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이름 3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름이 힘을 갖고 있듯이, 단어도 힘을 갖고 있어. 단어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밝힐 수 있고, 단단히 굳어버린 심장에서 눈물을 쥐어짜 낼 수 있어.  누군가로 하여금 너를 사랑하게 만드는 일곱 가지 단어들도 있잖아.  강인한 사람의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는 열 가지 단어도 있어. 하지만 단어는 불을 그린 그림에 불과해. 이름은 불 그 자체고. P.300

 

<바람의 이름> 마지막 권을 읽었다.  1-2권에 비하면 한두가지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드디어 크보스가 바람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을 다니는 부유한 다른 친구들과는 현저하게 사는것에 차이가 나는 크보스. 이젠 어떻게 해야하나. 그에게 시시각각으로 앰브로즈에 위협이 다가온다.  그의 머리카락은 위치추적기 역활을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그를 조여온다.  크보스를 죽여라.  주인공의 죽음이 벌써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을 알고 있으면서도, 크보스와 타인들과의 싸움은 움찔하게 만든다.  번개와 불을 내리는 듯한 크보스. 또 하나의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치료를 위하여 찾아간 곳에서 크보스는 트레본 마을, 결혼식장의 비극을 듣게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결혼식장와 푸른불. 챈드리언이다. 남들은 흘러가는 이야기로 넘길지언정, 크보스에게는 흘러가는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챈드리언. 그들의 행방을 찾아가야한다. 다쳤을지라도, 움직이지 못할지라도 크보스는 그곳으로 간다.  챈드리언... 크보스의 어린시절을  빼앗아버린 그들을 찾기 위해. 그리고 그곳에서 크보스는 데나를 만난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지요?' 열다섯 소년은 그녀가 자신의 후견인을 만난다고 한들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하다. 단지, 사랑하는 그녀가 옆에 있는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와 그녀는 푸른 불을 토해내는 무언가를 본다.

 

눈을 비비며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놈이 모닥불로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통이 온통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놈은 천둥처럼 깊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다가 머리를 뒤로 젖히며 거대하게 굽이 치는 푸른 불을 또다시 토해냈다. 그것은 용이었다. P.171

 

초식동물 드라쿠스.  철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굉장히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어지는 드라쿠스가 데너 나무의 진액을 먹기위해서 그곳에 있었다. 어째서 이 초식동물이 이렇게 커졌는지, 데너 진액의 마약 성분이 이 녀석을 어떻게 변화게 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이 녀석을 없애야 한다.  사람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트레본 마을에서 있었던 결혼식의 진실은 크보스만이 안다.  결혼식장 흙아래 그릇에 그려졌던 공허한,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의 시선은 크보스만이 진실을 안다. 그리고 크보스는 또 하나의 영웅담을 만들어 낸다.

 

"너한테 맞게 조정을 해놨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걸 어디에 두더라도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야. 이걸 부수고 녹여도 효과는 변함이 없어."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격하게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여자 선배를 구해 냈고, 암살자들에게 불과 번개를 떨어뜨린 뒤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으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용일 수도 악마일 수도 있는 존재를 죽였다.  그런데 영웅이 된 기분을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제대로 된 영웅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65

 

이제 크보스는 영웅이 될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고급 공명적 결합술인 이름을 부르는 자인 렐라. 이제 그는 크보스 렐라다.  대신비 과정에서 가르치는 마법.  강력한 이름을 아는 자들, 몇몇 학생들에게 천천히, 신중하게 힘과 지혜를 가르쳐주는 그런 진짜 마법을 크보스는 알기 시작할 것이다.  <바람의 이름>3권은 이렇게 열 다섯 크보스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연대기 작가에게 이야기하는 웨이스톤 여관의 주인인 크보스가 열다섯의 자신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크보스는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웨이스톤 여관에 숨죽여 지내오던 시절, 아무런 빛이 나지 않던 흔한 여관주인에서,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영웅으로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의 2권과 3권이 언제 나올지를 기다릴 일만 남았다.  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이 남자가 어떻게 변할지, 어떤 선택을 하면서 나아갈지 <현자의 두려움>과 <돌의 문>이 나올때 까지 꽤나 길게 느껴질 것 같다.  그리고 열 다섯살의 크보스를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이 매력적인 아이가 나를 흔들어 놓는다.  

 

세 번째 침묵이 그의 것이듯 웨이스톤 여관도 그의 소유였다.  세번째 침묵은 나머지 두 침묵을 휘감아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당연했다. 세번째 침묵은 가을의 끝자락처럼 깊고 넓었고 강물에 매끄럽게 닳은 큰 돌처럼 묵직했으니까.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가 느긋하게 잘라낸 꽃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소리처럼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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