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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정치를 모른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나꼼수>이야기가 한창일때도, 뭐 그런 시덥잖는것을 듣나 했다. 친구가 촛불시위하러 가자고 해도 비온다, 춥다, 혼자 가라 했다. 아무 이유 없었다. 그냥 그랬다. 정치를 몰랐으니까. 그럼 어떻게 투표를 했냐고? 그냥 잘난체 하고싶었으니까. 이리 저리 말좀 듣고, 괜찮다 싶으면 투표를 했지만, 왜 그사람을 찍었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성년이 되어 지금까지 내가 투표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에 올라있지 않은가? 단순히 베스트니까 읽어보자 였다. 그런데, 먼저 책을 읽으신 분이 다른책,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를 먼저 읽어보란다. 꼭 그렇게 해보라면서 책을 주었고, 참 착하게도 그렇게 읽었다. 일주일을. 그리곤 한숨이 땅이 꺼질듯이 나오고 있다.
이런사람이었으니, 12년이나 되었다는 딴지일보의 종신총수를 알리가 없었다. 왜 검은 넥타이를 메고 사진을 찍은거야 했다. 표지를 보고는. 책을 통해서 이 사람의 사연이 얼마나 절절한지 느끼게 되었다. 사실, 하두 욕을 해서 그 절절함이 많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말이다. 내 주변에 이렇게 욕을 하는 사람을 봤어야지. 웃긴 이야기지만, 씨바가 뭔지도 몰랐다. 왜 자꾸 씨바라고 하지. 읽어보니 욕은 욕인거 같은데. 책표지를 보면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우리집 작으 녀석이 이야기를 한다. "엄마. 욕에 맞춤법이 틀렸어."하고 말이다. 김어준씨는 평상시 언어인 듯 하다. 같이 있으면 무섭겠다. 그런데, 이 책, 신기한 힘이 있다. 무지하게 욕을 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욕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다른 이야기들만 편집이 되어 들어오는 것처럼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휘저어놓고 있다. '이래도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하고 말을 하는 것같다. 그래서 무섭고 두려웠다.
처음은 조국이라는 인물 예찬이었다.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를 읽지 않고, 읽었다면, 답답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정치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주변인들이 난리를 칠때도, 책만 읽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겐 김어준 총수의 글은 아무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뭘 알아야지. 그래서, 책을 주신분이 두권의 책을 같이 주셨나보다. 나를 너무 잘 아니까 말이다. 책을 주신분이 이야기를 한다. "어땠어요? 아무렇지도 않았죠?" 씩 웃고 말았다. 책 두권으로 내 인생이 바뀌진 않으니까. 그래도 흔들린다. 아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다시 조국으로 넘어가자. "사람들이 조국에게 바라는 건 유시민 언변에 진중권 독설을 가진 손석희거든. 지금 시대가, 시국이 그걸 원해"(p.28). 조국예찬은 사모곡에 가까웠다. 처음엔 말이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이념이 사람을 구하리라. 아니다. 이익이 나라를 구하리니. 아니다. 인간이 모두를 구해야 하는 시대다.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준칙을, 담담하게, 자기 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p.327)로 이야기를 끝낸다. 누구의 이야기냐고? 뉴스를 들을때마다, 인터넷 창을 열때마다 나오는 인물. 그를 시대정신의 육화의 빗대어서, 그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절절한 사랑이 넘치는 말로, 그 사람아니면 아니라고, 노빠라 외치는 김어준이 노통의 친구를 이야기 한다. 문재인을 이야기 한다.
