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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2 ㅣ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평점 :
《다빈치 코드》도 그랬지만, 《인페르노》도 소설 속 시간도 굉장히 짧다. 12시간안에 숨가뿐 추격속에서 나타나는 온갖 상징과 암호. 앰비그램, 알브레히트 뒤러의 마방진, 미국 국새와 피라미드의 비밀 등의 수수께끼들 풀어냈던《다빈치 코드》보다는 두배로 길어졌어도 《인페르노》속 제한 시간은 24시간 이다. 그 만큼 호흡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24시간 동안 머리를 다쳐 단기 기억상실에 걸리고, 그 짧은 시간에도 매력적인데도 천재인 의사, 브룩스 시에나까지 만나는 지적이고 멋진 랭던 교수는 몇년에 한번씩 굵직한 사건 사고를 끌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 덕분에 그의 24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부단히 애를 써야만 한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국경을 넘어 가 있는 랭던을 만나게 되니까 말이다.

《인페르노》를 읽으면서 《다빈치 코드》만큼 구글링을 한 것 같다. 넓은 세상을 나가본 적이 없는 내겐 댄 브라운이 글로 써내려간 멋진 세상을 읽으면서도 머리속으로 그려낼 수가 없으니 찾는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여권 만들어 비행기 탈 필요도 없이 랭던이 지하에서 하늘까지 열심히 헤메고 다녔던 곳들을 별 수고 없이 눈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구글링과 눈으로만 본 것이기에 뒤돌아 보면 잊어버리기 일수 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댄 브라운과 랭던이 다녔던 곳에 가게 된다면 《인페르노》가 떠오르게 될 것 이다. 동행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단테의 <신곡>에 대한 말도 안되는 지식들도 풀어내게 될 것이다. 그거야 나중 일이고, 혼자서 생각했던 반전은 또 다른 반전으로 역시 댄 브라운을 외치게 만들어 버린다. 내 눈에 보이는 '적과의 동침'속 적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맬더스의 《인구론》은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의 방안으로 질병과 전쟁을 이야기 했었고, 더 나아가서는 노동자의 임금동결을 이야기했었다. 랭던이 만나게 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과 보티첼리의 <지옥도>와 맬더스가 만나면서 교집합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은 검은 얼굴에 긴 부리를 가지고 있는 마스크였다. 중세시대 흑사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병원균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쓴 마스크가 이 괴기스러운 것이였고, 버트런드 조브리스트는 이 흑사병 마스크를 쓴 채로 모두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언제까지 흑사병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풍선을 제거하라고 말이다. 처음부터 그런 모습으로 보여졌기에 풍선 속 물질을 의심하지도 않았고, 랭던과 시에나를 쫓아다니던 조너단 페리스를 보면서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었다. 24시간 동안 랭던이 만나는 인물들은 왜 이리 복잡하고 비밀에 쌓여 있는 인물들이 많은지, 암호를 풀기도 바뿐데, 사람들도 살펴야만 한다.
'오, 건강한 지성을 가진 그대들이여, 이 신비로운 시구들의 베일 아래... 감추어져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시오. 말들의 머리를 자르고 장님의 뼈를 빼낸 베네치아의 변절한 총독을 찾으라. 금박 입힌 거룩한 지혜의 무세이온 안에 무릎을 꿇고 그대의 귀를 바닥에 대어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물에 잠긴 궁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라. 이곳의 어둠 속에 별빛조차 비치지 않는 석호의 핏빛 어린 물속에 잠긴 소닉 몬스터가 기다린다.'
'PPPPPPP' ' 페카툼... 페카툼...페카툼...' "우리는 이제 지옥의 일곱 고리를 통해 지구의 한복판으로 내려와 사탄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p.31). 단테의 데스 마스크의 비밀. 이걸로 뭘 풀어 내라는 말인가? 마스크 뒷면에 쓰여진 '7개의 P'를 가지고 <신곡>에 있는 문구를 찾아낸것도 대단한데, 비밀의 언어 속에 또 다른 암호가 숨겨있단다. 천재와 기호학자만이 가능한 일이다. 아... 범인(凡人)의 처량함이여... 랭던을 따라다니면서 나의 무지함은 어찌 이리도 많이 발견되게 되는지, 그가 이야기 하는 것은 맬더스의 《인구론》외에는 하나도 알아 들을수가 없으니 한없이 작아진다. 그래도 랭던과 시에나를 쫓아간다. 저 알 수 없는 비밀 암호를 어떻게 풀어나가지는 궁금하니 말이다. 본격적인 '적과의 동침'을 댄 브라운 보여주면서 읽는 이 뿐 아니라 랭던과 WHO의 수장인 신스키 박사까지 망연자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대한민국은 <인구론>에 반박해야만 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태어나는 아기가 너무나 줄어들어서 나라를 지탱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 전세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다. 버트런드 조브리스트가 내놓은 해결책은 어느 누구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해결책이다. 보통의 이상주의자들은 'Not In My BackYard'처럼 해로운 일에선 자신을 제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1권을 읽으면서 버트런드도 그런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가 어떤일을 꾸몄는지는 이제는 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된 것인지 분간을 하기가 힘이든다. 현 시점에 인명피해가 없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길냥이들의 기하급수적인 번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다. 인간이 길냥이들과 동급으로 취급되어질 수는 없는 문제다. 댄 브라운이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읽은 댄 브라운의 책에서 만나게 된 건 빠른 스피드의 랭던 뿐만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대한 문제였다.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