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회고록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6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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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홈즈의 이야기는 어떤것을 꺼내읽어도 흥미롭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890년대였음을 감안한다면 놀라서 '헉~'소리 나게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할 정도이지만, 이젠 아서 코난 도일의 능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니 그 당시에도 독자들은 더 강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외쳤을거다.  셜록 홈즈 전집 중 다섯번째 이야기였던 『셜록 홈즈의 모험』 시리즈가 막을 내린 지 5개월 만에 새로이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되기 시작한 이 작품들은 1892년 12월에서 1893년 12월에 걸쳐 매달 발표되고, 후에 『셜록 홈즈 회고록』(1893)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단다. 12편의 단편은 홈즈의 과거부터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조금씩 들려주면서 단행본을 읽은후엔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셜록 홈즈의 회고록』에는 실버 블레이즈 / 소포 상자 / 노란 얼굴 / 증권 회사 직원 / 글로리아 스콧 호 /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 /  라이게이트의 지주들 / 등이 굽은 남자 / 입주 환자 / 그리스 인 통역사 / 해군 조약문 / 마지막 문제까지 12편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인터넷 팟케스트에서 '소포 상자'와 '그리스인 통역사'를 다룬적이 있어서 쉽게 다가온다.  물론, 홈즈의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단편들로 읽어왔기에 익숙하지만 금새 만나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것은 어쩔 수 없이 반갑다.  게다가 '마지막 문제'는 홈즈의 팬들을 기함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일대의 사건이었다. '마지막 문제'에 가기전에 홈즈의 다른 이야기들을 들여다 보자. 

 

  유력한 우승 후보인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의 실종 사건은 홈즈 특유의 상상력과 꼼꼼함으로 해결을 하고, 소포 상자 안에서 발견된 두 개의 사람 귀에 관한 '소포상자'는 이것 저것 잡학다식한 홈즈만이 풀 수 있는 문제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가 귀만 보고서 친족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노란 얼굴'은 홈즈의 실패담을 적은 이야기다.  왓슨은 홈즈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 성공담만 적은것이 아니라 홈즈가 실패하는 사건은 남들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로 남는데, '노란 얼굴'은  우연히 진실히 밝혀진 경우로 왓슨에게 자신의 열정이 식을 때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상상력이 이렇게 중요하단 말일세. 그레고리에게 부족한 게 이런 자질이지.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마음에 그려보고, 추정한 대로 행동에 옮기고, 우리가 옳다는 걸 알아내지." (p.30 / '실버 블레이즈' 중에서)


"왓슨, 만일 내가 능력을 과신한다거나 사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부디 내 귀에 대고 '노베리'라고 속삭여줘. 그래주면 정말 고맙겠어." (p.112 / '노란얼굴' 중에서)

 

