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침대곁에 쌓아둔 책을 정리하다보니 삐죽하고 책이 튀어나왔다.  이런... 기억에 대한 생각을 꽤 진진하게 했었던 책이었는데, 리뷰를 쓰지 않고 책더미 밑바닥에서 찾아내니, 이 기억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을 당시에 김영하 작가를 만난 기억이 난다.  그가 이야기하던 책과 책장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었던지라, 그의 책을 읽게 되었었는데, 이렇게 사장시키고 있었으니, 책에게 미안하다.  책장에 있는 책들의 책등을 흩고 지나가는 행위는 연애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이야기였는데, 당시에 책장에 있는 책들에게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라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러니, 책을 읽은것이 거의 1년은 된 듯하다.  책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다가오지만, 세밀한 기억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나의 이름은 김병수. 올해 일흔이 되었다.' (p.28)

 

  읽고 있는 책들에 비해선 꽤나 얇은 책이기도 하고, 글밥도 많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어 내렸다.  한번 읽은 글은 금방 눈에 들어오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삐쭉삐쭉 튀어 나온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에게도 지켜야 할 것은 있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지키고자 하는 딸, 은희.  오래전 시내 문화센터에서 일하던 여자와 남편사이에 있던 세 살짜리 여자아이.  그 아이가 딸이 된 순간부터 아이는 지켜야만 하는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 아이앞에 살인자의 감으로 다가오는 박주태라는 놈이 있다.  딸의 주변을 멤도는 인물.  천천히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은희 앞에 멤도는 인물은 김병수에게 위험의 냄새를 흘리고 있는데, 은희는 느끼지 못하고 있고, 26년전에 살인을 멈춘 은퇴한 연쇄살인범은 딸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는 참 이상한 병이다.  단어들이 점점 사라지고, 머리는 해삼처럼 변해서 구멍이 뚫리고 미끌거린다.  그리고 모든것이 빠져 나간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치매는 늙은 연쇄살인범에게 인생이 보내는 짓궃은 농담이다.  아니 몰래카메라다.  깜짝 놀랐지?  미안. 그냥 장난이었어.' (p.35~36). 어디 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바로 몇 시간전에 했던 일도 기억을 못하는 나 역시 그와 같은 시간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된 시간을 잊지 못하는 알츠하이머에 비해서 난 모든 시간이 흐릇하니, 그렇지는 않는 듯 하다.  살인을 멈춘 김병수는 그저 휘둘려쓴 글로 인해서 시인이 되었지만고,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p.38)라고 고백한것 처럼 자신의 길을 연속해서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은퇴한 살인범.  그의 계획은 바램되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시인이라 했던가?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살인범은 잠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고, 자신의 지적 능력에 도전에 보란듯이 독자들을 가지고 논다.  아니, 알 수 없다.  그의 시간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도 알수 없지만, 김영하 작가가 만들어낸 마지막은 살인보다 두렵게 다가온다.  어디까지가 소설의 내용일까?  주인공인 김병수 마저도 궁금할 것이다.  어디까지가 위트일지...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p.145)  그러기에 시간이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올 때, 아니, 현실이 허구로 느껴질 때, 어떤것이 더 무서울까?  김병수 주위를 멤도는 딸과 박주태보다 내가 무서운건 그의 집 마당에 있는 개다.  이 녀석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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