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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뚝'이 뭐야? 뚝 그치다의 뚝인지, 뚝 잘라 말하다의 뚝인지를 고민해봐야 하는데, '존버'라는 단어도 생소하다. 워낙에 트위터
등으로 소통을 하시는 이외수 선생의 글이니,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이게 뭔지...? 찾아보니, '존나게 버티다'라는 뜻이란다. 이거
'욕'아닌가? 요즘은 줄여서 쓰는 말들이 많아서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많은데, 작가님도 이런 말을 쓰시는구나싶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그저 스치듯 몇 문장을 읽고 '오호...'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이외수 선생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말이다. 근간에 이외수 선생님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그 중 가장 놀란 일은
위암수술이었는데, 작가는 암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부류들인듯 하다. 투명중에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표지에 있는 인물이 생소하다. 누가 그를 보고 이외수라 하겠는가? 내 기억속 이외수 선생은 긴머리에 수염일 기르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 분은 누구실까? 수술을 앞두고 머리와 수염을 자르셨단다. 지금은 항암치료 중이라고 하시는데, 『뚝』을 읽다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 유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125개의 질문에 대한 이외수 선생만의 답이 이 속에
담겨져 있다. 궁금한 세상사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하는 하창수님의 내공도 대단하지만, 감성술사라 일컬어지고 있는 이외수 선생이 질문을 풀어내는
답도 대단하다. 책 뒷표지에 '외롭고 답답한 마음문제에서 얽히고설킨 세상문제까지, 이외수의 '뚝'신공으로 존버하라!'라는 글이 실려있다.
버텨라... 버텨라... 세상을 포기하지말고 무조건 버텨라.. 이 말이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말인지 모른다.
난해한 질문에 이렇게 간단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단호한 답은 자신의 신념이여야 가능하다. 내가 분명
알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 앞에서 질문을 받으면 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외수 선생은 난해하고 어려운 질문도 단순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어떤 경우에는 질문한 이에게 다시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125개의 질문은 일상적인 질문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듣고
알고 있는 우화라 칭하는 옛 이야기와 동화를 통해서도 들려주고 있는데, 우화를 통한 이야기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은어와 언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은어도 언어로서 유용한가라는 질문에 이외수 선생은 때로는 일부러 물고기를 썩혀서 먹기도
하고, 썩혀서 먹을 떄 더 맛있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존나'가 나왔나보다.
이런 질문이 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는데, 더러운건 피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엔 더러운 건 치워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현답이다. 피하기만 하면 천지가 똥밭이 될테니 말이다. 치워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야할 일이다. '주경야독'이 아닌,
'주독야독'하는 시대에 천재와 대가에 대한 이야기도 와 닿는다. 천재를 부러워하고 따라잡으로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가가 되려고
노력하는게 좋단다. 천재는 요절하니까. '고전 옆차기'중에서 <선녀와 나무꾼>을 들여다 보자. 왜 선녀는 지상으로 내려와서
목욕을 했을까라는 부분에선 천상에는 구름뿐이라 그렇단다. 비는 모두 지상으로 내리니까. 이 기발함에 깔깔거리고 웃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별주부전>의 용왕은 애주가란다. 그래서 간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하나, 토끼의 생명을 죽여가면서 살려야 할 만큼 용왕이
중요한 존재였다면, 심청전에 나오는 용왕일지도 모른단다.
깔깔거리면서 그냥 휙하고 넘기는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부고발자'. 이들은 조직의 배신자일까, 정의구현의
선봉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은 그 부분에 대해서 '만약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옳은 것이라면 그 조직은 사회를 배신한 겁니다'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조직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 조직이 사회를 배반하고 인간을 배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답변인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했고, 우리 속담은 "아는 게 병"이라고 했다. 힘인가, 병인가라는 질문에 그의 답은
기상천외하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떤 돼지로 만들 수 있는 거죠?"라고 한다면 병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중간하게 아는 건
병이라고 말이다.
그의 답은 기상천외하기도 하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125가지의 질문을 만들어낸 하창수 씨도 대단하지만,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외수 선생의 글도 대단하다. 하지만, 125가지의 질문 중 마지막 질문에서 가장 멋진 답을 들려주고 계신다. Q.'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은 어떠한 문제에도 답을 잘 풀어왔습니다. 그렇게 모든 난제가 끝나간다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위암 발병과 수술, 그리고
투병이라는 문제를 다시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이 문제를 푸실 답을 찾으셨습니까?'.... A,"먼 산 머리 조각구름에 거처가 있습니까?"
뚝! (부사. 1. 계속되던 것이 아주 갑자기 그치는 모양. 2. 말이나 행동 따위를 매우 단호하게 하는 모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