 『셜록 홈즈의 회고록』은 '회고록'답게 홈즈의 과거 사건들을 들려주고 있다. 홈즈와 왓슨의 만남 전에 일어난 '글로리아스콧호'와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에서는 홈즈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리스인 통역사' 편에선 홈즈 관련 영화마다 등장하는 홈즈의 친형 마이크로프트가 첫 등장을 한다. 지인을 만난것 처럼 반갑다. 이제 종종 마이크로프트를 만나게 될테니 말이다. 슬쩍슬쩍 비쳐졌음에도 악의 축이라 생각이 드는 모리아티 교수와의 마지막 승부를 다룬 '마지막 문제'는 왓슨가 함께 책을 읽는 독자들을 비탄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홈즈의 부활을 알고 있으면서도 책을 읽는 중에는 나도 모르게 왓슨에 글에 동요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셜록 홈즈 전집의 여섯번째 이야기는 홈즈의 베일에 싸인 과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셜로키언들을 흥분시킨 작품이었을 거다.   요즘 영화에서 유행처럼 보여주고 있는 '프리퀼'처럼 과거의 홈즈를 만날 수 있게 해주니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속편으로 '셜록 홈즈'의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회고록'속 홈즈는 왓슨을 이제 친구이상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홈즈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왓슨과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비서겸 동료로써 의지하면 함께 걷는 홈즈.  친구란 이런 관계를 말할 것이다.  왓슨이 홈즈를 처음 만나서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니, 아서 코난 도일이 프리퀼을 써내려가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생은 이래서 즐겁다.  1897년 이나 2014년 이나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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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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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순간, 사소한 사건도 따스한 이야기가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이 따스함이 아닐까 싶다.  가격대비 얇은 책은 못견뎌하는 내가 양장이라는 이름하에 이렇게 얇은 책을 군말하지 않고 읽는 이유는 그녀가 들려주는 따스함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재미도 있으면서 읽을 맛이 나는 책으로 페이지가 좀 있는 책들을 좋아한다는데 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얇아도 너무 얇다. 130페이지 가량 된다고 해도 책의 크기가 워낙에 작아서 포켓북보다는 크지만 가히 크다고 할수가 없다.  소장하고 있는 『키친』이나 『도마뱀』도 이 크기니, 민음사에서 그녀의 책에 트레이드 마크화 하려는 듯 싶기도 하고, 이젠 그녀의 책이 또 일반적인 두깨의 양장본으로 나오면 그 또한 이상할 듯 싶다.  

 

 

  '우리는 도토리 자매입니다.  이 홈페이지 안에만 존재하는 자매죠.  별거 아닌 애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일, 없으세요?  언제든 우리에게 메일 주세요. 어떤 내용이든 괜찮습니다. 정해진 틀 안에, 정해진 글자 수만큼이라는 규칙은 있지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장은 꼭 보내겠습니다. - 도토리 자매 올림' (p.7) 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독한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비밀의 홈페이지 '도토리 자매'. 두서없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고 싶은데 말할 상대가 없는 우울한 날, '도토리 자매'에게 메일을 보내면 반드시 답장이 온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곳이 존재한다면 꽤나 환영받을것 같다.  게다가 돈을 받지도 않고 오로지 무료봉사다.  

 

'내 이름은 구리코. 언니 이름은 돈코다.  이름이 참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겠죠. 나 역시 그렇답니다.  구리코도 물론 대단한 이름이지만, 돈코는 딱 듣기에도 별로다. 게다가 우리는 쌍둥이도 아닌데, 먼저 태어난 언니에게 동생이 생길 것까지 감안해서 돈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말았다.' (p.18)

 

  돈코와 구리코, 둘이 함께 도토리 자매다. 일본어로 '도토리'는 '돈구리'라고 발음을 하는데, 언니와 동생의 이름에 각각 '돈'과 '구리'가 들어가 '도토리'라는 뜻이 된다고(p.18) 주석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일본어를 모르니 알 수 없었던 이야기와, '도토리'의 일본어 발음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어쨌든 낭만적인 성격의 부모님에게서 태어나(그러니 아이들의 이름을 돈코, 구리코라고 지었다고 구리코는 이야기를 한다) 실컷 사랑받았던 언니와 동생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친척들의 집을 돌면서 자란다. 차밭을 일구는 삼촌 집에서는 삼촌의 죽음으로 헤어짐을 겪었고 부유한 의사 부인인 이모 집에서는 냉랭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지냈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학대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았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 친척집은 내집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성인이 된 돈코와 함께 구리코가 간 곳은 쇠약해져 있던 할아버지의 집이었다.  쇠약한 친척 할아버지를 돌보아 드리는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기로 했지만, 점점 할아버지와의 교류가 돈독해지면서 자매는 할아버지와의 이별 이후 마음둘곳을 못 찾다가  둘이 처음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모르는 사람들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이야기에도 반드시 답장을 하는 홈페이지 ‘도토리 자매’를 만드는 것. 이런게 될까 싶은데 외로운 사람이 의외로 많은지 도토리 자매의 홈페이지는 외롭고 힘든 사람들의 메일이 언제나 도착해있다. 

