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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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오노레 드 발자크 | 이동렬 옮김 | 민음사

세계문학·프랑스 소설 / p.364

나폴레옹 제정이 성립하기 전 1800년, 투르 근교 보베성에서 상원 의원 클레망 드 리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곧바로 수색에 들어갔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삼 주 후 돌연히 납치되었던 상원 의원이 납치에서 풀려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의자로 체포된 세 명의 피고인.

첫 번째 재판에서는 불충분으로 소송이 중단되었으나, 일 년 후 1801년 두 번째 재판에서는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을 당한다. 

사실 그들이 무고했음에도 당시 경찰부 장관이었던 푸셰가 이 사건을 이용해 나폴레옹의 환심을 삼과 동시에 경찰 조직 내부의 장악력을 공고히 하려는 야심으로 인해 그 사실을 방치하며 마무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어났던 이 사건의 진범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 범인은 그를 납치한 뒤 그냥 풀어준 것일까?

이 궁금증은 이 사건을 모티프로 담은 「어둠 속의 사건」에서 만난 ‘말랭 납치 사건’을 통해 더 폭발하게 된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딱 표지 속 남자가 바로 나! 머리 끄댕이 잡고 싶다, 정말!)




앞날을 예견하게 해 주는 관상이 있다.

……

그렇다, 운명은 격렬한 죽음을 맞을 사람들의 얼굴에

그 낙인을 찍어 놓는다.

p.13




정말 앞날을 예견하게 해 주는 관상이 있는 것일까?! 오랫동안 공드르빌 영지를 관리해오며 자신의 영지로 생각하며 행동하던 미쉬의 모습에 격렬한 죽음의 낙인이 찍혔다는 묘사는 강렬하다 못해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불안감은 혁명에 저항하다 처형당한 드 시뫼즈 후작의 영지 공드르빌이 국유 재산으로 매각되면서 헐값으로 상의 의원 말랭이 매입하게 되자 더 커져갔다.

거기에 외국에 망명 나간 후작의 후손 쌍둥이 시뫼즈 형제를 검거하여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고 하는 경찰부 장관 푸셰와 상의 의원 말랭의 음모와 보나파르트를 파멸시키고 부르봉 왕조를 복위하는 것이 공드르빌을 되찾아 사촌들의 행운을 이루는 일이라 생각하던 로망스 백작의 복수와 욕망 등이 더해지는 치밀함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이 상황에 말랭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시뫼즈 형제와 도트세르 형제 그리고 미쉬가 범인으로 몰리니, 그들의 알 수 없는 앞날에 절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정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따로 없다.



아가씨, 여기서 사람들이 조국의 영광을 위해 죽듯이 조국의 법을 위해서도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두시오. p.309



처음엔 등장하는 인물마다 설명되던 배경과 묘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당시의 왕당파와 공화파의 첨예한 갈등뿐만 아니라 귀족 계급이 변화하는 정치 체제마다 교묘하게 적응하며 성공을 거두는 부르주아에 의해 대체되어 가는 모습과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고 파국을 향해 달려 나간 젊은 귀족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역사 속에 물들 수 있었다.


그리고 상의 의원 납치 사건으로는 법정 다툼을 지켜보며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재미와 실제 인물이었던 나폴레옹과 푸셰, 탈레랑 등을 통해 조금 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이었으며, 추리소설이었던 「어둠 속의 사건」이었다.


■ 솔직해진다면 사람들은 명백하거나 은밀한 어떤 경고도 받지 않고 불행이 돌연히 그들을 엄습한 적은 결코 없었다는 사실을 아마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파탄을 겪은 후에야 신비롭거나 아니면 명백한 이런 견해의 깊은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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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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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부터 몰입감 있게 끌어당겼던 이야기 「어둠 속의 사건」. 중간중간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면 그 인물의 배경까지 더한 설명에 정신을 차릴 수 없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프랑스 혁명 후 격동의 시대를 만나고 공화파와 왕당파의 대립까지 만날 수 있어 색다르게 다가온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직 역사와 친하지 않은 나이기에 온전히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상원 의원 납치 사건을 모티브한 두 번째 사건으로 조금은 한 발짝 나아간 기분이다. 

