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하서명작선 17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종호 옮김, 김유조 해설 / (주)하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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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저렇게 날씬하고 예쁜 꼬리를 가졌는지 정말 몰랐어요.”“나도 모르고 있었어.” 그녀의 동행인 남자가 대답했다. 길 위쪽의 오두막에서는 노인이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노인은 엎드린 채 잠에 빠져 있었으며, 소년은 그 옆에 앉아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고 있었다.



 

몇해 만에 <노인과 바다>를 다시 꺼내 읽었다.  아이들과 함께 강남에 있는 백암아트홀에서 앵콜공연을 하는 <노인과 바다>를 보러가기로 되어 있어서, 쿠바의 노인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어렸을 때는 <노인과 바다>는 어떤 느낌으로도 다가오지 않는 그런 글이었다.  노벨문학상도 받았고 퓰리처상도 받았다는 그런 명작정도로 인식되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그저 그렇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어느순간 내게 다른 시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느낌을 아이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었다.

 

쿠바를 떠올리면, 난 체게바라보다 헤밍웨이가 먼저 생각난다. 야구를 좋아하는 쿠바에서 낚시광으로 이름을 높였던 헤밍웨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그가 살던 예쁜 집 안뜰에 아직도 그가 키우던 고양이 무덤이 있고 낡은 책상에 앉아 손으로 글을 쓰는 헤밍웨이가 떠오른다.  가가 1952년에 내놓은 소설이 <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다.  누군가 헤밍웨이보고 지성과 문명의 세계를 속임수로 보고 가혹한 현실에 감연히 맞섰다가 패배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힘차게 묘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가의 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노인과 바다>는 그 표현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

 

대어를 낚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늙은 어부의 불굴의 의지를 간결하고 힘찬 문체로 묘사한 단편. <노인과 바다>.  이 작품으로 195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7일 동안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가 '살라오'가 되었다고 했다.  살라오라는 말은 에스파냐 어로 최악의 사태를 말한다.  그는 재수없는 노인네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바다의 냉혹함에도 불구하는 그는 누구도 나가지 못했던 먼 바다를 향해 물살을 가른다.작은 배를 이끌고 항해를 나설 때의 철저한 고독은 그가 자유로운 독백을 할 수 있게 해주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게 해준다.  그는 그곳에서 바다와 사냥감과의 대결로 자신의 역량을 시험한다.

 

노인과 거대한 청세치, 그리고 상어 떼.  자기 자신에 대해 한계를 느끼면서도 자신을 거대한 자연의 힘을 통해 강인함을 확인하는 산티아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것인 지도 모른다.   배에 붙어있는 청세치의 머리부분까지 상어가 먹어버린 순간에 말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도 소년, 마놀린도 알고 있다.  노인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노인은 항상 꾸는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해변에 사자 꿈을 말이다.  

 

인간이기에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패를 겪는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실패를 통해서 한층 더 성장해 나간다.  사람의 성장은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도전을 하느냐, 이제 포기하느냐가 문제일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은 꿈을 꾸게 해준다.  내일을 위한 꿈과 용기를 일깨워 준다.  쿠바의 어부,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고통한 도전을 보여주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길을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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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 1 - 영웅의 탄생
김성한 지음 / 나남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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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1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작가 김성한의 대하소설 <요하>가 스피디한 전개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나남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1968 ~1969년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요하>에 살을 붙여서 1980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이 새롭게 탄생했다.  김성한 작가. <바비도>뿐 아니라, 장편역사소설 <왕건>,<이성계>,<임진왜란>,<이마>,<진시황제>,<시인과 사무라이>과 같은 역사 소설들을 탄생시킨 분이다.  요즘들어 역사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전 3권으로 이루어진 <요하>.




