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1
고우영 글 그림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고우영 선생님의 작품속에는 없다.  전통적인 홍길동을 기대했었다.  고우영 선생의 '초한지'가 만족의 단계를 넘어서 너무나 근사했기에 <홍길동>을 어떻게 표현하셨을까 궁금했었다.  2005년 선생이 작고하시고,  추모 2주기를 맞아 20여 년 전에 출간한 저자의 작품을 그대로 복원하여 그의 둘째 아들이 직접 색칠하여 재 출간 한 책이란다.  그리고 난 그런 홍길동을 이제야 만났다.  고우영 선생의 특유의 해학과 그림이 고전 소설<홍길동전>을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 <홍길동>을 말이다.

 


 세조 3년, 세도가 이두강에게 밑보인 홍익제는 역적으로 몰려 모든 식구들은 옥에 갇히는데, 둘째 아들 길동만 보모에 손에 이끌려 피하게 된다.  가족들이 잡혀가던 순간의 트라우마로 인해서 길동은 북소리만 나면 정신이 나가지만, 민첩한 몸놀림으로 흑표에 눈에 들어 그와 함께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흑표는 무예를 배우게 해주겠다면서 길동에게 바위타기, 소리내지 않고 걷기등을 알려준다.  부모의 대한 원수를 갚겠다는 의지로 흑표에게 무예를 배우기 시작하는  길동은 흑표와 그의 친구 두루미와 함께 대가집 담을 타기 시작한다.  도둑인지 모르고 함께 하던 길동은 두루미의 고발로 옥에 갇혀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홍참판의 옛친구인 무학과 백학에 의해서 목숨을 건지게 된다.

 

 목숨을 건졌음에도 스승이라 여기는 흑표를 잊지 못하는 길동.  이래야 주인공 할만 하지.  아마, 고우영 작가는 이런 길동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목숨을 건지고 무학에게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는 길동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들을 배우기 시작한다.  장풍 직타 파괴술, 날라다니는 경신술, 보호색과 같은 비술.  3년후 길동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렇담, 흑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제 버릇 개 못주 듯 산채의 산적두목이 되어있는 흑표와 돈을 갖고 튀어 문 꼭꼭 잠그고 살고 있는 두루미.  길동이 이들을 찾아 나섰다.

 