현실적이면서도 정치적이고 추리적 요소까지 더해진 작품과 함께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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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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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임레 케르테스 | 이상동 옮김 | 민음사

세계문학 / p.204

아우슈비츠로부터는 치유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우슈비츠라는 질병으로부터는

그 누구도 결코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p.111

평소 아무런 정보 없이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나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를 펼치자마자 꼭 뭐에 홀린 듯 저자 소개를 가장 먼저 읽었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수용소'라는 단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고, 그 고통 속에서 살아돌아옴에, 그 고통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문학의 길을 꽃피우며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작가가 위대하다 생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삶을 훼손하는 자들 때문에 삶을 혐오하게 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 말하는 이야기 속에서 마주한 이야기는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깨닫게 했고 동시에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참혹한 장면 하나 없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오던 홀로코스트의 참상이었고, 그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혼의 처절한 고백이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딜 것이다,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다,

다만 내가 그것에 무능하다는 것을 아는 채로, 그렇게,

이미 내 어린 시절에 똑똑하게 깨달았던 대로:

p.169




"아니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본능적으로 부정하며 시작되는 소설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 강력한 부정 "안 돼!"로 나아가며 작가 자신의 수십 년간의 비겁함과 자기 부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산책 중 오블리트 박사가 '나'에게 아이가 있는지 그저 무심코 물었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던 이야기. 그리고 그에 대한 답으로 자신이 아이를 가지지 않음을 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답해 나간다. 그렇게 장소도 시간도 이리저리 뒤섞인 채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일, 아내와의 만남부터 이혼하기까지의 여러 이야기를 읊조리듯 이야기한다.

그래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을 만큼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혼잣말이 묘하게 또 나를 끌어당기며 딴짓을 못 하게 만들었다. 꼭 작가가 반복해서 말하던 하나의 본능에 반하는 것이지만 이 반(反) 본능이 본능을 대신하고 더욱이 본능이 작동한 것처럼.



그의 읊조림 중 Der Springt noch qut(저 새끼 아직 살아 있다)라는 말과 여분의 배식을 받았던 '선생님'이라 불린 인물이 필사적으로 그것을 받아야 했던 사람에게 배식을 전달했던 이야기 그리고 그가 병원에서 눈을 뜨고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독일군 병사로 인해 공포에 집어 삼켜진 후 천천히 세상의 질서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으며 소름 돋았고 마음 아팠다. 그리고 그가 아이를 가지지 않는 이유도.

그가 겪어야 했던 두려움과 상실, 슬픔이, 그의 "아니오!"의 결렬한 외침과 함께 전해지던 해명이,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음을 신랄하게 언급하며 자신에게 부조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저자의 마음이 그리고 인간의 가장 큰 범죄는 태어난 것이라 말하던 그가 마음 아프게 기억될 거 같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마지막에서조차 자신을 부정했을 거 같은 그여서, 제발 그의 마지막은 편안하길 바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질 않길 과거를 기억하고 경계하며 살아가야겠다.

ps. 처음엔 문장 속 마침표가 아닌 수많은 쉼표에 의아했다. 그리고 그 의아함은 완독 후 쉼표를 쓴 작가의 마음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듯해 더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에게 쉼표가 준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 그렇다, 대체 어떻게 한 인간 존재에게 유대인이 되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이런 관계에서, 내가 말했다, 아마도 나는 그 앞에서-너의 앞에-늘 고개를 푹 수그리고 나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에게-너에게-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설명도, 아무런 신앙도, 아무런 무기도 그에게-너에게-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내가 말했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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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2 : SF편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
키두니스트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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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2

키두니스트 | 북바이북

교양 인문학 / p.400

우선 웃고 시작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왜인지 몰라도 계속 ‘ㅋㅋㅋㅋㅋㅋ’라는 배경음악이 깔린 상태로 책을 읽는 느낌마저 드는 「고전 리뷰툰」. 역시나 1권에 이은 재미와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거의 읽은 책이 없었던 전편은 전편대로 장바구니에 담기 바빴다면 이번 SF 편은 나도 놀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읽은 책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 신나하며 소개된 작가의 다른 책들을 담기 바빴다. 그래서 다음 3권은 언제 나오죠?!😎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은 ‘고전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작품의 줄거리와 세계관, 특징 등을 저자만의 유머와 드립으로 소개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고전을 만날 수 있는 만화 서평집으로, 1권에선 장르 불문 초심자들이 읽기 좋은 고전 문학을 소개했다면, 이번 2권에서는 

