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 - 월광 태자 vs 진흥왕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4
조원영 지음, 이주한 그림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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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다.  큰아이가 초등5학년때에는 한학기만 한국사를 배웠는데, 작은아이는 큰아이와 달리 1년동안 한국사를 배운다고 한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6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배운다는 것은 겉핥기식 교육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1년이 길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불과 4년전만 해도 초등학교에서 한국사를 전혀 다루지 않은것에 비하면 감사할 뿐이다.  큰아이는 겨우 반년의 역사 지식으로 중학교에 입학했고, 이제 2학년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사회 과목속에 '역사'가 포함되어 또 다시 선사시대와 사대문명의 발생지부터 시작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 지식은 학교에서의 지식보다는 '역사공화국'에서 배운 지식이 훨씬 많을것이다. 엄마가 읽고 있는 역사 공화국을 아이들이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아이들 눈에 새로운 세계가 보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 공화국을 언제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읽어나갈지 기대도 하지 못했는데, 60권으로 완간이 되고 난후, 읽지 못했던 1권에서 20권까지, 고조선부터 고려까지의 이야기들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조선시대의 이야기와는 달리 한권 한권 겹치는 부분은 별로 없지만, 알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 역사를 만나게 되는 기쁨이 상당하다.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의 4번째 이야기는 '월광태자 vs 진흥왕'으로 가야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잘 모른다.  학창시절에 배운기억이 얼핏 들긴 하지만, 정말 스칠정도의 지식이었던 같고, 도대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억의 남는 부분은 철기를 생산했다는 정도다. 가야는 고구려, 백제, 신라처럼 한 나라가 아니라, 지금의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일부, 전라남북도 일부 지역에 흩어져 있던 여러 나라를 모두 합쳐 가야라고 불렀다.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등의 가야 이름은 신라와 고려 시대에 붙여진 이름이고, 당시에는 각각 '가락국','가라국','안라국','고자(고차)국','임나'라고 부렀는데, '임나'는 가야의 여러 나라가 가락국과 가라국을 높여서 '님의 나라'로 불렀던 데에서 나온 이름이기도 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가야사람들이 떠나온 고국을 '임나'라고 불렀다고 한다.

 

 

 

  흔히 '육가야'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가야는 여섯 개 나라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다.  적어도 열두 나라 이상이 있었고, 가라국과 함께 멸망한 나라만 해도 열 개나 되었다. 가야는 철 생산이 풍부하고 기술이 뛰어나기도 했을 뿐 아니라, 우륵의 '가야금'으로도 유명하다.  우륵은 가락국의 외교적 문제로 인해서 친 백제파가 친 신라파를 숙청할 위기에 처하자 신라로 망명을 하게 된 인물로 신라 진흥왕에게 몸을 의탁한후 가야금 곡을 후세에 남길 수 있도록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나라가 없는 백성은 서러울 수 밖에 없다.  우륵의 제자인 주지, 계고, 만덕은 우륵으로 부터 가야금을 배우지만, 가야금이 번거롭고 단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곡을 줄여 다섯 곡으로 만들고 그들 기호에 맞도록 바꾸어 연주를 함으로써 신라의 '대악'의 틀을 만들었다. 신라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음악의 탄생이니 반길만한 일이었겠지만, 나라없는 설움을 톡톡히 느끼는 우륵을 보면서 '국가'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신라가 가야를 멸망시켰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원래부터 신라는 강한 나라였고 가야는 그에 비해 국력이 약한 나라였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역량을 가진 나라였으나, 가야도 한때 그에 못지 않은 국력을 가졌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신라에 멸망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야 역사의 많은 부분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 있는 내용도 신라의 역사 속에서 변방의 작은 사건처럼 축소되어 가야가 원래부터 신라보다 약한 나라였던 것처럼 왜곡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에 옛 가야 지역에 대한 활발한 고고학적 발굴 조사 성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교과서에서조차 불과 한 장 정도로 가야사를 다룰 만큼 소홀히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되도릴 수 없다.  분명 인간이 지나왔던 시간이 항상 정의로웠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역사의 법정에서는 그 지나간 시간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냉정하고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고, 함께 동참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것이고, 기록으로서의 역사와 사실으로서의 역사를 다시 돌아봐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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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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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침대곁에 쌓아둔 책을 정리하다보니 삐죽하고 책이 튀어나왔다.  이런... 기억에 대한 생각을 꽤 진진하게 했었던 책이었는데, 리뷰를 쓰지 않고 책더미 밑바닥에서 찾아내니, 이 기억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을 당시에 김영하 작가를 만난 기억이 난다.  그가 이야기하던 책과 책장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었던지라, 그의 책을 읽게 되었었는데, 이렇게 사장시키고 있었으니, 책에게 미안하다.  책장에 있는 책들의 책등을 흩고 지나가는 행위는 연애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이야기였는데, 당시에 책장에 있는 책들에게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라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러니, 책을 읽은것이 거의 1년은 된 듯하다.  책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다가오지만, 세밀한 기억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나의 이름은 김병수. 올해 일흔이 되었다.' (p.28)