중국 둥베이[東北] 지방 남부 평원을 관류하며 중국말로 랴오허강 이라고 불리는 강, 요하. 광대한 고구려 역사속에서 우리의 강으로 유유히 흐르던 그 곳. 중국과 얼굴을 맞댄 요하(遼河) 근방 고구려 옥저마을.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청년 능소는 청운의 꿈을 품고 평양성에서 열리는 사냥대회에 참가한여 뛰어난 실력으로 10인장이 된다.  옥저마을에서 기다리는 그의 연인 상아. 이렇게만 있다면야 이야기가 심심하다. 이 둘의 사랑을 갈라놓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읽는 내내 그 심통이 너무나 미운, 자신만 억울한 야장, 지루. 이들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목차를 통해서 이야기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흥미롭다.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할 때, 목차만으로도 해결이 되니 말이다.  궁금한 이야기들이 맞보기로 보여진다.  책을 읽으면서, 목차를 읽을 기회는 별로 없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니 일초라도 빨리 뒷장을 넘기고 싶지, 앞으로 돌아와서 목차를 읽으려고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궁금할땐, 앞으로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목차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다.

소제목이 <영웅의 탄생>이다.  고구려 이야기하면 광개토태왕이나 연개소문처럼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영웅의 탄생이라고 했을 때, 이런 민초들의 이야기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나라 수양제의 이야기가 나오니, 을지문덕과의 살수대첩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책을 읽는 이면에는 살수대첩이 숨어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을지문덕이나 연개소문의 이야기보다, 능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능소와 상아. 그리고 지루.

고구려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인물들이 일어선다.  끝없이 밀려오는 적군에 맞서는 사람들..  온 몸을 바쳐 싸우면서 이름 없는 수 많은 영웅들의 투쟁이 시작된다.  처음엔 알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다. 영웅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1권이 끝이 날 무렵에야 김성한 작가가 이야기 하는 영웅을 찾아냈다.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책 표지에는 <고구려와 수.당의 처절하고도 기나긴 전쟁!  고난의 역사 앞에 선 두 영웅의 치열한 투쟁, 그리고 사랑!>이라고 표명하고 있다.  누구를 이야기 하는 것일까?  민초들을 이야기 하는 줄 알았다.  그 두 영웅이 능소와 지루를 이야기 하는건가?  모르겠다.  야비하리만치 위험하고 잔인한 지루 또한 어쩌면 영웅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어 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때 마른 나무를 제일 많이 주워 오기는 상아였고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콩을 잽싸게 꺾어 오기는 지루가 일등이었다.  지루, 앞에 가는 지루의 뒤통수에 저절로 눈이 가고 다시 증오의 불길이 치밀었다. 능소는 말에 채찍을 퍼부으며 애써 생각을 털어 버렸다. P.409

한동네에서 같이 자란 세 사람.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능소와 상아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사람의 운명을 누가 알수 있을까? 능소를 죽이기 위해 매일 연습을 하는 지루. 여전히 지루가 죽일것 처럼 밉지만, 20인장이기에 그만한 아량을 베풀고 있는 능소. 이들의 이야기는 2편으로 계속되어 진다.  이제 요하 2권 <대륙의 꿈>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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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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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 한편을 만났다. 별을 몇개를 줘야할까?  그녀의 인생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책 을 만났다면, 그녀의 인생에 대한 묵념으로라도 별 5개, 아니 10개는 줘야하지 않을까?  김점선. 누군가의 말처럼, 점이 선을 이루는 화가. 김점선.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다 오십견이 오고, 팔목을 못쓰기 시작하고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녀. 몇 편이나 되는 책도 쓰고,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 그림을 못마땅해하던 그녀.  너무나 당연하게 질서를 우습게 보는 그녀. 그런 작가, 김전선, <점선뎐>을 만났다.

 

그녀의 이야기.. 내 생활과는 너무나 동 떨어진 이야기들이 나온다. 미술을 좋아하는 그녀, 그녀의 유년 시절부터 그녀가 암에 걸려 아파하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글 속에서 많이 아파했을텐데도, 그녀는 덤덤하다.  비로서 자기의 영혼과 자기의 몸이 일치했다면서 좋아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나뿐인 아이에게 컵으로 우유를 먹이기 위해 10번이나 우유를 컵에 따라줬다는 이야기, 아들의 결혼식에 반바지 입고 하객석에 있었다는 이야기, 선배말에 오기로 그날 만난 청년과 결혼을 하고 사는 이야기. 나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라 이렇게 비범한 사람은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야기 하지 않던가?  나쁜 책은 많이 읽어야 한다고. 자기가 경험할 수 없는 나쁜짓은 책으로 경험을 해야한다고. 그녀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에게 그녀는 너무나 비범해서 나는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없을터이고, 그녀의 책을 통해서 그녀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다.  7살때의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그녀. 5살, 그 어린나이의 자기 성취를 느꼈다는 그녀.  그냥 책을 머리속에 집어 넣었다는 그녀. 

