자식이여, 땅을 경계하라.. 거인의 복수가 일곱 명의 영웅을 탄생시킬지니, 용광로와 비둘기가 우리를 부수고 해라의 분노를 통해 죽음을 불러일으키도다.'(p.185) 

 

  신들의 아이인데, 이 정도는 풀어줘야지 이야기가 재미있어 질테고, 요렇게 만들어 내는것이 릭 라이어던의 특기란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이라는 작품을 읽어 본적이 없다.  얼마전에 영화로도 개봉을 했던 것 같은데, 그땐 북유럽 신과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읽어보지 않았으니 뭐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이야기가 굉장한 인기 였단다.  아들의 부탁으로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들려 줄 이야기를 구상한것이라고 하니 작가는 작가다. 뚝딱 나왔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의 능력이 부러운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이야기 속에 '퍼시 잭슨'이 나오고 있으니,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로 묶어주려고 하고 있다.  어느것부터 읽던 릭 라이어던의 책을 읽었다면 그의 다른 작품에 손이 가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헤라는 제이슨의 과거를 완전히 빼앗고 그를 낯선 삶의 한가운데에 떨어뜨려 놓았다.  그러고는 자기가 앗아간 기억을 되찾기 위해 제이슨이 자기를 감옥에서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제이슨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화가 났고 헤라야 우리 속에서 썩든 말든 멀리 도망치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p.299)

 

  신들의 여왕, 가정의 신이라 불리우는 헤라가 갇혔다니 이걸 믿어야 할까?  그뿐이 아니다.  가정의 신이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을 던져버릴만큼 야멸차고, 남편의 바람을 결코 넘어가지 않는 이 이율배반적인 여신이 제이슨의 기억을 빼앗았단다.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아손이 제우스의 자식이라는 것을... 제우스의 자식들이 하나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헤라에겐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을 제이슨에게 자신을 구하란다.  그리고 그옆에 있는 파이퍼와 레오.  '데미갓 캠프'는 데미갓인 아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레오의 머리 위에 홀로그램 같은 불타는 이미지가, 정확히 말하면 불이 활활 타오르는 망치가 둥둥 떠 있었다.'(p.59), '미와 사랑의 여신이자 비둘기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딸이다!'(p.194). 대장장이와 불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와 아프로디테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헤라구출 원정대의 일원이 된다.  제우스의 아들이 지명하였으니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 자식이라도 신들의 서열은 있나보다.  족보상으로 따지면야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고모쯤 되겠지만 그리스 신들은 모든 걸 무시하지 않는가?  엄마와도 결혼하는 판에 신들 중 최고인 제우스의 아들이니 뭐가 문제겠는가?

 

  무엇이든 뚝딱거리면 짠하고 완성하는 레오가 일을 냈다.  고장난 강철 용에게 날개를 달아서 날아올 줄 누군들 생각이나 했을까?  그리고 이 모든것이 아주 먼 옛날부터 계획된 일이었다면... 표지 그림 속 황금 용과 세명의 아이.  사라진 영웅은 퍼시잭슨인지 헤라인지.. 아니면 기억을 잃은 제이슨인지 알고자 한다면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내려야만 한다.  그리스신화를 떠오르게 만드는 장치 하나 하나를 넘어서게 되면 오로지 제이슨과 파이퍼, 그리고 레오만 만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이전부터 신들이 만들어낸 예언처럼 끌려갈것인지 아니면 아이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낼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왠지 예언은 이루어져야만 할 것 같지만 그렇다면 이 반신반인인 데미갓들에게 너무나 불공평하지 않을까?  제멋대로인 신들의 틈에 끼워서 인간도 신도 아닌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어떻게 그들의 운명을 헤쳐나갈지 궁금해서 2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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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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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올초에 알았다.  좋아하는 웹툰이 웹소설로 나온다는 소식에 들어갔다가 별천지에 빠져서 얼마동안 심하게 허우적 거렸었는데, 그곳에서 『복수의 탄생』을 만났다.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다른 모습이었고, 처음엔 작가명을 보면서도 이재익 작가가 맞나하고 긴가민가 했었다.  워낙에 다작은 하는 분이기도 하지만, 웹툰과 비슷한 느낌에 웹소설에서 이재익 작가의 글을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처음엔 이재익이라는 이름만 나왔지 전작도 없고, 작가 소개가 따로 되어있지 않아서 도통 알수가 없었다.  물론, 이재익 작가이기에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이재익 작가 이기에 웹소설에 장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책방에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연재했었을때도, 그의 전 작들과는 사뭇 달라서 놀랐으니까 말이다.