 

  읽고 있는 책들에 비해선 꽤나 얇은 책이기도 하고, 글밥도 많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어 내렸다.  한번 읽은 글은 금방 눈에 들어오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삐쭉삐쭉 튀어 나온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에게도 지켜야 할 것은 있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지키고자 하는 딸, 은희.  오래전 시내 문화센터에서 일하던 여자와 남편사이에 있던 세 살짜리 여자아이.  그 아이가 딸이 된 순간부터 아이는 지켜야만 하는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 아이앞에 살인자의 감으로 다가오는 박주태라는 놈이 있다.  딸의 주변을 멤도는 인물.  천천히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은희 앞에 멤도는 인물은 김병수에게 위험의 냄새를 흘리고 있는데, 은희는 느끼지 못하고 있고, 26년전에 살인을 멈춘 은퇴한 연쇄살인범은 딸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는 참 이상한 병이다.  단어들이 점점 사라지고, 머리는 해삼처럼 변해서 구멍이 뚫리고 미끌거린다.  그리고 모든것이 빠져 나간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치매는 늙은 연쇄살인범에게 인생이 보내는 짓궃은 농담이다.  아니 몰래카메라다.  깜짝 놀랐지?  미안. 그냥 장난이었어.' (p.35~36). 어디 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바로 몇 시간전에 했던 일도 기억을 못하는 나 역시 그와 같은 시간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된 시간을 잊지 못하는 알츠하이머에 비해서 난 모든 시간이 흐릇하니, 그렇지는 않는 듯 하다.  살인을 멈춘 김병수는 그저 휘둘려쓴 글로 인해서 시인이 되었지만고,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p.38)라고 고백한것 처럼 자신의 길을 연속해서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은퇴한 살인범.  그의 계획은 바램되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시인이라 했던가?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살인범은 잠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고, 자신의 지적 능력에 도전에 보란듯이 독자들을 가지고 논다.  아니, 알 수 없다.  그의 시간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도 알수 없지만, 김영하 작가가 만들어낸 마지막은 살인보다 두렵게 다가온다.  어디까지가 소설의 내용일까?  주인공인 김병수 마저도 궁금할 것이다.  어디까지가 위트일지...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p.145)  그러기에 시간이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올 때, 아니, 현실이 허구로 느껴질 때, 어떤것이 더 무서울까?  김병수 주위를 멤도는 딸과 박주태보다 내가 무서운건 그의 집 마당에 있는 개다.  이 녀석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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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북유럽 패턴 일러스트 - 재미있게 따라 그리는
박영미 지음 / 미디어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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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많은 그림들을 꼼꼼하게 색칠하는 건 나와는 맞지 않는다.  우선 빈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색이 섞여서 결국엔 검정으로 되어버리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기에, 그저 난 완성된 그림을 보는게 행복하다.  그래도 가끔은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다.  멋진 그림을 볼때도 그런 생각이 들긴하지만, 그보다는 간다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보면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방법도 모르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줄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나뿐만은 아닌지, 이런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친절한 북유럽 패턴 일러스트』는 나 처럼 끄적끄적 그려보고는 싶은데, 능력이 없는 이들을 위해 나온 책이다.

