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소년 송승환, 세상을 난타하다 - 더 높은 꿈을 위해서 뛰어봐 스코프 누구누구 시리즈 9
송승환 지음, 양민숙 그림 / 스코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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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전까지 매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연속에 <어린이 난타>가 들어있었다.  작은아이가 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공연을 관람했으니 벌써 몇년이 되었다.  한해에도 오즈의 마법사, 요리사편등 여러 어린이 난타가 공연을 했고, 그 공연들을 빠짐없이 본 듯하다.  그리고 그 뒤에 송승환이 있었다.  작년이었던가?  양희은 콘서트에 큰아이와 함께 같다가 송승환씨를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고, 어린이 난타의 기획자라고 하니까 보는 눈이 달라졌었다.  그 기획자가 양희은씨가 공연을 하던 공연장의 사장님으로 나왔으니까 말이다.  그때 그가 한말이 있었다. 10여년전 자신이 양희은씨를 찾아가서 공연 기획을 해 주겠다고 했다가, 퇴자를 당했다는 거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공연장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어린 송승환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굉장히 똘똘하게 연기를 했다고들 하는데, 그 기억이 없다.  아마, 나보다 전 세대였으니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어린 소년의 별명이 책벌레였단다.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  책만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는 이 책벌레가 일을 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던 소년이 학업을 위해서 과감히 연기를 포기하기도 하고, 외대를 들어가서는 하고싶은 연기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기도 했단다.  그런 과감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에 두려움이 먼저 일었을것 같다.  내 손에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가 인기를 포기하고 뉴욕의 브로드웨이로 유학을 떠났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한국의 공연이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단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를 했다면, 지금의 '문화 CEO 송승환'은 없었을테니 말이다.  한국적인 리듬의 부엌 도구들이 춤을 춘다.  탁탁탁.. 쾅쾅...  칼들이 춤을추고, 도마와 냄비를 두드리면서 신명을 만들어낸다.  말이 없어도, 상황을 알수가 있고, 마음을 사로잡니다.  처음부터 <난타>는 없었을것이다.  하지는 그는 세계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고, 지금은 난타 전용극장이 있을정도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나는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사물놀이의 리듬을 어우러지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세계적인 공연의 자질을 갖춘 것만 같았습니다.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엌의 소리라는 보편적인 문학에 한국적인 리듬이라는 사물놀이의 특수한 문화가 합쳐진 것이죠.  이렇게 '보편성'과 '특수성'의 만남은 세계적인 공연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자질입니다. p.99

 

 여전히 그는 꿈을 꾸고 있다. <난타>를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적인 공연을 만들려 하고 있다.  <난타>가 탄생한후, 난타와 비슷한 공연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또한 365일 한공연만을 하는 전문 공연장도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은 어렵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점점 풍요롭게 되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송승환씨 같은 공연기획자들로 인해서, 멋진 공연을 볼수 있고,  이렇게 훌륭한 공연들로 인해서 눈과 가슴을 키우고 있으니 말이다.  문화 CEO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 CEO, 송승환.  오늘도 <난타 전용관>은 힘찬 도마질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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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2
박경리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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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라도 좋다! 강도라도 좋다! 나, 나는 그를 만나야 해!' p.299 

 

 아프면 아플수록 그것에서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접근해 가는 그녀. 눈물이 흐르면 고개를 숙이기 보다 얼굴을 쳐들어 웃고, 무서운 일이 있으면 도망치기보다 뒤돌아서서 가슴으로 바로 받아내는 그녀.  누가 베풀어주면 감사보다 더 크게 요구하는 그녀. 하인애가 외치고 있다.  그를 만나야 한다고 피를 토하듯 외치고 있다.   이 당당하고 안아무인인것 같은 그녀가 어떻게 할줄을 몰라 하고 있다.

 

 1964년부터 65년까지 부산일보에 연재되었던 <녹지대>가 근 5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박경리 선생이 작고하신지 4년이 흘러 출간되었다.  같은 시기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파시>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빛을 보듯 나타난 <녹지대>는 지금 시대에서 조차도 파격을 이야기한다.  말할듯 말듯 1권에서 뜸을 들이던 이야기들이 폭포처럼 2권에서는 쏟아내지고 있다.  하인애를 중심으로 숙배, 은자.  그리고 그녀들의 연인인 김정현, 민상건, 한철이라는 인물들의 관계가 묘하게 엮여져 있다.

 

 숙배가 목놓고 바라보는 민상건과 김정현의 관계.  서로의 만남을 웃음이 아닌 정색으로만 바라보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김정현만이 아니라, 인애가 악마라 느끼는 수예점 주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이 소설보다 어처구니 없을때도 많지만, 작가는 이들의 관계를 철저한 불륜으로 묶어 놓았다.   불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났다는 사전전 의미를 논외로 하고라도, 이들의 관계는 철저하게 비상식적이다.

