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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아틀라스 ㅣ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에메랄드 아틀라스가 손에 들어왔다. 무슨 연인지, 이 책을 읽어 야지 읽어야지만 하다가 출간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두께가 헉소리 나게 기분좋다. 읽을 맛이 나는 그런 책이다. 600페이지.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세권의 위대한 책 중 한권을 드디어 만났다.

마법사들은 세 권의 위대한 책을 집대성했고, 「시원의 책」이라 이름 붙였다. 그 중 한 권이 '시간의 아틀라스'. 그 안에는 있을 수 있는 모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지도가 들어 있다. 아틀라스에 지도라는 뜻이 있단다. 시원의 책. 시작의 근원을 나타내는 이 책을 마법사들이 만들고, 무구한 세월동안 이 책은 도시 밑 비밀 금고에 넣어 두었단다. 마법사들은 위대한 지식을 세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뒤 '시원의 책'이ㅏ는 이름을 붙였어. 그런 다음 도시 밑의 비밀 금고에 넣어 두었지.(p.160)
이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저 아이들을 따라가 보자. 영문도 모른 채 고아원에 맡겨진 케이트, 마이클, 엠마. 어린 동생들을 지키라는 말을 들었던 날은 눈오는 크리스 마스 이브였다. 엄마가 큰 아이, 케이트에게 한말은 "케이트, 엄마 말 잘 들어. 네가 엄마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단다. 동생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마이클과 엠마를 네가 지켜 줘야 한다고... 케이트. 엄마와 아빠는 항상 너를 사랑한다는 걸 명심해라.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거야. 약속할게."(p.11).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 큰 아이가 네살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네살 먹은 어린 케이트는 이렇게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동생들을 지키기 시작한다.
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나이에 비해 일찍 철든 케이트, 입만 열었다 하면 책에서 읽은 지루한 이론만 줄줄이 늘어놓는 마이클, 불의를 참지 못해 여차하면 주먹부터 날리는 싸움꾼 엠마. 이 아이들은 여러곳의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케임브리지 폴스에 도착하게 된다. 고아들이 단 세명뿐인 이상한 고아원.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된 황량한 곳. 케임브리지 폴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에이브러햄. 에이브러햄 할아버지가 건내준 사진을 가지고 삼남매는 지하 서재에서 우연히 에메랄드 빛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운명에 휩싸여 엄청난 모험이 깃든 시간 속으로의 빠져든다. 책속에 사진을 끼어넣는 순간 아이들은 15년의 케임브리지 폴스에 떨어져 버린다. 영문을 알 수 없는곳. 하지만 눈을 돌릴 수가 없는곳.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잔인하기 짝이 없는 백작 부인, 게을러빠진 드워프 해미시와 멋쟁이 로비 대장, 우직하고 용감한 거인 가브리엘. 그리고 핌 박사. 영화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캐릭터들이 툭툭 튀어나 오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버린다.
마법에 관한 한 우연이란 건 없어. 그리고 어떤 일이든 이유없이 일어나진 않아. 다 이유가 있지. p.193
우연이 아닌 시간여행이 케이트와 마이클, 엠마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이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아틀라스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케이트. 드워프족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마이클과 멋진 거인 가브리엘과 함께 하는 엠마. 처음은 마이클을 구하기 위함 이었지만, 차츰 이 아이들은 케임브리지 폴스의 아이들을 구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어져 버린다. 그리고 케이트는 알아 버린다. 케이트와 아이들의 운명을. 만나지 못하는 엄마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그 아이들을 강하게 만든다.
아틀라스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입니다. 그 책은 역사의 지도를 넘나들 수 있게 해 주지요.... 누군가가 그 책의 힘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그는 시간과 공간을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의 변덕에 따라 좌지우지하게 될겁니다. 그날이 오면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의 삶과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그의 뜻대로 되겠지요. p.372
아틀라스의 비밀을 알아버린 그 순간. 아니, 마법에 우연이란 없는 것을 알아 버린 그 순간, 케이트는 10년전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 날을,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던 그 순간을 떠올릴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엄마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한편으로 충분히 영화 한편을 찍어 내고도 남을 만한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에메랄드 아틀라스>. 에메랄드 빛 물 처럼 케이트속으로 흐르는 <시원의 책>은 이렇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유일하게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을 가진 케이트가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내면 깊은 곳의 아픔를 딛고 마법의 책이 지닌 힘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아픈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와 그로부터 얻게 되는 과정은 판타지 를 읽으면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리고, 이 어린 소녀화 되게 만들어 버린다.
이미 텔레비전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방송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존 스티븐스는 10년 동안 텔레비전 분야에서 일하며 「길모어 걸스」와 「The O.C.」의 대본을 썼으며, 「가십걸」을 제작했단다. 십 대들의 ‘요즘’ 감성을 건드리는 감각적인 내용으로 국내외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는데, TV를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인기가 대단하단다. 그런 그가 처음 쓴 판타지 소설이 <에메랄드 아틀라스>란다. 대단하다. 시원의 책 The Books of Beginning」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라는 <에메랄드 아틀라스>.
마법이 깃든 ‘시원의 책’ 세 권을 두고, 삼남매가 가족과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은 계속 펼쳐질듯 하다. 이 한권으로도 해피엔딩을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마이클이 이끌어 가는 세계와 엠마가 이끌어 가는 세계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케이트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가벼워 지길 바라면서, 다음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