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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3만 8천 권의 책속에 둘러쌓여 두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는 부부. 모든 책벌레들의 꿈인 '나만의 책방'을 나 역시 꿈꾸고 있다. 교회 작은 공간의 도서관을 꿈꾸기도 하고 내가 모아 둔 책들과 책 냄새 싸하게 풍기는 근사한 책들로 쌓여진 책방을 꿈꾸기도 한다. 손을 뻗는 곳마다 책이 있고 커피 한잔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을 꿈꾼다. 물론 내 꿈속엔 경제적인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책이 있고 그곳에 내가 있는것만 생각해 봤지 책방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은 없다. 언젠가 생활이 풍족해지면 그저 책방을 열고 그곳에 아이들이 오면 동화구연을 해주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을 꿈꾸고 있으니 현실감각은 극히 낮지만, 오늘도 그런 곳을 꿈꾼다.

나는 항상 말했다. "언젠가 이 미친 짓을 그만두면 어디 눌러앉아 그럴듯한 책방을 열고 싶어요." 그러면 남편은 맞장구 쳤다. "헌책방을 여는 거야. 지역 산물로 만든 요리를 파는 카페가 딸린." "눈이 튀어나오게 멋진, 밟을 때마다 근사하게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원목 마루를 깔아요." (p.22)
책방에 대한 꿈을 혼자만 꾸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꾼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함께 책을 읽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일 것이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속 잭과 웬디는 그런 부부다. 현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같은 취미를 갖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는 근사한 직장과 편리한 도시의 삶을 내려놓고 언젠가 작은 책방을 내는 것이 꿈이었던 애서가 부부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독사 굴’ 같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애팔래치아 산맥이 자리한 작은 산골 마을 빅스톤갭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거기서 뜻밖의 기회와 맞닥뜨리고,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실현해보기로 결심한다. 이야기만 들으면 참 멋진데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는 탄광도시에 1903년에 지은 집에 책방, 그것도 헌책방을 꾸미겠단다. 귀농이 한창 화두에 있긴 하지만, 이들 부부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사진 출처: 예스24 책 소개)
수중에는 돈 한 품 남지 않고 방 다섯 개에 욕실은 세 개이지만 그중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하나뿐이고, 삐걱거리는 목재 마루에 물 새는 지붕까지 완벽히 갖춘 에드워드풍 저택의 주인이 되어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살사소스와 상그리아의 취기에 홀려 반드시 이 집을 헌책방으로 변신시키겠다는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단다. 완전 범죄 다큐에 나올 것 같은 촌 동네에서 말이다. 개인이 장서를 몇 천권이나 소장하고 있다면 적은 양은 아니지만, 책방에 몇 천권은 분명 적은 양이다. 이 적은 책으로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시작되었다. 헌책 사냥에 나서고 무분별하게 책 기증을 받아서 집은 순식간에 고물상이 되기도 하고 "책방이라고요? 미쳤군요!"라는 주민들의 반응처럼 책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책방이라니 얼토당토 않은 일이 빅스톤갭에 벌어진 것이다.
책방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책을 좋아하십니까?" 이기보다는 "사람을 좋아합시니까?"일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는 엄청난 분량의 읽을거리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해졌지만 오히려 전보다 덜 읽게 되었다. (p.245)
책방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잭과 웬디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이 자영업자를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에서 경제학, 자영업자를 위한 창업투자까지 다루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하나의 고비가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부가 간과하고 넘어갔던 일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폐광으로 경제가 무너진 작은 마을의 특유의 폐쇄성과 배타성, 그리고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곳에 기어들어 오다니 당신들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 같은 냉소주의는 잠시 잠깐 머물고 떠나버리는 도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산골 주민들의 자기방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잭과 웬디는 빅스톤갭이 자신들이 살 곳임을 몸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서로의 조재를 확인해 주면서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경기 침체와 전자책의 활성화등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작은 책방을 사람 냄새나는 공간으로, 커피 한잔 마시고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잭과 웬디의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스무살 차이가 나는 부부라는 글을 읽었고 책장을 잭이 혼자 만들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잭을 숀코넬리 같은 모습으로 상상 했었는데, 사진을 보고 저 많은 책장을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 곳곳에서 웬디가 잭을 표현한 부분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묘사되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은 빅스톤갭의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단다. 글쓰기 모임, 뜨개질 모임, 살인사건의 밤, 춤과 음악이 있는 케일리와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 마다 차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주인이 있고, 발키티와 뷸라가 점원으로 있는 이곳은 빅스톤갭의 하나뿐인 책방이자 문화회관 같은 곳이다.
소규모 책방들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숍과는 다르다. 우리는 그저 팔기 위해 팔지 않는다. 우리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가 된 삶, 이야기를 읽는 독자 사이의 관계를 살아 있도록 유지해주기 위해 판다. (p.271)
책 이야기를 할때면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눈이 반짝이면서 책을 이야기하고 사람을 이야기 하는 곳에선 내 이야기를 들어줄것만 같다. 킨들이 혁명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여전히 종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저렴하기 때문에 인터넷 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동네 서점과 헌책방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곳엔 그곳만의 향기가 있으니까 말이다. 잭과 웬디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읽었던 책들, 좋아했던 책들이 꽤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팻 콘로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아는 이를 만난듯이 씨익 웃게되고,『샬롯의 거미줄』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웬디의 어린시절을 함께 공유한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은 빅스톤갭에서 계속해서 사랑받으며 존재할 것이다. 그곳에 가면 추억을 공유하고 이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의 향기가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곳에서 웬디와 잭을 만나 커피 한잔 하고 뷸라에 안내를 받으며 책 한권 한권을 손끝으로 느껴보고 싶은 그런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