 

 부인이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사랑만이 순결하다고 믿는 숙배, 사랑하기에 지켜준다면서 그녀외에 여자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동침을 하는 민상건.  빼앗길것이 두려워 침범해 버리는 한철,  자신의 출생, 양공주였던 어머니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어하는 은자, 남편이 있음에도 친척동생을 가두는 민상건의 아내, 인애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벗어날수 없는 김정현.  그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섬에서 그를 만난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버린 하인애.  이들뿐인가?  하흥수, 한박사, 최경순여사까지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일반인들은 상상을 할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이 애잔하다.

 

 출판사의 말처럼, <녹지대>는 젊은 박경리를 만나게 해주고 있다. 60년대를 살아 본적이 없음에도 그 시대의 말투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느낄수 있게 해주고, 박경리 작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투와, 단어들.   눈님이 오시는 거리를 까만 비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숙배에게서, 비를 맞으며 사랑을 찾아 미칠듯 달리는 인애를 보면서, 낯선 박경리 작가를 만나게 해준다. 은연중 할머니나 어머니가 이야기를 하듯 하던 작가의 말이 아니라, 그 시절 당돌한 스무살 섬머스마같은 아가씨가 하는 말들을 만나는 것 같다.

 

 <녹지대>2권은 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슬금슬금 녹지대가 무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1권처럼 많은 배경을 할애하지는 않고 있다.  녹지대 속 동인지 그룹, 녹지대는 변화를 맞고 있다.  세상으로 나가고 있는 안경잡이의 말처럼 말이다.  

 

세대교체야.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말이지만, 벌써 녹지대에 나타나는 얼굴들이 달라지는걸.  그리고 이제 시니 예술이니 하는 따위의 설익은 대화도 가셔지고 합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비용이 덜 드는 미팅을 즐길 뿐이야. ... 허수아비 같은 눈을 하고서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친구는 이제 하나도 없더군.  p.242

 

 녹지대 속 세명의 연인들이 변화를 맞이하듯이 동인지, 녹지대도 변화를 맞고 있다.  <녹지대>1권에서 인애만이 진짜 비트족이라고 했었던 이가 있었다.  어떤것이 진짜 비트일까?  그 비트족이 사랑에 휘청거리고 사랑으로 절망 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불명료한 사랑에 온 거리를 헤메고 있다.  그리고 떠나버린 사랑에 통곡하고 있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시를 논하던, 사랑을 논하던 녹지대가 변하고 있다.  전쟁고아인 하인애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전후 사정보다는

사랑의 서사시를 풀어놓은, <녹지대>.   그곳에서 젊은 작가, 박경리와 사랑에 몸부림치는 하인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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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 2
안정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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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지, 책 뒤에 있는 등장인물이 없었다면,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뻔했다.  정말 많이도 나온다.  박세환, 이세환, 김세환, 노세환하는 한국의 대통령은 이름이나 같으니 그냥 하나로 묶더라도, 한 인물이 나오면, 그 인물에 따라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로 대단하다.  이정도니, 하니가 몸로비를 하는 인물이 2권에서만 근 900명 가량되고 있다.   황송공화국의 제 1대 국무총리인 목설구와, 1대 대통령 이계산이 무력으로 황송공화국을 접수한 변웅호에 의해서 권좌를 내놓고, 황송공화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그렇다고, 그 시대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부정부패는 다 했던 무리들이 몰려왔던 곳이니, 이 곳 역시 한국과 별반 다른것이 없다.  군인인 변웅호가 이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것은 혁명광장에서 주말마다 '재교육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숙청이었다.   떡값을 받은 사람은 떡값만큼 떡을 먹고, 뇌물성 공약을 한 사람을 공약을 지킬때 까지 일을 하고, 음식에 장난질을 한 사람은 장난질한 음식을 먹어야 만 하는 스스로 먹기 재교육을 보면서, 처음엔 통쾌해하던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점점더 무섭고 쇼킹한 것이 없으면 무뎌지는 것또한 군중의 심리니까 말이다.  그리고 변웅호는 두려운 대상이 되어간다.

