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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ㅣ 반올림 48
신세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7월
평점 :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코끼리새?! 코끼리새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검색을 해봤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살았던 키가 3미터, 몸무게가 600킬로그램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새이고 무거운 새로 날지 못하는 새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코끼리새의 알은 타조의 알보다 훨씬 컸으며 천적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해 결국은 사람과의 생존경쟁에서 밀려 멸종했단다. 이렇게 독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탐구영역을 청소년의 외모, 이성, 성적 등의 일상적인 고민과 문제에 자연스럽게 녹인 청소년 창작 도서로, 정말 주옥같은 여섯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세은 작가의 단편집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이다. 처음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 제목이 이제는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안녕, 케플러',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된 남자친구 도영이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과생 문학소년 도영이는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 동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않아 한참을 케플러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다 윤아에게 케플러의 법칙에 근거하여 별도 좋고 케플러도 좋지만 그들보다 윤아 네가 더 좋다고 사랑고백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왔던 단짝 친구이자 지금은 남자친구였던 도영이의 죽음을 윤아가 극복해나가며 일상을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케플러에 빗대어 설명하고 위로받는 이야기 '안녕, 케플러' 나도 함께 위로받고 성장한 기분이다.
이도영, 내 남자친구. 언제나 열일곱으로 남아 있을 아이.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를 이곳에 매어 놓지도 않을 거야. 네가 꿈꾸던 별들 속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두 번째 이야기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 선생님의 잡담에서 시작된 '코끼리새'의 이야기가 커다란 몸집과 자그마한 눈을 가진 주은이에게 별명으로 붙여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끼리새'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주은이는 입맛이 점점 없어지고 먹는 양도 줄어만 간다. 그러다 인터넷 검색창에 '코끼리새'를 검색해보게 되고 하나의 짧은 글을 보게 된다.
하지만 코끼리새는 노력했을지 모른다. 어느새 커진 몸을 띄우기 위해.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티내지 않았지만. 누구도 보지 않는 어두운 밤이 되면 날기 위해 애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땅에서 아주 조금 떠올랐을지 모른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날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나중에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쫓는 인간을 피해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 속도가 더뎌 결국 인간에게 멸종당했지만.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나도 그렇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만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이제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별생각 없이, 그들에게는 큰 악의 없는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은이는 '코끼리새'라는 별명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었지만 '코끼리새'의 존재 덕분에 위로받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외모에 한참 예민할 나이인 청소년들에게 신세은 작가만의 방법으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이야기이면서도,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무리 외모로 평가하지 말자고 수없이 외쳐도 아직까지 외모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슈화되어 나온다. 외모에 대한 언급은 곧 남에게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게 만든다. 외적인 요소보다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굳은 날개를
다시 움직여볼 생각이다.
날 수 있을 때까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세 번째 이야기 '어깨걸이극락조와 함께 춤을!'은 십 대들의 고민 '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배려하지 않고 나의 마음에만 취해 공개 고백을 하게 된 민우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혼자의 힘으로 구애의 춤을 추고 암컷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혼자 그 슬픔을 감당해 내는 '어깨걸이극락조'에 빗대어 풀어놓았다. 고백이란 상대를 살피고 배려하면서 다른 겉치레 없이 그저 자신만의 힘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우는 자신을 돌아보며 상대에게 사과를 한다. 잘못된걸 알았다고 해서 그 누구나 사과를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 민우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너라면 알 거야.
알 수 있을 거야.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이 숨어 있는지.
사람은 절대 단정 지을 수 없는
신비의 세계라는걸…….
수학천재 동생을 둔 평범한 십대가 겪는 열등감과 외로움에 대한 네 번째 이야기 "0.99와 1 사이"에서는 수학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게 인상 깊다. 잠깐의 방황인듯 한 여행길에 어린 아이를 돌보게 되며 작은 생명의 따스함에 위로를 받으며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던 나! 동생하고 너는 서로 다르니깐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러다 문득 내가 동생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동생 역시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99와 1이 가까워지려면 0.99가 1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수학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0.99가 무한대로 이어진다면 결국 1과 만난다는 것을 누군가 증명했다. 그 증명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붉은 해는 이제 완전히 바다 위로 떠올랐다. 눈이 부시도록 밝고 따뜻한 빛이 세상을 비추었다. 푸른 바다는 넘실대며 그 빛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 바다를 보며 나는 조용히 혼자말을 했다. "응. 그래도 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이야기 '힘과 중력, 한밤의 드라이브'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십대의 마음을 힘과 중력에 관한 뉴턴의 법칙으로 풀어놓았다. 마지막 '고만고만한 사랑과 진로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십 대들의 성적, 입시, 대학 서열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된다. 청소년, 어쩌면 아주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이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나이이면서도 외부환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닐까? 부모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성적에 좌지우지되는 대학, 그리고 이성에 관한 관심과 설렘 등 자신들만의 고민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일상에서의 고민을 과학탐구영역에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잘 녹아 놓았다. 그리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책을 다 읽고 둥이들에게 어떤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니 나와 같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코끼리새가 날기 위해 밤에 연습했을 모습이 계속 떠오르면서 해가 떠 있는 동안에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던 글귀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라는 글처럼 자신만의 우주를 찾아 자신을 지킬 힘을 키워나가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함과 위로를 건네주었던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가 책 뒤표지에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 과학탐구영역'이라는 글자로 인해 청소년들이 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