나는 지금 뭘까?  나는 왜 책을 읽을까?  그녀처럼 집어 넣고자 읽는 것도 아니고, 그 지식들이 그녀처럼 차곡 차곡 쌓이지도 않고 있는데.. 내 책상위에 쌓여가는 책무덤을 본다. 읽고는 그냥 올려놓는 책들을 본다. 그녀가 말한다.  맘에 안드는 책은 탁 소리를 내면서 벽에 던져버리라고.  그런데, 참... 난 그녀가 부럽다.  자신의 삶을 너무나 자신답게 산 그녀가 부럽다.  결혼식장에 와 준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아들을 둔 그녀가, 고양이가 떨어트린 화분을 일주일동안 두어도 그냥  치우는 남편을 둔 그녀가,  남편과 싸우면서 화장실갈 시간이 아까워 서서 소변을 봤다는 그녀가, 그 자유로운 삶이 부럽다. 아마, 그녀의 책을 통해서 그 간접 경험만으로 만족해야할 것 같다.

 

어떻해야할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삶이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이다. 난 그녀의 어머니 처럼 할수가 없을듯 하다. 그녀보다 그녀의 어머니를 닮고 싶다.  수학과 다니는 아들이 무색할 정도로 미분,적분을 푸시고, 아이들을 무리없이 가르치시고, 아이가 잘못을 했을때 아이와 3시간도 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어머니를 닮고 싶다.  내 아이가 자유롭게 살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싶다.  아마, 그녀의 삶이 자유로울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어머니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무조건 믿어주던 그녀의 어머니.  바람나 가출한 딸을 2년만에 만나고도, 어린 손자의 돌을 너무나 행복하게 차려주신 그녀의 어머니.  지금 나, 그녀의 죽음이 아쉽다. 많이.  진작 그녀, 김전선을 못 만난것이 아쉽고,  이 책 <점선뎐>을 만난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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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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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월드에 들어갈 준비는 다 되어있었다.  후하고 숨을 몰아쉬고 오쿠다 월드속으로 풍덩 빠져버리기 위해서 할수 있는 준비 운동도 끝냈다. 그런데, 이건 뭔미? 요즘 아이들의 표현데로 이게 뭐냐고. 난 오쿠다 월드를 원한단 말이다.  겉표지에 속았다. 

 




 

내가 할 줄아는 운동은 수영과 훌라후프가 전부다.  공으로 하는 놀이는 아무리 작은 탁구라도 싫다.  어린시절에 탁구공에 맞은 뒤로는 둥글게 생겨서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은 모두 기피대상들이다.  그러니, 야구를 좋아할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는냐고.  풍자 소설인 줄 알았다.  표지를 봐라.  원숭이가 배트를 들고 있고, 관전하는냥 맥주와 안주를 옆에 끼고 누워있는 토끼와 심판역을 하는 새와 응원을 하는것 처럼 보이는 개와 여우까지.  이책은 당연히 풍자 소설이었다. 내 눈엔 말이다. 분명 야구와 맥주가 있으면 행복한 작가 우쿠다 히데오의 좌충우돌 관람기라고 읽었음에도 풍자 소설인 줄 알았다.  거기에 오쿠다 히데오 아닌가.  내가 사랑하는 오쿠다 월드의 성주.

 

성주님이 부르시니 당연히 오쿠다 월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저 갈 줄비 다 됐어요.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쏙 탑승해 버린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를 부탁해>.  정말 야구를 부탁하고 싶다.  뭔소린지 알아듣는 용어가 없다. 이 야구의 문외한... 아..  그래도 읽는다.   일한전이라고 표기한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에서 우리가 이기는 장면이 첫면이라 야구는 몰라도 한국이 이겼다는 사실 하나로 읽기 시작해서, 큭큭하면서 다 읽어 버렸다.