 

  외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자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편을 잃은 이에겐 부모를 잃었을때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병자를 간병하는 이들에겐 자신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자매들 역시 마음속에 감추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연애를 하고 있는 돈코와 자신도 잊고 있던 과거의 상처속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구리코의 이야기는 메일을 통해서 보여주는 치유 의식처럼 자신들 스스로를 보듬어 준다.  그럴수도 있다고 말이다.  아주 어린 시절 느꼈던 첫사랑의 죽음을 목도하는 과정은 꿈을 통해 보여줌으로 이 얇은 책을 판타지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구리코가 느끼는 애잔한 감정에 함께 동참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을 담은 대답이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토닥여주는 것과 같은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도토리 자매'의 공간은 비밀스럽지만 열려있는 곳이다. 사소한 사건도, 의미 없는 사연도 함께 나누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곳.  그렇게 은밀하게 메일을 보내는 이들을 다독여주고, 메일을 읽고 답을 하는 이들의 마음 속 응어리 역시 풀어주고 있는 곳이 '도토리 자매'의 공간이다.  가상의 공간에만 존재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돈코와 구리코.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 들어주는 공감의 능력이 이들에게 치유의 힘을 길러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도토리 자매'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든 그녀들 역시 미숙한 존재이고, 하나씩 배우면서 자라나가는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듣고 진심으로 대답해준 답장으로 행복하고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 위로의 글을 통해서 그녀들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외로운 날, 힘들고 어깨가 너무 아파 쓰러지고 싶은 날, 나도 '도토리 자매'에게 메일 한통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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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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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무렵에 『벽오금학도』를 읽었다.  작가가 누군인지도 모르고 회사로 책을 대여해주는 아저씨를 통해서 만난 책이었는데, 책 한권을 읽고 한동안 멍해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젠 그 책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난 그렇게 이외수 작가를 만났었다.  그리고 그렇게 맺은 연이 스무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안다.  그의 사상은 모르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글은 단편 모음집이다.  워낙에 요즘 세상에 변태들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를 다뤘는지 알았는데, 불완전 변태, 완전변태의 생태용어가 책 제목으로 쓰여져 있다.  재미있다.  열 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 『완전변태』는 재미와 함께 생각해야 할 이야기들을 곳곳에 폭약처럼 묻어둔 글들이다.  읽다가 어느 순간 터져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운동능력이 거의 없는 곤충이 번데기 상태를 거쳐서 성충이 되는 것을 말하는 <완전변태(完全變態)>외에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 청맹과니의 섬 / 해우석(解憂石) / 새순 / 명장(明匠) / 파로호(破虜湖) / 유배자 / 흉터 / 대지주 까지 10편의 단편들은 '새순'이나 '흉터'처럼 짧은 글도 있고, '청맹과니의 섬'이나 '파로호'처럼 호흡이 긴 글들도 있지만, 모두 하나같이 작가의 울림을 듣게 만든다.  재미있게 읽다가 훅하고 들어오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찌 10편의 단편 모두에 이런 장치들을 해놓을 수 있는 것일까?  역시 이외수작가를 되뇌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다.

 

'밤나무에서는 밤이 열리고 배나무에서는 배가 열리고 감나무에서는 감이 열리는데 왜, 소나무에서는 소가 열리지 않을까?' (p.26 /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중에서)

 

'아무튼 녀석은 대마초를 흡연하지 않은 지금도 감방 구석에 웅크린 채 나비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이 아름다울까, 나비가 인간이 되어 터덜터덜 걸어다니는 꿈이 아름다울까.' (p.97 / 완전변태 중에서)

 

