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마이갓!
시릴 마사로토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들 조차도 무슨 일인가 벌어지면 '오 마이 갓'을 외친다. '오 마이 갓'이 감탄사가 되어버린지 꽤나 오래 되었다. 책 소개를 읽기 전엔 문짱에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를 보면서 달콤쌉싸름한 사랑이야기의 감탄사쯤으로 생각했었다. 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얇은 책이라 편하게 책을 들었는데, 이거 제대로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오 마이 갓>
원년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른살에 성인용품점에서 알바처럼 일하다 직장이 되어버린 어느 별볼일 없는 남자를 어느날 하느님이 특수효과를 동원하듯 구름을 부르고, 수염도 나부끼면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러들이셨다. 이거 꿈인까? 하고 있는데, 이렇게 주인공은 하느님과 친구가 되어버렸다. 하느님과 친구라니... 이런 굉장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하느님이 아니다. 만물의 창조주이자 절대자로서의 권위 대신 시시콜콜한 농담을 즐기고,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고, 인간과 다름없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이다. 주인공은 하느님의 친구가 되어 심각한 토론도 하고, 고민에 대한 상담도 하고, 가끔씩 시시콜콜한 문제로 다투기도 한다.
운명은 인간이 그걸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재한다네. 자네들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운명이었어. 운명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난 건 아닌세. 일단 일이 생기고 난 다음에야 그걸 알 수 있다네. 미리 알 수 있는게 아니야. 간단하게 말해서 운명이란 '현실'이란 말과 동의어라네. '내 운명이었어'라고 말하는 건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야. P.56
전지전능한 하느님 덕분에 주인공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똑똑한 알리스를 만나서 더없는 사랑을 하지만, 하느님은 주인공에서 이 모든것은 현실이고 이것이 운명이라고 말을 해준다. 한번도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적 없는 주인공에게 하느님은 더할 수 없는 멘토이며 친구다. "하느님!"하고 친구를 부르듯 부르기만 해도, 하느님은 주인공에 머릿속에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 답을 알려 준다. 와우~ 감탄이 절로 나와야 당연한 일임에도 주인공은 별로 반응이 없다. 이젠 정말 그에게 하느님은 그냥 친구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다. 짐캐리가 나왔던 <브루스 올마이티> 생각하는 데로 모든 것을 해버리는 하느님 대행, 브루스. <오 마이 갓>은 <블루스 올마이티>처럼 초능력자 같은 하느님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너무나 다정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완벽하게 존중하면서도 장난을 즐기는 그런 하느님이 나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다. 그말을 듣자 하느님은 몹시 감동하는 것 같았다. (p.101)처럼 책속 하느님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모든 인간의 아픔을 느끼기에 인간에게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인간이 괴로워하는 것처럼, 고통과 아픔을 느끼고 친구에게 의지하는 인간들처럼 주인공에게 기대어 펑펑 울기도 한다. 그렇게 주인공과 하느님이 만난 원년을 시작으로 그들의 관계는 삼십년을 이어온다. 물론 주인공에게 행복만이 있지는 않다. 알리스와 결혼을 하고 레오를 낳고, 더없이 행복할 것 같을때, 알리스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친구가 하느님인데 아내의 죽음을 막을수가 없었다는게 말이되는가? 주인공은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몇해동안 그들의 관계는 끊어진듯이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의 친구가 누군가? 하느님이다. 주인공의 마음이 잠잠해지는 순간,다시 하느님을 찾는 그 순간, 하느님은 아무일도 아닌듯 다시 그에게 나타나 친구가 되어주신다.
그리고, 죽음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하느님은 그의 마지막에 묻는다. "마지막 대답은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자, 그러면 이제 내가 자네에게 묻겠다.'인간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겠는가?'" (p.209)라고 말이다. 죽음이후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책속 하느님 조차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천국이란게 없다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묻는다. 인간의 삶이 계속 유지 되어야 하냐고? 아무것도 없는데, 죽음 후에 인간의 삶이 유지되어야 할까? 그래서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다. 모든것을 다 주실 수 있음에도 그저 바라보고 계신것 처럼 느끼는 이유, 그것은 인간의 자유의지때문이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주인공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다. 글을 써 내려가려니, 주인공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들쳤다. '자네' 또는 '그'라고 표현되어 있는 주인공을 아무런 저항없이 이름도 없이 읽어 내려간걸 그렇게 알게 되었다. 하나님이 책 속에서와 같이 이렇게 내게 말씀을 한다면, 내 삶은 정말 끔찍해 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고 있던 종교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져 버리니 말이다. 하지만 픽션은 픽션일 뿐이다. 여전히 나는 나의 하나님을 믿으니까. 다만, 역량있는 신예작가, 시릴 마사로토의 사랑스러운 이글은 완변한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 함은 틀림이 없다. 이세상끝까지 영원한 것, 그것은 사랑이니까. 하나님은 사랑이시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주인공 처럼 "예"라고 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