 

  중학교 시절에 패턴을 가지고 포장지를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학교에선 시간이 부족했기에 집으로 가져와 완성을 해야하는 과제였는데, 이게 어찌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색연필이나 싸인펜을 사용했으면 좋았겠지만, 물감을 가지고 반복된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패턴을 고르는 것부터가 문제였던것 같다.  그 당시야 컴퓨터가 지금과 같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인터넷은 생각도 못했을 떄이니, 지금처럼 스마트폰에 패턴이라고 치는 순간 각양각색의 패턴을 찾고 어떻게 그려야할지 알려주는 시대가 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내 경우엔 몰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엉망으로 만들어 낸게 생각이 난다.  20년도 훨씬 지난 일이었는데, 이렇게 생각이 나는 이유는 그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시간으로는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색의 삼원색을 합친 엉망진창의 패턴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작년에 산 이불도 북유럽스타일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걸 구입했었고, 그릇이나 가구도 북유럽 스타일이라고 되어있는 것이 꽤나 된다.  그들의 감성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연친화적이면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감성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이불을 고르면서 내 느낌엔 조금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찌되었든, 백화점에만 가도 생활관 곳곳이 모던, 비비드, 발랄함, 심플, 소박을 외치면서 '북유럽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친절한 북유럽 팬턴 일러스트』는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즐겁고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주 보는 분양들이었는데, 이런 문양들이 모두 북유럽 스타일이었나 보다.  아니, 확실하게 나는 북유럽 스타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에 나온 패턴과 일러스트는 사랑스럽다.  깔끔하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그리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기본 패턴의 색과 배열, 크기를 변형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도 재미있고, 재료에 따른 그리기 팁을 알려주는 것도 내겐 꼭 필요하다. 색연필을 눕혀서 밝은 색을 내고 마지막엔 세워서 강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하고 명암을 표현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워낙에 그림에 문외한이니 이해하시길...  패턴도 좋지만, 이 책에서 강하게 매료시키는 것은 전개도다.  어찌어찌 패턴은 따라하겠는데, 전개도는 방법을 모르면 꽤나 힘든 작업이 될테니 말이다.  쿠키상자도, 카드 봉투도, 아기자기한 책갈피도 전개도를 그려줘서 좋다. 흔한 무지의 클리어파일에 네임펜으로 패턴을 그려놓는 순간 나만의 유일한 파일이 탄생하고, 무지 티셔츠에 직물팬으로 간단한 패턴만 그려놓고도 근사한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니, 패턴을 그리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 손으로 그리는 나만의 패턴.  작은 꽃잎 하나, 그저 흔하게 보았던 나뭇가지만으로 이렇게 매력적인 패턴을 완성할 수 있다니, 책으로 배우는 다양한 패턴은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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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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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이 뭐야?  뚝 그치다의 뚝인지, 뚝 잘라 말하다의 뚝인지를 고민해봐야 하는데, '존버'라는 단어도 생소하다.  워낙에 트위터 등으로 소통을 하시는 이외수 선생의 글이니,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이게 뭔지...?  찾아보니, '존나게 버티다'라는 뜻이란다.  이거 '욕'아닌가?  요즘은 줄여서 쓰는 말들이 많아서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많은데, 작가님도 이런 말을 쓰시는구나싶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그저 스치듯 몇 문장을 읽고 '오호...'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이외수 선생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말이다.  근간에 이외수 선생님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그 중 가장 놀란 일은 위암수술이었는데, 작가는 암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부류들인듯 하다.  투명중에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표지에 있는 인물이 생소하다.  누가 그를 보고 이외수라 하겠는가?  내 기억속 이외수 선생은 긴머리에 수염일 기르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 분은 누구실까?  수술을 앞두고 머리와 수염을 자르셨단다.  지금은 항암치료 중이라고 하시는데, 『뚝』을 읽다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 유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125개의 질문에 대한 이외수 선생만의 답이 이 속에 담겨져 있다.  궁금한 세상사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하는 하창수님의 내공도 대단하지만, 감성술사라 일컬어지고 있는 이외수 선생이 질문을 풀어내는 답도 대단하다.  책 뒷표지에 '외롭고 답답한 마음문제에서 얽히고설킨 세상문제까지, 이외수의 '뚝'신공으로 존버하라!'라는 글이 실려있다.  버텨라... 버텨라...  세상을 포기하지말고 무조건 버텨라..  이 말이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말인지 모른다.