 

 

  구제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모습만으로도 욕망이 온몸에서 철철넘치는 이 남자는 방송국 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최고의 인기 아나운서다. 게다가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이며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머쥐고 있었다.  한석호. 아침 아홉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기 절정의 라디오프로그램 <해브 어 나이스 데이>를 진행하고 있는 올해 서른여덟의 매력적인 남자. 누가 봐도 잘 생겼고 매력적인 이 남자가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쾌락을 즐긴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국 새끼 작가, 은정과의 관계는 1년이 다 되어가고 학창시절에 만났던 연이는 사촌 처남댁이라는 애매한 관계로 이 남자의 인생에 들어와 있다.  '지금도 많은 정.재계 거물들,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이유는? 굳이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왜 바람을 피울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마다 다르겠지?  석호의 이유는 간단하고도 분명했다.' (p.33). 석호의 간단하고 분명한 이유는 뭘까?

 

  “한석호 아나운서 이렇게 안 봤는데. 역시 티브이에 나오는 이미지는 가짜구나. 팬이 얘기 좀 하자는데 진짜 싸가지 없이 구시네.” (p.89) 말도 안되게 막무가네로 한석호에게 다가 온 처음 본 남자는 그저 112 신고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는데, 그가 내민 A4 용지 크기의 사진 한장이 석호의 평온한 삶을 사진 속에 알몸으로 뒤엉켜있는 석호와 은정처럼 뒤엉켜버리게 만들어 버렸다.  "거봐, 내가 뭐랬어. 내가 석호씨 방송을 들을 일이 아니라 석호 씨가 내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니까."(p.90).  임정훈 회장. 한번도 장인어른이라 부른 적 없었던 왕의 부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잡고있던 비뜰어진 집념과 왜곡된 복수심을 모두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오늘 이전과 이후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라고,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방송국 회장인 장인어른으로부터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그 앞에 조태웅이라는 남자는 석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석호앞에 나타난 태웅은 석호가 다른 여자들과 쾌락의 밤을 보냈던 사진들과 동영상을 들이밀며 그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공포라는 들쥐가 이성이라는 치즈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p.304) 공포의 시작이었다.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태웅의 전화.  말도 안되는 신청곡을 요청하고 이젠 자신과 관련이 있는 세 여인, 아내, 연이, 은정 중 한명을 직접 죽이란다.  모든걸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후계자의 길을 가려고 했는데,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린 석호는 두려움에 태웅을 쫓기 시작한다.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믿을만한 사람을 통해서 태웅을 쫓기 시작 했지만, 이 악마와 같은 사내는 석호 위에서 나는 자였다.  그를 이길 수가 없다.  그가 보여주는 모든것이 두렵고 무섭다.  아니,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잃는 것이 무서운건지, 태웅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서운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 시작한다.  연이의 자살로 태웅의 요구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석호는 궁지에 몰려 이도저도 못하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임정훈 회장마저 죽은 연이와 석호의 관계를 알게된다.

