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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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보기 소설을 먼저 봤었다.  <순서의 문제>와 <뮤즈의 계시>.  짧은 단편 두편을 읽으면서 도진기 작가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판사가 직업이라는 분의 글이 그리 어수룩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도 있다니 프로작가다.  선함과 악함, 정직함과 비열함.  상식적인 듯 하면서 그렇지 않은 모호한 경계속에 서있는 남자를 만났다.  김진구. 이 청년 뭐지? '오뚝한 콧날이 어딘가 높은 뜻을 지닌 남자 같은 느낌을 주는 한편으로 쌍꺼풀 없는 눈이 수수하면서 선한 인상을 만들어 주었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남자'(p.405)가 해미가 받은 진구의 첫 인상이었다.  물론, 내가 처음 만난 진구는 그런 모습은 아니다.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빠릿빠릿 돌아가는 머리로 요상한 짓만 하는 것 같다가도, 자신의 여자친구 문제에는 '해미를 건드렸으니까요'(p.389)라면서 여자들을 몸서리치게 빠지게 만드는 매력도 있다.

 

 

 시간의 흐름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는다.  해미와 진구의 만남을 다룬 <환기통>이 가장 끝에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의 시작은 <순서의 문제>다.  처음 도진기 작가의 글로 만났던 것이 <순서의 문제>였으니, 진구와의 인연 역시 이 글이 처음이었다.  <순서의 문제>를 시작으로 <대모산은 너무 멀다>, <막간: 마추피추의 꿈>, <티켓다방의 죽음>, <신 노란 방의 비밀>, <뮤즈의 계시>, <환기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편의 모음은 어느 장소에서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다.  호흡이 짧기 때문에 한편씩 읽는 건 금새 읽으나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순서의 문제>에서 못된 머스마 둘이 왔다갔다 하다 진구가 5억을 꿀꺽해 버려서, 그걸 어디에 쓸까 했더니 집을 샀단다.  갑자기 집이 생긴 진구, 달라졌을까 싶지만, 똑같다.  해미의 표현으로는 '터프한 남자도 아닌 주제에, 웃음이 거의 없고 눈물은 전혀 없는 무신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요즈음엔 추위와 함께 찾아온 거대한 게으름이 진구를 집어삼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p.63)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이불 돌돌 말고 게으름의 미학을 즐기는 진구의 눈빛이 반짝이며 깨어날 때가 있다.  자신이 관심을 둔 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다. 진구를 만나면서 홈즈가 생각이 나는 건 나 뿐일까? <대모산은 너무 멀다>속 진구는 이불 속에서 해미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해결한다.  포상금 2,000만원과 함께 말이다. 홈즈가 진구라면 해미는 왓슨쯤 될까?  그건 또 아닌것 같다.  가끔 왓슨과 비슷한 면이 있긴 하지만, 해미 역시 진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리 성실한 아가씨는 아니다.  착하고 정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말이다.  <환기통>을 통해서 진구와 해미의 첫만남을 살짝 드려다 봤다.  이렇게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해미의 큰아버지의 존재가 드러난다.  마추피추로 가는 두 연인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인물이었으니 이 복선도 재미있다.  단편들의 제목이 재미있다.  직설적이다. 그래서 추리물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단어 하나 툭 던져놓고 그 단어를 유추하면서 글을 풀어내는 것 같은 그런 재미가 있다.

 

 읽는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티켓다방의 죽음>이 진구라는 인물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이야기 같았다.  재미는 말할것도 없다.  책 뒷장에 '모호한 선악의 경계, 지적유희에만 반응하는 천재성, 도덕과 휴머니티를 후천적으로 학습한 그가 온다'라는 표현이 적혀있다.  진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다.  그리고 이 문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건이 <티켓다방의 죽음>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죽음. 단지 진실이 아닌 혼란을 주기위해서 진구가 움직인다.  물론, 그속엔 돈이 개입되어 있다.  자살처럼 보이는 해미의 먼 친척 아저씨.  타살이어야만 보험금 6억을 받을 수 있는 사건. 해결을 하면 보험금의 20%를 준다는 양문요의 처, 임홍숙.  가만히 앉아서 살인 사건을 알아맞히는 진구가 이런 사건 하나 뒤집기는 쉬운 일이다.  몸은 힘들지만 말이다.  뭐하는 걸까?  그냥 진구만 따라가면 된다.  홈즈는 왓슨에게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중에는 말이다.  설명은 사건이 해결된 후에 들으면 된다.  진구 역시 홈즈를 따른다.  그냥 진구만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결말은 진구가 알아서 이야기를 해준다.  누군가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법이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해준다.

