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견 애로우와 프라다 마을의 미스터리
가스미 류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성안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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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14회 요코미조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가 가스미 류이치의 '세계 최초 본격 개 추리소설!'을 만났다.  분명 개(犬) 추리소설은 확실한데, 세계 최초까지는...  내가 읽어본 추리소설속에 반려견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성인용은 아니다.  아동소설 중에 반려견이 주인공인 소설은 정말 넘쳐나게 많다.  하지만, 이책은 확실히 독특하다.  작가가 얼마나 반려견를 좋아하면 이런 새심한 부분까지 알고 있을까 할 정도로 반려견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다.  큰 아이가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집에서 개를 키우지 못하지만, 어렸을 적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는 어린시절에 든든한 친구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빠의 발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아빠를 반겼었고, 친구와 큰소리라도 나는 날엔 내편에 서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으니 반려견은 분명 인간에겐 친구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려견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상식이상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혹시, 반려견들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알고 있는가?  멍멍 짖으면서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일각만 알고 있는 것이다.  매일 짖으며 의사소통을 하면 동네가 얼마나 시끄럽겠는가?  반려견들은 독특한 발성법을 가지고 있단다.  인간을 들을 수 없고, 그들만 들을수 있는이 특이한 발성법은 인간의 목소리인 '보이스'와 차별되게 '바우스'라고 부른단다.  바우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우스로 말하다라고 쓰긴 뭐하고, 바우스를 냈다, 바우스를 발하다라고 표현을 해야하지만, 사람 입장에선 바우스를 말하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게 다가온다.  애로우에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결코 알수 없었던 바우스.  이 녀석들 바우스를 할 줄 알면서 아파트에서 사는 녀석들은 왜 그리도 시끄럽게 짖어되는걸까?  사람에게 들으라고 짖어되는걸까?

 

  프라다 마을에 살고 있는 반려견들은 따박따박 산책도 잘하고 반려견들만의 규칙도 가지고 있다.  반려견이 집을 지키는 것은 의무일까, 답례일까?  "나도 이렇게 번견 일을 하고 있지? 그건 신페이 씨 부부가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그 은혜가 매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감사하는 마음에 답례를 하는 거라고." (p.60)  집앞 우엉밭에 우엉을 지키지 못해 괴로워하는 본타에게 우리의 주인견 애로우는 의무가 아닌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어떤 반려견은 집을 지키는 것으로, 어떤 반려견은 사람에게 동무가 되어주는 것으로 감사에 대한 답례를 한다는 것이다.  반려견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네니 '레노'같은 영웅 개의 동상이 세워지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사건의 시작은 레노 동상앞에 심겨진 길쭉한 우엉이었다.  우엉의 출처는 분명 순종 시바이누, 본타가 지키고 있는 접골사, 난조 가쓰히토의 집이니, 본타가 안절부절 하는것도 이상하지 않다.  새하얀 시바이누였던 레노를 존경하는 본타는 주인이 이사가기전에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탐정견 애로우에게 의뢰를 하게 된다.  적갈색 몸에 코부터 머리, 등 한가운데까지 하얀 하살표 무늬가 들어있는 애로우는 주인이 번역가여서 인지, 상당히 지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사건 의뢰를 받은 후 미스터리한 일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반려견들 사이에서는 레노의 유령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다.  겁이 많은 본타는 꿈에서 레노를 만나고 운명적으로 레노와 연결되어져 있다는것을 강하게 느끼게 되고, 애로우는 본타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전직 경찰견이자 조사의 달인인 워치에게 조언을 구하게 된다.

 

"정확하게는 GOOD 8, 다른 이름으로는 팔견단.  말하자면 개 세계의 특수 부대 같은거지." (p.165)

 

  이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팔견단을 만나보자.  굴파기의 달견인 미니추어 닥스훈트 뫼비우스, 자물쇠 따기의 달견인 볼독 듀크, 물자 조달의 달견인 웰시코기 에드워드 2세, 잡동사니를 개조해 만들어내는 것이 특기인 비글 스누퍼, 힘쓰는 일은 당할견이 없는 시베리안 허스키 그레이, 그레이와 더불어 비밀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골든 레트리버 자이스케, 변장의 달견인 치와와 폴리와 쿵푸 못지 않는 멍풍의 달견 차우차우 신티까지 이 반려견들이 모이면 못할것이 없다. 뫼비우스가 굴을 파고 듀크가 개들의 목줄을 푸는 장면을 읽다보면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만 나무위에 올라가기 위해 G8이 하는 행동들은 내가 반려견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사람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헛갈리게 된다.   