 

                                            (웹소설 일러스트 출처: 네이버 웹소설)

 

  <복수의 탄생>을 이야기 한다. 누구의 복수의 탄생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창작의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오로지 읽는 쾌감만을 위해 쓴 소설이니까요. 소설을 통해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거나 거창한 감동을 유도하지 않았습니다'(p.372)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수를 탄생시키는 욕망을 , 누구보다 세속적인 욕망으로 똘똘 뭉친 석호를 통해서 그가 보여주려는 것을 찾기는 힘이든다.  오로지 그가 느끼는 쾌감과 태웅을 통해서 보여주는 두려움만이 글 전체에 녹아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석호는 나쁜 남자다. 그럼에도 더 무섭게 다가오는 태웅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석호편에 서게된다.  언제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다는 이재익 작가.  재미있었다.  두시간도 안되어서 다 읽어버렸고, 몇달전에 웹소설로 읽었을때 느꼈던 감정들과 실시간으로 쏟아지던 덧글들이 다시 생각났다.  모든 장면에 읽는 쾌감이 실려 있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모두 죽었다고 생각할 때 뒤를 돌아보게되고 그곳에 있는 사람이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놀부가 흥부에게 사과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어요로 끝나는 옛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들은 행복해져서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놀부는 흥부에게만 사과를 했으니, 그전에 놀부에게 괴롭힘을 당행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재익작가는 이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과천선해서 더욱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이의 모습을 모두가 좋게 볼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낭만과 쾌락으로 넘실대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눈부시게 비상했던 남자, 한석호.  그가 가지고 있더 이카루스의 날개를 꺾어버린것은 악마가 아니라, 끝없이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눈부신 태양이었는지도 모른다.  녹는줄 알면서도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강렬한 태양.  욕심의 절제만큼 어려운것은 없다. 그만 그런건 아닐것이다.  영화를 위해 태웅의 존재를 조금 약하게 만들었다는 이재익 작가.  이 대단한 작가의 욕심도 끝이없다. 그 덕분에 그가 만들어낸 매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 끌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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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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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도서관에 갈때마다 보는 책인데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다나베 세이코'가 이렇게 유명한 작가인 줄 몰랐다.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일본 연애소설의 여왕'이란다. 5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편/단편소설, 고전문학 편역, 평전, 여행기, 경수필 등 6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썼는데, 여성의 삶, 여성의 일과 사랑,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즐거움과 고달픔을 경쾌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란다. TV드라마나 영화로 그녀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다반사였다고 하는데, 『침대의 목적』도 2012년 일본 KTV 12부작 드라마 [필로우 토크~침대를 향한 기대~]로 방영을 했다고 한다.  영상으로 나오는 문학들을 뚫어져라 보는 편도 아니고, 전국이 들썩거려도 볼까말까하는 하기도 하지만 일드를 찾아 볼리가 만무하니 나에겐 굉장히 낯설다.  그녀의 신작 장편소설이 『침대의 목적』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신작인 듯 하다.  일본 독자 서평중에 30년전에 쓴 소설이라는 글을 봤으니 말이다.

 

 

  초판이 1985년에 나왔단다.  기본 지식 없이 읽고는 30년 전에 쓴 소설이라는 글에 멈짓했다. 전혀 그렇게 읽히지 않았는데, 30년전에 쓴 글이라니.  요즘 시대에 맞게 손을 본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은 우리와 사고 방식이 다르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거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준비로 꽤나 바빴을 시기였는데, 『침대의 목적』속 여성관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풀어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겠는가?  노처녀에 기준이 애매하게 나오긴 하지만 여자들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 이야기를 쓴 소설의 작가들이 남자인 경우가 많아서, '여자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의 글들을 읽으면서도 빠져들기는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 아카리와 그녀의 올드미스 친구들은 월급날이면 근사한 요릿집에 가서 일본주와 계절 요리를 먹고 평소에는 연기 자욱한 허름한 선술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남자에 대해 수다를 떤다. 서른한 살을 올드미스라고 하기엔 좀 그런면이 있지만, 30년 전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십여년전 첫 직장생활을 했을 때, 그곳은 스물다섯만 넘어도 올드미스라고 생각들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아직 미혼인 아카리는 여자의 심리 묘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뭐한 그런 감정을 말이다.  언젠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던 결혼은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면서 삼십대의 접어든아카리는 여성전용 아파트에서 원룸 맨션으로 이사를 하게된다.  남자가 드나들기 편한 집을 마련하고 남자를 찾을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원룸에 맞지않은 것처럼 보일정도로 다소 사치스러운 주문제작 침대를 구입한다.

