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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 학원 ㅣ 반달문고 11
김녹두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제 6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요즘 부쩍 작은 녀석의 책속에 빠져산다. 저학년 문고만 나오면 작은 아이보다 먼저 읽고, 동생과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는게 다반사다. 그렇다고 글밥 많은 책을 읽지 않는건 아니지만, 조금은 걱정이 되는것또한 사실이었다. 이책이 어디에서 났는지 모르겠다. 작년 늦가을에 구청에서 주관했던 책읽기 캠페인에서 받은건지, 아이가 내게서 강탈하다 시피해서 가지고간 문화상품권을 사용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요 몇일 계속해서 눈에 띄더니, 큰아이가 엄마 꼭 읽어보란다. 제목이.. <좋은 엄마 학원>이다. 이거 뭐야? 나한테 시위하는건가? 좋은 엄마 학원으로 가야할지, 좋은 딸 학원에 가야할지는 읽어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아이들 덕분에 요즘들어 청소년/아동 도서를 계속 해서 읽는 결에 함께 읽기로 했다.

표지의 강렬함이 아이들 표현으로 장난이 아닌다. 노란 바탕의 알수없는 괴 생물체(?)가 출현했다. 고무장갑인듯한 손엔 갖가지 주방용품과 청소용팜이 달려있고, 고글을 쓰고 있다. 뒤에는 떡하니 빗자루를 지고 있는 이 사람은 꽃무늬 원피스에 흰 앞치마, 불꽃을 뿜는 삼색 슬리퍼를 신고있다. 거기에 가슴을 크로스하고 있는 S. Super Mam의 약자쯤 될까? 게다가 밑에 있는 집들을 보자. 집집마다 엄마들이 하늘을 쳐다본다. 뭐라고 말을 하고 있을까? '저게 뭐야?', '굉장한테..', '무서워~'. 어떤 말이 오고가는 지는 모르겠다. 알수 있는건, 표지만으로 아이들이 빵 터져버렸다. <좋은 엄마 학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표지만으로 아이들을 웃기다니.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좋은 엄마 학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좋은 엄마 되는 법만 나와있는 것은 아니다. 눈사람 카드,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 뻐꾸기 엄마까지 네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김녹두 선생님은 어떤걸 보여주고 싶은걸까? 작가는 이야기 한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마음으로 귀 기울여 보렴. 눈으로 볼수 있는 것보다,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느낄수 있단다' (p.120, 작가의 말중)라고 말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네가지 이야기, 무엇일까? 문학동네 어린이 기획위원들은 그의 작품들이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모른다. 평론을 하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저, 아동소설이기에 호흡이 짧고 쉽게 넘어가지만, 쉽게 넘어가는것만큼 가볍지만은 않다.
공주같은 미나와 하녀같은 명숙의 이야기를 그린 <눈사람 카드>. 너무나 어른스러운 명숙. 그 아이의 가정사는 모르겠다. 왜 어린 명숙에게 이모같은 새엄마가 있는지도, 동생들의 관계도 잘 모르겠지만, 너무 조숙해져 버린 어린 아이의 삶의 무게가 안쓰럽다. <좋은 엄마 학원>은 어렸을때 본 '환상특급'이라는 외화시리즈가 생각이 났다. 우리 딸이야 날 '좋은 엄마 학원'에 보내고 싶겠지만, 난 딸에게 '좋은 딸 학원'을 외친다. 전화 한통화에 학원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대화 단절증의 치료법이 나오기도 한다. '원장님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머리에 뒤집어쓸 수 있는 가면이었다. 하나는 눈도 코도 귀도 없이 커다란 입술만 달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눈도 코도 귀도 없이 커다란 입술만 달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커다란 귀만 달려있었다. 원장님은 커다란 귀가 달린 가면을 엄마에게 씌우고, 커다란 입이 달린 가면은 나에게 씌우려 했다.' (p.63) 작가의 의도가 너무 드러난다고 기획의 말에 들어있긴 하지만, 이런거 하나 있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말 잘들어주는 엄마. 그런 엄마이고 싶다.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은 아들 없는 집, 셋째 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항상 바지만 입고, 섬머슴아 같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 엄마가 아빠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가두려는 아이.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일까를 생각해 보게 만들어준다. 소통의 부재가 사람을 힘들게 할때도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을 열고 있는 글은 <뻐꾸기 엄마>다. 일하는 부모와 스스로 하는 아이. 내 아이들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글이 이 글이었다. 그나마, 미돌이는 이모가 곁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들은 참 잔인하다. '엄마, 이모가 꼭 뻐꾸기 같애. 엄마가 미돌이 키우는 거나 뱁새가 뻐꾸기 새끼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잖아.'(p.110).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수 있을까? 순수하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잔인함이다. 그래도 씩씩한 미돌이 덕분에 힘이난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청소도 하고 맛난 반찬도 만들어야 겠다. '좋은 엄마 학원'전단지가 언제 우리집을 찾아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곳에선 무슨일이 있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