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셜록 홈즈의 모험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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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즈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편이다.  팟케스트 라디오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던 <보헤미아 스캔들>이 포함되어 있는『셜록 홈즈의 모험』. 꽤나 여러번 팟케스트로 이 부분을 들었었고, 책도 읽었는데 역시나 읽을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홈즈가 풀어내지 못한 몇 안되는 사건중에 하나이면서 홈즈의 그녀, 아이린 애들러가 나오는 <보헤미아 스캔들>.  사랑은 아니지만 홈즈가 추리해낸 모든 결과를 일파만파로 흔들어 놓은 이 매력적인 여인. 그래서 더 통쾌하다.  은근 홈즈는 여자를 깔보는 경향이 있었으니 말이다.

 

'홈즈가 보기에 제 아무리 멋진 여자라도 아이린 애들러 앞에서는 빛을 잃고 무색해졌다.' (p.7)

 

   홈즈 시리즈를 읽다보면 뭐라고 딱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이젠 어렴풋하게 범인을 찾아 낸다.  왓슨정도의 실력은 갖추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홈즈처럼 과학과 직관을 통틀어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냥 두리뭉술하게 범인이 누구겠거니 하고 짐작할 뿐이다.  보헤미아 스캔들 / 빨간 머리 연맹 / 신랑의 정체 / 보스콤 계곡 미스터리 /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 입술이 뒤틀린 남자 / 푸른 석류석 / 얼룩 끈 / 기술자의 엄지손가락 / 독신 귀족 / 녹주석 코로넷 / 너도밤나무 저택까지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셜록 홈즈의 모험』은 홈즈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서 미칠 지경이 될 정도로 굉장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믿어야 할 자와 믿어서는 안될 자들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모두에게 똑같이 들려주는 내용만으로 사건의 숨겨진 행간을 읽어내는 홈즈의 실력은 역시나 박수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시리즈를 읽으면서 홈즈의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은 다루지 않았던것 같다.  일본 애니 '코난'의 롤 모델인 아서 코난 도일. 애매한 자리에 위채했던 추리 소설을 고전의 자리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1859년 5월 22일 스코틀랜드 애든버러(Edinburgh)에서 태어났고, 애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수학했다. 대학생 때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19세에 자신의 첫 소설을 에든버러 저널에 발표했다. 졸업 후 알콜 중독인 아버지 탓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는 화물선의 의사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안과 병원을 개업해 의사로 활동했지만, 여의치 않자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평소 추리 소설 작가인 에드거 앨런 포를 동경했던 코난 도일은 1887년 본인의 대학 교수였던 조셉 벨을 모델로 셜록 홈즈란 인물을 창조하였다.

 

  21세기에 20세기 초의 글을 읽으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사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홈즈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홈즈는 추리에만 능한 탐정이 아닌 모든 면에서 능한 인물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범죄를 파헤쳐 나가고 있다.  물론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셜로키언 중에는 홈즈의 존재를 실제로 믿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홈즈와 왓슨이 살았던 '베이커가 221B번지'가 관광지로 된것만 보아도 셜록 홈즈의 위엄은 대단하다. 『셜록 홈즈의 모험』속 사건들은 사랑과 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랑 때문에 배신하고 돈 때문에 숨기고 죽이는 이야기들. 영국의 제도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지참금과 배당금때문에 가족을 죽이는 것을 보면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뿐인가?  명예보다 중요한 돈을 위해서 거지노릇을 하는 인물도 나오고, 자신의 아들을 믿지 못한 아버지와 짝사랑에 입을 다무는 아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뛰어난 두뇌로 더큰 것을 얻기위해 숨죽이고 있는 귀족의 이야기도 나온다.  12편의 이야기는 어느것 하나 그냥 그런 이야기들이 없다.  어려서 부터 단편집으로 보아왔던 이야기임에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이유는 역시나 셜록 홈즈 시리즈 속에 들어있는 '인간의 삶'때문이다.  어찌되었던 사람은 살아간다.  어떻게 살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 또한 자신이 지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셜록홈즈는 사건이라는 모험속에서 풀어내주고 있고, 그 사건을 파헤치는 홈즈의 모험은 독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는 이들은 독자이면서 왓슨의 눈으로 홈즈를 따라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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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공포의 계곡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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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에서 《벌스톤의 비밀》이라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홈즈의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어떤내용인가 싶었다.  60편의 셜록 홈즈의 장단편 중 장편은 사건 발생과 함께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공포의 계곡』역시 사건이 일어나는 '벌스턴의 비극'과 '스코러즈'로 나뉘어져 있다.  《벌스톤의 비밀》은『공포의 계곡』을 각색한 것으로 근래에 셜록 홈즈를 몰아서 읽고 있다보니 머리속에서 섞여서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홈즈를 이야기하면 왓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홈즈의 숙적이자 천재 수학자 모리어티 교수. 4권에서는 그와의 만남이 그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건의 감춰진 행간속에서 모리어티 교수를 발견할 수 있다.  셜록 홈즈앞으로 도착한 기묘한 암호 편지 한 장. 암호를 풀어내는 순간, 암호가 암시한 사건이 그대로 벌어진다.  명망 있는 벌스톤 저택의 주인인 억만장자가 바로 눈앞에서 쏘아진 총알에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시체에 찍힌 낙인과 카드 한장. 저택 안에는 아내와, 그의 친구라는 한 남자, 하인들만 있었을 뿐이다. 여섯 시만 되면 해자 위로 저택과 밖을 연결하는 다리를 올려 버리는 이곳에 범인이 어떻게 숨어들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불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설익은 가설을 세우려는 유혹에 넘어갔다가는 우리 일에 걸림돌이 생길 테니까요.  지금까지 확실히 드러난 것은 단 두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는 비범한 두뇌를 가진 자가 있고, 서식스에는 죽은 자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우리는 지금 이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려고 합니다.' (p.36)