 

 보는것과 관찰하는 것은 다른다.  <순서의 문제>를 나는 눈으로 보고 있고 진구는 그 속에서 관찰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음엔 아주 못된 남자였는데, 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도진기 작가의 '어둠의 변호사'시리즈도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도 판사님, 악인들을 너무 많이 만나셔서 그들의 매력에 빠져버리신걸까?  진구라는 매력적인 인물, <뮤즈의 계시>를 통해서 고진 변호사와 만났으니, 이 둘의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관찰력과 뛰어난 두뇌회전. 명석한 머리. 부럽다.  거기에 운동신경까지 말이다.  그리고 이 못된 남자, 김진구. 조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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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조는 화성을 쌓았을까? - 정순 왕후 VS 정조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39
김준혁 지음, 이남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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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전에 '홍경래 vs 김조순'에 관한 자음과 모음 책을 읽었는데, 뒤이어 읽은 책이 '정순왕후 vs 정조'에 관한 이야기다.  정조를 읽고 홍경래를 읽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겠지만, 의미없이 읽어버린 탓에 역사의 주인공들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이젠 한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자음과 모음의 책을 읽어봐야 겠다.  한국사 법정 시리즈의 순번을 보니 1번이 <왜 위만왕은 고조선을 계승했다고 할까?>이다.  우리 역사의 처음이라는 고조선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렇게 고조선을 시작으로 삼국을 지나 14권부터 20권까지는 고려시대를 이야기하고 있고, 21권부터 조선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다음번에 읽을 때는 21권인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부분부터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하나의 틀을 잡기위해서 말이다.

 

 

 

 역사공화국에는 유명한 변호사가 한둘이 아니다.  '나정치 vs 백성민', '제왕도 vs 왕패도', '김딴지 vs 이대로' 처럼 쟁쟁한 인물들이 원고와 피고를 대변하면서 역사를 이야기 한다.  이번엔 딴지걸기의 지존인 김딴지 변호사가 정순왕후를 대변하고, 이대로 변호사가 정조를 대변한다.  그나저나 조선 현황을 뽑으면 세종과 정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어떤걸로 정조에게 딴지를 걸었는지 궁금하다.  원고 정순왕후가 대리인 김딴지 변호사를 통해 피고 정조대왕에게 보낸 소장의 내용은 이러하다.  당파를 없애겠다고 만든 탕평책은 자신의 당파를 만들고 신하를 통제하려는 것이었고, 학문 육성의 목적인 규장각은 정치적 도구였으며, 주앙오군영이 있음에도 자신만을 위한 장용영을 만든 정조는 효자라 하면서 할머니인 정순왕후를 핍박한 위정자이고 조선의 정치를 망하게 만든 국왕이라는 것이다.  

 