 

  팔견단이 정보를 모아오고, 워치의 조언을 종합해서 애로우는 모든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해준다.  사람보다 낫다는 표현은 애로우에게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그뿐이 아니다. 워치와 팔견단이 본타를 위해 해줬던 것까지 파악을 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경찰견으로 파견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잡종견은 받지 않는지, 아니면 주인을 떠날 수가 없는지 애로우는 프라다 마을을 지킨다.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변장의 달견인 폴리가 변장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개의 변장은 무시무시하지만 완벽한 고양이다.  낮에도 눈치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동물은 고양이 뿐이라고 개들은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집 주변을 봐도 개보다는 고양이들이 많이 다니니 일리가 있는 말인듯 싶다.  이사가기전에 본타의 의뢰를 완벽하게 해결해주고, 본타의 무서워하는 사이렌 트라우마까지 해결해주니, 애로우와 G8의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나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반려견을 빚대어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만, 사람 역시 경험을 통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러기에 과거도, 현재도 모두 나의 모습이고, 나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해야만 한다.  

 

"너는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난 게 아냐.  여러 경험을 해 가면서 네가 되어가는 거지. 나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래서 우리 동료로 인정해 주었잖아."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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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는 맨홀 2015-01-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개 특공대 멋지고 귀엽네요. 아파트 개들도 바우스 해주었으면 해요.
 
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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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은 기억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책읽는 속도가 빨라서 책의 내용들이 뒤죽박죽 섞이는 일들이 허다한 나에게 『토우의 집』은 오랜만에 만난 가슴 아리고 뻑뻑한 이야기였다.  초반엔 김원일작가의 『마당 깊은 집』이 떠올랐었다.  책으로 만났던 내용 보다는 어린시절에 만났던 드라마속 풍경이었지만, 그런 모습들이 스물스물 기어오르더니, 어느새 어린 스파이들에 빠져서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 듣기 시작했다.  삼악산의 남쪽을 복개하면서 산복도로를 만들고, 그 시멘트 도로 주변으로 지어진 마을과 그 골목을 사는 이곳은 벌레처럼 보인다 해서 '삼벌레고개'로 불린단다.  '삼벌레고개'에 윗마을도 아랫마을도 아닌 '우물이 있는 집'은 '제집 사는 사람','전세 사는 사람', '월세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이곳에 어린 스파이들이 살고 있다. 

 

 

 

  '우물이 있는 집'에 영과 원이 이사오면서 주인집 아들 금철과 은철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동네에 있는 아줌마들과 사뭇 다른 영과 원의 엄마는 새댁으로 불리고, 새댁의 남편에대한 소문은 흉흉하게 돌기 시작한다.  작은 스파이로 활동을 시작한 은철과 영은 마을의 우물에 빠져 죽은 처녀들의 수가 왜 ‘구십삼’인지 밝혀내고, 벽돌을 갈아 만든 독약으로 누군가를 벌하기도 하며, “새댁” 혹은 “누구엄마”로 부르고 불리던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기 시작한다.  ‘개발기술’과 ‘귀밝이술’의 발음이 똑같은데 어떻게 어른들은 그걸 구분해내는지, 어른들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그런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라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영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윽박지르는 금철의 사내다움을 보면서 은철은 원의 입에 닭발을 우격다짐으로 넣기도 하고, 영에 말에 금방 싱글벙글한 금철이 바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동네에 퍼지는 소문들은 모두 은철의 엄마인 순분과 계원들의 입을 통해 돌고 돌면서 터무니 없이 커져가고, 그 사이에 금철의 호기로 은철이 크게 다치면서 계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금철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제 순분은 계원들과 함께 어느 누구도 입에 올릴 수가 없다. 그저 뒷담화처럼 했던 새댁네 고모의 자살이야기가 은철에게 닥친듯했고, 평생 동생을 다치게 했다는 짐을 지고 살아갈 금철을 혼낼 수도 없었다.  임보살의 굿 따위가 가져오지 못하던 은철이 변소에 가서 똥을 누는 기적을 새댁의 훈련으로 이루어내면서 순분은 새댁과 함께 그녀의 토우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한다.  원에게 동생 '희'가 생기고, 은철이 다치면서 작은 스파이들은 다시 어울리기 시작하지만 검은 양복의 사내들과 함께 원의 아버지가 사라지면서 무성한 소문이 동네에 퍼지기 시작한다.  원의 아버지 '덕규'는'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지만, 아이들의 이름처럼 영.원.히(희) 돌아오지 못한다.