 신출귀묘한 묘기로 두루미를 감화시키고, 흑표를 물리치면서 의적이 되어버리는 길동. 이제 '활빈당'을 꿈꿔면 되는 걸까?  <홍길동>은 고전 <홍길동전>이 아니다.  어느곳에도 활빈당은 없다.  그저 산적 두목이지만, 의적이 되어 약자를 돕는 길동이 있을 뿐이다.  고우영 선생의 홍길동은 손오공을 닮았다.  털 몇가닥으로 변신술을 쓰는 손오공처럼, 길동은 볏집으로 변신을 한다.  슉슉슉~ 멋지게 날아가고, 악한 자를 물리치고, 약한 자를 돕는 길동.  어쩜 고우영 선생이 바라던 지금 시대의 영웅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매일 진화한다
권율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To my parents로 헌사가 시작된다.  나의 모든 강함이 부모님의 사랑으로 부터였다는 헌사.  얼마나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지에 관한 헌사로 책은 시작된다.  몇 주전에 신문을 통해서 권율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았다.  서바이버라는 미국 프로그램에 참여를 해서 우승을 거머진 굉장한 실력자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보다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그래서 권율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이 편했을 텐데, 책부터 읽었다.  실은, 이 책속에 서버이버에 관한 내용을 상당부분 담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경우는 비디오 보다는 책을 통한것이 더 잘 들어오니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권율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아니, 그가 서바이버에서 어떻게 우승을 했는지 궁금했다.  서바이버 시즌 13. '쿡 아일랜드'의 모든 에피소드를 찾아서 봤다.  리뉴니온까지.  내가 느낀 서바이벌 권율.  굉장한 남자다.  15편의 에피소드 중 권율이라는 인물이 우승을 차지한적은 한번도 없다.  그럼에도 모든 게임은 그가 조정하는 느낌을 받았고, 2편을 통해서 보여지는 한국계 미국인, 베키에 대한 의리는 베키와 결승전까지 함께 간것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빠른 두뇌회전과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혼자만의 독단적인 리더쉽이 아닌, 함께 하는 리더쉽. 그의 모든 것이 40일간의 '쿡 아이랜드'에서의 생활로 보여주고 있다.  율, 베키, 오지.  결승전의 오른 이 세명은 율의 부족이었고, 그들을 이끄는 그의 힘은 독보적이었다.  강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어우르면서 나가는 율.  모든 에피소르를 보면서 이 남자 어떻게 자랐을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율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서울대를 나온 아버지에 숙명여대를 나온 어머니를 두었으니, 그당시 꽤나 엘리트였을텐데, 이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아이를 낳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형, 폴과 함께 이 형제들은 부모의 머리도 있었겠지만, 공부를 너무 잘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어떻게 영어를 배웠느냐가 흥미롭다.  유치원을 보낼 형편이 되지않아  TV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익힌 아이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어린시절 TV를 통한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로 인해서, 많은 갈등을 했단다.  그럴 수 밖에.  동양인임에도 그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 속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부정적이었으니까 말이다.  8살 무렵부터 강박증과 폐쇄공포증을 겪은 이유는 이것때문이었을 것이다.  동양아이가 백인과 같은 미국인이 아닌 이민자로 취급당하는 나라에서 성장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강박증과 폐쇄 공포증을 겪던 8살의 한국계 미국인인 작은아이.  한국인으로도 미국인으로도  속하지 못했던 이 아이가 어떻게 2006년 피플 매거진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 되고, 미국의 차세대 오피니언 리더로 떠오를수 있었을까?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는 공부벌레다.    율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율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무엇이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공부, 운동, 인턴십 등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일들에 도전했단다.  처음 도전이 무섭지, 하다보면 습관처럼 도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병적일 정도로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했던 이 아이는 더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무조건 수업시간 5분안에 손을들어 말하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다.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참가자들은 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로 생각하고, 말미로 갈수록 의견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 5분이 가장 좋은 발언 시점이라는 것이다.  율은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각각 만들면서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하나씩 지켜 나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했단다.  몇해전 다큐 프로그램 중 '습관'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습관이 의지를 이긴다는 말이 맞는 순간이다.

 

 율의 이력이 대단하다.  스탠퍼드 대학, 예일대 로스쿨, 맥킨지, 구글, 어바마 정부를 거쳐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앵커와 사회자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간의 서바이버가 있었다.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예측할수 없는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이 똑똑한 남자는 다른이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만만의 준비를 했다. 출연하기 전 두달동안, 아침엔 달리기, 저녁엔 수영으로 체력을 키웠고, 서바이버에 필요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첫째, 나는 어릴 때부터 자기통제와 자기 절제를 배웠다.   둘째, 나는 서바이버에 출연하기 전 이미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수고를 치른 상태였다.  셋째, 나는 변호사, 경영 컨설턴트, 의회 보좌관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했다.  다양한 경헌믄 매순간 큰 도움이 됐다(p.80~81)라고 말이다.  그리고 서바이버 우승자로서 받은 100만달러의 상금의 거의 대부분을 기부를 했단다.  그가 차세대 오피니언 리더로 떠오른 이유가 아닐까?

 