"실력 없는 도공은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는 옛말이 있지. 동곡이 명장이라는 소문듣고 왔다가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사실만 깨닫고 가네. 어찌 그리도 신묘하단 말인가. 명품은 모조리 장도리로 박살 내버리고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아집 한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겨놓는구만." (p.135 / 명장 중에서)

 

  소나무에 소가 솔을 의미하니 당연히 소가 안 열리지 하며 넌센스로 받아치다가 아비의 썪지 않은 손가락에서 '판검사'만을 최고로 여겼던 부모의 간절한 소망을 알게 되고, 웅크려 애벌레처럼 기어다니다 번데기가 되어 완전변태를 하는 감방 동료가 결국엔 자신인것을 보여주는 장면을 읽으면서 작가의 속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편의 나온 인물들은 작가를 다른 직업군보다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외수 작가가 그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대마초를 핀 작가를 존중하고 있는 감옥 안 사람들이나 작가와 기자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파로호의 외박눈이 노인에게서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돌고 돌아 알게되는 '청맹과니의 섬'에서 살던 다람쥐들의 행방은 민선생에게 잊혀진 과거의 한장면이되어 충격으로 다가오는것 처럼 말이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은 재미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완전변태』라는 다소 강한 제목을 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책을 읽는 도중에 다른곳으로 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짧은 호흡안에 한편을 읽고 생각을 하는 사이에 또 다른 이야기를 들추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의 평처럼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세포들이 술렁거리고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황홀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역설로 가득한, 놀라울 정도로 감각적이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은 씽긋 웃음을 날리게 만든다.  2014년에 만나는 과거와의 조우쯤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단백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이야기들 덕분에 말이다.  2005년에 발표된 『장외인간』이후 9년만에 발표된 『완전변태』는 확실히 읽는 재미를 주고 있고, 단편 속 삽화들은 『하악하악』으로 이미 익숙한 터치에 편안함에 갖게 만든다.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완전변태』.  재미있게 읽으면서 사유의 힘을 키울 수 있는 행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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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영웅이 되기로 했다 풀빛 청소년 문학 13
K. L. 덴먼 지음, 이지혜 옮김 / 풀빛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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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떄문이었다.  한창 아이돌에 빠져있는 딸아이가 책표지를 보더니 읽어야겠다고 난리가 아니었고, 이 멋진 청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어떤 영웅이야기를 펼쳐낼지가 궁금했고, 이 미소년들이 가리키고 있는 것이 궁금했다.  책은 왔는데, 아이의 시험기간과 겹쳐서 내가 먼저 읽어버렸다.  아...  이걸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표지 속 그림이 모든걸 보여주고 있는데, 몰랐다.  눈발 날리는 가운데 한 소년는 단단히 껴입고 있는데, 또 한 소년의 옷은 너무나 얇다.  그 소년이 가리키는 것을 함께 쳐다보는 소년.  그리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영웅이 되기로 했다.'고 말이다. 이해안되던 부분들이 책장을 덮고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모두 풀려버렸지만, 맘이 답답해져 온다. 

 

  

  표지 속 검은 머리의 잘생긴 아이는 고등학생인 키트 래티머다.  예쁜 여자 친구와 많은 친구를 가진 농구부의 에이스였던 키트에겐 모든것이 과거형일 뿐이다.  어떤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키트에게 남아있는 친구는 아이크 뿐이다.  어느 날 키트는 텔레비전에서 ‘외치’라는 별명의 냉동 미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5천 년 전의 인간에게서 그 당시 생활상을 알아 내다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데,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아이크는 키트를 부추기기 시작한다.  미래의 인류들을 위해서 '얼음인간'이 있어야만 하고, 지금 아무것도 아닌 키트가 '얼음 인간'이 되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키트는 동조를 하면서 '얼음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기 시작한다.