 정조에 관한 이야기는 워낙에 사도세자라는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로 부터 시작해서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드라마로 소설로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을 했다. 곁가지로 들어가면 세도정치의 시작인 홍국영까지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흔히 알고 있는 현왕, 정조에게 정순왕후는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열다섯에 예순다섯의 영조에게 시집을 온 정순왕후는 자신보다 열살이나 많은 세자를 얻었고, 세손이었던 이산은 열살도 차이가 나지 않은 아이였다.  정순왕후의 생각에는 '죄인지자 불위군왕(罪人之子 不爲君王)'이었던 어린 세손을 왕으로 만들었으니 거의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정조의 생각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부터 정순왕후가 개입하지 않은 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존현각에서 죽을뻔했을때, 대비전 상궁들이 움직였음에도 정순왕후는 모른다 했다.  자신의 주변의 인물들이 하나둘씩 독살이 되어가는데도 정순왕후는 아니라 했다.  오죽했으면 '이산'이라는 이름 외에 자손을 더 낳기 위해 '이성'이라고 사용을 했을까?  할머니인 정순왕후는 자신만 못살게 군것이 아니었다.  정조가 죽은후 정조의 어머니의 혜경궁 홍씨를 며느리인 효의왕후 아래로 두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절을 하게 만든 가혹한 사람이었다.  효자였던 정조에겐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의 일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아 사도 세장의 무덤은 '원'이 아닌 '묘'로 칭해서 '수은묘'라고 이름이 붙었다.  정조가 국왕이 된 후에야 '영우원'이라 이름 붙여졌고, 수원도호부 화산 일대로 옮긴후에 '현릉원'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사도세자의 복권은 고종때에나 이루어졌으니, 그 긴기간 정조의 한이 얼마나 컸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까지 맣은 사람들은 정조의 정치에 대하여 위민정치 혹은 조선의 발전을 위한 개혁 정치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순왕후는 독재정치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극단적인 평가를 하는 것을까?  정조가 편애했던 사람들을 규장각에 두면서 친위세력을 만들었다고 주장을 한다.  조선 22대 국왕, 정조는 등극한지 27개월인 1778년 6월에 개혁 정책을 발표한다.  첫 번째, 백성들을 부유하게, 두 번째는 인재 양성, 세 번째는 국방 정책을 세롭게, 네 번째는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였다.  그리고 인재양성을 위한 기간이 규장각이었다.  서얼에 대한 차별이 심한 조선에서 인재라면 서자들도 상관없다는 정조대왕의 생각은 조선의 학문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한 일이었다.

 

 정조의 친위 군영이었던 장용영을 논외로 하고 정조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일것이다.  임진왜란 시기에 만들어졌던 중앙오군영은 인사권과 군포등으로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을 수정 한것이 장용영이다.  반대파쪽에서 본다면 철저하게 정조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군대를 만든것이라고 하지만, 왕권을 강화하기위해서 왕의 친위대가 있는것은 당연한것이 아닌가?  이를 위해 '무사 백동수'로 유명한 '백동수'가 나섰다. 장용영으로 나라 경제가 좋아지고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것이다.  군대를 위한 세금이었던 면포, 즉 군포납부를 양반들까지 납부하는 균역법으로 만들고, 장용영의 비용을 마련해줄 토지, 즉, 둔전을 만들어서 토지가 없는 백성들에게 농사를 하게 했으니, 이런 군대가 세상 어디에 있었을까?   물론, 정조의 죽음과 함께 장용영은 없어졌고, 그 재산은 정순왕후 측근의 손으로 들어갔다.

 

 

 이 책으로 가장 중점으로 삼고있는 내용은 '왜 정조는 화성을 쌓았을까'이다.  엄청난 국가 재정을 낭비하면서 화성을 쌓고,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화성에서 하고 상왕이 되어 화성으로 내려가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 원고측의 주장이었다. 정말 국고를 탕진하면서 화성을 쌓았을까?  화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군사 건축물의 모범이고 너무도 아름다운 성이라는 이유때문이었지만, 외양만 아름다운것이 아니라, 화성을 지을 당시의 백성을 생각하는 국왕의 마음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될수 있었다고 한다.  거중기와 녹로로 힘을줄이고, 일한만큼 철저하게 임금을 지불했다. 당시 총 공사비 87만 냥의 반은 재료비이고 반은 인건비였는데, 이 돈은 왕실에서 검소하게 모은돈과 군대를 통합하여 모은 돈으로 만든 것이었다.   두번째, 화성에서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은 나이가 같은 사도세자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사후에 인물일망정 정조에게는 아버지였으니까 말이다.  어머니와 함꼐 회갑연을 열어드리고 싶은것이 자식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상왕제도. 태종을 보면 상왕은 '군사권, 인사권,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막강한 자리였다.  국왕이 있음에도 상왕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양경체제를 노리고 있던 정조의 불순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한다.  그럴즈음에 체제공이 이야기 한다.  선대왕인 영조가 정조 임금이 국왕으로 있는 동안 사도 세자를 국왕으로 추존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을 말이다.  국왕으로 있는 동안 아비를 추존하지 못하는 아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왕실의 관습상 세자가 15세가 되어야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으니, 순조가 15세가 되었을 때, 상왕이 되면 새로운 국왕이 할아버지인 사도 세자를 국왕으로 추존해도 영조의 유언은 어기는 것이 아니고, 정조는 효를 다할 수 있기에 상왕이 된 것이란다.