 

  홈즈는 알고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난듯 한 모리어티의 범죄를 쫓다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벌스톤 저택의 살인 사건과 마주하고, 무법의 시대, 사악한 비밀 결사 조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홈즈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다.  왓슨을 속일 수 있을 정도의 변장술, 웬만한 싸움에는 지지 않을 정도의 무술 실력과 체력.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범죄자를 넘어서는 뛰어난 추리력은 홈즈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러기에 믿고 읽을 수가 있다. 독자는 찾지 못하지만 한장의 편지를 통해서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는 홈즈.  밝혀낸 이야기가 전부가 아닌 이야기. 행간의 숨겨져 있는 비밀이 이제 밝혀지기 시작한다.

 

 '나는 공포의 계곡에서 살고 있소. 지금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지.' (p.86)

 

  벌스턴 주택의 주인인 더글라스씨를 평생 공포에 떨게 하던 공포의 계곡. 그곳은 존재하는 곳인가?  공포의 계곡 속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벌스턴의 비극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오직 더글라스만이 알고 있는 몇 십 년 전 광산촌에서 벌어진 사건.  '도망자라고 밝힌 맥머도는 이렇게 섀프터 가의 지붕 아래에 거처를 정했다.  이 첫걸음은 아주 길고도 어두운 사건들로 연이어 이어지다가, 결국 머나먼 땅에서 끝을 맺게 된다' (p.152) 프리맨 단원인 맥머도가 광산촌으로 들어왔다.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는 버미사 계곡의 불문률이 지배하는 곳으로 들어온 맥머도의 이야기로 사건은 사라져 버리고, 그의 삶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프리맨 단원들만으로 조직된 버미사 계곡의 비밀스러운 단체.  어느 누구도 그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무법의 시대에 사악한 비밀 결사 조직이 광산촌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들고, 주민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놓는지 주민들은 떨고 있지만, 프리맨 단원들은 사악한 기운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린 단원들은 살인을 자신의 과시욕으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받아들인 타지에서 온 외부인. 그를 받아들인것인가? 자신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할 것인가? 음모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애를 지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다.