 

  희대의 사법살인사건이라는 '인혁당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원의 아빠, 덕규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그려진다.  예쁜 필적, 분첩 대신 핸드백에 들어 있는 펜대, 펜촉 잉크병. “애들을 격일제로 두들겨 패지 않고 남편을 몹시 사랑한다는 이유”로 삼벌레고개 주민들에게 시셈을 받던 새댁의 모습은 덕규의 부재 이후 처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하면서 영과 원의 모습도 변하기 시작한다.  동생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영과 동생 삼고 있는 인형, 희 앞에서 눈물을 참는 원. 아이들의 엄마는 강해야한다고 당연하게 생각을 하지만, 강했던 사람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새댁의 모습을 통해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이들의 고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고, 어루만져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가이 시선으로 그려진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지만, 그 속에 내재되어있는 고통은 줄어들지 않는다.  일곱살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토우의 집'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캄캄한 무덤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에 스스로 감당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말이다.  그리고 작가가 만들어낸 '토우의 집'안에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작가의 말처럼 '미완의 다리 앞에서'서성이고 있다.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통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 봤자 토우의 집은 캄캄한 무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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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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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홍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제야 알았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샤오홍의 일대기를 읽고서야 중국의 천재 여류작가라는 그녀를 알게 되었다.  우리네 천재 작가들의 작품들도 다 읽어보지 못했으니 100년전 중국땅에서 살던 천재를 알기엔 내 식견은 당연히 단순할 수 밖에 없다.  이제야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샤오홍을 들여다 보게 된것만으로도 분명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그 당시 시대상에 풍덩 빠져들기는 힘이들었지만, 추이칭이 써 내려간 '샤오홍의 일대기'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타고 따라가다보면 샤오홍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양가집 규수라면 전족이 당연한것처럼 여겨졌던 시대인, 1911년 중국 북동부 흑룡강성 후란현에서 샤오홍은 태어났다.  낙후한 문명에 비해선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그녀는 1927년 하얼빈제일 여성 중학교에 입학하여 새로운 사상과 중국 및 해외 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지만, 그녀의 어린시절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가부장적이고 아들 위주의 사회에서 딸은 열살이 겨우 넘으면 결혼을 해야 했고, 민며느리처럼 신랑집으로 들어가 시어머니의 매질을 순종하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남자아이가 아니었기에 샤오홍은 혹독한 분위기에서 자라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시절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소녀였고, 그때의 기억이 그녀의 문학작품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예요.  다만 저는 당신한테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결혼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예요." (p.53)

 

  열세살에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자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도피하면서 샤오홍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다. 이제 이야기는 그녀의 사랑과 문학활동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오로지 정략결혼이라는 제도가 싫어서 베이징으로 하얼빈 제일 여성 중학교시절에 만났던 루쩐쑨과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지만, 스무살도 되지 않은 소녀,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남의 집안에서 원조를 끊으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이들이 감당하기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의 도피는 루쩐쑨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끝이나는 듯 하지만, 사회의 통념을 거부하는 사오홍은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고 운명처럼 약혼자였던 왕언지아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결혼하라고 할때는 싫다고 외치더니 도피처에서 만나 왕언지아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 샤오홍.  이제 모든것이 제대로 풀릴것 같지만, 인생은 생각만큼 뜻데로 움직이질 않는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돈을 구하러 간 왕언지아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임심한 10대의 샤오홍은 편지 한 통으로 신문사에 있던 샤오쥔을 만나게 된다.