 

 역사공화국 시리즈중에서 이런 경우는 드문데, 판사는 어떠한 판결도 내리지 않았다.  가족간의 문제라서 그랬을까?  누가 옳고 그르다를 오래시간이 지나 3자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이야기하기는 힘이든다.  백성만을 위한 위민정치를 하기위해 노력했던 정조였지만, 인간이었기에 실수도 있었을 것이고, 열다섯에 국모가 되어 모든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정순왕후 역시 그럴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조선의 현왕으로 두말하지 않고 정조의 이름을 거론한다.  역사시간마다 균역법과 규장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독살을 했을지도 모르는 정순왕후를 이야기 한다.  정조보다 오래살았기에 정순왕후를 승자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음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정조를 승자라 할수 있을까?  편한 말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만, 역사는 선일뿐이다.  하나 하나의 점이 모여 선을 이루는 그 선의 한줄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선위를 지금 우리가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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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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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작가의 신작이 나왔는 줄 알았다.  <허수아비 춤>이후 <황토>, <비탈진 음지>와 <황토>가 나왔지만 개정본이었기에 신작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외면하는 벽>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신작이 나왔구나 하고 얼씨구 좋아라 집어들었다.  단편집이다.  역시 개정본이다.  글을 써내는 기계도 아니고, 이리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분이 일년에 한권씩 뚝딱하고 책을 만들어 내기가 쉬운일이 아니지... 아쉽기야 말할 수 없지만, 이 단편들을 읽어 본 기억이 없으니 이 또한 내게는 새로운 글로 다가왔다.  <비둘기>를 시작으로 8편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단편의 장점은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장소에 있던지 한편씩 읽어 내릴 수 있고, 읽는 재미가 장편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1977년에 쓰여진 <비둘기>는 사상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백골섬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눈을 가리고 들어간 곳. 눈을 떴을때 조차 햇볕을 볼 수 없는 그곳에서 죄수번호 1004와 간수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작되었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일까?  사상범 다운 독기를 품은 자의 죄수번호가 1004다.  빠삐용을 그리워 했을까?   그 희망이 비둘기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  <우리들의 흔적>은 어떤가?  미스김이라고 불리던 직원의 죽음.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들을 동료이기에 아무 저항없이 발인을 하고 상을 치룬다.  누구의 흔적을 보려 한것일까?  부자집으로 시집을 간 미스김의 흔적을... 헛말처럼 던진 말들이 여전히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말이다.

 

 동호의 이야기를 다룬 <진화론>. 조금씩 더 진화하는 것이 진화이건만 동화의 삶은 진화가 아닌 퇴화를 하고 있다.  한 고개를 넘으면 더 높은 고개가 나오고, 이것만 넘자하고 이 악물고 넘으면 더 높은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짧은 단편속에서 어쩜 이리도 사람을 내몰수 있는 곳까지 내몰아 버리는지 모른다. '엄마 무사히 돌아와줘요'를 외치던 아이의 입에서 '뒈져라, 뒈져!'를 외치기 까지의 시간이 왜 이리 공허하게 다가 오는지 모른다.  그 시절 그 아이들.. 동호만이 그리 살았던 것이 아니기에 그럴수 있지라고 할수 있을까?  <한, 그 그늘의 자리> 임심 6개월의 대학교수의 첩으로 다가온 경희.  그리고 그네를 알고 있는 태섭. 어린시절 경희가 느꼈던 수치를 태섭은 몰랐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냥 그네가 주던 초코렛이 좋았을 것이다.  그 수치로 자신의 정상적인 삶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녀.  굶주린 동생을 먹여야 한다는 욕망은 어린 그녀에게는 당연한 것이 었을지 모른다.  그걸 이용하는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의 잘못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거 참 큰 야단났네.  시체를 이고 어떻게 잠을 자고 어떻게 밥을 먹나 그래.  재수가 없을래니까 별일이 다 생기네."(p.259) <외면하는 벽>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무엇을 말하나 싶었다.  이래서 모두 병원 장래식장으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의사소통의 단절과 전통의 붕괴라는 이데올로기는 <외면하는 벽>에서만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술의 손>속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들은 그 당시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오지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기가 들어옴과 동시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TV, 그리고 전자제품들.  삶의 편이를 위해 들여오기 시작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한마을을 사람들을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8편의 단편을 읽는 내내 어쩜 이리 하나도 행복한 결말이 없을까하며 가슴이 쓰려왔다.  색이 다른 사람들. 전쟁이 만들어낸 아이들의 성장을 그린 <미운오리 새끼>마저도 행복한 결말로 보이지 않았다. "깜둥이놈 하나쯤 꼬시는 건 자신있어... 난 거기선 최소한 구경거리는 아니란 말야. 섞여버리는 거야. 묻혀버리는 거야. 그것만으로 난 미치게 행복할 거야."(p.306). 처음엔 말이다.  그래도 애리샤를 보는 창규를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미래를 보면서 이 한편의 단편으로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희망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게무슨 상관 있어요. 그런 수술하는 처녀가 요새 세상에 어디 한둘인가요? 겨우 살아나고 나니까 별것 다 가지고 트집이군요. 아주머닌, 소문이나 내지 마세요."(p.390) 