 

  하루종일 동동거리는 내겐 'HAVE A GOOD 잠'이 침대의 목적이지만, 아카리는 '정성 들인 침대에서는 정성 들인 정사를'(p.22)이라고 말하는 아가씨다.  신경 쓴 침대에 눕힐 남자가 너무 엉성하면 안 되겠지라고 생각할 정도이니, 이 침대의 목적은 확고부동하다.  그렇다고 이 아가씨가 연애한번 못해본 것도 아니다.  친구인 야마나 요시코는 서른이 넘은 나이까지 완고한 집안과 처녀를 이야기하지만, 아카리에겐 남자도 많았다.  이십대 시절 불장난의 대상이었던 연하남 ‘후미오’, 능력 있고 대화가 잘 통하고 심지어 잘생겼지만 어쩐지 성적 매력이 없어 계륵 같은 직장 동료 ‘우메모토’, 능수능란한 마흔아홉 살의 바람둥이 유부남 ‘스미타니’ 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혼의 상대, 그녀가 구입한 침대에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아카리의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만날때 마다 그녀와 침대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후미오가 남편감으로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요시코가 후미오에게 관심을 갖자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우메모토와 친구 와카하라 마사코, 우동 안친과 마도카가 잘 되는걸 보면서 '나는 어떡해'(p.316)하면서 고민을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아가씨가 아카리다. 그런 그녀에게 맨션 바로 옆 건물에서 수학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우락부락한 외모의 '규타'가 그녀의 생활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원치 않은 독신 생활에 질렸다고 아무하고 결혼을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당당한 싱글로 남자니 너무 외롭다.  남자한번 사귄적 없는 요시코마저 결혼을 할것 같으니 여자 마음이 묘해진다.  내가 갖긴 싫고 남주긴 아까운걸까?  그렇게 친한 친구였음에도 남은 남인가 보다.  아카리에게만 그런건지 일본여성들의 가치관이 그런지는 알수 없지만 너무나 자유분방하다.  요시코외에 아카리의 친구들이 거의 그렇다.  연인의 절에 놀러가서 연인관계가 자연스럽게 바뀔수 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30년전에 일본은 가능했나보다.

 

  단 한 번의 인생, 여러 번의 연애를 이야기하고 있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직장인 와다 아카리.  멋진 침대에 같이 누울 수 있는 완벽한 남자는 만날 수 있을까?  이제 '갈까?'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남자 '규타'만 남은걸까?  사람을 아무나 만날 수는 없다.  일생이 서른이나 마흔으로 끝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함께 계절 요리를 먹는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잘난 척 하던 아카리만 남았다. 직접 고른 벽지와 커튼, 입욕제 같은 사소한 것보다 근사한, 그녀의 집에 있는 사치스러울 정도의 '주문 제작한 더블 침대'에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남자는 존재할까?  어디선가 이글이 일본판 『섹스 앤 더 시티』란다.  글쎄?  두 작품을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30년전 이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면 『섹스 앤 더 시티』보다 더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나베 세이코는 결말을 열어두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보다 작년에 반영했던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해보니 우리 드라마도 일본만큼 활짝 열린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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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탐정 1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ㅣ 스무고개 탐정 1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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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이야기가 계속 읽고 싶은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는 책이다.(용주초등학교 5학년 이화진), 여러 의문이 퍼즐 맞춰지듯 잘 맞춰졌다. (서강초등학교 5학년 김수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것마냥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늘푸른초등학교 6학년 전수빈), 단순한 추리소설로 예상했는데 우리 또래의 탐정이라 친근감 있었다.( 여울초등학교 6학년 유수경),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탐정이 아니다. (혜원초등학교 6학년 전우림),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매탄중학교 1학년 김지현),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벌닝 이야기다 (상원중학교 1학년 김채원) - 어린이 심사위원의 강력 추천 한마디 -