 

   그녀 인생의 가장 큰 스캔들로 남았던 샤오쥔은 샤오홍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게 되고, 그녀와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문학사에 남는 두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을 하게된다.  하지만 샤오홍의 문학적 소양이 샤오쥔을 넘어서게 되면서 가부장적이고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샤오쥔과 샤오홍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문학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샤오홍에게 그녀와 샤오쥔이 중국 문학사에서 뛰어난 위치에 있는 루쉰을 존경했던것처럼 후학들이 따르기 시작하고 루쉰이 그들을 보살펴준것 처럼 어린 문학도인 두안무홍량을 보살펴주기 시작한다.  자주적인 샤오홍에게 그녀를 깔아뭉기기만하려는 샤오쥔보다 샤오홍을 우상으로 여기는 두안무홍량이 새로운 사랑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샤오홍과 샤오쥔의 사랑은 애초에 샤오쥔의 영웅심리가 발동해 미인을 구출해내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스토리에는 다소 입지전적인 색채가 덧칠해졌었다.  이 크지도 자지도 않은 문단은 일찍부터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둘러싸고 아름다운 상상들을 쏟아냈었다.  이제 그 환상이 박살나버리자, 그들은 소위 이 사건의 원흉을 찾아내서 마음속의 상실감을 보상받고자 했다.  두안무는 전대미문의 비난 세계를 받아야만 했다.' (p.164)

 

 

  작가가 쓴것처럼 샤오홍과 샤오쥔의 관계는 문학계에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였고 샤오홍은 샤오쥔과 떼어내어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샤오홍이 샤오쥔보다 뛰어났음에도 그들에 샤오홍은 그저 샤오쥔의 아내였을 뿐이다.  비록 그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음에도 문학계 사람들의 눈엔 여전히 샤오홍은 샤오쥔의 아내였다.  왕언지아와의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을 보냈던 샤오홍은 두안무홍량과 샤오쥔의 아이을 임신한상태로 결혼을 하게된다. 샤오홍보다 어리고 우유부단한 두안무는 분명 샤오홍을 열렬히 사랑했고, 그로인해 그가 감수해야 할 일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일이었을 것이다.  샤오홍의 유일한 남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안무는 샤오홍과 샤오쥔의 사이를 갈라서게한 원흉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전시에 홍콩으로 이주하게 된 샤오홍과 두안무.  그들의 관계도 이 불꽃같이 사랑만 바라보는 여인에게는 부족함이 있었다.  자신만을 바라보기 원하는 붉은 장미와 타오르는 불꽃같은 샤오홍.  31세의 짧은 생을 산 샤오홍의 생전 44일은 두안무가 아닌 샤오홍의 남동생, 장슈커의 친구인 뤄빈지와 함께 한다. 샤오홍의 병원비를 벌기위해 샤오홍을 찾지 못했던 두안무와 샤오홍의 곁을 지켰던 뤄빈지.

 

  31년의 짧은 삶 속에서 샤오홍은 풋사랑같은 루쩐쑨을 시작으로 왕언지아, 샤오쥔, 두안무, 뤄빈지와의 삶을 꿈꾸지만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아가질 못한다.  어쩜 그녀에게는 문학의 스승인 루쉰이야말로 정신적인 교감을 이룬 유일한 반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짧은 생에 10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1935년에 루쉰이 자비로 발간해준『생사의 장』은 『후라 강 이야기』와 함께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단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 사랑과 자유를 찾던 여인은 그녀의 모든것을 몸서리쳐지는 글로 표현해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할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만의 문학세계는 그녀의 삶이 이러했기에 탄생했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열렬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인물이 얼마나 있으라?  '황금시대'라는 제목이 탕웨이 주연의 '황금시대'를 따서 지어진듯 한데, 탕웨이가 그려내는 샤오홍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해 진다.  문학작품을 써내려가는 작가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는 닮은면이 있을 것이다. 사랑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이 두여인의 공통분모를 영화를 통해서 만날 수 있을까?

 