 

 마지막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구나 하면서 씽긋 웃으려고 하는 순간 작가는 그럴수는 없지. 1970년대의 민족의 삶인데 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자본주의와 국가 권력의 유착 관계를 어느 시골 마을에서의 귀신 소동에 빗대 비꼬고 있는 감칠맛 나지만, 헛 웃음 나게 만들어 버리는 <두개의 얼굴>로 쐐기를 박아 버린다.  1970년대 초에 태어났다. 어린시절이었고 서울에서 살았으니 이런 삶을 모른다.  정말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이 쓰려온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이 행복하고 웃음 가득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많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이 8편의 단편은 <외면하는 벽>을 타이틀로 내걸었 듯 철저하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이웃에게서 등을 돌리고, 가족에게서 등을 돌리고, 심지어 나 자신에게서 조차도 등을 돌리고 있다.  읽어내려가면서 선생의 <허수아비 춤>이 생각났다.  일광그룹 남회장의 구구팔팔이삼사.  1970년대의 이 처절한 시간을 지난 지금 9988234를 외치고 있는 사람도 있는 지금. 2012년 봄을 지나는 5월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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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 피라미드의 비밀을 풀어라 신나는 노빈손 세계 역사탐험 시리즈 1
강영숙·한희정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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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나는 노빈손의 역사 탐험 시리즈. 이번엔 이집트 피라미드다.  어찌나 사건 사고를 달고 다니는지 대학생, 노빈손이 이집트 여행을 떠났단다. 이집트 여행까지는 좋은데, 피라미드 관광을 하는 노빈손. 만지지 말라고 하는 것은 꼭 만져야 직성이 풀리니 여자아이의 부조를 만졌다. 그리고는 찾아낸 두루마리.  다 좋은데 함께 관광을 하던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다.  다들 어디로 간거지...?  이번엔 또 어디로 간거야?   오즈의 마법사도 아니고 노빈손 주변엔 바람도 많이 분다.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바람은 '모래바람'.  모래 바람과 함께 떨어진 곳.  하필이면 미라를 만드는 장의사라니.  어찌어찌 하늘에서 떨어진 노빈손을 미라로 만어서 제물로 쓴단다.  이런 말도 안되는. 아직도 미라를 만드는 곳이 있다니.  그런데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대 이집트 인들은 쥐, 고양이, 심지어 인형까지도 미라를 만들었단다.  그리고 미라를 만들때는 장기들은 각각의 수호신이 지키는 상자에 넣고, 뇌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버렸단다.  노빈손이 미라가 될 뻔한 이유는 미라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나 보다.

