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영웅들 - 필멸의 인간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아고라의 지성 소크라테스까지
그레고리 나지 지음, 우진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스무살 무렵에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되어 있는 책을 처음 만났었던 것 같다.  수업에 필요한 책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영문으로 된 원서이기도 했고, 인물들이 어찌나 많은지, 성경 복음서 중 마태복음의 처음을 읽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몇장이 넘어가고 나서야 인물관계도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그리스 신화>속 영웅들에 빠졌었다.  우리집 책장 에 아이와 관련된 책의 대부분은 성경과 신화 이야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일리어드, 북유럽 신화까지 작은 아이는 신화 속 영웅들에 빠져 있다.  내가 좋아했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남자아이 눈에 불멸하는 신들과 불멸은 아니어도 필멸하는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모험을 펼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눈길을 잡았을 것이다.

 

 

 

  편하게 앉아서 책장을 넘기니 겉표지에 호기심을 느꼈지는 아이들이 다가왔다.  그림 좋아하는 큰 아이는 조각상에 호기심을 느꼈을 것이고,  신화에 빠져있는 작은 아이는 그림만으로 신들의 이야기임을 감지했을 것이다.  물론, 책장을 몇장 넘겨보고는 그냥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아이들은 <그리스 신화>나 <일리어드>를 아직 서사시로 만날 나이는 아니니 말이다.  이책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와 서정시에 등장하는 영웅들에 대해 다루고 있고, 2부는 다양한 산문 매체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에 대한 내용, 데부는 고대 그리스 비극에 대한 내용, 4부는 플라톤의 두 대화에 등장하는 영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5부는 초월적 존재로서의 영웅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이 하버드대 그레고리 나지 교수의 24개 강의록을 기초로 만들어졌는데 5부는 다른 강의들이 추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연구 목적으로 읽는 독자들은 추가된 부분을 나중에 확인해도 무관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일반 독자는 이 책을 다 읽는 것만으로 벅찰 것 같다.

 

  지은이 그레고리 나지는 하버드 대학교의 그리스 고전 문학 프랜시스 존스 석좌교수이며 비교문학 교수이고, 워싱턴 D.C에 있는 하버드 그리스 고전 연구 센터 소장이다.  그레고리 나지 교수는 ‘영웅’에 대한 고대 그리스의 개념은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달랐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꽤나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사실 그렇게 쉽게 와닿지는 않지만, 강의록을 넘기는게 어렵지는 않다.  전문적인 용어들과 작가만 사용하는 용어들('국가 간의' 혹은 국제적이'대신 '폴리스 사이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책에선 '판-헬레닉', '범 그리스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단다. (p.25)이 있기는 하지만, 이 문장들로 글이 막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찌나 주석을 열심히 달아 놓았는지, 글 읽고 주석보고 하다보면 어떤 내용을 읽고 있는지도 헷갈릴떄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작가는 역사적인 맥락의 분석을 통해서만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오이디푸스, 그리고 헤라클레스와 같은 영웅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를 문학이 아닌, 연구 목적으로 읽게 되면 이렇게 어렵게 다가 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기록과 작품들은 원래 고대 그리스어로 되어 있는 것을 번역해서 소개하고 있으며, 특별히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리스어 원문을 함께 소개하였고,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 표면에 새겨진 그림과 같은 유물의 사진들을 통해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고 있다.  BC 5세기경에 활약했던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교양이 있는 인간이라면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p.27) 이 강의록에선 기본적인 교양에 대한 내용은 주로 종교적인 측면에서 구체화되면, 종교와 관련된 내용은 신들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전체적인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호메르스식 서사시는 일종의 신화로 다른 모든 신화와 마찬가지로 서사시는 의식으 틀안에 있다(p.451)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식을 수행함으로써뿐만 아니라 의식의 틀 안에 있는 신화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으로써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목적으로 하는 강의록이기에 결코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읽으면서 내가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알고 있긴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리스 신화속 영웅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많은 부분에 분포되어 있고, 인류 역사 속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었다.  나지 교수가 1970년대 후반부터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정리해온 과정을 바탕으로 한 24개 강의록을 기록한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은 매력적인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식처럼 알고 있던 신화속 영웅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만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필멸의 인간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아고라의 지성 소크라테스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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