 

작가, 특히 유명작가는 정말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쿠다 히데오의 파워는 일본에서 대단한가 보다.  어디가 궁금하다 하면  짐싸들고 그가 원하는 장소로 모셔다 주는 사람들이 깔린듯 하다.  티켓팅 해주고, 호텔 잡아주고, 제발 가서 구경하고 글만 써달라고 안달이 났다.  그만큼 파워가 있는 작가이니 당연하겠지만, 내가 알고 오쿠다 월드의 성주는 관람기도 잘 쓰나 보다.

2008년 여름, 가혹한 스케줄과 멋진 싸구려 호텔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장구한 역사의 도시로 얼씨구나 날아온 일본의 소설가. 아직도 경기의 흐름을 잡지 못하는 일본 팀에게 가차없이 욕설을 날리지 않나. 아침 부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지 않나. 밤에는 중화요리에 침을 질질 흘리지 않나. 아무튼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이국땅에서 꾸역꾸역 원고를 쓰고 있다.  p.37 / 또다시, 헤엄쳐 돌아가라 중

이 직설적인 어법을 누가 따르겠는가?  소제목이 <또다시, 헤험쳐 돌아가라>다. 경기를 못했다고 헤험쳐서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란다.  우리나라 작가님들 중에 이런 작가님이 계실까 싶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도, 오쿠다 월드의 주민들이 대 다수라 그런지, 아니면,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고,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면 된다는 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적나라 하다. 대놓고 이렇게 쓰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작가 중의 한사람이 오쿠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나라가 아니라, 일본 야구 관전기이기에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야구의 룰 하나 모르면서도 말이다.

이 잘나가는 작가님은 귀도 얇으시다. "오쿠다 선생님, 바람이나 쐬러 뉴욕에 다녀오시렵니까? 양키스의 마쓰이도 볼 겸. 비행기 티켓. 예약해 놓겠습니다" (P.69)다른 출판관계자의 말에 뉴욕 만세!를 외치면서 비행기를 탄다.  영어 한마디 못해도 상관 없다. 영어 잘하는 통역사가 따라 붙으니 말이다. 아~ 부럽다. 말만 하면 다 된다.  야구 관전만이 아니다. 글을 읽으면서 뭐 이런것도 다 따라 붙나 하는 것들이 나온다. 록페스티벌을 우루루 따라가고, 롤러코스터 타는것도 우루루 따라간다.  여기저기 출판 관계자들이 몽땅 다 따라붙는다. 같이 가줄테니까, 관전기 쓰면 자기 출판사에 달라고 말이다.

게이트를 10미터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 F대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티켓을 잃어버렸다면서 줄에서 빠지려 했다. "도망칠 속셈이지?" 하며 일제히 비난. 모두 힘을 합해 그의 두 팔을 잡고 주머니를 뒤져 보니 티켓이 나온다. 이게 다 큰 어른이 할짓이야?  p.218 / 세계최고 롤러코스터 '좋잖아요' 절규 체험기 중

주머니를 뒤져서 티켓을 찾는 건 다 큰 어른들이 할짓인가? 그것도 마흔여섯이나 되는 일본 최고의 작가님이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걸 책으로 내다니 하면서도 깔깔 거리고 있다. 마흔이 넘든, 쉰이 넘든 다 똑같은것 같다.  '좋잖아요'라는 롤러코스터가 있나보다. 그 걸 탄것도 아니고, '킹 오브 코스터 후지야마'라는 한 등급 낮은 롤러코스터 앞에서의 모습이란다.  읽는 독자야 재미있지만,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을 생각하니 이해는 간다.  자이로드롭은 '좋잖아요'와 비교하면 새발에 피라고 하니 말이다.