 '나는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스토리가 있을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할수록 삶은 풍요로원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어다.'(p.189) 그의 진화론의 시작은 스토리다.  더 많은 경험과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느끼는 그 순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는 진화하고 있다.  오바마 선거 캠프를 돕던 이유도 그가 당선될 확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뒷일을 기대하면서 잘 보이고 싶었다거나 유명해지기 위한것이 아닌, 자신의 신념으로 나아가는 것.  그가 진화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율이 이야기하는 메타리더 (meta-leader). 리더를 넘어서는 그 이상.  다양한 리더십의 성품과 기술을 가지런히 정돈해 놓은 자신만의 레퍼토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율은 정의를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을 위해서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통 우리는 한 우물을 파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같지 않음 또한 인정해야 한다.  차세데 오피니언 리더라 일컬어지는 율.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그 순간, 그의 곁에 있고 싶다는 사람.  한 가지에만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고 싶지 않다는 사람.  모든 것을 포기 할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서바이버 시즌 13 '쿡 아일래드'와 <나는 매일 진화한다>를 통해서 만난 '율'은 분명 전방위적인 한인 차세대 리더로 매일 진화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울 너머의 나 풀빛 청소년 문학 8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김영주 옮김 / 풀빛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풀빛 청소년 문학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언제 읽었는지 가물가물 거리긴 하지만, <처음 만난 자유>의 느낌이 좋았던 것은 기억이 난다.  감화원을 탈출한 두 아이가 느끼는 자유. 간질간질이라는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그 책의 느낌때문에 청소년 문학 시리즈 8권 <거울 너머의 나>도 선뜻 집어 들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하고 이야기의 촛점을 놓치지 않기위해서 애를 썼다.  결코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쉬운 이야기도 아니다.  특히, 나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마리사 파르도 푸스테르. 열여섯 살, 고등학교 일학년, 알폰소와 레오의 딸, 차리의 여동생. 현재는? 공부, 공부, 또 공부 중. 미래는? 아무 생각 없음. 과거는? 거울 속 그녀. 그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p.7)

 

 주인공 마리사는 누구나 겪고 있는 사춘기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고등학교에 접어들었고, 붙어다니는 친구가 있다.  잘생긴 연극부 오빠가 관심을 가져주고 있고, 가족, 친구, 진로, 사랑 그리고 성(性)까지, 모든 것이 고민이다.  마리사의 절친, 아말리아의 말에 의하면 열두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가 되면 뭐든 마음을 무겁게 만든단다.  어린티를 벗도 생리도 하면서 몸이 바뀌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는 과정에 자신의 관점까지 흔들려서 뭐가 좋은지 뭐가 나쁜지 판단할 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청소년기를 이렇게 잘 설명하다니.  어쨌든, 지금 이아이들의 최대 고민은 '성'인것 같다. 공부라고 마리사가 이야기를 했을때는 남자 친구가 없었을때 이야기니까 말이다.

 

고독은 너무나 단호하고 강해 심장에 난 검은 구멍처럼 마리사를 삼킬 듯했다.  마리사는 그때만큼 마음이 스산한 적도 없었다.  죽고 싶을 만큼 싸늘한 마음, 보이지 않는 고통, 존재의 고통, 마리사가 울음을 터뜨리자 그 검은 구멍이 조금씩 그녀를 삼켰다. (p.99)

 

 많은 여자친구들이 사랑에 빠지면 연락이 뜸해지는 것처럼 아말리아에게 발타사르라는 남자 친구가 생기고, 마리사에게 멋진 연극부 선배, 루이스 엔리케가 생기면서 조금씩 마리사는 소외 되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무엇때문인지 마리사는 알지 못한다.  언니 차리가 부모님이 없는 시간에 남자친구와 함께 집에 있을때도, 마리사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아말리아가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싫었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닥불을 피워 소망을 말하는 축제인 '산후안 축제'의 베르베나(축제 전날 야외에서 열리는 댄스파티)는 아이들을 들뜨게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아말리아는 "베르베나때 그냥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고."(p.195) 이야기 하지만, 마리사는 아말리아와 함께하는 축제이길 원한다.

 

 산후안 축제의 베르베나.  일 년 중 가장 짧은 밤. 일 년 중 모든 것이 가능한 유일한 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나는 이야기 하지만, 스페인은 이것이 가능한가보다.  스무살이 넘었단 이유로 치리를 그냥 두고 보는 부모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언니를 보기위해서 딸들을 그냥 두고 집을 비우다니.  내 상식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스페인이라는 강렬한 나라에선 가능한 일인가?  열 여섯에 첫 경험들을 하고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그 보다 더한 건 그 아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발견해 나가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아이는 단지 자신의 느낌과 자신보다 몇 살위인 선배의 말을 듣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거다라고 단정해버린다.  그리고는 너무 편해하게 받아들인다.

