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범죄자의.
김세진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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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돈 많이 버는 방법 알려 줄까?

내가 대출 상담사인데 대출을 받고 나한테 돈을 조금 주면 그 기록을 없애 줄 수 있어." p.13

이게 통한다고?! 통한다.

통할 뿐인가?! 너도 나도 하겠다며 나선다.

범죄추리소설 '삶, 범죄자의'에서 인간을 '잠재적 먹잇감'으로 여기는 이영진이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 어째 그의 범죄를 보고 있으면 낯설지가 않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오늘날 나날이 진화하는 사기 수법에 당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오기 때문일지도!


한국 소설 '삶, 범죄자의'의 특이한 점은 다른 범죄소설과 달리 범죄자가 주인공이란 점이다.

처음부터 주인공 이영진이 범죄자였던 건 아니다. 그 또한 명문 학원의 원장 아버지와 교수 어머니를 둔 아들이었다. 오히려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과 애정을 받으며 자란 그다.

그런 그가 18살 즈음 이성에 눈을 뜨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난 어제 끝날지 모르는.

아니, 어쩌면 평생 해야 할지 모르는 '혼자 하는 도시 게임'을 시작했다.

……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남은 인생은 나 혼자 살아가야 한다.

p.35

"아들아 지금 너의 선택이 네 남은 긴 인생을 결정한다. 이성을 그렇게 좋아하다간 결국 너의 인생은 패배자가 될 것이다."라며 이성 절제를 강요했던 부모님. 자신이 원하는 이성과 같이 있기 위해 끝내 연을 끊고 집을 나와 막노동을 시작한 '나'.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함께하고자 했던 이성들은 막노동으로 변해가는 그에게서 점차 멀어졌고, 그는 긴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고민 끝에 도출해 낸 답이 '돈'이었다.

그렇게 매춘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기 시작한 '나'는 큰돈을 만지게 되고, 도박에도 빠져들게 되는데....


인생을 제로섬게임이라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라며 자신의 범죄를 외면했던 '나'.

자신의 선택으로 범죄자가 되었고, 끝내 뉴스에 등장하는 현상수배범이 되기까지! 주인공이 선택한 길을 따라 범죄자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요즘 읽기 좋은 책 '삶, 범죄자의'였다.

'도대체 왜 사기를 치는 걸까?'란 평소의 궁금증에 대한 답도 엿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개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 그리고 '배고픔도, 졸음도, 더움도, 목마름도 모두 마취'되어 가는 탐욕과 도덕 사이에서의 윤리적 문제까지 생각해 보게 한 범죄추리소설이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사기 수법, 과연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인간은 본디 추악하다.

그리고 우린 다 같은 인간이다.

'그들은 왜 내게 선행을 요구하는 것일까.'

p.18

ps. 마지막 이영진이 다시 돌아온 것인가?! ㅎㄷㄷㄷ




+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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