분명 2012년은 총선이 펼쳐지는 해이고, 그 뒤를 이은 대선을 준비하는 해이다. 한번의 선택이 향후 4~5년의 한국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자신을 홍보하는 플랜카드들이 건물마다 한면씩을 차지하고, 매주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 그걸 왜 읽지도 않았을까?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는 알수 없지만, 읽어야하고, 분석을 해야한다. 이제는 말이다. 누군가 대권을 잡고, 그 밑으로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모이고, 역사의 장은 막이 올라간다. 역사가 그리 좋은것만 있는것이 아니니, 당연하게도 역작용에 의해서 누군가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또 다른 이를 그리워 한다. 우리는, 아니 나는 지금 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김어준은 이야기 한다.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게 뭔지. 그 결과가 어떤 건지 알게 됐다. 그걸 이념이나 학습이 아니라 내 몸으로, 생활에서 느끼게 됐다고.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 생활의 스트레스, 그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 그러니까 투표는 사실 민주주의를 위한 게 아니야... 내 스트레스의 근원을 줄이려는 노력이야." (p.259). 내 스트레스의 근원을 줄이려는 노력. 그걸 제대로 하질 않았으니, 나는 스스로 스트레스의
근원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나 찍어버린 과오가 부메랑이 되어 내가 날아오고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한편 해보자. 옛날, 그럼 20년도 더 된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다. 옛날에 가카라는 분이 살고 있었다. 가카는 큰 회사에 다니면서 도곡동땅을 무지싸게 샀더랜다. 재태크를 안거였지. 그런데, 가카의 이름이 아닌, 처남의 이름으로 땅을 샀단다. 그러니 자기 땅은 아닌가? 그런데, 이땅을 가카가, 아니 처남이 디스라는 회사의 주식을 구입했단다. 지맘데로. 그러더니, BBK와 손을 잡았단다. 그 와중에 190억이 왔다갔다 하면서, 요상한 일이 일어났단다. 개미들이 뭉치기 시작해서 BBK가 투자했던 곳에 주식을 샀더란다. 개미는 겨울을 대비하는 식량을 찾아야 하는데, 왜 주식을 좋아하는지.. 미국에서는 어찌알고, 개미들한테 돈을 주라고 했는데, 요상도 하지. 승소한 디스에는 190억을 돌려주고, 모르쇠. 이런. 말도 안되는 소설이. 이것만 있냐고? 맹희할아버지 동생이야기도 있다. 전체지분 1%로 거대 S그룹을 먹는 방법. <닥치고 정치>속에 나와있다. 그뿐인가? 거대S제국의 황제를 이야기 한다. 황제= S제국의 오류를 적나라하게, 생선의 뼈를 발라내 듯 발라낸다. 분명 소설은 뼈를 발라냈는데, 미치도록 속이 상하다. 마샤 스튜어트의 이야기를 해줬는데도, 마샤 스튜어트와 맹희 할아버지 동생을 동일시 할수가 없다. 그렇게 길들여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가카이야기와 S제국 황제이야기를 했냐구? 읽어봐라. 보일것이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예전 상도를 읽으면서 그냥 좋아 적어 놓았던 글이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부의 축척이 어떤것인지를 책속, 임상옥은 이야기한다. 茶熱香濃錫鼎火畏(다열향농석정외). 솥의 다리가 세개 달린것을 이야기 한다. 이 글들이 떠올랐다. <닥치고 정치>를 읽으면서 말이다. 세개의 균형. 치우침없고 정도를 걷는것. 어쩜 이렇게도 그가 이야기하는 정치는 장기판의 말들을 닮았는지 모른다. 馬, 象, 包, 車가 움직이고, 수많은 卒이 움직인다. 보수같지 않은 보수를 이야기할때 그랬고, 싸우지않는 야를 이야기 할때 그랬고, 너무나 똑똑한 이들을 이야기할때 그랬다. "자기들이 똑똑하고 정당한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정치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을 얻는 건데. 마음은 대단히 제한된 자원이라고.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여러 번 나눠줄 만큼 많지가 않아." (p. 186). 당연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장기판에서는 보이는 말들의 움직임이, 한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보이는 움직임이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들만의 문제일까? 그것이 아니니 더 문제다. 딴지일보 종신 총수가 말하는걸 들으면서, 수많은 장기판의 말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이보다 먼저 일은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가 계속해서 생각나고, 그전에 읽었던 안정효 작가의 <솔섬>이 떠오른다. 안정효 작가와 김어준 총수가 말하는 이야기들. 다른듯 같은 이야기들. <닥치고 정치>를 읽은 후에 안정효 작가의 <솔섬>을 읽었다면 훨씬 보이는게 많았을것 같다. 그래서, 안정효 작가가 이야기하는 풍자+판타지+역사, 장르를 알수 없던, 정신 없던 그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그가 이야기하던 모든것이 <닥치고 정치>속에 있었고, 김어준 총수가 이야기하는 모든것이 <솔섬>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잘생겼다고 외치는 이 사람의 말을 들어본다. 어쩜, 딴지일보가, 나꼼수가 있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팩트와 가치와 논리와 감성과 무의식과 맥락과 그가 속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배하는 프레임과 그로 인한 이해득실과 그 이해득실에 따른 공포와 욕망, 그 모두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섭해야 한다. 나는 통섭한다. p.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