 

 난 이책을 우리아이에게 아직은 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이야기하고, 성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기때문에, 우리가 이야기 하지 못하는 비밀스럽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해도 난 두렵다.  아이에게 선뜻 내어주기가 말이다.  풀빛에서 이 책이 나왔을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간 풀빛에서 나온 책들이 어떤 책인지 알기 때문에 나 또한 풀빛 책을 믿는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서 읽는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가 내 손으로 아이에게 건네주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난, 성 정체성의 혼란은 어린시절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열 여섯, 열 여덟, 이아이들의 문제를 그냥 이렇게 넘어가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엄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책 표지가 참 은밀하다.  문고리의 걸린 술 너머에 앉아있는 여인의 실루엣.  어째, 요염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지 모르겠다.   조신하다 보다는 요염하다는 표현이 생각난것은 부제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궁궐에 핀 비밀의 꽃 - 궁녀'. 궁녀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을 보자 마자 생각났던 것은 '후궁-제왕의 첩'이라는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저 이웃들에게 들려오는 소문이 꽤나 야하단다.  그런데, 왜 나는 궁녀라는 글을 읽으면서 후궁을 생각했을까?  궁에 살고 있는 여인네들이니 궁녀라고 해도 될까?  처음은 그랬다.

 

 

 드라마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궁으로 들어오는 여인들은 모두 '왕의 여자'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말이다.  궁녀는 왕의 여자이기 때문에, 왕 이외의 남자로 궁에서 지내는 사내들은 모두 거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진실인지 알았다.  모두는 아니라도... 그래서 궁에 있는 모든 여인들, 궁녀가 왕의 여자라고 생각 했었다.  드라마에서, 인터넷에서 듣고 본 내용들.  결국은 카더라 통신이다.  내가 알고 있는 궁녀에 대한 이야기는, 야사 속 한 토막 정도가 너무나 크게 부풀어 올라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백제 의자왕의 삼천 궁녀처럼 말이다.  낙화암에 3000명이 빠지면 산을 이루어 절대 죽을수가 없었을 것이다.

 

 왜 야사를 궁녀에 대한 진실인 것처럼 알고 있었을까?  그 어느 이야기보다 더한 흥미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궁중 여성이라는 소재.  상상의 영역으로 빠져 오로지 흥미와 상상력에만 맡겨져 버린 역사. 역사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가 아닌 제대로 그녀들의 삶이 조명되어진것을 찾을 수가 없다.  어째서 조선왕조 500년 뿐 아니라, 삼국시대 부터 있었던 궁녀들에 관한 기록이 이렇게 전무할 수 있다 말인가?  작가는 이야기 한다.  궁녀는 왕의 신성한 이미지를 사수하기 위한 역린(逆鱗)이라고 말이다. '거꾸로 박힌 비늘' 곧,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금기 사항.  '왕의 역린'이었기에 본능적으로 제정신이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왕의 집안일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조선의 마지막 궁녀였던 성옥염 상궁이 2001년에 세상을 떠나고, 궁녀에 대한 기록이 전무후무한 지금 신명호 작가는 어떻게 궁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겠다는 말인가?  그것도 다 시들어가던 시절의 궁녀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규태 학자와 김용숙 학자의<개화백경>과 <조선조 궁중 풍속 연구>만을 들여다 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건 내 생각일 뿐이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궁녀의 실체가 들어난 책,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승정원 일기>, <의궤>를 시작으로 살아있는 궁녀의 이야기를 찾기위해 <계축 일기>,<인현왕후전>, <한중록>등의 궁중 문학 작품과, 역모 사건마다 빠지지 안않던 단골인 궁녀들의 이야기가 실린 <추안급국안>을 통해서 그녀들의 실상을 파헤치고 시작한다.

 