첫 장을 넘겼을 때는, 속았다고 궁시렁 거렸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는, 관람기 이거 재미있네로 바껴버렸다.  야구의 야짜도 몰라도, 록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심지어 우동이나 롤러코스터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의 글을 통해서, 난 작가가 경험했던 모든것을 경험해 버린것 같다.  그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일한전이라 표기한 한일전에 대한 감정도 애국주의로 다가가는 가는 것이 아니라, 본데로 느낀데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처럼 이야기를 한다. 재미있다.  얼토당토 하지 않지만, 재미있다.  어쩌면, 그가 쓴 다른 관람기나 관전기를 찾아 읽게 될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그는 오쿠다 월드의 성주님 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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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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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가에 면도용 거울을 걸어놓고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어깨에 손이 얹히더니 "푹 주무셨소?"하고 백작이 인사를 걸어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울에 내 뒤쪽 방 전체가 비치고 있었는데 백작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P.44

 

흡혈귀 소설의 원조, 브램 스토커 장편소설 <드라큘라>를 찰스 키핑의 무시무시한 그림과 함께 만났다.   드라큘라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난것은 흔히들 알고 있는 게리올드만이 분했던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왕자 <드라큐라>보다는 매력적인 두남자,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불꽃튀는 연기가 매혹적이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였다.  그래서 그런지, 머릿속으로 혼자 만들어 놓은 드라큘라가 있었다. 보는 순간 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뿐인가?  고전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반헬싱>의 영향으로 아주 오래전 읽었던 드라큘라의 이미지들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영국 런던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조너선 하커는 루마니아의 황량한 지방인 트란실바니아로 향한다. 그곳에 사는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에 집을 한 채 구입하는 과정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일러주기 위해서이다. 음산하고 수상한 분위기의 성과 백작의 분위기 속에서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조너선 하커.  조금씩 조너선은 드라큘라 백작이 언데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약혼녀인 미나와 연락을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점점 복잡해져 가고, 조너선은 속기로 드라큘라 백자의 성에서의 일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한편 조너선의 약혼녀인 미나는 조너선에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음에 초초한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면서,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인 루시와 함께 한다.   인간의 피를 빨아 먹고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드라큘라 백작.  새로운 먹잇감을 찾기 위해 조너선을 이용해 런던으로 가려고 하고, 첫 먹잇감으로 미나의 친구, 루시를 이용한다.  루시의 변화를 통해 드라큘라의 존재를 눈치챈 반 헬싱 박사의 무리들은 드라큘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드라큘라를 제거하기 위해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는 짐승보다 더한 존재이며, 잔인무도한 악마이고, 심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폭풍, 안개, 번개가 내리도록 명령 할 수 있으며 쥐나 올빼미, 박쥐, 나방, 여우, 늑대 따위의 하등한 동물을 부 릴 수 있고, 스스로 몸집을 키울수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고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요. P.365

 

잭 수어드의 스승으로 루시의 치료를 부탁받은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명예 교수인 반 헨싱의 활약이 시작된다.  이 노할아버지가 어찌나 아시는 것이 많으신지 드라큘라의 친척쯤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래도 할아버지 덕분에 마늘꽃과 모든 물건들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우리의 반헬싱 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흡혈귀 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어 지는 <드라큘라>는 하나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의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모두 일기나 편지, 전보, 신문기사 등에 의한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담담한 기술로 서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 소설은 생명의 근원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으며 자신의 삶과 젊음을 연장하려고 하는 사악한 존재가 사회에 끼치게 될 해악과 위험을 경고한다.  거기에 찰스 키핑의 그림들은 늦은 밤 읽는 독자들을 오싹오싹하게 만들어 버린다.   1897년 작품이라 의학적인 상식들은 터무니 없을때도 있다.  네명의 장정의 혈액을 수혈하는 루시.  수혈할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혈색을 찾다가도 다음 날이면 또 다시 뽀족한 이와 잇몸을 드러내고 있다.  혈액형 여부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말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어 나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한 여름에 만나는 브램 스토커와 찰스 키핑의 <드라큘라>는 새로운 문학으로에 초대였다.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찰스 키핑의 50여컷의 삽화들로 인해서, 책을 읽는 내내 이미지의 형상화로 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 한편의 책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영화와 많은 문학 작품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의 언데드 족까지.  브램 스토커의 이 멋진 책은 한여름 지적 향연에 초대임에 틀림없는 멋진 책이었다.  그리고 그 초대를 받을 수 있었음에, 책장을 덮은 이 순간 더 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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