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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ㅣ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살인자, 알렉스. 나탈리, 레아, 줄리아... 금발머리, 빨강머리, 갈색머리. 수많은 이름과 카멜레온 같은 모습. 한번 보면 누구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그녀를 더위가 시작되는 6월에 만났다. 처음은 오싹함과 두려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에겐 잔인함만 남아있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아무 이유없다고 느끼던 순간은 끔찍한 잔혹함이었다. 인간이 이렇게 잔혹하고 무서울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때는 슬픔이 겉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 어디서 부터 잘 못된 것일까? 그녀의 삶을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그녀를 만나기 위해 파리 경시청을 뒤흔든 전설의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가 나섰다. 전세계 탐정소설 사상 최단신 형산반장. 145cm에 거인, 카미유 베르호벤. 피에르 르메트르의 책은 <알렉스>가 처음이라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알렉스>인지 알았더니, 이 작품은 '카미유 반장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란다. 작가의 데뷔작 <세밀한 작업>이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거대한 인물, 카미유를 알아보자. 천재 화가인 어머니 덕분에, 뛰어난 감성과 그림 실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어머니의 끊임없는 흡연으로 성장이 저하되었던 카미유. 비틀린 독설가에 냉철한 판단력이 그의 장점이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부유하고 지적인 댄디보이의 조각같은 미남 형사 루이와 구제불능의 구두쇠 형사 아르망. 최강의 '카미유 베르호벤' 수사팀이 다시 뭉쳐졌단다. <세밀한 작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정황상 카미유의 임신한 아내가 유괴되어 죽음을 당하고, 카미유는 나락에 빠져있다가, 대낮의 유괴된 한 여인 때문에 급박하게 수사팀이 결성되었다.
꽤나 두껍다. 책 내용만 500페이지가 넘는다. 읽다보니 1부, 2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빨리 넘어간다. 이 두꺼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1부를 읽으면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두려움에 벌벌 떨다가, 2부에 들어가서는 잔임함에 몸서리 치고, 3부는 가슴이 아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알렉스. 그녀의 이름이지만, 그녀를 제외한 이들은 그녀를 모르는 이상한 상황. 그녀가 거구의 사내에게 납치를 당했다. 동물을 다루 듯 그녀를 다루던 남자는 작은 상자속에 그녀를 구겨놓고, 공중에 띄어놓는다. 그녀의 맞은 편 상자엔 물과 크로켓 조각을 올려놓고. '어린 소녀'. 그 남자는 절대 생각하고 만든것일 리가 없지만, "사람이 앉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는 상태로 견뎌야 하는 새장이라"(p.125)고 루이는 이야기 한다. 무엇때문에 그녀를 이 작은 새장에 가두었을까? "왜 하필 저를 고르신 건가요?" 남자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오른다. 그 입술 없는 얼굴에서. "왜냐하면 내가 말라 죽어가기를 보고 싶은 상대가 바로 너라는 화냥년이니까."(p.67).
이름도 얼굴도 알수 없는 알렉스를 찾기 위해 수사팀이 가동된다. 부인의 죽음이후 '그는 치정에 얽힌 범죄나 조폭들 간의 패싸움, 또는 지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참극 따위만 취급하려 했다. ... 카미유는 죽을만하니까 맞게 된 죽음, 요컨데 안타까워할 필요가 별로 없는 죽음만 다루고 싶어하는 셈이다.'(p.23)를 죽을만 하니까 죽은 사건만 다루고 싶었던 카미유가 납치 사건을 맡게 되면서, 카미유는 끊임없이 트라우마에 휩싸인다. 그의 아내. 납치된지 하루만에 죽은 아내. 이번에도 그런것은 아닐까? 상황은 급진전되면서 납치범의 신원이 밝혀지지만, 납치범은 자살을 하고, 그의 핸드폰 속에 있는 '어린 소녀'속의 여인과 그 곁에 있는 쥐들의 모습이 심장이 죄어오기 시작한다.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것일까? 물론, 카미유는 그녀가 있는 장소를 찾아낸다. 그러기에 전설의 형사반장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가 찾아간 그곳엔 '어린소녀'도 갇혀있는 여인도 없었다.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것 같은 그곳에서 빠져나온 강인한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을 납치했던 남자와 그의 아들.
2부로 들어가면서 11년 전부터의 그녀의 살인 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이유를 찾으려 했었다.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유를 알수가 없다. '왜 식당에서 그를 유혹했을까?' '다정함으로 다가오는것 같은 그녀는 왜 그렇게 죽였을까?', '가정적인 남편과 아빠로 보이던 그까지..'. 도통 알수 없는 살인의 행각이었다. 알수 없을 뿐 아니라, 끔찍하다. 11년전 살인을 한 카테뇨, 마시아크와 현재의 파스칼, 프라드리, 자네티, 펠릭스 마니에르까지 왜 이토록 무서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을까? 밤에 책을 잡고는 소름이 돋아서 잠을 잘수가 없을 정도로 무서운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읽는 나는 끔찍함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데, 그녀는 너무나 당연하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살인을 한다. 둔기에 의한 폭행 후 고농축 아황산에 의한 신체 훼손. 그녀가 자행하는 살인의 방법이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입으로 고농축 아황산을 부어버린다. 왜? 왜? 도대체 왜?
"오빠가 내 방에 온다. 거의 매일 밤마다. 엄마도 그걸 알고 있다."(p.450) 3부의 모든 내용은 이 문장속에 다 들어있다. 이부 오빠, 토마스 바쇠르가 알렉스 프레보스트를 찾기 시작한 것은 알렉스가 10살, 토마스가 17살 이었을 때였다.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이 그녀의 개인적인 물품들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2부에서 만났던 두려움과 이해할 수 없는 잔임함은 연민으로 변해 버린다. 물론 살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어린 소녀의 삶은 보는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꺼이꺼이 울어버리게 만든다. 누가 이 어린소녀를 보호할 수 있었을까? 사랑이라는 단 한마디로 그녀의 엄마는 입을 닫았고, 자신만의 사랑으로 토마스는 이 어린소녀를 임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죽었다. 그것이 타살이든 자살이든 이제는 상관이 없다. 토마스에게는 상관이 있겠지만, 카미유가 이끌어내는 사건의 결말이 마음에 드는것은 나 뿐일까? 슬픈 살인자, 알렉스. 그녀의 인생이 너무나 가슴 아파서, 그가 행한 정의에 고개를 끄덕인다.
"진실이라. 진실이라... 바로 이 자리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반장님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미덕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정의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p.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