 

  난해한 질문에 이렇게 간단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단호한 답은 자신의 신념이여야 가능하다.  내가 분명 알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 앞에서 질문을 받으면 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외수 선생은 난해하고 어려운 질문도 단순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어떤 경우에는 질문한 이에게 다시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125개의 질문은 일상적인 질문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듣고 알고 있는 우화라 칭하는 옛 이야기와 동화를 통해서도 들려주고 있는데, 우화를 통한 이야기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은어와 언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은어도 언어로서 유용한가라는 질문에 이외수 선생은 때로는 일부러 물고기를 썩혀서 먹기도 하고, 썩혀서 먹을 떄 더 맛있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존나'가 나왔나보다.

 

  이런 질문이 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는데, 더러운건 피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엔 더러운 건 치워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현답이다.  피하기만 하면 천지가 똥밭이 될테니 말이다.  치워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야할 일이다.  '주경야독'이 아닌, '주독야독'하는 시대에 천재와 대가에 대한 이야기도 와 닿는다.  천재를 부러워하고 따라잡으로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가가 되려고 노력하는게 좋단다.  천재는 요절하니까.  '고전 옆차기'중에서 <선녀와 나무꾼>을 들여다 보자.  왜 선녀는 지상으로 내려와서 목욕을 했을까라는 부분에선 천상에는 구름뿐이라 그렇단다.  비는 모두 지상으로 내리니까.  이 기발함에 깔깔거리고 웃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별주부전>의 용왕은 애주가란다.  그래서 간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하나, 토끼의 생명을 죽여가면서 살려야 할 만큼 용왕이 중요한 존재였다면, 심청전에 나오는 용왕일지도 모른단다.

 

  깔깔거리면서 그냥 휙하고 넘기는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부고발자'. 이들은 조직의 배신자일까, 정의구현의 선봉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은 그 부분에 대해서 '만약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옳은 것이라면 그 조직은 사회를 배신한 겁니다'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조직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 조직이 사회를 배반하고 인간을 배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답변인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했고, 우리 속담은 "아는 게 병"이라고 했다.  힘인가, 병인가라는 질문에 그의 답은 기상천외하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떤 돼지로 만들 수 있는 거죠?"라고 한다면 병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중간하게 아는 건 병이라고 말이다.

 

