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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너머의 나 ㅣ 풀빛 청소년 문학 8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김영주 옮김 / 풀빛 / 2012년 6월
평점 :
풀빛 청소년 문학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언제 읽었는지 가물가물 거리긴 하지만, <처음 만난 자유>의 느낌이 좋았던 것은 기억이 난다. 감화원을 탈출한 두 아이가 느끼는 자유. 간질간질이라는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그 책의 느낌때문에 청소년 문학 시리즈 8권 <거울 너머의 나>도 선뜻 집어 들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하고 이야기의 촛점을 놓치지 않기위해서 애를 썼다. 결코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쉬운 이야기도 아니다. 특히, 나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마리사 파르도 푸스테르. 열여섯 살, 고등학교 일학년, 알폰소와 레오의 딸, 차리의 여동생. 현재는? 공부, 공부, 또 공부 중. 미래는? 아무 생각 없음. 과거는? 거울 속 그녀. 그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p.7)
주인공 마리사는 누구나 겪고 있는 사춘기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고등학교에 접어들었고, 붙어다니는 친구가 있다. 잘생긴 연극부 오빠가 관심을 가져주고 있고, 가족, 친구, 진로, 사랑 그리고 성(性)까지, 모든 것이 고민이다. 마리사의 절친, 아말리아의 말에 의하면 열두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가 되면 뭐든 마음을 무겁게 만든단다. 어린티를 벗도 생리도 하면서 몸이 바뀌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는 과정에 자신의 관점까지 흔들려서 뭐가 좋은지 뭐가 나쁜지 판단할 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청소년기를 이렇게 잘 설명하다니. 어쨌든, 지금 이아이들의 최대 고민은 '성'인것 같다. 공부라고 마리사가 이야기를 했을때는 남자 친구가 없었을때 이야기니까 말이다.
고독은 너무나 단호하고 강해 심장에 난 검은 구멍처럼 마리사를 삼킬 듯했다. 마리사는 그때만큼 마음이 스산한 적도 없었다. 죽고 싶을 만큼 싸늘한 마음, 보이지 않는 고통, 존재의 고통, 마리사가 울음을 터뜨리자 그 검은 구멍이 조금씩 그녀를 삼켰다. (p.99)
많은 여자친구들이 사랑에 빠지면 연락이 뜸해지는 것처럼 아말리아에게 발타사르라는 남자 친구가 생기고, 마리사에게 멋진 연극부 선배, 루이스 엔리케가 생기면서 조금씩 마리사는 소외 되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무엇때문인지 마리사는 알지 못한다. 언니 차리가 부모님이 없는 시간에 남자친구와 함께 집에 있을때도, 마리사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아말리아가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싫었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닥불을 피워 소망을 말하는 축제인 '산후안 축제'의 베르베나(축제 전날 야외에서 열리는 댄스파티)는 아이들을 들뜨게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아말리아는 "베르베나때 그냥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고."(p.195) 이야기 하지만, 마리사는 아말리아와 함께하는 축제이길 원한다.
산후안 축제의 베르베나. 일 년 중 가장 짧은 밤. 일 년 중 모든 것이 가능한 유일한 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나는 이야기 하지만, 스페인은 이것이 가능한가보다. 스무살이 넘었단 이유로 치리를 그냥 두고 보는 부모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언니를 보기위해서 딸들을 그냥 두고 집을 비우다니. 내 상식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스페인이라는 강렬한 나라에선 가능한 일인가? 열 여섯에 첫 경험들을 하고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그 보다 더한 건 그 아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발견해 나가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아이는 단지 자신의 느낌과 자신보다 몇 살위인 선배의 말을 듣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거다라고 단정해버린다. 그리고는 너무 편해하게 받아들인다.
난 이책을 우리아이에게 아직은 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이야기하고, 성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기때문에, 우리가 이야기 하지 못하는 비밀스럽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해도 난 두렵다. 아이에게 선뜻 내어주기가 말이다. 풀빛에서 이 책이 나왔을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간 풀빛에서 나온 책들이 어떤 책인지 알기 때문에 나 또한 풀빛 책을 믿는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서 읽는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가 내 손으로 아이에게 건네주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난, 성 정체성의 혼란은 어린시절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열 여섯, 열 여덟, 이아이들의 문제를 그냥 이렇게 넘어가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