 

 

 팬티엄급 잔머리와 두둑한 배짱으로 평생의 꿈이었던 세계일주, 첫나라인 이집트에서 실종이라니. 억세게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노빈손이 만난 인물들은 누구일까?  키가 1cm만 컸어도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크다만파트라 공주, 극악무도한 악의 결정체, 몰자바 대신, 습관성 도벽을 지닌 꼬마 도둑, 세빌리오.  하늘에서 떨어진 현자가 이집트를 악에서 구한다고 했단다. 그런데 노빈손이 무슨 악에서 무엇을 구한다는 말일까?

 

"위대한 어머니 이시스가 12명의 아들을 낳았다.  12명의 아들이 사는 신성한 골짜기에 달이 뜨면 세번째 아들의 통곡 소리가 들린다.  불의 강 속에 네 몸을 던져라.  삶도 하나, 죽음도 하나. 그둘은 한 몸이고 다르지 않으니..."(p.57)   노빈손이 들고있던 두루마리가 예언의 문서란다.   몰자바 대신에게 시집가게 생긴 공주병에 걸린 공주, 크다만파트라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 노빈손과 크다만 파트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번에 딱 움직이면 좋지만, 그렇다면 노빈손이 아니다.  여기저기 다 다녀야 한다.  그래야 이집트를 알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피라미드 공사장에서 일도 하다 탈출도 하고, 사막에서 스키를 타기도 한다. 그뿐인가? 시대를 초월하는 노빈손은 스핑스와 수수께끼 대결도 벌인다.

 

 파피루스 속에 담겨진 수수께끼를 풀어서 절대 헤카의 힘을 찾으면 크다만 파트라 공주가 영왕이 될 수 있는데, 쉽지가 않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한번 풀어보자. (문제 1) 멈춘 시계와 1분 빨리 가는 시계가 있다. 두 시계 중 어느 시계가 더 시간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까?  (문제 2) 주먹만한 진주를 깨거나 자르지 않고 한입에 먹을수 있는 방법은?  (문제 3) 원안에 있는 노빈손. 몇분 후 원 안에 있거나 원밖에 있다면 스핑크스에게 죽게 된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물론 문제는 해결한다. 노빈손 시리즈의 주인공은 노빈손 이니까 말이다.  분명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엄마가 더 좋아한다.  나같은 엄마는 더 좋아한다.  이야기가 가득하니까 말이다.  책장마다 작은 글씨로 사막과 이집트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 책이 200페이지가 넘으니 200가지 이상의 기본 상식이 들어있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선 미라에게 손가락 싸개까지 했다는 내용이나, 미라를 만들기 위해서 소금을 충분히 뿌려서 수분으 없앴다는 내용들도 그렇게 알려 주고 있다.  읽어도 좋고 읽지 않아도 이야기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피라미드 이야기만 나와있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 여행을 왔으니 이집트 신화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테니, 죽은 자의 심장을 꺼내 무게를 재는 아누비스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집트 탄생 신화를 노빈손과 함께 만난다.  게브와 누트가 낳은 오시리스와 이시스.  그리고 그들과 함꼐 등장하는 태양의 신- 라, 죽음과 부활의 신-오시리스, 사랑의 신-이시스, 악의 신-세트, 오시리스의 아들-호루스, 지식과 지혜와 정의의 신 - 토트, 죽은자를 인도하는 신 - 아누비스. 신들 중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 몇 안되는 신이 오시리스와 이시스다. 다른 신들은 뭔가를 다 뒤집어 쓰고 있다.    노빈손 시리즈는 재밌다.  가볍게 읽히는데 내용이 많다.  한번으로 끝내기에는 아깝고 간격을 두고 몇번을 읽는다면 굉장히 유용한 책이다.  처음엔 그림으로, 다음엔 이야기로, 그리고 다시 읽을땐 지식 위주로 말이다.  3학년 작은 녀석이 읽어도, 6학년 큰 아이가 읽어도, 그리고 내가 읽어도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노빈손 시리즈다.  피라미드의 비밀을 파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는지, 이집트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그런 책이다.  이젠 정석으로 된 이집트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스핑크스 문제는 1)멈춘 시계 2) 식초에 녹여사 3)원을 지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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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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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책 한권이 가슴 한 구석에 바람을 몰고 왔다.  대여했던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좋은 책 있으면 빌려달라는 딸에 말에 책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 온 책이 <책과 노니는 집>.  '재밌겠네'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고는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펼쳐들고는 한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  예쁘다.  곱다.  책 한권이 대숲에 바람을 가슴속으로 몰아 놓고 가 버렸다.  너무 고와서, 너무 예뻐서...  책속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곱거나 예쁘지도 않은데, 왜 이리 가슴을 저며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책을 읽고 딸 아이에게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말만 되네이고 있다.

