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 - 미국 서부 횡단 김영주의 '길 위의' 여행 1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여섯 개 주 중에서 하나쯤 건너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뉴멕시코만큼은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 위험지수를 능가하는 매혹의 요소들이 어느새 내 머리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타페는 퍽 아름다웠고, 나는 당장에 매료되었다. ... 공기는 따스하고 맑았으며, 도시 뒤쪽에 있는 불그스름한 상그레 데 크리스토 산맥은 눈이 부셨다. 특히 해질녁에는 호박 초롱처럼 안에서부터 불타는 듯한 광경이 장관이었다'  P.21(빌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당기 중에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디론가 가기위해 짐을 챙기고, 뭔가를 하는 여정은 왠지 귀찮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그래서 여행 좋아하는 남편과 방콕을 좋아하는 나는 사뭇 취향이 달라서, 의견 불일치로 투닥거리기도 일수다.  그러면서도 신기한건 이렇게 여행서적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움직이지 않고, 그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유혹때문에 여행서적을 읽는 지도 모르겠지만, 난 여행서적을 좋아한다.  읽는 순간 만큼은 글속에서 짐을 챙기고, 여행을 떠나고 있다.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분명히 그 위에 서 있으리라 생각했던 상상 속의 길은 미국 텍사스-뉴멕시코-애리조나-유타-네바다-캘리포니아의 6개 주를 관통하는 사막 한가운데 그녀가 있었다.  위험하다고 힘들다고 모두가 말리는 여정이었지만 그녀는 가야 했다. 어린 시절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었던 그 순간부터 몇 십 년간 마음에 새겨져 있던 길이었기에. 가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그길에 서 있었다.  그리고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당기가 그녀에게 힘을 줬다.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매혹의 요소가 가득한 곳. 그곳으로 그녀는 달려갔다.  

 

혼자서 가야만 하는 길은 두려움이 었을 것이다. 매년 여행기를 쓰는 그녀이지만, 여행을 가는 길은 쿵쾅거리는 떨림과 함께 두려움도 함께했을 것이다.   그 두려움을 그녀의 후배, M이 채워준다.  그녀를 끝없이 믿어주는 가족들로 인해서, 아무 걱정 하지말라는, '우리는 괜찮다. 셋이 힘을 모아 잘 버티고 있다. 여기 일은 잊어버리고 여행 잘 하기 바란다'(P.94)라는 메일을 보내주는 가족이 있는 M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길을 떠난다.  난 한번도 가본적 없는 그길을... 델마와 루이스 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믿으면서 그렇게 말이다.




나는 25년 전의 어느 길가를 기억해 보려 애썼다. 그러나 낡은 폭스바겐의 불타는 보닛을 열어 놓고 연신 물을 부어 대던 두 무모한 청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시간은 얄밉도록 현재에 와 있다. 나의 사춘기와 청년기를 물들였던 책과 음악과 영화들, 그 시절을 버티게 해준 꿈과 공상들이 이 길 위에까지 따라와 고마운 동행자가 돼주고 있지만, 나는 새로운 감상에 젖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벅차고 뭉클해 뒤돌아볼 새가 없다. - P.323

 

뜨거운 그녀의 여행이 과거를 뒤돌아 보게 만든다.  과거가 꿈과 공상들이 되어 고마운 동행자가 되어 주고 있다는 그녀를 보면서 삶의 여유를 느낀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의 사진들은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꿈틀거리게 만든다.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것 같고, 그녀를 따라서 환호성을 지르고, 그녀를 따라서 운전대를 잡고, 그녀를 따라서 푸른 공기를 들이마시고 잔잔한 바람을 가슴에 담아, 그녀와 함께 천국이 아주 가까이 있음을 느끼고 싶다.

 

노란색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할것 같은 그녀의 여행기는 여행기이면서, 여행정보지이다.  세세한 사진들은 전문가의 사진이 아니라 그늘 지었지만 그러기에 정감이 간다.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고 나면 지역별 기온과 숙소, 관광포인트를 치밀할 정도로 알려주고 있다.  언제 그길을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 쿵쾅거림은 무엇일까?  어디론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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