 

'나의 메시지가 나와 함께 발견되어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가 외치를 통하여 알아낸 것보다 더욱 많이 과거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내 몸이 산 위의 만년설로 덮인 빙하에서 얼어 천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p.49)

 

  목표를 세웠으니 실행에 옮길 일만 남았다.  아무나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위치와 같은 곳에 문신을 하고, 현시대를 대표하는 각종 물건과 자료들을 모으고, 미래 인간들에게 전달할 메시지 글을 작성하고, '얼음 인간'이 되기까지 해야만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키트는 '얼음 인간'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신속에 들어있는 나노로봇의 위험까지 알아낸다.  문신을 할때 나노 로봇들이 들어가서 인류를 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인류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고 정신이 없는걸 뻔히 보면서도 아이크는 키트를 계속해서 용기없고, 게으른 아이로 취급한다.  블랙베리를 구하고, 마약을 준비하는 것까지 종용을 하고 있으니 아이크라는 녀석 정말 이상하다.  그럼에도 키트는 아이크의 말에 거의 순종적이다.  비싼 블랙베리는 훔치고,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

 

  가족들은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키트의 변화를 걱정하지만, 키트는 그러한 관심조차 귀찮아 하고, 학교에도 결석해 가며 현대의 모든것을 미래의 인류를 위해서 준비를 해 나간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으면 전교 1등은 문제 없을텐데, '얼음 인간'을 위한 준비라니 어찌해야 할까?  준비를 마친 키트는 아이크와 함께 만년설이 있는 스트래스코나 주립 공원을 향해 출발한다. 이제 '얼음 인간'이 되어 미래 인류를 위한 '영웅'만 되면 되는데, 아이크가 문제다.  가는 내내 어찌나 귀찮게 구는지 지금까지 아이크의 말이라면 무조건 수긍을 하던 키트도 폭발을 해버리게 되고, '영웅'이 되기 위한 아이의 모험은 끝이나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사건의 전개가 98%이상 진행되어 지고, 결말만 남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이 모든것을 뒤집어 버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젠 부모로서 걱정이 시작되고, '특별한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아이와, 아이의 친구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170페이지 넘게 진행되어지던 이야기는 '작가의 말'로 모든 의문을 해결해 버리지만, 이제 생각은 독자의 몫이다.  캐나다 인구의 1%가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아이와 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단다.  병이란다.  '정신 분열증'.  그렇게 많나 하고 의구심이 들지만, 이렇게 많단다.  그러니 이렇게 청소년 소설로 나오지 않았겠는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두려운 이야기는 책 속이 아닌, 책을 읽은 후에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영웅'이 되고자 했던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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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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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권의 책이 새로운 관심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동생이 자동차 신차계발팀에 있어도 남편이 자동차에 미쳐있어도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이 책 한권을 읽고는 이런차도 있구나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니 어떤 이야기들이 관심 안으로 들어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러닝머신을 뛰다가 <THE BUNKER>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봤다.  어쩌면 그전에도 봤을지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온 건 처음이다. 찾아보니 이 프로가 시즌 3란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차를 보면서 흥분하는게 피부로 느껴질정도로 뜨거운 프로였는데, 중고차를 구입해서 꽤 높은 사향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서 경매를 하는 프로였다.  자동차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자동차 한대 한대에 열광하는 사람들. 이런 이들이 그들뿐이진 않을것이다.

 

   남들 다가지고 있는 운전면허도 없으니, 내 눈에 차가 들어올리가 없었다.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그닥 그렇게 거금을 투자해서 차를 운행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던것도 사실이다.  나같은 이에게야 상관이 없지만, 작가에게 '미니'에 대한 책은 꼭 있어야할 책이었다. 'MINI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앞으로 MINI를 사랑하게 될 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자동차에 대한 서적을 찾아보다가 '미니'라고 쳤더니, 자동차 MINI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겨울 왕국 미니 스티커북','도미니크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변신자동차 또봇 미니퍼즐'등의 서적만 줄줄이 나왔다고 하니, 마니아에겐 분명 힘빠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한 브랜드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 브랜드를 제대로 알아야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MINI라는 이름을 가진 자동차의 탄생부터 성장과장,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역사가 깊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자동차의 역사가 굉장하다. 평범하지 않은 55년의 역사, 뛰어난 기능과 독특한 디자인까지 이 자동차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차다. 게다가 BMW다.  BMW가 얼마나 좋은 차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들은 풍월도 비싸고 좋은 차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Fun & Not Normal'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내새우고 있는 이 자동차는 영국의 서민들을 위한 갑싸고 실용적인 차에서 이제는 미니 마니아들을 거느린 희귀한 브랜드가 되어있단다.

