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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해품달이 정은궐 작가의 책인지 몰랐다. 알았다면 벌써 읽었을 텐데 말이다. 성균과 유생들과 규장각 각신들로 밤잠 못이루던 날들이 얼마나 길었던지, 그 달달함, 그 짠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조금은 무거운 책들을 연달아 읽었던 이유도 있었고, 이런 달달함이 그립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 도저히 대여 불가란말이지. 어찌나 인기가 있는지, 열세살, 울 딸아이도 읽고 싶다고 하고, 구입했다. 주문을 넣은게, 금요일 6시가 넘어서, 몇일을 눈빠지게 기다리고 드디어 책을 받았다. 아.. 꼬박 이틀. 잠을 잘수도, 다른 일을 할수도 없게 만들어버린, <해를 품은 달>. 회사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재밌다.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다. 드라마로 만들지 않을수가 없었을 듯 하다.

온양행군에서 훤이 보슬비를 맞으면서 무당의 집을 찾은건 난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오경천견록과 대학이 놓여있었다. 무당의 집에 사서오경이라니. 그보다 더한것은 난향과 더불어 춤사위와 같은 절을 하는 여인때문이었다. 왕의 물음의 대답대신, 울금초로 향을 낸 온주를 내미는 여인. 성도 이름도 없고, 전생도 없다는 무녀. 이어져서는 아니 되는 인연이라, 찰나의 인연이어야 한다는 무녀의 말을 훤은 거부하고 싶었고, 그가 그녀에게 이름을 명한 순간, 무녀는 月, 달이 되었다. 이렇게 初章이 열린다. 해를 품은 달은...
열다섯 훤에게 열일곱 염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 하게 해줬다. 또래의 친구가 없었던 그에게, 너무 아름다운 스승과 스승이 이야기하는 그의 동생은 다른 세계를 보는듯 했다. 자기맘데로만 하는 민화공주와는 다른 소녀. 스승 염때문에, 염이 사랑하는 동생때문에, 훤은 염(炎)의 동생이 궁금했다. 그래서 염을 통해 깨엿을, 호두강정을 보냈고, 한번도 본적 없지만, 시를 쓴 연서를 보내기 시작한다. 유교사상으로 똘똘뭉친 염에게는 있을수 없는 일인데, 연정을 품은 열다섯, 열셋의 세자와 소녀의 사이를 끊을수는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연정을 품은 이들이, 그들 말고, 민화가 있었고, 양명군이 있었고, 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냥, 그둘만 좋으면 되는지 알았다. 훤과 연우(煙雨).
연우는 세자빈이 되어야만 했다. 한번도 본적 없지만, 양명군은 연우가 박색이라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세자빈이 되어야만 했다. 말이 통하고, 모든것이 새로움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연우만이 세자빈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세자빈이 되었단다. 이제 연우를 볼수 있는데, 별궁에 있는 연우가 아프단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연우가 죽었단다.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얼굴 한번 본적 없고, 지켜 주지도 못한 그녀가 죽었단다. 그녀를 찾아가야 한다. 그의 눈에 보인건 작은 관. 연우를 보아야만 하는데, 대제학은 안된단다. 죄인의 관을 세자는 만지면 안된다는. 그렇게 그와 연우가 멀어져 갔다. 이렇게 8년이라는 세월도 멀어져 갔다.
한발짝을 걸었다. 한발짝만큼 연우가 멀어졌다. 두 발짝을 걸었다. 두 발짝만큼 연어가 멀어졌다. 훤이 걸으면 걸을수록 연우가 점점 멀어져 갔다. 많은것을 바라지 않았다. 고작 얼굴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 조차 이루지 못하고 멀어져 갔다... p.190
외척의 세를 키우는 방법은 중전을 만드는 방법이 제일이었고, 대왕대비는 자신의 피를 중전으로 만들고 싶었다. 파평윤씨의 보경은 그렇게 연우가 죽은 후, 세자빈이 되었고, 중전이 되었다. 그 8년이 보경은 너무나 외롭고 무서웠다. 한번도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 왕. 연우의 자리를 빼앗은것 같은 불안함. 그래서 보경은 중궁전을 지키는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후사를 보아야한다. 나라를 위해서. 관상감의 천문학, 지리학, 명과학 교수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사라져 버린 성수청의 도무녀, 장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와 함께 그녀의 신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껍데기만 있는 액받이 무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운(雲)이 바라보고 있었다. 왕이 찾고 있던 여인. 난향이 나는 여인. 월이 액받이 무녀가 되어 왕곁을 지키고, 월의 그림자를 운이 지킨다.
"밝은 해가 서쪽 언덕 뒤로 잠기면, 하얀 달은 동쪽 봉우리 위로 떠오른다. 멀고 먼 만 리까지 비추는, 넓고 넓은 공중의 경치로구나"(p.300 / 도연명의 잡시2 중에서) 로 운은 훤을 깨우고, 훤은 월을 잡는다. 귀신이 아닌 살아있는 월을 잡는다. 그녀가 좋다. 그녀가 무녀라 안쓰럽다. 눈쌓인 길을 짚신으로 거니는 그녀가, 잠자고 있는 왕을 위해 액을 받아내는 그녀가 안쓰럽다. 왕에게 여인은 한명뿐이라는 도무녀의 말에 웃음이 난다. 이제 그에게 여인은 둘이다. 연우와 월. 그런데 이상하다. 월을 볼수록 연우가 떠오른다. 한번도 본적 없는 그녀가 그립다. 그녀가 보고싶다. 그녀의 죽음을 알아야겠다. 8년전에 그렇게 덮어 버린 그녀의 죽음을 찾아야 겠다. 선왕이 숨겨둔 기무장계를, 그 것이 숨겨져 있는 비고를 찾아야만 한다. 연우가 쓴 마지막 서찰. 그녀의 죽음을 알아야만 한다.
<해를 품은 달>1권은 이렇게 끝이 난다. 어린 세자와 어린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웃음을 띄게 만들고, 그 뒤에서 울음을 삼켜야만 하는 인물들로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읽은이는 월을 아는데, 말할수 없는 월과, 연우를 찾는 훤이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언제 이들의 사랑이 이어질까 궁금하게 만든다. 드라마와 달리 너무나 슬픈 보경을 미워할수 없어 가슴이 아리다. 남편의 사랑도, 아비의 사랑도 받지못하는 중전. 연우와 훤의 너무나 다이나믹한 사랑이야기로 보경은 가려져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양명군의 지워야하는 사랑이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드라마 속 예쁜, 장씨 도무녀는 책속엔 없다. 술과 욕을 달고 사는 <헨젤과 그레텔>속 마녀같은 모습의 장씨 도무녀. 그녀의 선택이, 그녀가 월을 바라보는 눈빛이 가슴을 아리게 만들고, 다가가면 녹는줄 알면서도 염(炎)에게 다가가는 설(雪)로 인해 가슴이 아리다. 왜 연우가 죽어야만 했는지는 1권에서 다루고 있지 않다. 사랑이 아닌 또다른 절정을 향하는 것은 2권이다.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는 2권을 읽어야 한다. 왜 선왕은 기무장계를 숨겨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