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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공포의 계곡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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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벌스톤의 비밀》이라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홈즈의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어떤내용인가 싶었다. 60편의 셜록 홈즈의 장단편 중 장편은 사건 발생과 함께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공포의 계곡』역시 사건이 일어나는 '벌스턴의 비극'과 '스코러즈'로 나뉘어져 있다. 《벌스톤의 비밀》은『공포의 계곡』을 각색한 것으로 근래에 셜록 홈즈를 몰아서 읽고 있다보니 머리속에서 섞여서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홈즈를 이야기하면 왓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홈즈의 숙적이자 천재 수학자 모리어티 교수. 4권에서는 그와의 만남이 그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건의 감춰진 행간속에서 모리어티 교수를 발견할 수 있다. 셜록 홈즈앞으로 도착한 기묘한 암호 편지 한 장. 암호를 풀어내는 순간, 암호가 암시한 사건이 그대로 벌어진다. 명망 있는 벌스톤 저택의 주인인 억만장자가 바로 눈앞에서 쏘아진 총알에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시체에 찍힌 낙인과 카드 한장. 저택 안에는 아내와, 그의 친구라는 한 남자, 하인들만 있었을 뿐이다. 여섯 시만 되면 해자 위로 저택과 밖을 연결하는 다리를 올려 버리는 이곳에 범인이 어떻게 숨어들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불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설익은 가설을 세우려는 유혹에 넘어갔다가는 우리 일에 걸림돌이 생길 테니까요. 지금까지 확실히 드러난 것은 단 두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는 비범한 두뇌를 가진 자가 있고, 서식스에는 죽은 자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우리는 지금 이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려고 합니다.' (p.36)
홈즈는 알고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난듯 한 모리어티의 범죄를 쫓다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벌스톤 저택의 살인 사건과 마주하고, 무법의 시대, 사악한 비밀 결사 조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홈즈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다. 왓슨을 속일 수 있을 정도의 변장술, 웬만한 싸움에는 지지 않을 정도의 무술 실력과 체력.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범죄자를 넘어서는 뛰어난 추리력은 홈즈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러기에 믿고 읽을 수가 있다. 독자는 찾지 못하지만 한장의 편지를 통해서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는 홈즈. 밝혀낸 이야기가 전부가 아닌 이야기. 행간의 숨겨져 있는 비밀이 이제 밝혀지기 시작한다.
'나는 공포의 계곡에서 살고 있소. 지금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지.' (p.86)
벌스턴 주택의 주인인 더글라스씨를 평생 공포에 떨게 하던 공포의 계곡. 그곳은 존재하는 곳인가? 공포의 계곡 속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벌스턴의 비극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오직 더글라스만이 알고 있는 몇 십 년 전 광산촌에서 벌어진 사건. '도망자라고 밝힌 맥머도는 이렇게 섀프터 가의 지붕 아래에 거처를 정했다. 이 첫걸음은 아주 길고도 어두운 사건들로 연이어 이어지다가, 결국 머나먼 땅에서 끝을 맺게 된다' (p.152) 프리맨 단원인 맥머도가 광산촌으로 들어왔다.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는 버미사 계곡의 불문률이 지배하는 곳으로 들어온 맥머도의 이야기로 사건은 사라져 버리고, 그의 삶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프리맨 단원들만으로 조직된 버미사 계곡의 비밀스러운 단체. 어느 누구도 그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무법의 시대에 사악한 비밀 결사 조직이 광산촌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들고, 주민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놓는지 주민들은 떨고 있지만, 프리맨 단원들은 사악한 기운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린 단원들은 살인을 자신의 과시욕으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받아들인 타지에서 온 외부인. 그를 받아들인것인가? 자신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할 것인가? 음모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애를 지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다.
『공포의 계곡』은 더글라스가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보다 독자를 공포와 서스펜스로 몰아놓는 것은 모리아티 교수의 이야기다. 사건은 홈즈의 승처럼 보이는 순간 뒤집어 놓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새로운 장을 열어놓고,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어 버린다. 홈즈 시리즈에게 가장 뛰어난 악역으로 나오는 모리어티 교수. 홈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뛰어난 머리로 암흑계의 제왕이 된 인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처럼 보일때 드러나는 모리어티 교수의 도발. 이제 모리어티 와 홈즈의 대결이 시작된다. 홈즈 시리즈의 절정이 드리워질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다음권을 읽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