 

 

 필사쟁이였던 아비가 장독에 오른 건 '천주실의'를 필사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돈을 받고 필사를 했을 뿐인데, 필사를 시킨 사람도 책을 사간 사람도 간곳 없고, 오직 아비만 곤장을 맞고 그렇게 죽어갔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는 장이를 약계책방 주인 최 서쾌에게 맡긴다.  그렇게 장이는 약계책방에서 책방 심부름꾼이 되었다.  아비를 따라 글을 배운 장이가 만난 사람들.   도리원의 기생 미적과 어린 아이 낙심.  모든 책을 다 좋아하는 홍교리.  그들에게 전해지는 <동국통감>,<동국여지승람>,<동국문헌비고>,<동국세시기>,<동국병감>.

 

 "난 훌륭한 선비가 아니라 그런 책은 어렵고 재미없다. 다만 재미는 없어도 곱씹고 새겨들을 말은 있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에 홍문관 교리에 오른 조선 최고의 수재인 홍 교리가 경전이 어렵고 재미없다고 하니 말이다.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보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옷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p.53).  깊고 단백한 맛이라.  장터의 닭곰탕이 <명심보감>같은 장서나 경전과 같은 맛일까?  홍교리에게 전해줘야 할 상아찌를 장터 왈패 허궁제비에게 빼앗긴 것도 가슴이 철컹거리는데, 홍교리의 말은 영 이해할 수가 없다.

 

 도리원에 있는 다섯살 아이, 낙심이.  아버지 손에 끌려 어린 나이에 기생집에 팔려 온 아이. 이야기 해달래서 <심청전>을 들려줬을 뿐인데, 낙심이 울어 버린다. 알수 없었다. 왜 울어버렸는지.  최 서쾌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까지 말이다. " 남동생 백일 상 처려 준다고 늙어 빠진 노새 한 마리 값도 안 되는 돈에 기생집에 팔려 온 아이다.  날 때부터 아들이 아니라고 온갖 눈치 다 보고 자란 아이야.  오죽하면 이름을 낙심이라고 지었을까?"(p.140)  미적에 품에 안겨 엉엉 우는 낙심이의 모습에 가슴이 짠하다.

 

 홍교리의 부탁으로 하나 둘씩 필사를 시작하는 장이.  아비의 길을 가는 장이. 그리고 또 다시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천주실의'가 몰고오는 폭풍을 보게 된다.  도리원으로 홍교리 집으로 약계책방으로 나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모두들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필사를 했다는 이유로, 책을 팔았다는 이유로. 하나님을 믿는 다는 이유로.  우리네 조상 제사를 지내지 않고 서양 귀신을 믿는 다는 책.  억압받고 가진 것 없는 입장에서는 모두가 평등해 지는 책. 그 책들이 '동녁 동(東)'자를 쓰고 이곳 저곳에 있단다.  홍교리네 있는 책을 없애야만 한다.  그렇게 장이는 뛰고 또 뛴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란다.  책이 예쁘다 했지만, 대상을 받았다는 문구가 눈에 더 들어왔을 것이고, 그래서 뽑아 들어을 것이다.  아이 책이란다.  아이 책.  아이 책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고 있다.  한시간 가량이면 다 읽어 내려가는 이 책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곱다. 뭐가 고을까?  전기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고와 고울까?   역사를 이야기하는 글쟁이의 글이 고울까?  아무렇지도 않게 슬쩍 슬쩍 건드리는 이야기들이 서학을 금했던 시대를 이야기하고 이 작은 아이들, 장이와 낙심이를 통해서 우리의 과거를 보여준다.  이럴때도 있었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을 읽으니 말이다.  책의 여운을 글로 남기지 못함이 아쉽다.   

 

"간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쓰셨어요."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채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썼지."(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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