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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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월드에 들어갈 준비는 다 되어있었다.  후하고 숨을 몰아쉬고 오쿠다 월드속으로 풍덩 빠져버리기 위해서 할수 있는 준비 운동도 끝냈다. 그런데, 이건 뭔미? 요즘 아이들의 표현데로 이게 뭐냐고. 난 오쿠다 월드를 원한단 말이다.  겉표지에 속았다. 

 




 

내가 할 줄아는 운동은 수영과 훌라후프가 전부다.  공으로 하는 놀이는 아무리 작은 탁구라도 싫다.  어린시절에 탁구공에 맞은 뒤로는 둥글게 생겨서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은 모두 기피대상들이다.  그러니, 야구를 좋아할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는냐고.  풍자 소설인 줄 알았다.  표지를 봐라.  원숭이가 배트를 들고 있고, 관전하는냥 맥주와 안주를 옆에 끼고 누워있는 토끼와 심판역을 하는 새와 응원을 하는것 처럼 보이는 개와 여우까지.  이책은 당연히 풍자 소설이었다. 내 눈엔 말이다. 분명 야구와 맥주가 있으면 행복한 작가 우쿠다 히데오의 좌충우돌 관람기라고 읽었음에도 풍자 소설인 줄 알았다.  거기에 오쿠다 히데오 아닌가.  내가 사랑하는 오쿠다 월드의 성주.

 

성주님이 부르시니 당연히 오쿠다 월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저 갈 줄비 다 됐어요.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쏙 탑승해 버린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를 부탁해>.  정말 야구를 부탁하고 싶다.  뭔소린지 알아듣는 용어가 없다. 이 야구의 문외한... 아..  그래도 읽는다.   일한전이라고 표기한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에서 우리가 이기는 장면이 첫면이라 야구는 몰라도 한국이 이겼다는 사실 하나로 읽기 시작해서, 큭큭하면서 다 읽어 버렸다.

 

작가, 특히 유명작가는 정말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쿠다 히데오의 파워는 일본에서 대단한가 보다.  어디가 궁금하다 하면  짐싸들고 그가 원하는 장소로 모셔다 주는 사람들이 깔린듯 하다.  티켓팅 해주고, 호텔 잡아주고, 제발 가서 구경하고 글만 써달라고 안달이 났다.  그만큼 파워가 있는 작가이니 당연하겠지만, 내가 알고 오쿠다 월드의 성주는 관람기도 잘 쓰나 보다.

2008년 여름, 가혹한 스케줄과 멋진 싸구려 호텔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장구한 역사의 도시로 얼씨구나 날아온 일본의 소설가. 아직도 경기의 흐름을 잡지 못하는 일본 팀에게 가차없이 욕설을 날리지 않나. 아침 부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지 않나. 밤에는 중화요리에 침을 질질 흘리지 않나. 아무튼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이국땅에서 꾸역꾸역 원고를 쓰고 있다.  p.37 / 또다시, 헤엄쳐 돌아가라 중

이 직설적인 어법을 누가 따르겠는가?  소제목이 <또다시, 헤험쳐 돌아가라>다. 경기를 못했다고 헤험쳐서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란다.  우리나라 작가님들 중에 이런 작가님이 계실까 싶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도, 오쿠다 월드의 주민들이 대 다수라 그런지, 아니면,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고,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면 된다는 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적나라 하다. 대놓고 이렇게 쓰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작가 중의 한사람이 오쿠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나라가 아니라, 일본 야구 관전기이기에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야구의 룰 하나 모르면서도 말이다.

이 잘나가는 작가님은 귀도 얇으시다. "오쿠다 선생님, 바람이나 쐬러 뉴욕에 다녀오시렵니까? 양키스의 마쓰이도 볼 겸. 비행기 티켓. 예약해 놓겠습니다" (P.69)다른 출판관계자의 말에 뉴욕 만세!를 외치면서 비행기를 탄다.  영어 한마디 못해도 상관 없다. 영어 잘하는 통역사가 따라 붙으니 말이다. 아~ 부럽다. 말만 하면 다 된다.  야구 관전만이 아니다. 글을 읽으면서 뭐 이런것도 다 따라 붙나 하는 것들이 나온다. 록페스티벌을 우루루 따라가고, 롤러코스터 타는것도 우루루 따라간다.  여기저기 출판 관계자들이 몽땅 다 따라붙는다. 같이 가줄테니까, 관전기 쓰면 자기 출판사에 달라고 말이다.

게이트를 10미터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 F대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티켓을 잃어버렸다면서 줄에서 빠지려 했다. "도망칠 속셈이지?" 하며 일제히 비난. 모두 힘을 합해 그의 두 팔을 잡고 주머니를 뒤져 보니 티켓이 나온다. 이게 다 큰 어른이 할짓이야?  p.218 / 세계최고 롤러코스터 '좋잖아요' 절규 체험기 중

주머니를 뒤져서 티켓을 찾는 건 다 큰 어른들이 할짓인가? 그것도 마흔여섯이나 되는 일본 최고의 작가님이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걸 책으로 내다니 하면서도 깔깔 거리고 있다. 마흔이 넘든, 쉰이 넘든 다 똑같은것 같다.  '좋잖아요'라는 롤러코스터가 있나보다. 그 걸 탄것도 아니고, '킹 오브 코스터 후지야마'라는 한 등급 낮은 롤러코스터 앞에서의 모습이란다.  읽는 독자야 재미있지만,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을 생각하니 이해는 간다.  자이로드롭은 '좋잖아요'와 비교하면 새발에 피라고 하니 말이다.

첫 장을 넘겼을 때는, 속았다고 궁시렁 거렸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는, 관람기 이거 재미있네로 바껴버렸다.  야구의 야짜도 몰라도, 록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심지어 우동이나 롤러코스터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의 글을 통해서, 난 작가가 경험했던 모든것을 경험해 버린것 같다.  그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일한전이라 표기한 한일전에 대한 감정도 애국주의로 다가가는 가는 것이 아니라, 본데로 느낀데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처럼 이야기를 한다. 재미있다.  얼토당토 하지 않지만, 재미있다.  어쩌면, 그가 쓴 다른 관람기나 관전기를 찾아 읽게 될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그는 오쿠다 월드의 성주님 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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