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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영웅이 되기로 했다 ㅣ 풀빛 청소년 문학 13
K. L. 덴먼 지음, 이지혜 옮김 / 풀빛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책표지 떄문이었다. 한창 아이돌에 빠져있는 딸아이가 책표지를 보더니 읽어야겠다고 난리가 아니었고, 이 멋진 청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어떤 영웅이야기를 펼쳐낼지가 궁금했고, 이 미소년들이 가리키고 있는 것이 궁금했다. 책은 왔는데, 아이의 시험기간과 겹쳐서 내가 먼저 읽어버렸다. 아... 이걸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표지 속 그림이 모든걸 보여주고 있는데, 몰랐다. 눈발 날리는 가운데 한 소년는 단단히 껴입고 있는데, 또 한 소년의 옷은 너무나 얇다. 그 소년이 가리키는 것을 함께 쳐다보는 소년. 그리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영웅이 되기로 했다.'고 말이다. 이해안되던 부분들이 책장을 덮고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모두 풀려버렸지만, 맘이 답답해져 온다.

표지 속 검은 머리의 잘생긴 아이는 고등학생인 키트 래티머다. 예쁜 여자 친구와 많은 친구를 가진 농구부의 에이스였던 키트에겐 모든것이 과거형일 뿐이다. 어떤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키트에게 남아있는 친구는 아이크 뿐이다. 어느 날 키트는 텔레비전에서 ‘외치’라는 별명의 냉동 미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5천 년 전의 인간에게서 그 당시 생활상을 알아 내다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데,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아이크는 키트를 부추기기 시작한다. 미래의 인류들을 위해서 '얼음인간'이 있어야만 하고, 지금 아무것도 아닌 키트가 '얼음 인간'이 되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키트는 동조를 하면서 '얼음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기 시작한다.
'나의 메시지가 나와 함께 발견되어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가 외치를 통하여 알아낸 것보다 더욱 많이 과거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내 몸이 산 위의 만년설로 덮인 빙하에서 얼어 천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p.49)
목표를 세웠으니 실행에 옮길 일만 남았다. 아무나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위치와 같은 곳에 문신을 하고, 현시대를 대표하는 각종 물건과 자료들을 모으고, 미래 인간들에게 전달할 메시지 글을 작성하고, '얼음 인간'이 되기까지 해야만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키트는 '얼음 인간'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신속에 들어있는 나노로봇의 위험까지 알아낸다. 문신을 할때 나노 로봇들이 들어가서 인류를 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인류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고 정신이 없는걸 뻔히 보면서도 아이크는 키트를 계속해서 용기없고, 게으른 아이로 취급한다. 블랙베리를 구하고, 마약을 준비하는 것까지 종용을 하고 있으니 아이크라는 녀석 정말 이상하다. 그럼에도 키트는 아이크의 말에 거의 순종적이다. 비싼 블랙베리는 훔치고,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
가족들은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키트의 변화를 걱정하지만, 키트는 그러한 관심조차 귀찮아 하고, 학교에도 결석해 가며 현대의 모든것을 미래의 인류를 위해서 준비를 해 나간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으면 전교 1등은 문제 없을텐데, '얼음 인간'을 위한 준비라니 어찌해야 할까? 준비를 마친 키트는 아이크와 함께 만년설이 있는 스트래스코나 주립 공원을 향해 출발한다. 이제 '얼음 인간'이 되어 미래 인류를 위한 '영웅'만 되면 되는데, 아이크가 문제다. 가는 내내 어찌나 귀찮게 구는지 지금까지 아이크의 말이라면 무조건 수긍을 하던 키트도 폭발을 해버리게 되고, '영웅'이 되기 위한 아이의 모험은 끝이나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사건의 전개가 98%이상 진행되어 지고, 결말만 남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이 모든것을 뒤집어 버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젠 부모로서 걱정이 시작되고, '특별한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아이와, 아이의 친구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170페이지 넘게 진행되어지던 이야기는 '작가의 말'로 모든 의문을 해결해 버리지만, 이제 생각은 독자의 몫이다. 캐나다 인구의 1%가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아이와 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단다. 병이란다. '정신 분열증'. 그렇게 많나 하고 의구심이 들지만, 이렇게 많단다. 그러니 이렇게 청소년 소설로 나오지 않았겠는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두려운 이야기는 책 속이 아닌, 책을 읽은 후에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영웅'이 되고자 했던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