 연산군과 광해군하면 떠오르는 두 여인, 장녹수와 김개시를 시작으로 귀성군을 사모한 세조의 여인, 덕중까지 작가는 궁녀의 자격요건과 출신 성분, 몇살때부터 입궐을 할수 있었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뿐 아니라 궁녀와 하녀의 인간관계와 결혼을 했던 유모와 보모 상궁 및 궁녀의 성까지 다루고 있다.  그렇게 작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궁녀에 대한 모든것을 사료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외국인은 있었지만, 궁녀 중에도 중국과 일본 출신의 궁녀들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수를 잘 놓았던 그녀들로 인해서 조선의 명나라 자수가 전래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하니, 문화 교류의 시작은 그녀들부터 시작이었을 듯 하다.  우리만 그러했을까?  중국에 공녀로 가서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의 사랑을 받아 황제의 궁녀가 되었다 황제의 죽음과 함께 순장되어진 청주 한씨의 이야기는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궁녀는 정말 모두 왕의 여자 였을까?  작가의 의도대로 이야기 한다면 '아니다'다.  우선 궁녀의 충원은 왕이 아닌 각 부서에서 한다는 것이다.  왕의 대전 궁녀는 왕이, 왕비의 궁녀는 왕비가, 후궁의 궁녀는 후궁이, 대비의 궁녀는 대비가, 세자의 궁녀는 세자가 각각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곧, 궁녀의 충성 대상은 왕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곳의 주인이었고,  궁녀를 뽑았던 이들 역시, 자신들에게 충성을 할 이들을 뽑았다.  어떻게 돌아갈지 알수 없는 역사의 중심의 살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주인에게 등을 돌렸던 궁녀는 철저하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실례로 인목왕후에 궁녀였던 난이는 살길을 찾아 광혜군에게 갔다가, 인조 반정이후 역적의 몸이 되어 사약을 받는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야사'를 생각했었다.  시공사에서 '야사'를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많은 '야사'들이 꿈틀거리면서 흘러 나오리라 생각 했었다.   그런데 그런 '야사'는 그냥 이야기다.  침묵을 강요 받았던 이야기들.  작가는 그녀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출신 성분부터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조직 구조,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던 성에 관련된 스캔들까지.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서 사라져 갈 뻔했던 이야기들.  심지어 궁녀들의 월급과 재산, 궁녀들의 지위체재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내가 알수조차 없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흔한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이야기.  결코 묻어버릴 수 없는 이야기. <궁녀>. 그녀들은 역린도 궁궐에 핀 비밀의 꽃도 아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던 사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살인자, 알렉스.  나탈리, 레아, 줄리아... 금발머리, 빨강머리, 갈색머리. 수많은 이름과 카멜레온 같은 모습.  한번 보면 누구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그녀를 더위가 시작되는 6월에 만났다.   처음은 오싹함과 두려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에겐 잔인함만 남아있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아무 이유없다고 느끼던 순간은 끔찍한 잔혹함이었다.  인간이 이렇게 잔혹하고 무서울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때는 슬픔이 겉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  어디서 부터 잘 못된 것일까?  그녀의 삶을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그녀를 만나기 위해 파리 경시청을 뒤흔든 전설의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가 나섰다.  전세계 탐정소설 사상 최단신 형산반장. 145cm에 거인, 카미유 베르호벤.  피에르 르메트르의 책은 <알렉스>가 처음이라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알렉스>인지 알았더니, 이 작품은 '카미유 반장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란다.  작가의 데뷔작 <세밀한 작업>이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거대한 인물, 카미유를 알아보자.  천재 화가인 어머니 덕분에, 뛰어난 감성과 그림 실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어머니의 끊임없는 흡연으로 성장이 저하되었던 카미유.  비틀린 독설가에 냉철한 판단력이 그의 장점이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부유하고 지적인 댄디보이의 조각같은 미남 형사 루이와 구제불능의 구두쇠 형사 아르망.  최강의 '카미유 베르호벤' 수사팀이 다시 뭉쳐졌단다.   <세밀한 작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정황상 카미유의 임신한 아내가 유괴되어 죽음을 당하고, 카미유는 나락에 빠져있다가, 대낮의 유괴된 한 여인 때문에 급박하게 수사팀이 결성되었다.

 

 꽤나 두껍다. 책 내용만 500페이지가 넘는다.  읽다보니 1부, 2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빨리 넘어간다.  이 두꺼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1부를 읽으면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두려움에 벌벌 떨다가, 2부에 들어가서는 잔임함에 몸서리 치고, 3부는 가슴이 아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알렉스.  그녀의 이름이지만, 그녀를 제외한 이들은 그녀를 모르는 이상한 상황.    그녀가 거구의 사내에게 납치를 당했다.  동물을 다루 듯 그녀를 다루던 남자는 작은 상자속에 그녀를 구겨놓고, 공중에 띄어놓는다.  그녀의 맞은 편 상자엔 물과 크로켓 조각을 올려놓고.  '어린 소녀'. 그 남자는 절대 생각하고 만든것일 리가 없지만, "사람이 앉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는 상태로 견뎌야 하는 새장이라"(p.125)고 루이는 이야기 한다.  무엇때문에 그녀를 이 작은 새장에 가두었을까? "왜 하필 저를 고르신 건가요?" 남자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오른다.  그 입술 없는 얼굴에서. "왜냐하면 내가 말라 죽어가기를 보고 싶은 상대가 바로 너라는 화냥년이니까."(p.67).