 

때로는 대상의 정체를 알면 공포가 훨씬 심해진다고 병웅호는 믿었다.  서로 모르는 체하면서 숨죽인 목소리로 주고받아 퍼져나가는 소문은 점점 더 기괴한 상상력으로 채색되리라. p.126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인물, 그리고 그를 돕는 진무성.  이제 하나씩 한국의 역사가 되풀이 되기 시작한다.  가장 믿는 심복에게 죽임을 당한 한국의 대통령.  그 뒤엔 누군가가 있다고 의심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무말도 없이 잊혀지길 원하지만, 잊혀질수 없는 이야기.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10.26이 안정효작가의 풍자속에서 풀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온세상에서 똥(便)통을 끝까지 배반하지 않을 마지막 인물이라는 진무성에 의해서 제 2대 황송공화국의 대통령은 축출된다.  기가막히게 작가는 한국사를 꼬고 뒤집는다.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 어느 책에선가 읽은듯한 이야기들이 모티브가 되어서 아하.. 이런일이 있었지 하는 생각을 그져 스치게 만들어 버린다. 깊게 생각 하지는 못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심각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묻어 버리니 말이다.

 

 2권은 곳곳에 숨죽이고 있는듯 하다가도, 아랑도사의 딸 가짜 박사, 하니가 나오고, 104세의 죽음을 맞이한 한재산 회장의 아들들이 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말도안돼라고 하기에는 뭔가 꺼림직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죽기전에 한재산이 그려놓은 각본대로 황송공화국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2대 황송의 대통령의 축출과 함께 솔섬, 황송공화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솔섬의 시간은 1990년대를 지나 1960년대로 향하고 있다.  이상한 시간이다.  0900시, 1200시. 2040시, 0320시, 알수 없는 시간과 함께 황송공화국의 시간은 과거로 과거로 움직인다.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  말도 안돼라고 외치면서도 읽는다. 우리의 역사가 이랬으니까.  이 역사를 인천 앞바다 환상의 섬, 솔섬에서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  정치, 재벌, 조폭이 묶여져 있고, 사기꾼들이 나오고, 정경유착이 나오고, 2권에서는 사이버테러와 2인 촛불시위까지 나온다.  모든 권모술수가 나오고 있다.  그런것이 없으면 이 환상의 섬에서는 살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혹, 3권에서는 이 시대를 맡길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멀쩡한 사람이 나올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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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 1
안정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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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식피식 웃다가 넘어가버릴것 같은 책을 만났다.  이거 뭐지?  솔섬? 황송공화국? 시간이 거꾸로 가는 황송공화국에서 10.26이 진행되고 12.12가, 5.16이 일어난다.  나꼼수같은 시원한 뒷담화가 책으로 여과없이 보여지고 있다. 판타지+역사+정치+풍자라는 이름아래에서 말이다.  아마, 이 소설이 안정효 선생님의 글이 아니었다면, 이런 시답지 않는 이라는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꼬왔다. 어느 한군데도 그냥 쓴곳이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를 꼬고있다. 그리고 이글을 쓴 작가가 안정효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이런 글을 썼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정효 선생이 누구인가?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하얀전쟁>으로 우리의 역사를 실날하게 들추어내고 그 아픔을 같이 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젊음이들에게 끌어내고, 한국를 돌아보게 만들었나? 그가 판타지 풍자 소설을 만들어 냈다.  가상의 섬, 솔섬을 배경으로 말이다.

 

 474-B 고농축 콜리디움 매립장으로 적합한 곳은 솔섬밖에 없었다.  경기도 서해군 송도리.  섬주민이 전부 12가구, 18명 뿐인 이곳은 누가 뭐래도 최적의 폐기물 매립장이었다.  그냥 바닥 깊이 묻어버리면  조금씩 높이지는 수위로 이 섬은 가라앉는 다고 했다. 분명 그랬던 섬이 어느날 부터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여의도의 면적을 넘어, 제주도의 면적을 웃돌아 버렸다.  새로운 땅이 나타난것이다.  매립장을 위해서 솔섬으로 들어왔던 목설구. 8시 방향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리고 솔섬을 자신의 손안에 두고자 한다.

 

나쁜 짓을 많이 하던 사람은 뒤늦게 뭔가 조금만 잘 해도 대단히 훌륭해 보이게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만 하면 끝이 없어서,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잘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한껏 나쁜 짓을 하다가 마지막에 한 번만 크게 선심을 쓰면 효과가 폭발적으로 대단하거든요.  저는 이 공식을 '검은 양의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p.18

 

 툭툭 튀어나오는 말들이 폐부를 찌른다.  정말 이런것이 아닐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치도, 경제도 이 검은양의 원칙이라고 말하는 목설구의 말처럼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끝내주게 목설구는 솔섬에서 뽑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뽑아낸다.  그것만 있을까?  이 솔섬은 세상 모든 군상들을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묘한 인물들로, 하나라도 더 뜯어내고, 얼마나 더 추악해 질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항상 우리가 듣고 보아왔던 일들을 되새기게 만들어 버린다.   분명 솔섬엔 제대로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끝까지 도를 지킬지는 의문이다.  어느 방송사를 꼬집듯이 이야기한 부분을 보면서, 작가는 어디까지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궁금해진다.