 

『공포의 계곡』은 더글라스가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보다 독자를 공포와 서스펜스로 몰아놓는 것은 모리아티 교수의 이야기다.  사건은 홈즈의 승처럼 보이는 순간 뒤집어 놓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새로운 장을 열어놓고,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어 버린다.  홈즈 시리즈에게 가장 뛰어난 악역으로 나오는 모리어티 교수.  홈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뛰어난 머리로 암흑계의 제왕이 된 인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처럼 보일때 드러나는 모리어티 교수의 도발.  이제 모리어티 와 홈즈의 대결이 시작된다.  홈즈 시리즈의 절정이 드리워질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다음권을 읽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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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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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을 선택하라고 하면 아무런 의심없이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라고도 알려진 이 작품은 마로니에 북스에서 출간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도 실렸었기에 셜록 홈즈에 열광하는 독자들이라면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는 수능언어영역에도 빈번하게 나올정도로 우리에게는 꽤나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자 불멸의 고전 추리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스펜스와 공포, 저주와 소문.  한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모든 것이 들어있는 작품이니 말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 중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라고 주저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는 1901년~1909년 잡지에 연재된 이래 1914년 독일에서 무성영화로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18번이나 영화화되었으니 그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전설 속에서 부활한 사냥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내기에 셜록 홈즈 시리즈중 최고의 걸작, 불멸의고전 추리 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까?  과학을 신봉하는 홈즈와 왓슨에게 전설의 부활을 밝혀내라고 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것인가?

 

'셜록 홈즈는 자신의 관심을 자유자재로 변경하는 매우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미술관에 있는 두 시간 동안 홈즈는 우리가 방금 전까지 관여했던 그 사건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벨기에 현대 미술 거장의 그림에 오나전히 빠져들었다.' (p.67)

 

  관심 분야도 다양하고 변장술 뿐만아니라 관심을 자유자재로 변경하는 능력까지 뛰어나 홈즈. 그에겐 정말 다양한 의뢰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홈즈의 관심을 끄는 하나의 사건이 있다.  한적한 시골의 부유한 귀족, 찰스 바스커빌 경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는 주검은 그의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인 거대한 개를 본 충격 때문이라는 소문을 퍼지게 만들고, 상속인이자 후계자인 헨리 바스커빌 경이 캐나다에서 돌아오자, 왓슨은 바스커빌 저택까지 동행하고 홈즈는 런던에서 수사에 착수한다. 왓슨이 본 다트무어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바스커빌 영지는 거대하고 음침한, 안개 낀 황야와 이웃하고, 그림펜 늪이라는 습지까지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밤이 되면 황무지로 나가지 말라'는 바스커빌 가문의 전해지는 이야기.  베리모어 저택을 관리하는 배리모어 부부, 이웃에 사는 스테이플턴과 그의 여동생, 헨리 바스커빌과 함께 하고 있는 모티머. 모두가 용의자 이지만 그들만이 이 음침한 곳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런던에 있는 홈즈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왓슨은 베리모어 저택에서 밤마다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비밀스런 집사를 파헤쳐내며 홈즈의 조수로서의 역활을 톡톡히 해낸다. 황야에 숨어 있다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탈옥한 범죄자. 누군지 알 수 없지만 황야에 서 있는 이상한 남자. 불을 뿜어내는 괴물 같은 개. 숨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들.

 

'여기서의 생활은 마치 그림펜 늪 같더군요. 늪 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작은 단서들이 여기저기 사방에 널려 있지만, 아무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지 않네요.' (p.118) 

 

  왓슨의 말처럼 작은 단서들이 사방에 널려있지만, 그림펜의 늪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는데, 늪을 피해 가는 길을 알 수가 없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전설 속 괴물의 소리는 공포를 조성하기에 충분하지만, 이곳에서도 사랑이 피어난다.  스테이플턴 양에게 한눈에 반한 헨리경과 헨리경을 거부하는 스테이플턴 양.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황야.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알수 없는 기이한 일들.  왓슨의 편지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나라고 생각 한다면, 분명 오산이다. 이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홈즈는 언제나 사건 가까이 있으니 말이다.  1900년대 초에 쓰여진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는 지금 읽어도 서스펜스와 공포가 대단하다. 여전히 뮤지컬과 연극으로 만들어 지고 있고, 홈즈의 명석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범인들은 불가능한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홈즈.  홈즈와 함께하면서 홈즈와 비슷해져가고 있는 왓슨.  그리고 그들을 따라가기도 벅찬 나.  역시나 홈즈는 깔끔하게 사건을 마무리짓는다. 전설은 전설일 뿐임을 알려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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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네 사람의 서명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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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는 말이야.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뎌하지. 그러니 문제가 필요해. 내게 일을 줘. 가장 풀기 어려운 암호나 아주 복잡한 분석 문제를 주면 나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거야. 그러면 코카인 같은 인위적인 자극제는 없어도 되겠지. 나는 지루한 일상을 혐오해. 고양된 정신 상태를 갈망하지." (p.9.)