 

 

  2012년 6월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비룡소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이 심사위원을 지원받아 약 2대1의 경쟁을 뚫은 어린이 100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위촉된 어린이 심사위원단은 지난 1월 말 전문가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단이 119편의 응모작 중 천거한 최종 본심작 3편을 2월 한 달 동안 읽고 심사했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3편 중 가장 좋았던 본심작 1편을 뽑은 뒤, 뽑은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온라인상으로 전달하였다. 그렇게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가 어른 심사위원단의 결과를 뒤집으면서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국내 최초 본격 어린이 엔터테이닝 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킹 수상작인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은 이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문양이의 취미는 프라모델 모으기다.  문양이가 눈여겨 보고 있는 새로 나온 황금갑옷 버전은 일반 프라모델보다 비싼데, 엄마는 눈도 꿈쩍하지 않으신다.  프라모델에 대한 문양이의 열망은 학원비 중 3만원으로 마술사와 내기를 하게 된다. 내기에 이기면 프라모델을 살수 있지만, 그렇담 내기가 아니다.  마술사에게 돈을 잃은 후 문양이는 돈을 찾기 위해 단짜인 명규와 스무고개 탐정을 찾아가게 된다. 긴소매 셔츠에다 조끼, 어른들이 입는 주름 하나 없는 매끄럽게 다려진 양복바지, 뾰족한 까만색 구두, 냉정한 표정까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모습은 범상하지가 않은 스무고개 탐정.  단 스무 가지 질문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 친구를 믿을 수 밖에 없다. 돈을 찾이 않으면 프라모델이 문제가 아니라,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날테니까 말이다.

 

  마술사의 카드 내기는 굉장히 심플하다. 마술사가 카드 10장을 섞어서 엎어 놓은 다음 상대방이 한 장을 뽑고 마술사가 거기에 적힌 숫자를 맞히는 것. 만약 못 맞히면 마술사가 지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내기에서 번번이 아이들은 왜 돈을 잃는 것일까?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은 아이다.  아무리 어른흉내를 내고 몸집이 커도 아이다. 그러기에 마술사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고 생각을 하는 것도 아이이기에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이제 스무고개처럼 스무가지 질문만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탐정에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시라.  스무가지 질문이지만 마술사의 마술은 스무가지 질문도 필요없이 풀어낸다. 그럼 왜 스무가지 질문일까?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건 이제 부터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두가지 이야기가 맞물려서 돌아간다.  스무고개 탐정은 20개의 질문으로 두개의 사건을 해결해낸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이났는데도 나도 모르게 다음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어 다음장을 넘기고 있다. 나만 그런것은 아닐것이다.  100명의 스토리킹 심사위원들도 그랬다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 어른스러우면서도 아이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스무고개 탐정이 여간 궁금한게 아니다. 이친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문턱을 넘기 힘든 교장실을 스스럼없이 들어가고, 몇가지 질문만으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재주꾼. 스무고개 탐정만 그런게 아니다. 학교와 동네 일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는것 같은 명규라는 캐릭터도 재미있다.  물론 마술사도 빠질 수 없지만 말이다.  어른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아이의 모습이 나오면 깜짝 깜짝 놀라는 스무고개 탐장과 친구들.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것 같다.  탐정은 사건을 해결했지만, 그 다음 이야기가 또 기대되어진다.  아이들이 반할만하다. 그리고 엄마도 반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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