  그의 답은 기상천외하기도 하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125가지의 질문을 만들어낸 하창수 씨도 대단하지만,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외수 선생의 글도 대단하다.  하지만, 125가지의 질문 중 마지막 질문에서 가장 멋진 답을 들려주고 계신다.  Q.'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은 어떠한 문제에도 답을 잘 풀어왔습니다.  그렇게 모든 난제가 끝나간다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위암 발병과 수술, 그리고 투병이라는 문제를 다시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이 문제를 푸실 답을 찾으셨습니까?'.... A,"먼 산 머리 조각구름에 거처가 있습니까?"  뚝! (부사. 1. 계속되던 것이 아주 갑자기 그치는 모양. 2. 말이나 행동 따위를 매우 단호하게 하는 모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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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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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어시간이면 충분히 볼수 있는 일러스트집이다. 그림 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 그런지, 참 잘 그리긴 잘 그렸다.  2006년 6월 부터 12월까지, 여자친구인 클레르의 인턴십 기간 동안 도쿄에 머물렀다는 플로랑 샤부에는 그림작가 답게 일본, 그중에서도 됴쿄 여행에 관한 책을 만들어 냈다.  그의 말처럼 프랑스 사람이라면 거리 표지판 하나도 프랑스와 달라서 신기하고, 무슨 말이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과일 통조림 하나만 봐도 감탄을 한단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 속에선 통조림도 만날 수 있고, 표지판도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이 신기한 이에겐 모든 것이 그림의 대상이 되나 보다.

 


   분명 그림으로 그려진 지도같은 책임에도 '활자중독자'들에겐 작은 글씨도 넘어갈 수가 없으니, 이 책이 그리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작은 부분은 그냥 지나치기엔 내 시선이 간과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이 있기에, 더 많은 것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어느 장소에 있어도 심심하지는 않을것 같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이렇게 근사한 그림들을 그려내니 말이다.  풍경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플로랑 샤부에는 그림의 공간속에 함께 했던 인물들도 그려주고 있다.  도쿄 풍경의 처음은 스포츠 음료다.  살 공간을 찾기 위해 그림 그릴 시간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간단한 요기거리를 그림으로 보여준 후, 그와 여자친구가 사는 집들의 단면도를 보여준다.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책을 낼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도쿄 북부 외곽인 마치야에서 얻은 셰어하우스는 매일 아침 7시만 되면 미니 키보드 소리가 들렸단다.  대체 어떤 아이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침 단잠을 깨운 아이는 그림의 대상이 된다.  기분에 따라 그림은 사랑스런 아이에서 로보트가 되기도 하고, 폭주족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기어 다니는 아가일 가능성이 클것 같다.  2006년의 도쿄니 10년전 이야기다.  그가 그린것처럼 바퀴벌레가 그렇게 있을까 싶긴한데, 작가 조차도 직접적으로 경험한 걸 그린것 같지는 않다.  분명 작가는 자신의 주관을 그림에 많이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인들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곳곳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대국 일본으로 인턴쉽을 하는 여자친구를 따라 왔음에도 그의 그림 곳곳에서 아시아를 무시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일까?  알 수는 없다.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은 경찰관이다.  세명의 경찰관을 이야기하지만, 그림 곳곳에 나오는 경찰관은 그들과는 별개의 인물인 듯 하고,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그린 하나의 케릭터 같다.  그들 외에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정일'이다.  공산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김정일'은 일본 사회에서도 이슈가 되었을 것이고, 그의 이야기들은 당시 사회상과 부합하게 작가의 상상력과 어울려져서 그려지고 있다.  그와 함께 한국인 아줌마들에 이야기도 나오는데, 가스펠이라 부르기 민망한 콘서트를 들어야만 했다느 내용이다.  그의 글들이 약간 거슬리는 부분들이다.  자신의 사고와 맞지 않는 부분은 이렇게 표현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감없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것 또한 유럽인들의 의식인 것 같다. 

 

  낯선 곳은 모든것이 신기한가보다.  동전들을 압필로 그려놓기도 하고, 시내 건물들도 자주 그려놓았다.  거리는 간판과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사진보다는 오래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표현으로는 '폐암 상자'라고 이야기 하는 '스모킹 박스'.  자전거 스티커도 생소하긴 했는데, 바로 옆 나라임에도 우리와 다른 부분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유럽인들의 눈에는 훨씬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그려낸 도쿄의 얼굴.  이렇게 자신의 손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멋지지 않는가?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그림 한장 그려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데, 맘만 그렇다. 나 조차도 구분하기 힘든 그림을 그리니 그냥 난 책을 읽고, 글을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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