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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한국인 중에서 조정래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3년엔 『정글만리』가 거의 모든 서점의 베스트를 차지했었고, 인터넷으로
연재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읽혀지고 있고, 읽으면서 현시대를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통해서 분명 작가의 생각을 알게 되지만, 이렇게 한 사람의 생각을 여러각도에서 풀어쓴 글을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작가의 말에서 선생은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국면의 이야기들은 조정래 선생의 문학론이기도 하고, 인생관이기도 하고, 민족의식이기도 하고, 민족사에
대한 견해이기도 하고, 사회 인식이기도 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향한 염원이기도 하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225/pimg_7045411761158773.jpg)
누군가의 문학론, 인생관을 들여다 보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정래 선생의 문학론과 인생관, 민족의식은 들여다 보고
싶었다. 선생의 책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들, 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 벅찬 감정에 밤잠 설치던 그 날들을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10개의 인터뷰와 뉴스 기사들을 만나보자. 한국인과 중국인의 마주 보기
:『정글만리』를 답파하며 (서경석: 문화계간지 <자음과모음>) / 글길 만 리를 돌아가니 ‘진짜’ 중국이 보이더라 (안서현:
월간문예지<문학사상>) / 작가의 소임, 작가의 노력 (송지헌.조은유: OBS<명불허전>) / 오늘,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 (김정수: 2014.3.24<한겨레>) / 조정래에게 길을 묻다 (송윤정): <참여사회>) / 작가는 시대의 나침반이다
(이광재: <중앙선데이>) / 민족주의자의 초상 (2004.3.16 <한겨레>) / 문학은 한 생을 바쳐도 좋을, 아름다운
이상 (채희윤: 계간문예지 <문학들>) / 등거리 외교 시대, 영세중립화의 꿈 (희망제작소 <조찬 인문학 강연>) /
인문학, 인간의 발견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 <인문학, 최고의 공부'나는 누구인가?'>)
처음은 요즘 가장 핫한『정글만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글만리>속 주요 인물들과 중국을
향해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데, 중국이 이렇게 핫한 나라라고 생각을 못했었는데, <정글만리>를 통해서 본
것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훨씬 와 닿는다. 자본주의를 가장 실감나게 표현한 '돈 놓고 돈 먹기', '자본 불패, 자본 필승'이 와
닿았다고 이야기 해야할까? 중국의 3대 금기사항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마오쩌둥에 대한 비난이나 험담, 중국공산당에 대한 불신이나
비판, 마지막으로 대만 독립의 지지가 그것이었는데, 대만이 독립하는 날에는 티베트, 신장위구르를 비롯해 중국 영토의 65퍼센트를 잃게 된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소수 민족은 어떨까? 물론,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국익에 중국이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의
관점이니 다른 관점은 잠시 접어두자.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범인들과는 다르다. <정글만리>를 쓰기 전 취재수첩이 21권, 6~7년 동안에 기사 스크랩이
90권, 중국통사를 비롯한 경제를 다룬 저서 80여권, 책에 대한 포스트잇이 20여권, 자료들을 종류별로 분류, 정리한 대학노트가 2권,
구성.인물,줄거리노트 각 1권씩이라고 하니 선생이 중국통이 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선생의 인터뷰에는 선생의 작품만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부인인 김초혜 시인과의 러브스토리도 상당 부분 들어있는데, 손주들에게 할아버지를 존경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부인 참
멋지다. 김초혜 시인에 대한 부분을 들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미당 서정주 시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화
옆에서>로 잘 알려준 서정주 시인이 친일시인이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노년에 전두환 찬양의 시를 쓴것은 글을 읽고 처음
알았다. 이것만 처음 알았겠는가? IMF 이자가 25%라는 어마어마한 금리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으니 난 정치. 경제에 너무나 관심이
없었다.
작가를 두고 '그 시대의 산소이며, 등불이며, 나침반'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 어울리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고, 작가는
정치인과 같은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분단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기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작가의 길은 분명 쉬운
길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자기만 옳고 의롭다 여긴다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조정래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난 선생의 글을 읽고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한 부분만 가지고 어떻게 모든것을 이야기 하겠는가? 하지만, 해냄에서 펴낸
『조정래의 시선 視線』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만들고 있다. 역사와 경제, 정치를 들여다 보게 하고 있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지 않게 만들어 주고 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면 안되는 이유를 노작가가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