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올초에 알았다.  좋아하는 웹툰이 웹소설로 나온다는 소식에 들어갔다가 별천지에 빠져서 얼마동안 심하게 허우적 거렸었는데, 그곳에서 『복수의 탄생』을 만났다.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다른 모습이었고, 처음엔 작가명을 보면서도 이재익 작가가 맞나하고 긴가민가 했었다.  워낙에 다작은 하는 분이기도 하지만, 웹툰과 비슷한 느낌에 웹소설에서 이재익 작가의 글을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처음엔 이재익이라는 이름만 나왔지 전작도 없고, 작가 소개가 따로 되어있지 않아서 도통 알수가 없었다.  물론, 이재익 작가이기에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이재익 작가 이기에 웹소설에 장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책방에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연재했었을때도, 그의 전 작들과는 사뭇 달라서 놀랐으니까 말이다.

 

 

  구제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모습만으로도 욕망이 온몸에서 철철넘치는 이 남자는 방송국 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최고의 인기 아나운서다. 게다가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이며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머쥐고 있었다.  한석호. 아침 아홉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기 절정의 라디오프로그램 <해브 어 나이스 데이>를 진행하고 있는 올해 서른여덟의 매력적인 남자. 누가 봐도 잘 생겼고 매력적인 이 남자가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쾌락을 즐긴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국 새끼 작가, 은정과의 관계는 1년이 다 되어가고 학창시절에 만났던 연이는 사촌 처남댁이라는 애매한 관계로 이 남자의 인생에 들어와 있다.  '지금도 많은 정.재계 거물들,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이유는? 굳이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왜 바람을 피울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마다 다르겠지?  석호의 이유는 간단하고도 분명했다.' (p.33). 석호의 간단하고 분명한 이유는 뭘까?

 

  “한석호 아나운서 이렇게 안 봤는데. 역시 티브이에 나오는 이미지는 가짜구나. 팬이 얘기 좀 하자는데 진짜 싸가지 없이 구시네.” (p.89) 말도 안되게 막무가네로 한석호에게 다가 온 처음 본 남자는 그저 112 신고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는데, 그가 내민 A4 용지 크기의 사진 한장이 석호의 평온한 삶을 사진 속에 알몸으로 뒤엉켜있는 석호와 은정처럼 뒤엉켜버리게 만들어 버렸다.  "거봐, 내가 뭐랬어. 내가 석호씨 방송을 들을 일이 아니라 석호 씨가 내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니까."(p.90).  임정훈 회장. 한번도 장인어른이라 부른 적 없었던 왕의 부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잡고있던 비뜰어진 집념과 왜곡된 복수심을 모두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오늘 이전과 이후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라고,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방송국 회장인 장인어른으로부터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그 앞에 조태웅이라는 남자는 석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석호앞에 나타난 태웅은 석호가 다른 여자들과 쾌락의 밤을 보냈던 사진들과 동영상을 들이밀며 그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공포라는 들쥐가 이성이라는 치즈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p.304) 공포의 시작이었다.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태웅의 전화.  말도 안되는 신청곡을 요청하고 이젠 자신과 관련이 있는 세 여인, 아내, 연이, 은정 중 한명을 직접 죽이란다.  모든걸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후계자의 길을 가려고 했는데,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린 석호는 두려움에 태웅을 쫓기 시작한다.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믿을만한 사람을 통해서 태웅을 쫓기 시작 했지만, 이 악마와 같은 사내는 석호 위에서 나는 자였다.  그를 이길 수가 없다.  그가 보여주는 모든것이 두렵고 무섭다.  아니,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잃는 것이 무서운건지, 태웅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서운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 시작한다.  연이의 자살로 태웅의 요구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석호는 궁지에 몰려 이도저도 못하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임정훈 회장마저 죽은 연이와 석호의 관계를 알게된다.

 

                                            (웹소설 일러스트 출처: 네이버 웹소설)

 

  <복수의 탄생>을 이야기 한다. 누구의 복수의 탄생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창작의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오로지 읽는 쾌감만을 위해 쓴 소설이니까요. 소설을 통해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거나 거창한 감동을 유도하지 않았습니다'(p.372)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수를 탄생시키는 욕망을 , 누구보다 세속적인 욕망으로 똘똘 뭉친 석호를 통해서 그가 보여주려는 것을 찾기는 힘이든다.  오로지 그가 느끼는 쾌감과 태웅을 통해서 보여주는 두려움만이 글 전체에 녹아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석호는 나쁜 남자다. 그럼에도 더 무섭게 다가오는 태웅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석호편에 서게된다.  언제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다는 이재익 작가.  재미있었다.  두시간도 안되어서 다 읽어버렸고, 몇달전에 웹소설로 읽었을때 느꼈던 감정들과 실시간으로 쏟아지던 덧글들이 다시 생각났다.  모든 장면에 읽는 쾌감이 실려 있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모두 죽었다고 생각할 때 뒤를 돌아보게되고 그곳에 있는 사람이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놀부가 흥부에게 사과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어요로 끝나는 옛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들은 행복해져서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놀부는 흥부에게만 사과를 했으니, 그전에 놀부에게 괴롭힘을 당행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재익작가는 이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과천선해서 더욱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이의 모습을 모두가 좋게 볼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낭만과 쾌락으로 넘실대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눈부시게 비상했던 남자, 한석호.  그가 가지고 있더 이카루스의 날개를 꺾어버린것은 악마가 아니라, 끝없이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눈부신 태양이었는지도 모른다.  녹는줄 알면서도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강렬한 태양.  욕심의 절제만큼 어려운것은 없다. 그만 그런건 아닐것이다.  영화를 위해 태웅의 존재를 조금 약하게 만들었다는 이재익 작가.  이 대단한 작가의 욕심도 끝이없다. 그 덕분에 그가 만들어낸 매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 끌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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