 

  책은 미니의 탄생부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미니가 만들어졌나부터 시작으로 미니가 나온 드라마와 미니를 탄 스타들까지 별 이야기들을 다 해주고 있다.  미니로 인해서 미니스커트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부터, 지금은 만들어지지 않는 '올드미니'까지 미니에 대해서 할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1959년에 출시된 초창기 미니는 길이가 3050mm였다고 한다.  어느 정도인지 기준이 모호한데, 우리나라의 '모닝'이 3595mm라고 하니, 작긴 작은 차다.  이 작은 차에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고, 트렁크 공간까지 확보되어 있다고 하니, 이차는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지금은 예전의 미니의 두배 가량 커졌고, 미니는 정말 종류도 다양하게 많아졌다.

 

 

  195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후 오리지널 미니는 1959년부터 2009년 단종 될 때까지 40년 동안 538만 7862대가 팔렸단다. BMW가 인수 후 2001년부터 생산된 새로운 미니는 2012년까지 누적 241만대가 팔렸다고 하니, 이 작은 차가 거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니에 대한 책인만큼 이 책엔 '미니 7종 라인업과 종별 특징'이 기록되어 있다.  내겐 생소하기만 한 해치백, 컨버터블, 로드스타, 쿠페, 클럽맨, 컨트리맨, 페이스맨까지 이 차들의 특징이 실려 있다.  뿐만 아니라 조금 특별한 미니인 스페셜 에디션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 설립 50주년, 100주년을 맞아 한정판 모델들을 내놓는다든지, 유명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와 협업해서 독특한 외관이나 차별화된 성능을 가진 차량을 보여주고 있는데, 예쁘고 독창적이다. 게다가 스페셜 에디션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차량보다 저렴하거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으니, 스페셜 에디션이 인기를 끌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작은차로 랠리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1960년대부터 MINI는 몬테카를로 랠리 등 세계 유수의 랠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면서 영국 자동차의 상징이 되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차를 개발한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귀족 작위를 수여하기도 했단다.  얼마나 대단하면 엔지니어에게 귀족 작위까지 수여했을까?  이 차는 같은 차를 타는 사람들의 결속력도 키워주는것 같다.  미니 런 인 코리아, 미니 유나이티드 코리아는 우리나라에 있는 미니 동호회다.  해외에서는 영국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1992년에 설립된 '브리티시 미니클럽'은 행사도 많이 한다.  미니의 영향력은 상당한 듯 하다. 미니가 브랜드가 되어 트렁크, 가방, 헬멧, 우산, 장화부터 시작해서 유아용품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 브랜드 뭘까 싶다.

 

  저자는 미니 드라이버들을 위해서 마지막은 스스로 자동차 정비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도통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는데, 자가 정비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실고 있는데, 관심 없는 부분들을 제외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내가 이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면, 자동차 광들은 상당히 흥미를 느낄 것 같다.  미니의 역사속에 미니를 탄 인물들과, 미니가 나온 영화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얼마나 미니에 애정을 주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고,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 빠져 있는 나나 자동차에 빠져있는 이들이나 뭐가 다르겠는가?  불법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에든 빠져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일일것이고,  경제 전문지 자동차 전문 기자로 7년간 활동한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자동차가 좋아 하나의 브랜드에 올인을 할 수 있는 저자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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