 

  지루한 일상을 혐오해서 특별한 직업을 택했다고 말하는 인물이 있다.  아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문해주는 사설탐정을 만들어 냈다고 말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1880년대에 태어나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인물 셜록홈즈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파트너인 왓슨에게 한 말이다.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온건가 하려 할때, 홈즈는 간단하게 왓슨이 우체국에 다녀온 것을 알아낸다.  관찰과 추리의 경계 구분만으로 말이다.  "너무 단순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문제지만, 관찰과 추리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테니 설명해볼게.  나는 관찰을 통해 자네 신발에 묻은 소량의 붉은 흙을 발견했어. 우체국 바로 앞에서 부도블록을 뜯어내고 흙을 파내는 공사가 한창이라 우체국에 들어가려면 흙을 밟지 않을 수 없지. 내가 아는 한 이 동네에서 그렇게 붉은 흙은 거기밖에 없지." (p.13)

 

 

  무료함을 달래지 못하고 약물에 빠져 있는 홈즈에게 찾아온 왓슨의 표현으로는 단정한 숙녀의 출현.  몇 년 전부터 무슨 이유에선가 알 수없는 누군가에게서 일 년에 한 번씩 아주 귀한 진주를 받고 있는 모스턴 양.  그 사람이 그녀에게 직접 만날 것을 요구를 하고,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홈즈와, 그녀에게 한눈에 빠진 왓슨과 동행하여 찾아간 아주 호화로운 집의 주인은 새디어스 솔토.  그리고 그에게서 모스턴 양에게 전해지던 진주의 사연을 듣게 된다.  모스턴 양의 실종되었던 아버지와 숄토의 아버진인 숄토 대령은 인도 동인도 회사에서 함께 근무를 하면서 보물을 발견했는데, 욕심을 버리지 못한 숄토 대령이 임종직전에 가서야 자신의 친구의 딸에게도 보물을 나눠주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과, 집 안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물의 위치를 애기하기 전 창가에 비친 누군가의 모습에 숄토 대령은 임종을 한다.

 

  마침내 숄토의 형인 바솔로뮤가 숨겨진 보물을 찾아냈고, 새디어스는 모스턴 양에게 연락을 취해 형의 집으로 가게 되는데,  형의 집으로 간 그들은 끔찍하게 뒤틀린 미소를 지은 채 죽어 있는 형의 시체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안에서 잠겨 있는 방 안에 놓인 시체 옆에는 <네 사람의 서명>이라는 말이 씌어진 쪽지만이 발견될 뿐이었다.  위대한 아그라의 보물이 사라지고 남겨진건 한장의 쪽지와 시신 뿐.  미스터리한 사건을 사랑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  이제 그에게 지루한 일상은 잠시 사라지고, 사건을 따라가는 그의 두뇌는 행복함으로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네 사람의 서명'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오래전에 '네 사람의 서명'을 읽었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일한 책을 읽으면서 내 나이와 주변의 변화는 같은 책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법을 펼쳐낸다.  '아주 크고 흉측하게 생긴 머리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뒤엉켜 있었다.... 나도 놈의 야만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에 급히 권총을 꺼냈다.' (p.131) 공식적인 홈즈의 사건 기록자인 왓슨의 표현이다.  자신과 다른 외모를 가진 이는 야만적이고 그러기에 총을 겨루어도 되는 인물로 묘사되어 진다.  이런 표현은 이번에 셜록 홈즈를 읽으면서 꽤 자주 만나게 되는 표현들이다.  왓슨은 악인은 악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물론 왓슨만이 아니다. 홈즈역시 동일하다.  셜록홈즈가 나온 시대가 지금과 다르니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절 부절 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홈즈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지금껏 이런것에 별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런 선입관을 받아들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홈즈를 읽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네 사람의 서명'은 끝까지 읽지 않으면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알수가 없다.  아니, 아그라의 보물의 소유주를 확정짓는 것 조차도 어불성설로 다가온다.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터부시되고 자신의 것이 아닌것을 자신의 수중에 있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임에도 그들은 소유권을 주장하고, 원주인을 악한으로 표현을 한다. 물론, 이 곳에서 이야기하는 원주인이 처음의 주인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서명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 그로인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역시나 '네 사람의 서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홈즈를 흥분케 하는 사건 보다는 왓슨과 모스턴양의 러브스토리다.  너무 많은 재산은 사랑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지, 진주 외에 얻은것이 없는 모스턴양에게 왓슨은 환호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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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여 대소왕은 억울하다고 할까? - 대소왕 vs 추모왕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2
김용만 지음, 이동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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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언제 방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드라마의 스케일과 재미로 한동안 떠들썩 했었다.  드라마 속 주몽은 못하는 것이 없는 인물이었고, 주몽이 어린시절 어머니인 유화부인과 함께 살았던 나라의 왕이 금와왕 이었다.  금와왕의 큰 아들, 대소는 언제나 어린 주몽보다 조금씩 뒤쳐져서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인물로 그려졌었는데, 드라마를 통해 고구려의 탄생을 알게 된 시절에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모두 진실인 줄만 알았었다.  드라마 속에서 주몽과 소서노의 만남은 어찌나 멋지고 애틋했는지, 그 둘이 언제 다시 만날까 기대하는 재미가 솔솔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주몽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의 역사와 기록의 역사.  역사를 논하는 사실과 기룩 사이의 간극은 후세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모르고, 아니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역사의 사실들이 다시 태어나기 시작하는 곳, 역사공화국 한국사 법정이 다시 열렸다.