 

언론인은 거울과 같아야 해요. 사건과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자신의 주체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거울 말예요.  한국 언론인들을 보면 비난을 비판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요. ..'오늘은 춥다'라는 표현도 마찬가지고요. '오늘은 영화 17도'라고만 하면, 추운 날씨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합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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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1
박경리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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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빠른 속도로 책장이 넘어간다.  그렇다고 흔한 연애소설처럼 재미가 있는것은 아니다.  그냥 넘어간다.  읽으면서 끊임없이 60~70년대의 영화들이 떠오른다.  맨발의 청춘도 떠오르고, 겨울여자도 떠오른다.  내용이 생각나는 건 아니다.  그냥 그 말투, 언제 봤던 영화들이었는지 조차 기억에 없지만, 중학교 이후 TV를 통해서 본 영화 속 말투를 <녹지대>를 통해서 다시 만났다.  그런데 녹지대가 뭐지?

 

녹지대를 모르세요? 한국이 비트족들이 모이는 음악 살롱이에요. p.56

 

 beat generation, 폐배세대라는 뜻으로 2차 대전후 생겨난 보헤미안적인 문학인과 예술인들이 모이는 곳이란다.  그 녹지대가 영화의 타이틀처럼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녹지대는 명동에 있는 음악 살롱이다.  시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하인애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곳이다.  인애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대학교수인 하흥수와 사채놀이를 하는 최경순 여사, 대학생인 하숙배와 함께 살고 있다.  산다는 표현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는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수없이 집안을 들락 거리고, 비가 내리면, 비님이 오신다면서 비를 맞고 녹지대로 들어간다.

 

 음악 살롱, 녹지대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녹지대>1권은 인애가 만나려는 인물을 안개속 깊이 감추어 버리고 있다.  분명 이 자유로운 여인, 인애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왜 그를 사랑하고 무엇이 그들을 못 만나게 하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통금에 갇히고, 사람에 갇히면서 인애는 '김정현'이라는 인물을 만나지 못한다.  김정현이라는 인물과 함께, 인애의 사촌, 숙배, 친구 은자의 연애관계가 민상건, 한철, 박광수라는 인물들과 얽히기 시작한다. 중심엔 민상건이 있는듯 하다가, 김정현이 있기도 하다.  아직 이야기는 모르겠다.

 

 인애는 이야기 한다. "살인자라도 좋다! 강도라도 좋다! 나,나는 그를 만나애 해!"라고 말이다.  사랑은 언제나 끓는다. 펄펄 끓어 쏟아질것 같은 용암을 더 끓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사랑하나만으로 이제는 살수 없음을 알 나이가 되어버렸는데, 청춘의 피가 끓는 이들은 사랑에 목을 멘다.  <녹지대>는 故 박경리 선생이 1964년 6월 1일에서 1965년 4월 30일까지 부산일보에 연재한 장편 소설이다.  5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을 읽기에, 그 시절 영화들의 말투에 피식거리면서 웃음이 난다.  그리고 사랑에 눈물이 난다.  어쩜, 이제는 이런 사랑을 만나지 못할지 모르겠으니까 말이다.   스무살 어린시절의 사랑이 이랬었지.  가슴이 아리고 메여서 눈물 흘리고,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상관치않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 달려갔었지.

 

숙배가 끔찍하게 인애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최경순 여사가 인애를 견딜 수 없으리만큼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어쩌면 자기 자신들의 감정을 인애를 매개하여 발산하고 불평한 것인지도 모른다.  강한 개성이 자아내는 몸서리치는 고독 속에 그들은 다 빠져  있었으니까. p.146

 

 이 어린 아가씨들의 사랑만 있을까? <녹지대>속 사랑은 젊은 연인들의 사랑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무엇 때문에 경순여사는 이토록 자신의 감정을 발산할곳이 없어서 가슴을 아리고 있을까?  작가는 젊은 연인들뿐 아니라, 대학교수 하흥수씨와 그의 부인 최경순 여사, 그리고 주치의인 한윤석박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1964년부터 쓰여진 글이다. 한국전쟁 후 근 15년이다.  전쟁의 폐혜 속 에서도 사랑은 꿈틀거린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 전쟁으로 양공주가 되고 살수 밖에 없던 사람, 그리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녹지대>를 통해서 펼쳐진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민상건과 김정현이라는 인물의 수수께끼는 2권에서 풀릴 듯 하다.  책 뒷표지의 실려있는 196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불확실하고 불명료한 사랑과 절망이 담긴 구원의 서사는 2권까지 읽어야 알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청춘은 뜨겁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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