최초의 SF 소설이었던 ‘프랑켄슈타인’부터 쥘 베른의 진심이 100% 담긴 해전 생물 ‘덕질’인 주인공 일행의 돈 주고도 못할 특별한 포로 생활이 그려지는 ‘해저 2만리’, 시간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로 공포심을 제대로 주는 ‘타임머신’, 쉬운 문체로 독자를 유혹한 다음 뒤통수를 확 잡고 냉혹한 이야기를 목도하게 하는 웰스의 ‘투명 인간’, 매권이 끝날 때마다 소름 돋는 반전에 결국 다음 권을 펼치게 만들었던 ‘파운데이션 시리즈’ 등 고전 중에서도 SF 장르 10편을 소개한다.


작가가 ‘프랑켄슈타인’의 북극 위에서 무슨 수로 편지를 보냈는지 의문을 표할 땐 나 또한 의문을 품으며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기도 했고 작가의 21세기에 나타난 괴물의 유튜브설에선 빵 터져 웃기 바빴다. 그것도 ‘골드 버튼 감사합니다’라니 ㅋㅋㅋ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 세 작품 모두 쥘 베른이 저자라는 사실엔 최근에 읽은 ‘보물섬’의 저자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큼 놀랐고, 직접 읽어야 소름 돋는다며 오버로드의 모습을 밝히지 않았을 땐 그 모습이 너무 궁금해 ‘유년기의 끝’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담았으며, 셜록 홈스로 유명한 코넌 도일이 역사소설, 호러소설, 시까지 썼다는 사실엔, 입틀막!

특히 코넌 도일의 SF 소설 ‘챌린저 교수’ 시리즈와 함께 소개된 사진에 대한 작가의 언급은 ㅋㅋㅋ ‘맙소사! 20세기 극초반에 코스튬 플레이를 했습니다, 여러분! p.165’ 🤣

고전을 평소에 어렵게 생각해왔던 이들에게도 즐겨읽는 이들에게도 색다른 매력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책으로, 읽은 책은 재독을 하고 싶게 만들고, 아직 안 읽은 책은 당장 읽어보고 싶게 만드니 결국은 내 장바구니에 또 책이 한가득이다. 😭

정말 다음 3권이 더 기대되는 「고전 리뷰툰」이 아닐 수 없다. 😉

ps. 그런데 150페이지의 ‘타임머신’의 후속작 ‘타임십’이 740페이지라는 건 실화?!



■ 우리는 모두 현실을 살아가야 합니다. 언제나 생업에 매달려야 하고, 잡다한 현실을 신경 써야 하죠. 여러분도 그렇고 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의 책을 펼쳤을 때 우리는 꿈을 꿉니다. 육지를 등진 괴짜 선장에게 이끌려, 기이한 돌멩이를 사랑하는 교수에게 이끌려, 도박을 좋아하는 부자 신사에게 이끌려, 인생에 다시없을 여정을 떠나는 꿈을요. - 지구 속 여행 편 p.115~117

■ SF 속 내용은 경우에 따라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이미 반례가 증명되어 공상으로 끝난 것들도 많다. 그러나 기억하자. 쥘 베른 편에서 언급했듯 현실성이 없다 해서 진실성까지 결핍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과학 교과서가 아니라 구태여 문학을 집어 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허구를 즐기자.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의지와 삶의 진실을 즐기자. 더불어 과학이 선사하는 위험한 매력에 빠져들자. - 저자 후기 p.398~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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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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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로부터는 치유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우슈비츠라는 질병으로부터는 그 누구도 결코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p.111

첫 작가의 소개로 그가 유대인이었고 수용소에서 살아온 생존자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땐, 나였다면 살아돌아왔어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 상황을 이겨내고 작품을 남기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쉬운, 정말 그 경험을 해보지 못한 자가 너무 안일하게 할 수 있었던 부끄러운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라 지은 제목과 함께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를 언급했을 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의 전 아내가 데려온 아이의 인사를 받는 장면의 여운이 더 크게 남는다.

조금은 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중간중간 주옥같은 글로 울림을 주기도 했던, 책의 끝을 보고 나서야 온전히 첫 시작의 이야기부터가 이해가 되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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