 

 

  항상 주몽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그려졌던 대소가 원고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피고로 등장하는 이번이야기는 어떤 사실, 어떤 진실을 들려줄까? 피고는 주몽이라 불리는 추모왕이다.  역사는 분명 '승자의 기록'이다.  고구려가 부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고, 후손들이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을 높여서 영웅으로 만들어 준것은 당연한 일이였기에, 부여의 대소왕은 고구려와 적대시되는 적국의 임금으로써 악역으로만 그려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화에서는 대소왕과 추모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여사와 고구려 초기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에 의의가 있을것이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탄생설화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금와왕이 하백의 딸인 유화를 데리고 와 방에 두었는데 햇빛이 따라와 비추어 잉태하여 마침내 알 하나를 낳았고, 그 알을 개와 돼지에게 주었으나 먹지 않고, 소와 말에게 주워도 밟지 않고 피해가서, 다시 어미에게 돌려주었더니 껍데기를 깨고 사내아이이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삼국사기』,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편」에 나온 이야기다.  부여는 왕 아래에 '마가','우가','저가','구가'등의 부족장이 사출도라는 불리는 지방을 다스리는 연맹 국가 였는데, 이들 부족장들이 추모를 보호한것을 이렇게 설화로 만들어낸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책에 기록된 그대로만 역사를 해석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탄생설화를 글자 그대로 믿는 것은 유아기로 끝나야 한다.

 

  분명 고구려는 우리 역사속에서 강한 나라이다.  하지만, 부여는 어떠한가?  백제의 부여가 아닌 강성한 국가인 '부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스치듯 귓가를 지나가던 나라이름이 아니라, 부여는 우리 역사속에서 당당히 하나의 국가를 이루었고, 고구려는 부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주몽의 탄생설화나 고구려의 축제'동맹'은 부여의 제천 행사인 '역고'축제를 본뜬 것이었으며, 의복 문화와 주거문화, 음식 문화등도 부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물론, 부여의 무덤 양식이 토광묘였던 것과는 다르게, 고구려는 돌무지무덤, 즉 적성총을 사용하면서 문화를 발전시켜나갔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여를 알지 못한다.

 

 

  기원전 3세기경에 건국되어 기원후 494년까지 7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였고, 부여에 관한 기록은 부족하다.  부여가 고구려의 어버이된 나라임에도 뒷날 고구려가 부여를 멸망시키면서 부여의 역사를 축소하고 왜곡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부여의 역사가 가려졌기에 부여는 점점 우리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나라가 되어버렸다.  고구려를 펌하하려 함이 아니다.  고구려 위에 부여라는 나라가 있었고, 부여 또한 우리 역사의 한 축을 이룬 나라였음을 알기위해, 그들 역시 우리의 조상이었음을 알기위해 '대소왕 vs 추모왕'의 재판이 열린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하여 재판이 열린것이다.  너무나 찾기 힘든 부여의 역사.  기록되어지지 않는 역사의 행간을 읽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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