 

 이름도 얼굴도 알수 없는 알렉스를 찾기 위해 수사팀이 가동된다. 부인의 죽음이후 '그는 치정에 얽힌 범죄나 조폭들 간의 패싸움, 또는 지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참극 따위만 취급하려 했다.  ... 카미유는 죽을만하니까 맞게 된 죽음, 요컨데 안타까워할 필요가 별로 없는 죽음만 다루고 싶어하는 셈이다.'(p.23)를 죽을만 하니까 죽은 사건만 다루고 싶었던 카미유가 납치 사건을 맡게 되면서, 카미유는 끊임없이 트라우마에 휩싸인다.  그의 아내.  납치된지 하루만에 죽은 아내.  이번에도 그런것은 아닐까?  상황은 급진전되면서 납치범의 신원이 밝혀지지만, 납치범은 자살을 하고, 그의 핸드폰 속에 있는 '어린 소녀'속의 여인과 그 곁에 있는 쥐들의 모습이 심장이 죄어오기 시작한다.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것일까?  물론, 카미유는 그녀가 있는 장소를 찾아낸다.  그러기에 전설의 형사반장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가 찾아간 그곳엔 '어린소녀'도 갇혀있는 여인도 없었다.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것 같은 그곳에서 빠져나온 강인한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을 납치했던 남자와 그의 아들.

 

  2부로 들어가면서 11년 전부터의 그녀의 살인 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이유를 찾으려 했었다.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유를 알수가 없다.  '왜 식당에서 그를 유혹했을까?' '다정함으로 다가오는것 같은 그녀는 왜 그렇게 죽였을까?', '가정적인 남편과 아빠로 보이던 그까지..'.  도통 알수 없는 살인의 행각이었다.  알수 없을 뿐 아니라, 끔찍하다.  11년전 살인을 한 카테뇨, 마시아크와 현재의 파스칼, 프라드리, 자네티, 펠릭스 마니에르까지 왜 이토록 무서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을까?  밤에 책을 잡고는 소름이 돋아서 잠을 잘수가 없을 정도로 무서운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읽는 나는 끔찍함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데, 그녀는 너무나 당연하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살인을 한다.   둔기에 의한 폭행 후 고농축 아황산에 의한 신체 훼손.  그녀가 자행하는 살인의 방법이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입으로 고농축 아황산을 부어버린다.  왜?  왜?  도대체 왜? 

 

 "오빠가 내 방에 온다. 거의 매일 밤마다. 엄마도 그걸 알고 있다."(p.450) 3부의 모든 내용은 이 문장속에 다 들어있다.  이부 오빠, 토마스 바쇠르가 알렉스 프레보스트를 찾기 시작한 것은 알렉스가 10살, 토마스가 17살 이었을 때였다.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이 그녀의 개인적인 물품들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2부에서 만났던 두려움과 이해할 수 없는 잔임함은 연민으로 변해 버린다.  물론 살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어린 소녀의 삶은 보는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꺼이꺼이 울어버리게 만든다.  누가 이 어린소녀를 보호할 수 있었을까?  사랑이라는 단 한마디로 그녀의 엄마는 입을 닫았고, 자신만의 사랑으로 토마스는 이 어린소녀를 임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죽었다.  그것이 타살이든 자살이든 이제는 상관이 없다.  토마스에게는 상관이 있겠지만, 카미유가 이끌어내는 사건의 결말이 마음에 드는것은 나 뿐일까?  슬픈 살인자, 알렉스.  그녀의 인생이 너무나 가슴 아파서, 그가 행한 정의에 고개를 끄덕인다.

 

"진실이라. 진실이라... 바로 이 자리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반장님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미덕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정의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p.5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