  분명 작가 추이칭은 샤오홍의 사랑의 여정을 그려주고 있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루쉰이 후학에게 보내주었던 정성이 눈에 들어온다.  당대 석학으로 불리는 루쉰이 젊은 작가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원고료를 쓰고, 자신의 집을 젊은 작가들에게 내어주면서 그들에게 그의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시대 또한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목숨보다 어린 작가들을 위해 애쓰면서 젊은 작가들과 교류를 했던 루쉰과 루쉰의 뒤에서 묵묵히 루쉰을 지원했던 그의 아내.  그런 분들 덕분에 샤오홍이 나왔을 것이고 그 본을 받아 뤄빈지가 문학계에 태어났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사랑에 모든것을 걸었던 또 한 인물, 두안무.  샤오홍 사후 10년 동안 매년 그녀의 묘를 찾고, 17년이 지난후에야 재혼을 했다는 그의 사랑을 부인하기엔 그의 사랑 또한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떨어지기엔 너무 이른 나이에 떨어져버린 붉은 장미. 그녀로 인해 중국 문학계는 분명 커다란 도약을 했음엔 틀림이 없을 것이고, 그녀이기에 이 사랑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 샤오홍 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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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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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별로 없다.  책을 읽을때도 문장과 문단에 내 머릿속은 반응을하고 퍼즐 조각을 맞추어 나가듯이 쉴틈없이 일을한다.  예배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예배시간전에 하는 기도는 '악한 생각 틈타지 않게 하옵소서'이다.  설교말씀을 듣고 성경을 읽는 시간들 속에서도 오만 잡생각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그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면 별 문제가 없는데, 이 생각이 둥지를 트는 경우는 떨쳐내기가 힘이든다.  생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날아들어서는 등지를 툴고, 알을 품기 시작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말이다.  집중에 시간에 이런 바람같은 생각이 날아들때면 부지불식간에 사로잡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분명 내것임에도 내것이 아닌것 처럼 내게 안착해버리는 생각들이 있다.  작년에 친정아버지가 우울증 판단을 받으신적이 있으셨다.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다가온 가장 큰 고통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자세셨다.  고층의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세상. 창문넘어로 한 발자욱 내 딛는 순간 모든것이 행복해 질것 같은 기분이 들으셨다는 것을 후에야 고백하셨는데,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친정엄마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겨 드렸고,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하는지, 아버지가 사랑받고 계신 분이신지를 알게 해드림과 함께 아버지는 하나님을 선택하셨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병은 호전을 보이기 시작하셨고, 지금은 실버대학과 우울증 치료를 충실히 받으시고 계신다.  작년 한해에 너무 큰 축복을 받으셨다고 이야기를 하고 계시니, 어쩌면 아버지에게 우울증은 하나의 축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저자인 댄 해리스 역시 보통의 사람들처럼 '머릿속의 목소리'와 함께 공존했던 인물이다.  뉴욕 ABC News 아나운서로 <굿모닝 아메리카>의 주말앵커인 그가 초기에 생방 스튜디오에서 공황장애에 사로잡힌 모습이 전국적으로 방영이 된 부분부터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세상에 홀로 던져졌다는 것과 함께 자신의 이후의 모습들이 그려졌을테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그의 평소의 모습은 그리 큰 변화가 있었던 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문제는 해결이 되고 종교 관련 취제를 하게 되면서 댄 해리스는 자신의 문제점들을 발견해나가기 시작한다.  

 

  우리 문화와는 다른 점이 있기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서 만나는 외국 저자들은 마약을 쉽게 접하는 것 처럼 보여진다.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극히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문화와 우리 문화가 다르고 느끼는 감정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 해리스가 '머릿속의 목소리'에 더 반응하는 이유는 약물이 원인이 되었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병원 진단으로 해리스는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와 함께 약물을 끊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듣게된다.  여기서 끝이라면 해리스가 이 책을 쓸 이유가 없어져 버린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위기의 순간엔 의사의 처방과 함께 노력 의지를 다하고 강해지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을 외칠지도 모르겠다. 

 

   해리스는 왜 '머릿속 목소리'에 반응하고 휩쓸리게 되느냐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고민의 한종류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문제를 이렇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예배시간전에 하는 기도처럼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목소리를 길들이는 방법으로 '명상'을 발견한다. 발견이라는 말이 우습게 들릴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고 명상을 통해 10%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삶의 행복 기준으로 10%라면 어느정도 될까?  지금보다 10% 더 행복하다면 1/10이다.  굉장히 많은 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이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방법들을 들려주고 있다.  분명 명상만이 이런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한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투자대비 10%나 행복해지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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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알고 있는 책친구들과 만나면 어김없이 나오는 작가가 전경린 작가다.  오랜만에 나오는 신작에 다들 고무되어 있었고, 책을 읽은 후 역시 '전경린'이라며 외침을 주저하지 않았다.  솔직히 난 그냥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읽고도 넘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이름만 익숙하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무슨 글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수필도 아닌것이 소설도 아닌듯 하고, 소설인 듯 하기엔 내 상식에 있는 '기승전결'이 없다.  그저 누구 누구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해결이 날까하는 기대를 하고 읽지만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들려줄 뿐이다.  

