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샤오홍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제야 알았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샤오홍의 일대기를 읽고서야 중국의 천재 여류작가라는 그녀를 알게 되었다.  우리네 천재 작가들의 작품들도 다 읽어보지 못했으니 100년전 중국땅에서 살던 천재를 알기엔 내 식견은 당연히 단순할 수 밖에 없다.  이제야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샤오홍을 들여다 보게 된것만으로도 분명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그 당시 시대상에 풍덩 빠져들기는 힘이들었지만, 추이칭이 써 내려간 '샤오홍의 일대기'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타고 따라가다보면 샤오홍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양가집 규수라면 전족이 당연한것처럼 여겨졌던 시대인, 1911년 중국 북동부 흑룡강성 후란현에서 샤오홍은 태어났다.  낙후한 문명에 비해선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그녀는 1927년 하얼빈제일 여성 중학교에 입학하여 새로운 사상과 중국 및 해외 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지만, 그녀의 어린시절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가부장적이고 아들 위주의 사회에서 딸은 열살이 겨우 넘으면 결혼을 해야 했고, 민며느리처럼 신랑집으로 들어가 시어머니의 매질을 순종하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남자아이가 아니었기에 샤오홍은 혹독한 분위기에서 자라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시절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소녀였고, 그때의 기억이 그녀의 문학작품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예요.  다만 저는 당신한테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결혼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예요." (p.53)

 

  열세살에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자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도피하면서 샤오홍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다. 이제 이야기는 그녀의 사랑과 문학활동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오로지 정략결혼이라는 제도가 싫어서 베이징으로 하얼빈 제일 여성 중학교시절에 만났던 루쩐쑨과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지만, 스무살도 되지 않은 소녀,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남의 집안에서 원조를 끊으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이들이 감당하기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의 도피는 루쩐쑨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끝이나는 듯 하지만, 사회의 통념을 거부하는 사오홍은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고 운명처럼 약혼자였던 왕언지아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결혼하라고 할때는 싫다고 외치더니 도피처에서 만나 왕언지아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 샤오홍.  이제 모든것이 제대로 풀릴것 같지만, 인생은 생각만큼 뜻데로 움직이질 않는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돈을 구하러 간 왕언지아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임심한 10대의 샤오홍은 편지 한 통으로 신문사에 있던 샤오쥔을 만나게 된다.

 

   그녀 인생의 가장 큰 스캔들로 남았던 샤오쥔은 샤오홍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게 되고, 그녀와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문학사에 남는 두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을 하게된다.  하지만 샤오홍의 문학적 소양이 샤오쥔을 넘어서게 되면서 가부장적이고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샤오쥔과 샤오홍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문학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샤오홍에게 그녀와 샤오쥔이 중국 문학사에서 뛰어난 위치에 있는 루쉰을 존경했던것처럼 후학들이 따르기 시작하고 루쉰이 그들을 보살펴준것 처럼 어린 문학도인 두안무홍량을 보살펴주기 시작한다.  자주적인 샤오홍에게 그녀를 깔아뭉기기만하려는 샤오쥔보다 샤오홍을 우상으로 여기는 두안무홍량이 새로운 사랑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샤오홍과 샤오쥔의 사랑은 애초에 샤오쥔의 영웅심리가 발동해 미인을 구출해내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스토리에는 다소 입지전적인 색채가 덧칠해졌었다.  이 크지도 자지도 않은 문단은 일찍부터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둘러싸고 아름다운 상상들을 쏟아냈었다.  이제 그 환상이 박살나버리자, 그들은 소위 이 사건의 원흉을 찾아내서 마음속의 상실감을 보상받고자 했다.  두안무는 전대미문의 비난 세계를 받아야만 했다.' (p.164)

 

 

  작가가 쓴것처럼 샤오홍과 샤오쥔의 관계는 문학계에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였고 샤오홍은 샤오쥔과 떼어내어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샤오홍이 샤오쥔보다 뛰어났음에도 그들에 샤오홍은 그저 샤오쥔의 아내였을 뿐이다.  비록 그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음에도 문학계 사람들의 눈엔 여전히 샤오홍은 샤오쥔의 아내였다.  왕언지아와의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을 보냈던 샤오홍은 두안무홍량과 샤오쥔의 아이을 임신한상태로 결혼을 하게된다. 샤오홍보다 어리고 우유부단한 두안무는 분명 샤오홍을 열렬히 사랑했고, 그로인해 그가 감수해야 할 일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일이었을 것이다.  샤오홍의 유일한 남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안무는 샤오홍과 샤오쥔의 사이를 갈라서게한 원흉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전시에 홍콩으로 이주하게 된 샤오홍과 두안무.  그들의 관계도 이 불꽃같이 사랑만 바라보는 여인에게는 부족함이 있었다.  자신만을 바라보기 원하는 붉은 장미와 타오르는 불꽃같은 샤오홍.  31세의 짧은 생을 산 샤오홍의 생전 44일은 두안무가 아닌 샤오홍의 남동생, 장슈커의 친구인 뤄빈지와 함께 한다. 샤오홍의 병원비를 벌기위해 샤오홍을 찾지 못했던 두안무와 샤오홍의 곁을 지켰던 뤄빈지.

 

  31년의 짧은 삶 속에서 샤오홍은 풋사랑같은 루쩐쑨을 시작으로 왕언지아, 샤오쥔, 두안무, 뤄빈지와의 삶을 꿈꾸지만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아가질 못한다.  어쩜 그녀에게는 문학의 스승인 루쉰이야말로 정신적인 교감을 이룬 유일한 반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짧은 생에 10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1935년에 루쉰이 자비로 발간해준『생사의 장』은 『후라 강 이야기』와 함께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단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 사랑과 자유를 찾던 여인은 그녀의 모든것을 몸서리쳐지는 글로 표현해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할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만의 문학세계는 그녀의 삶이 이러했기에 탄생했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열렬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인물이 얼마나 있으라?  '황금시대'라는 제목이 탕웨이 주연의 '황금시대'를 따서 지어진듯 한데, 탕웨이가 그려내는 샤오홍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해 진다.  문학작품을 써내려가는 작가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는 닮은면이 있을 것이다. 사랑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이 두여인의 공통분모를 영화를 통해서 만날 수 있을까?

 

  분명 작가 추이칭은 샤오홍의 사랑의 여정을 그려주고 있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루쉰이 후학에게 보내주었던 정성이 눈에 들어온다.  당대 석학으로 불리는 루쉰이 젊은 작가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원고료를 쓰고, 자신의 집을 젊은 작가들에게 내어주면서 그들에게 그의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시대 또한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목숨보다 어린 작가들을 위해 애쓰면서 젊은 작가들과 교류를 했던 루쉰과 루쉰의 뒤에서 묵묵히 루쉰을 지원했던 그의 아내.  그런 분들 덕분에 샤오홍이 나왔을 것이고 그 본을 받아 뤄빈지가 문학계에 태어났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사랑에 모든것을 걸었던 또 한 인물, 두안무.  샤오홍 사후 10년 동안 매년 그녀의 묘를 찾고, 17년이 지난후에야 재혼을 했다는 그의 사랑을 부인하기엔 그의 사랑 또한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떨어지기엔 너무 이른 나이에 떨어져버린 붉은 장미. 그녀로 인해 중국 문학계는 분명 커다란 도약을 했음엔 틀림이 없을 것이고, 그녀이기에 이 사랑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 샤오홍 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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