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뇌 문학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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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흰옷을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도록 지시한 후,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을 경기장 한가운데를 걸어가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고릴라를 전혀 보지 못했단다.

왜 그들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을까?

크리스토퍼 채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수행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통해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선택적이고 제한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특정 차를 구입하려고 알아보는 순간부터 그 차만 눈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인간은 보이는 것을 볼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본다는 거다. 그것도 보이지 않으면 더 잘 보려고 집요하게 노력까지 한다.

도대체 본다는 것이 무엇이길래?!

'보이는 것'그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본다는 우리의 뇌와 시각의 비밀! 이를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이 바로 석영중 교수의 '눈 뇌 문학'이다.

무엇보다 문학, 미학, 과학, 철학, 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쉽고 흥미롭게 인간의 시각 '본다는 것'에 대해 풀어놓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오는 인문학 책으로, '봄'의 의미를 즐겁게 탐색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인문학 책 <눈 뇌 문학>은 크게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인간의 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담은 '생물학적 시각'부터 문학 작품을 통해 본 시각의 다양한 의미, 미술사와 문학사를 통해 창조와 감상, 신을 보려는 인간의 노력과 의미 등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현상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통해 본다는 것, 시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문 시작부터 내 호기심을 자극하며 흥미진진했던 '눈 뇌 문학'!

흥미로웠던 내용 중 유독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눈의 탄생과 문학을 통해 만난 '시각'의 다양한 의미였다.

눈은 언제부터 생겼던 걸까?

눈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각 기관이 등장한 때는 5억 43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이는 생명체가 등장한 연도가 45억 년에서 38억 년 전이라 추정되니, 무려 40억 년 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생존했다는 얘기다.

눈은 지질학에서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 불리는 시기에 탄생했고, 앞을 보기 시작하면서 포식자가 출현했다고 한다. 즉, 앞을 볼 수 없었을 땐 적과 친구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으니 포식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동물은 초식 동물이었을 거라고!

다른 의미로 보면, 눈이 생기면서 포식자가 출연했으니 다른 동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눈의 발달이 필수가 되었고,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눈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초의 보는 행위의 주인공이 삼엽충이라니! 이건 이것대로 또 흥미롭지 않은가?!

문학을 통해 '본다'는 것

윌리엄 아이리시 작 고전 추리 소설 ‘황산의 여인’,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죄와 벌’, ‘오디세이아’ 등 여러 문학 작품 속 장면을 통해 들여다본 시각의 비밀도 재밌다.

특히 문학을 통해 본 내용들 중에서 내가 읽었던 책이 등장할 때면 오래전 알고 있던 벗을 만난 것 마냥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었던 거 같고, 모르는 책이 나올 땐 또 석영중 교수님이 흥미롭게 풀어놓아 찾아 읽고 싶게 만들었다.

정말 책이 책을 부르는 순간!

본다는 것이 믿음까지 이어지던 이야기!

모든 몸의 기관이 중요하겠지만 유독 인간의 시적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 눈으로, 노래나 영화, 명화 등 여러 분야에서 영감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불여일견, 눈뜬장님 등 온갖 격언이나 속담에도 등장하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뇌로 본다로 시작해 뇌를 넘어서 본다가 종착점인 '눈 뇌 문학' 책!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본다'는 행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 인문학 책으로, <눈 뇌 문학>을 통해 시야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ps. 마지막 에필로그 블랙홀 사진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하게 계속 되뇌이게 만들면서 그 존재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2019년 4월 10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 사진이 세계 곳곳에 동시에 공개된 날.

빛의 고리에 둘러싸인 어둠의 핵을 바라보며 수십억 사람들이 열광했던 날.

그러나 블랙홀 안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던 날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의 알림!

'살아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그를 보거나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기 머물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p.644


+ 출판사 지원도서이나,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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