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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네 사람의 서명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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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는 말이야.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뎌하지. 그러니 문제가 필요해. 내게 일을 줘. 가장 풀기 어려운 암호나 아주 복잡한 분석 문제를 주면 나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거야. 그러면 코카인 같은 인위적인 자극제는 없어도 되겠지. 나는 지루한 일상을 혐오해. 고양된 정신 상태를 갈망하지." (p.9.)
지루한 일상을 혐오해서 특별한 직업을 택했다고 말하는 인물이 있다. 아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문해주는 사설탐정을 만들어 냈다고 말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1880년대에 태어나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인물 셜록홈즈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파트너인 왓슨에게 한 말이다.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온건가 하려 할때, 홈즈는 간단하게 왓슨이 우체국에 다녀온 것을 알아낸다. 관찰과 추리의 경계 구분만으로 말이다. "너무 단순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문제지만, 관찰과 추리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테니 설명해볼게. 나는 관찰을 통해 자네 신발에 묻은 소량의 붉은 흙을 발견했어. 우체국 바로 앞에서 부도블록을 뜯어내고 흙을 파내는 공사가 한창이라 우체국에 들어가려면 흙을 밟지 않을 수 없지. 내가 아는 한 이 동네에서 그렇게 붉은 흙은 거기밖에 없지." (p.13)
무료함을 달래지 못하고 약물에 빠져 있는 홈즈에게 찾아온 왓슨의 표현으로는 단정한 숙녀의 출현. 몇 년 전부터 무슨 이유에선가 알 수없는 누군가에게서 일 년에 한 번씩 아주 귀한 진주를 받고 있는 모스턴 양. 그 사람이 그녀에게 직접 만날 것을 요구를 하고,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홈즈와, 그녀에게 한눈에 빠진 왓슨과 동행하여 찾아간 아주 호화로운 집의 주인은 새디어스 솔토. 그리고 그에게서 모스턴 양에게 전해지던 진주의 사연을 듣게 된다. 모스턴 양의 실종되었던 아버지와 숄토의 아버진인 숄토 대령은 인도 동인도 회사에서 함께 근무를 하면서 보물을 발견했는데, 욕심을 버리지 못한 숄토 대령이 임종직전에 가서야 자신의 친구의 딸에게도 보물을 나눠주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과, 집 안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물의 위치를 애기하기 전 창가에 비친 누군가의 모습에 숄토 대령은 임종을 한다.
마침내 숄토의 형인 바솔로뮤가 숨겨진 보물을 찾아냈고, 새디어스는 모스턴 양에게 연락을 취해 형의 집으로 가게 되는데, 형의 집으로 간 그들은 끔찍하게 뒤틀린 미소를 지은 채 죽어 있는 형의 시체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안에서 잠겨 있는 방 안에 놓인 시체 옆에는 <네 사람의 서명>이라는 말이 씌어진 쪽지만이 발견될 뿐이었다. 위대한 아그라의 보물이 사라지고 남겨진건 한장의 쪽지와 시신 뿐. 미스터리한 사건을 사랑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 이제 그에게 지루한 일상은 잠시 사라지고, 사건을 따라가는 그의 두뇌는 행복함으로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네 사람의 서명'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오래전에 '네 사람의 서명'을 읽었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일한 책을 읽으면서 내 나이와 주변의 변화는 같은 책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법을 펼쳐낸다. '아주 크고 흉측하게 생긴 머리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뒤엉켜 있었다.... 나도 놈의 야만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에 급히 권총을 꺼냈다.' (p.131) 공식적인 홈즈의 사건 기록자인 왓슨의 표현이다. 자신과 다른 외모를 가진 이는 야만적이고 그러기에 총을 겨루어도 되는 인물로 묘사되어 진다. 이런 표현은 이번에 셜록 홈즈를 읽으면서 꽤 자주 만나게 되는 표현들이다. 왓슨은 악인은 악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물론 왓슨만이 아니다. 홈즈역시 동일하다. 셜록홈즈가 나온 시대가 지금과 다르니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절 부절 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홈즈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지금껏 이런것에 별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런 선입관을 받아들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홈즈를 읽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네 사람의 서명'은 끝까지 읽지 않으면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알수가 없다. 아니, 아그라의 보물의 소유주를 확정짓는 것 조차도 어불성설로 다가온다.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터부시되고 자신의 것이 아닌것을 자신의 수중에 있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임에도 그들은 소유권을 주장하고, 원주인을 악한으로 표현을 한다. 물론, 이 곳에서 이야기하는 원주인이 처음의 주인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서명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 그로인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역시나 '네 사람의 서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홈즈를 흥분케 하는 사건 보다는 왓슨과 모스턴양의 러브스토리다. 너무 많은 재산은 사랑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지, 진주 외에 얻은것이 없는 모스턴양에게 왓슨은 환호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