 

 

  오로지 어린시절부터 제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지의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이야기 역시 소설다운 무언가는 없다.  그럼에도 아름답다.  어떻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권의 책으로 느껴지는 느낌이 아닌 글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들으려 하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들려오는 이야기를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닌데, 유지의 생각과 유지가 바라보는 풍경을 보여주는 설명이 '美學'으로 다가온다.  '문장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아름답다는 표현이 글을 이루는 플룻과 인물 관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줄의 문장으로 슬쩍 슬쩍 보여지고 있는데, 그것들이 모여서 '아... 참 고운 책을 읽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큰 고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살았던 유지가 작은 고모인 '손이린'이 생모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단숨에 그녀의 삶이 변하고, 이린과 함께 살게된다.  '손약국'의 이린은 독특한 인물이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지만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인물.  그녀와 특별한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생물 교사 '이사경'.  어째서 유지는 이사경에게 자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을까?  그녀는 이야기를 하지만, 내 아둠함은 그녀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 그로인해 유지는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을 만나게 되고, 이사경의 아들인 '연조'의 피아노 교사로 이사경집을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이사경의 부인 '백주희'.  분명 사건의 추궁은 백주희가 당연한것 처럼 보이나 혼자만이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손이린이 가장 깊이 실망하고 진정으로 화를 내었다. "왜 그랬니?" (p.34)

 

  삶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들을 두고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가 서른해가 넘어 돌아온 노부인은 어쩌면 그리도 고고하고 당당할까?  아무렇지도 않는듯 조용하게 읍조리면서 유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그림을 많이 보고, 그리고 생각하며 피아노를 치렴.  중요한 것은 네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매끄럽게 치는 것이 아니야.  피아노를 오래 치려거든 내 말 흘려듣지 마."(p.38).  "왜 그랬니?"에 포함된 말이었을까?  이사경외에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소리를 유지는 설명할수 없고, 그저 그렇게 시간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유지의 친구의 결혼이 있고, 해변빌라 주위의 풍경들이 쉼 없이 흐르는 파도의 썰물과 밀물처럼 밀려왔다 떠나가버린다.

 

  노부인의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 된다.  연조가 아들을 낳고 이혼을 했고, 이린이 떠나가버렸으며, 동네에 살던 연인이 죽음을 맞고, 해변에 있는 카페 '가능성'에서는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편사장과 편사장이 마음을 준 해영이 있고,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에서 나와 센터에서 만난 유부녀를 기다리는 진수가 있다.  그리고 손노인과 손노인의 문구점 한켠에서 도장을 파는 벙어리 여인도 있고, 결혼후에 유지를 찾아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오휘까지.  그들을 생각한다면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부재의 사과를 깎는 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지만 무언가 탁 사건의 결말을 들려주고 있지 않은 이야기들.  책장을 다 덮은 후에도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내가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에 앞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해변빌라』는 정말 이상한 책이다.  계속해서 이렇게 기웃거리게 만드니 말이다.  문장에 기웃거리고 등장인물들의 말들에 기웃거리면서 찾아내려 애쓰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정말 이상한 책이다. 그런데, 난 뭘 찾고 있는걸까?

 

'삶이란 부재의 사과를 깎는 일이다, 할때의 그 사과이지.  삶이란 사과 껍질을 얇게, 끊어지지 않게 깍는 일이야.  그사과는 페루에만 있는거야? 라고 물으면 당연하지,라고 말했다.' (p.76)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 (p.89)

 

'해변 모래사장에 유목이 하나 올라와 있었어요... 슬픔이라는 단어는 약해요. 비통 같은 현재형도 아니에요.  차라리 바다 전체의 무게로 변한 검정이었요.' (p.119)

 

'살아 있는 몸속에서 네가 먼저 떠나고.. 그 뒤 빈집처럼 갑자기 텅 비어버리는 몸. 그때 너는, 나를 위해 표정하나도 바꿀 수 없겠지." (p.169)

 

"이상한 것이, 어딘가에서는 너와 결혼해 살고 있는 것만 같아.  그곳에선 나는 여전히 밤낮 피아노를 치고 있지.  잠에서 깨기 전엔 그런 세계에서 숨 쉬다가 돌아오는 거야.  너무나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는 너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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